월하추풍검 - 5분 후 갈라져 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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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작품등록일 :
2023.05.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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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2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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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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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작열권 용총 2

DUMMY

호통치는 철존과 두려움에 빠진 대신들.


타갈대제打喝大帝. 때리고 꾸짖는 왕.


대신들은 철존의 폭력적인 모습만을 기억하고, 그를 두려워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었다.


철존은 그런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한숨을 쉬었다.


"···무림인의 본질은 무다. 그 생각에 변함은 없다."


그러더니 혈기를 거두고 점잖은 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생각을 관철했기에 본좌는 강해질 수 있었고, 무림맹주의 좌에 오를 수 있었다."


철존이 대신들을 가리켰다.


"네놈들도 내심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지존을 힘으로 뽑는 관행을 없애지 않은 거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지존을 선거로 뽑았겠지."


안 그러냐!! 하고 철존이 또 버럭 소리 질렀다. 대신들이 움츠러들었다.


"네놈들도 무를, 힘을 동경하니까 무림인이 된 게 아니더냐! 그런 주제에 왜 무에 솔직해지지 못하는 거냐! 강해지고 싶다면 단련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


철존은 계속 말했다.


"왜 네놈들의 안위에만 집착해 조작 따위를 하는 거냐! 그런다고 네놈들의 공력이 올라가는 것도 아닐 터! 나름대로 고수라고 자칭하는 놈들이 그런 것도 모르는 거냐!"


철존의 일갈에 대신들은 벌벌 떨기만 할 뿐 아무런 반박도 못 했다.


또 그가 손찌검을 날릴 것이라 대신들은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네놈들을 너무 가혹하게 대했다."


그런데 철존의 목소리가 다소 얌전해졌다.


"아무리 무림이라고 하더라도 사회는 사회. 중원 무림 시절에도 사람을 해치면 마땅히 벌을 받아야 했다.


그 시절에는 땅이 넓었던 탓에 관아의 감시가 대륙 전역에 골고루 퍼지지 않았고, 따라서 살육이 번번이 일어났다.


그러나 지금은 땅이 좁아졌다. 게다가 이제는 관아와 무림이 하나가 되었고 우리가 관아의 위치에 서 있다!


작금의 현실이 이러한데, 우리가 규율을 지키지 않는다면 현대의 그 어떤 무림인이 규율을 지킨단 말이더냐!"


철존의 음성이 더욱 낮아졌다.


"본좌는 지금껏 살아오며 사람을 많이 해치고 죽여왔다.


본좌는 싸움밖에 모른다.


나 같이 폭력만을 아는 자는 무림인의 정점인 무림의 맹주는 될지언정, 무림인을 굽어살피는 관아의 통치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본좌도 그걸 진작에 인정했어야 했다! 하지만 인정하지 않고 정점의 좌에서 버티는 바람에 너희들을 더욱 상처입히고 말았다!


그러니 이제는 인정하겠다.


본좌는 이번 일만 해결하고 나면 지존의 좌에서 내려가겠다!"


지존을 그만두겠다는 그의 발언.


대신들은 술렁거렸다.


철존은 나와 한수를 잠시 돌아보았다. 잠깐이었지만 그의 시선에서 아련함이 느껴졌다.


"대신들이여, 그대들도 알 테지만, 우리 무림에 비상사태가 일어났다."


그는 다시 대신들에게 말했다.


"내륙 무림에서 후계자 항쟁이 발발하여 우리 제주도 무림에까지 그 여파가 퍼졌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동포 몇이 죽었다.


아무리 우리 사이가 안 좋더라도, 우리의 땅은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아니더냐?"


철존이 자세를 서서히 낮췄다.


"그러니 이렇게 부탁하마."


그는 바닥에 완전히 꿇어앉고, 대신들을 올려다보았다.


"우리의 땅, 산과 밭, 아름다운 바다를 지키기 위해."


철존이 나와 루아를 돌아보았다.


"원치 않는 항쟁을 피하고자 우리 무림으로 도망쳐온 저 아해들을 돕기 위해."


최후에 철존이 흙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이번 한 번만, 본좌에게 힘을 빌려다오."


대신들에겐 처음이었을 것이다. 철존이 자신을 내려놓고 말하는 것은.


그래서 대신들은 저들끼리 돌아보며 수군거렸다.


'송하의 작명공이 통했군.'


철존이 정말로 무릎을 꿇은 것도 놀라웠지만, 그걸 넘어서 저렇게 사과한 것은 더 놀라웠다.


진명이 바뀐 것은 계기에 불과할 뿐, 그는 내심 생각하던 것을 허심탄회하게 내뱉었다.


지존으로서 보일 성의는 전부 보였다.


이제는 대신들의 대답을 기다릴 뿐이다.


"아까 목사자도 비슷한 말을 했었습니다."


한 대신이 나서서 철존에게 말했다.


"목사자도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저희에게 철존을 받아들여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 말에 철존이 한수를 돌아보았다.


한수는 이마를 문지르며 실실 웃었다.


"방금 무뢰한이 패천당을 지나갔었습니다."


대신이 나와 루아를 가리켰다.


"그 무뢰한이 저 아해들에 관한 이야기도 했습니다.


저 아해들이 이곳에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이 사달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노루미의 호법이 그런 말을 했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괘씸한 아해들입니다만···."


그가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눈길을 돌렸다.


"그 무뢰한의 기세에 눌려, 눈 뜨고 놓아준 저희에게도 잘못은 있습니다. 제주도 무림을 위험에 빠뜨렸습니다. 그러니 책임을 지고 싶습니다."


그러더니 그 역시 철존처럼 무릎을 꿇었다.


"굳셈이 철과 같으신 철존이시여, 지고한 군주이신 금사자시여, 부족한 저희를 엄하게 훈계하시는 타갈대제시여."


그가 철존에게 절했다.


"부디 저희의 등을 밀어주소서.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희가 당신을 후광으로 삼아 내륙의 무뢰한들을 몰아내겠나이다."


다른 대신들도 함께 절했다.


"저희의 등을 밀어주소서!"


장관이었다. 대신들이 철존을 다시 받아들이는 순간이었다.


"네놈들···."


그들의 정성에 철존은 다소 감격한 표정을 짓는데,


"커헉!"


그가 갑자기 각혈했다.


"철존!"


내가 그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그의 옷에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아까 노루미의 비기에 당한 상처가 생각보다 깊다.'


나는 명윤과 함께 철존을 부축하여 나무에 기대게 했다.


"철존,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명윤의 말에 철존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철존께서는···."


명윤은 참담한 표정으로 대신들에게 말했다.


"철존께서만 할 수 있는 일을 하셨습니다. 와도에서 무뢰한들의 우두머리와 싸우셨죠. 그리고 그에게 중상을 입히셨습니다."


그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우리도 지금까지 갈고닦은 무를 동원하여 무뢰한들을 격퇴해야 합니다. 지금 무뢰한들을 놓치면 훗날 제주도 무림에 후환이 덮칠지도 모릅니다!"


명윤은 우뚝 서서, 대신들에게 소리쳤다.


"그러니 나 존사도尊使徒 명윤이 철존을 대신하여 당신들에게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형부상서刑部尙書와 병부상서兵部尙書는 당장 도로를 통제하고 병력을 동원하여 무뢰한들을 막으십시오!"


"존명!"


대신 두 사람이 명윤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그리고 속히 일어서서 자리를 떠났다.


명윤은 다른 대신들에게도 패천당의 수복과 사상자의 처리 등을 지시했다.


대신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영."


한수가 말했다.


"녹유단, 몇 개 남았나?"


"세, 세 개 남았어요."


민영이 보따리를 움켜쥐고 대답했다.


"하나는 타갈에게 주어라."


"···네."


한수의 말에 민영이 보따리를 열었다.


"됐다."


그런데 철존이 고개 숙인 채로 손 들어 제지했다.


"녹유단은 굉장히 귀중한 단약 아니더냐. 나중에 더 필요한 사람에게 줘라."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를 시작했다.


나는 송하에게 부탁하여, 내 진명에 깃든 굳셀 강强을 떼어내고 심신을 안정시켰다.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철존의 뒤에 앉아, 그의 등에 손을 대고 운기를 도왔다.


"시, 실례하겠습니다."


송하는 철존의 진명에 심었던 무릎 꿇을 장䠆을 거두어 갔다.


다행히 철존은 이번엔 노하지 않았다. 송하의 덕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후우."


철존이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 역시 단약을 먹어야 할 것 같은데···.'


그의 상태는 심히 걱정스러웠다. 아까 배를 타고 올 때 태연하게 행동했던 게 기적일 정도였다.


내가 뇌단으로 노루미의 활을 파괴해두지 않았다면, 철존의 목숨이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됐다."


철존이 운기를 그만두고 일어났다.


"철존! 아직 운기를···."


내가 그를 제지하려 했으나, 그가 나를 밀치고 나아갔다.


"명윤,"


그는 명윤의 곁을 지나치며 말했다.


"이곳의 정리는 네게 맡기겠다. 본좌는 미선당주를 잡으러 간다."


"···네, 말을 준비해 놓겠습니다."


명윤은 인상이 어두워졌지만, 그러면서도 철존의 명에 따랐다.


"이봐, 타갈."


한수가 철존의 어깨를 붙잡았다.


"좀 쉬어라. 몸 상태가 말이 아닌 것 같은데."


"놓아라."


철존은 그의 손을 뿌리쳤다.


"싸움밖에 못 하는 본좌가 처음으로 저놈들을 도울 기회다."


그는 패천당의 수복을 위해 힘쓰는 신하들을 돌아보았다.


"본좌가 여기서 굴한다면, 무림인의 본질은 무라고 부르짖었던 본좌의 말이 의미가 없어진다. 본좌가 갈고닦은 무는 바로 지금 같은 때에 쓰여야 한다."


"그렇다면 나도 같이 가지."


한수가 팔을 돌리며 어깨를 풀었다.


"내가 부르짖던 의협도 지금 같은 상황에 써야지."


한수가 두 손을 곧게 펼쳐 합장했다.


"다만, 외상이라도 치료해야겠다. 타갈 자네가 내 발목을 잡으면 안 되니까!"


한수의 주변에 붉게 빛나는 원형의 경계가 쳐졌다.


"남주南朱 작봉착화炸鳳着火."


경계의 내부에 있던 철존. 그의 몸에 푸른색의 불꽃이 붙었다.


그러자 그의 몸에 난 상처가 말끔히 나았다.


한수가 손을 거두자 불꽃과 경계는 사라졌다.


"내상은 못 고치지만, 외상은 말끔히 고칠 수 있지."


"···감사 인사라도 하기를 바라나."


"자네에게 감사 인사라는 게 가능하다면."


"흥."


철존은 그냥 한수에게서 등을 돌렸다.


"잡담은 끝이다. 어서 움직이지."


"하핫, 역시 못하는군."


한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나를 돌아보았다.


"이 소협, 물론 자네도 갈 테지?"


"물론입니다. 제가 벌인 일이니 제가 끝내겠습니다."


철존과 한수가 나를 도와 봉금조를 쫓는다.


이 이상 든든할 수가 없었다.


"그럼, 출발하죠."


그렇게 셋이 발걸음을 옮기려던 때,


"못 간다."


한 사내가 나무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부두에서 한수와 싸웠던 양복 사내였다.


정황상 저 사내의 이름이 용총일 터였다.


하지만 저 자를 상대할 시간은 없었다.


"셋이 나뉘어서 쫓을까요?"


"못 지나간다고 했다!"


용총이 버럭 소리쳤다.


그는 검지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검지 끝에서 주황빛이 일어나는데, 그가 그것을 자기 머리에 가져다 대었다.


"또 활열단이냐?"


한수가 일갈했다.


"도망치는 일 외에는 쓸모없는 잡기술 아니더냐!"


보아하니 저 기술을 이용해 한수로부터 도망친 모양이었다.


그런데 우리를 막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느닷없이 도망칠 리는 없을 터다.


'그렇다면 뭐지? 대체 뭘 하려는 거지?'


생각이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키던 와중 용총이 입을 열었다.


그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한 마디였다.


"멸아심약운명재성."


용총이 작명공의 주문을 외운 것이다.


'작명공이라고?'


심히 당황스러웠다.


노루미에게도 전속 작명사가 있었단 말인가.


한편 용총은 글자를 심지 앉았다.


대신, 그의 검지 끝에 글자 하나가 매달려서 나왔다.


아닐 부不였다.


용총은 검지를 성냥 불 끄듯이 휘둘렀고, 그러자 아닐 부不는 흩어져 사라졌다.


그 후 용총은 우리를 노려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진명의 추가가 아닌 제거.


족쇄의 제거.


그 행동의 의미를 나는 직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79 서부D4C
    작성일
    23.07.18 19:06
    No. 1

    약화되는 진명을 붙이고있다 싸울때 떼어내면 무거운도복 벗은 손오공처럼 쎄지는 느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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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인왕작열권 용총 5 +2 23.07.21 67 5 13쪽
55 인왕작열권 용총 4 +1 23.07.20 66 3 13쪽
54 인왕작열권 용총 3 +1 23.07.19 70 4 11쪽
» 인왕작열권 용총 2 +1 23.07.18 66 2 12쪽
52 인왕작열권 용총 1 23.07.17 65 2 15쪽
51 진眞 패천논검 4 +1 23.07.14 84 3 14쪽
50 진眞 패천논검 3 +1 23.07.13 71 4 14쪽
49 진眞 패천논검 2 23.07.12 70 2 14쪽
48 진眞 패천논검 1 +1 23.07.11 79 4 12쪽
47 벽력전야霹靂前夜 4 23.07.10 72 3 13쪽
46 벽력전야霹靂前夜 3 23.07.07 70 3 14쪽
45 벽력전야霹靂前夜 2 23.07.07 65 3 13쪽
44 벽력전야霹靂前夜 1 23.07.06 76 6 12쪽
43 패천논검 6 - 이십사수매화검 관윤 1 +1 23.07.05 89 5 12쪽
42 패천논검 5 - 흡성검 종혁 2 +2 23.07.04 84 3 14쪽
41 패천논검 4 - 흡성검 종혁 1 +1 23.07.03 93 6 13쪽
40 패천논검 3 +2 23.06.30 97 3 12쪽
39 패천논검 2 +1 23.06.29 89 3 13쪽
38 패천논검 1 +1 23.06.28 94 4 14쪽
37 유몽공 몽현 2 +1 23.06.27 98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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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천상천하 유아독존 5 +1 23.06.20 113 6 16쪽
31 천상천하 유아독존 4 23.06.19 112 4 11쪽
30 천상천하 유아독존 3 +2 23.06.16 151 5 12쪽
29 천상천하 유아독존 2 23.06.15 12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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