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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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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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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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DUMMY

214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삼 공자 팽정량은 이른 아침 별채를 나와 수천문을 돌아봤다. 팽가라면 세 걸음도 떼기 전에 누군가를 만났을 것이고, 손님이라도 장원을 돌아다니는 것을 막았을 것인데, 수천문에서는 막아서는 사람은 고사하고 사람 자체를 볼 수 없었다.


수천문은 본전을 제외하고도 각기 하나하나가 장원이라 여겨질 만한 전각이 일곱 채나 세워져 있었지만, 모두 비워져 있었으니 팽정량이 돌아다녀도 사람 구경을 하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수천문에는 당 총관을 포함해 당가에서 보내온 하인 열둘뿐이었고, 소문주 시운학과 당소소, 시운룡과 시운화, 설호가 전부였다. 하인 열둘은 언제나 일손이 부족해 뭔가 하려면 한꺼번에 움직여야 했으니 아침에는 모두 주방에 있었다.


‘칠 냄새도 가시지 않은 것이 이제 새로 세웠다는 말이 사실일진대, 머물 사람도 없으면서 어찌 이리 크게 지은 것인가?’

‘이리 큰 전각을 채울 사람들이 어딘가 있다는 것인가?’

‘비어 있는 전각들이 문인들로 채워지게 되면 수천문은 얼마나 강한 문파로 변하는 것인가?’

‘아무리 산왕들이라 하나 시 낭자 홀로 상대했다 하지 않았는가.’

‘돌아가 아버님께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구나.’


총관 당박이 삼 공자 팽정령에게 다가와 인사하며 말했다.


“팽 공자님,

편히 주무셨습니까? 대전에 조찬이 준비되었습니다.”


“소생이 여기 있는 줄 어찌 아셨소이까?”


“소문주님께서 가 보라 이르셨습니다.”


“시 대협께서요?”


“의아히 여기실 것이나 소문주님께서는 누가 어디 있는지 모두 아십니다.”


“어찌 그럴 수가 있다는 말씀이시오?”


“소인이 어찌 알겠습니까? 그저 소문주님께서 이리 가면 계실 것이라 하시니 왔을 뿐입니다.”


“소생이 늦은 것이오?”


“오면서 별채에 들러 말씀을 전했으니 지금 가시면 됩니다.”


“당 총관님,

어제 들어오면서 보니 입구에 돌무더기가 많이 쌓여 있던데 어찌 안 치운 것이오?”


“본문은 아직 다 지어진 것이 아닙니다. 돌아보셨으니 아실 것입니다만 전부 비어 있지 않습니까? 머지않아 그곳을 쓰실 분들이 드시고 나면 다시 손보시겠다 하셨습니다.”


“그냥 버려진 돌들이 아니라는 말씀이시로군요?”


“돌 하나,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도, 소문주님께서 그려 놓으신 대로 놓여지고 심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말씀해 주시니 감사하오.”


“모시겠습니다.”


삼 공자 팽정량이 대전으로 들어보니 모두가 자리하고 있었다. 다만 어제 오며 구한 네 사람은 보이지 않았는데 팽가를 생각해서라 여겼다.


“새로 지어진 장원을 돌아보다 보니 늦어졌습니다.”


“어서 자리하십시오. 모두 빈 전각이라 보실 것이나 있으셨소이까?”


“웅장하게 지어진 전각들이 참으로 보기 좋아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보실 것이 있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본 문은 처음부터 칠 전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비어 있어도 머지않아 각 전의 주인들이 돌아올 곳입니다. 지금은 소생 부부와 아우 그리고 누이뿐이라 허전해 보이실 것이나 곧 채워지지 않겠습니까?”


당 총관이 삼 공자 팽정량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조찬이라 소소하게 차렸습니다. 드시면서 천천히 말씀 나누십시오.”


각자의 탁자 위에 정갈한 냉채와 만두 우육탕이 전부였지만 냉채는 입맛을 돋우고 만두와 우육탕은 맛있었다. 운남이 본 가여서인지 보이차를 냈는데 향기롭고 단맛이 도는 것이 잘 발효된 차인 듯했다.


차려진 음식들을 어느 정도 먹었을 때 시운학이 물었다.


“본 문을 이곳으로 옮겨 오느라 강호 사정을 알지 못합니다. 필요한 물건들을 구하러 나갔다 온 하인들의 말이 강남이 몹시 어지럽다고들 한다는데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소생은 하북 본 가에만 머물러 강호 소식에 어둡습니다. 차라리 오 조장에게 물으시면 알지 싶습니다.”


“그렇소이까? 그러면 오 조장께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팽가 백호 일 대 오 조장 팽부훈은 시운학이 묻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사하시는 중이 아니시오, 자리에 앉으셔서 말씀하십시오.”


“강남이 혼란스러운 것은 맞습니다. 처음 사해방 무리들이 모습을 보였을 때만 해도 절강성과 복건성에서만 문제가 있었는데, 요사이는 호남성과 강서성, 호북성까지 세를 넓히고 있다 했습니다.”


“피해가 클 것 같은데 어찌들 대응하기에 소란을 잠재우지 못하는 것이오?”


“단순히 사파의 준동이라 여긴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나 여겨집니다.”


“단순하지 않다는 것은 뭘 두고 하시는 말씀이시오?”


“지금까지 나타났던 사파들과는 달리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있습니다. 거기다 각 현과 부의 아문과도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했습니다.”


“그래서야 어디 사파라 할 수 있겠소이까?”


“그래서 일을 해결하기가 어려운 듯싶습니다. 게다가 무력도 약하지 않아 남궁 세가의 창궁대가 번번이 밀린다 했습니다.”


“창궁대가 밀린다고요?”


“처음에야 창궁대 한 조가 나섰지만 밀리고부터는 한 대가 나서도 사해방 역시 뭉쳐 움직이니 쳐내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세가들의 움직임은 어떻소이까?”


“사해방이 강북으로는 세를 뻗치지 않으니 본 가는 살피기만 하고 움직이지는 않고 있습니다. 사실 본 가의 가주님께서 남궁 세가주님께 도움을 주시겠다고 하셨지만 남궁 세가에서 거절했습니다.


황보 세가와 제갈 세가도 본 가와 비슷한 입장이고요. 다만 호남성에는 남궁 세가보다 당가의 사업체가 많아, 당가는 호남성에서 사해방과 대치하고 있습니다. 당가 역시 본 가나 황보 세가 제갈 세가의 도움은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당가는 독전대를 늘려 가며 막고 있습니다만, 남궁 세가는 절강성 복건성에 호남성에서까지 사해방을 상대하다 보니 사해방을 쳐내기는커녕 곳곳에서 밀리고 있다 들었습니다.”


“무파들은 어찌하고 있는지 아시오?”


“빈번하게 오가기는 한다 들었습니다.”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오. 천천히 마저 드시오.”


“팽 공자님.

돌아가시거든 팽 가주님께 말씀드려 주십시오. 소생이 아는 바로는 사해방은 전위대에 불과한 조직이라고요. 머지않아 광동이나 강소에서 사해방의 본진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씀입니다.”


“시 대협,

사해련이 전위 조직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사해방은 금정산에 모였던 놈들이 남해 섬에서 훈련받고 나온 놈들이외다. 현 강호 무림을 기준으로 일류 이류에 불과했던 놈들이 남해 섬에서 나왔을 때 대부분 절정의 무위를 보였소이다.


그놈들이 지금 혼란을 일으키는 사해방이라고 각 현과 부에서 움직이는 놈들이외다. 정작 놈들의 본진은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고 어떤 수준의 무인들이 있는지도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한 가지만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소이다.


놈들은 광동에서 나왔소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효친왕부를 말씀하는 것은 아니올시다. 전에는 효친왕부에 있었던 것이 분명하지만 왕위가 넘어간 이후로 광동을 나온 것은 확실하니 소생이 드린 말씀을 감안해 살피시라 전해 주십시오.”


“시 대협께서 직접 전하시거나 공표하시면 되는 일 아닌지요?”


“그래서야 사해방이라는 곁가지밖에 더 잡겠소이까?”


“뿌리가 드러나기를 기다리고 계신다는 말씀이십니까?”


“뿌리야 나중에 뽑아내야 하고, 등걸이 드러나면 잘라 내야 하지 않겠소이까? 허나 강호 무림이 뭉치지 않고서는 드러난 등걸을 자르기가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닐 것이외다. 남궁 세가가 당하는 동안 남궁 세가의 빈자리나 노려서는 머지않아 남궁 세가와 같은 꼴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외다.”


“사해방이 그리 강합니까?”


“오대 세가도 구파일방도 힘을 더하지 않고서는 결코 이겨 내지 못할 것이니 소생의 말씀을 그대로 전해 주시오. 그리고 지금 당가에서 막고 있는 호남성은 머지않아 사해방 놈들을 쳐낼 것이니, 안휘성, 강소성, 절강성, 복건성, 강서성에 집중해야 한다고도 전해 주십시오.”


“믿으려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삼 공자께서 이곳을 찾으셨으니 드린 말씀일 뿐이외다.”


시운학의 말은 팽가가 찾아왔으니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말과도 같았다. 팽정량은 등걸을 강호 무림이 자르면 뿌리는 수천문이 뽑겠다는 말은 수천문이 나서면 해결될 일이라는 말과 같았다.


일비 사왕 일선자라 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운남 수천문에는 칠 선의 고인들과 오 왕의 고인들이 머물고 있으니 그들이 나오면 강호의 혼란은 잠재워질 것인데 어찌 수천문은 나서지 않고 강호 무림이 움직이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시 대협께서 놈들을 치시면 되지 않습니까?”


“곁가지는 아무리 잘라 내도 다음 해가 되면 더욱 왕성하게 자라난다는 것을 모르시오. 소생은 장강에서 금린어를 건져 내야 한다 전하시오. 적어도 팽 가주께서는 소생이 전하는 말을 알아들으실 것이외다.


아침 일찍부터 돌아보셨으니 아실 것 아니시오. 본 문에는 지금 아무것도 없소이다. 먼 길을 오셨는데 제대로 대접도 못 했소이다만, 일이 급하니 서둘러 돌아가셔서 팽 가주님께 소생의 말씀을 전하셨으면 하외다.”


“어제 들었는데 벌써 돌아가라시는 겁니까?”


“본 문을 알아보고 오라 하셨을 것 아니오? 지금 보신 것이 본 문의 전부이올시다. 더 보실 것이 남으셨다는 말씀이시오?”


“그래도 그건.”


“일이 급하다지 않소이까? 팽 낭자는 잠시 더 머물러도 되니 그리 아시고 서두르시오. 공연히 지체했다가는 팽 가주님의 노여움을 사시게 되실 것이외다.”


“돌아가겠소이다. 허나 오늘 이리 가게 된 것은 잊지 않을 것이외다.”


“분명 감사하게 되실 것이니 소생은 걱정하지 않소이다.”


천하 어디를 간다 한들 팽가 직계에게 이런 대접은 말이 안 되었다. 적이라도 이렇게는 못 할 것인데 쫓겨나게 되었으니 젓가락도 들기 싫었다. 팽하린을 두고 가라 했지만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서두르시라 하니 어서들 일어나거라.”


“예, 공자님.”


“하린아 너도 일어나거라.”


“삼 공자님 소매는 남아야 합니다. 그게 가주님이 소매에게 내리신 명이셨습니다.”


“그래서 이런 수모를 겪고도 안 가겠다고?”


“못 갑니다. 가게 되면 오히려 큰 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벌은 이 오라비가 받을 것이니 일어나거라.”


“돌아가면 죽는다 말씀드렸습니다. 가주님의 명이 있었다 말씀드렸습니다.”


“흥~ 헛소리. 돌아가면 사 장로께서 네 벌을 대신 받게 되실 것이다.”


“삼 공자님,

절대 그럴 리 없으니 서둘러 조심해서 돌아가십시오.”


팽가 삼 공자 팽정량이 분노하며 백호 대원들과 수천문을 떠나자 당소소가 걱정스레 물었다.


“저리 보내도 되는 것인지요?”


“한시가 급하니 어쩌겠소이까? 지금이야 남궁 세가에서 자존심이 있으니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지만, 남궁 세가만으로는 사해방조차 막아 내기 어렵소이다. 당가는 그리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될 것이외다.”


“어찌 그런 것인지요?”


“영주에 이 사형께서 계시지 않소이까? 당가도 남궁 세가처럼 도움을 청하지 않겠지만, 이 사형께서는 설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나서실 것이니 큰 위험은 되지 않을 것이외다.”


“영주 설가장에 계신 사마 대협께서 나서시면 결국 수천문이 나서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 아닙니까?”


“강호 무림인들이 몰라줘도 본 문은 지금도 싸우고 있습니다. 유 사형께서는 하남 무림맹에서 싸우고 계시고, 진 사형께서는 금의위에서 싸우고 계십니다.


교 사형께서는 경사에서 놈들의 자금을 살피시며 싸우시고, 말씀드렸듯이 사마 사형께서는 영주에서 호남을 지키실 겁니다.


이리 말씀드리기는 어색하지만 팽 낭자께서 남으신 것은 잘하신 일입니다. 함께 움직이시면 너무 늦어질 뿐 아니라 팽 공자는 결코 서둘러 돌아가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팽하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삼 공자 팽정량은 시운학이 이렇게 쫓아내지 않았다면, 강호행이라도 하는 듯이 오면서 돌아보지 못한 명승절경을 돌아보며 움직였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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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244화 신 무림맹 +3 24.09.14 361 8 12쪽
243 243화 세가주들의 한담(閑談) +4 24.09.13 329 10 12쪽
242 242화 떠나는 사람들 +2 24.09.12 359 11 13쪽
241 241화 되살아난 악몽 +2 24.09.11 374 13 12쪽
240 240화 갑론을박(甲論乙駁) +1 24.09.10 371 12 11쪽
239 239화 되돌아온 사해방 +3 24.09.09 377 12 12쪽
238 238화 대조기(大潮期) +2 24.09.08 372 11 13쪽
237 237화 계책난무(計策亂舞) +2 24.09.07 413 11 12쪽
236 236화 깨달음을 얻은 설호 +2 24.09.06 403 12 12쪽
235 235화 설호 +2 24.09.05 433 10 14쪽
234 234화 새 식구들 +2 24.09.04 431 11 13쪽
233 233화 명불허전(名不虛傳) +2 24.09.03 423 11 12쪽
232 232화 주객전도(主客顚倒) +2 24.09.02 424 11 14쪽
231 231화 풍운의 강호 +2 24.09.01 453 10 12쪽
230 230화 태풍 전의 고요함 +2 24.08.31 467 9 12쪽
229 229화 오대 세가의 패퇴 (2) +2 24.08.30 443 12 13쪽
228 228화 오대 세가의 패퇴 (1) +2 24.08.29 450 12 12쪽
227 227화 비서에 담긴 영약 +2 24.08.28 473 13 12쪽
226 226화 상가의 한계 +3 24.08.24 575 11 13쪽
225 225화 혈루(血淚) +2 24.08.23 541 12 12쪽
224 224화 남궁 세가의 패퇴 +2 24.08.22 549 11 13쪽
223 223화 귀령단 +2 24.08.21 523 11 13쪽
222 222화 하오문 +2 24.08.20 538 11 11쪽
221 221화 고집이 불러온 참화 +1 24.08.19 568 11 12쪽
220 220화 귀령대 +2 24.08.18 554 12 11쪽
219 219화 팽가의 결단 +2 24.08.17 552 11 12쪽
218 218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2 24.08.16 486 11 12쪽
217 217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2 24.08.15 466 9 12쪽
216 216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1 24.08.14 481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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