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당근파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3
최근연재일 :
2024.09.14 13:02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654,055
추천수 :
5,944
글자수 :
1,577,304

작성
24.07.16 13:58
조회
809
추천
12
글자
13쪽

187화 투량환주(偸梁換柱) (1)

DUMMY

187화 투량환주(偸梁換柱) (1)



"련주님,

진 사자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


"들이거라."


"예, 진 사자를 들이시랍니다."


"진구창,

련주님을 뵙습니다."


"살펴봤느냐?"


"예, 련주님.

모두 깨져 수레에 실린 물건은 살필 것도 없었습니다."


"모두 베어 버리고 천룡 표국에 배상하라 이르거라."


"예, 련주님.

그런데 표행을 온 표두 놈이 이상한 말을 하고 있습니다."


"입 달린 놈치고 변명할 말이 없는 놈이 있다더냐?"


"낙양에서 실린 물건이 당삼채가 아니었다고 하는데,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확인도 않고 움직였다."


"예, 책임은 지겠다면서도 황가요에 들었을 때는 이미 잘 싸여져 있었고, 조심하고 서두르라는 차사님의 당부도 있었다 했습니다."


"뭐라 들었는지 말해 보거라."


"예, 련주님.

표두가 말하기를 낙양에서 실을 때 확인을 못 한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익히 준비하던 물건이었을 뿐 아니라 차사께서 여러 차례 당부가 계셨던지라, 이미 차사께서 확인한 것이라 여겼다고 했습니다.


산왕들을 조우했을 때 산왕들이 표물을 아는 듯했다 하면서, 마지막 산왕을 만났을 때는 산왕들이 미리 당삼채를 깨트리려 준비한 듯, 통나무로 함정을 만들어 두었다고 했습니다. 더구나 산왕들이 당삼채가 깨진 것을 알고, 그대로 달아났다니 조금 이상하다 여겨지기는 합니다."


"네놈 말인즉 갈 차사와 왕 사자가 허위 보고를 하고, 당삼채를 만들지 못한 책임을 천룡 표국에 넘기려 했다는 말이더냐?"


"소인이 어찌 알겠습니까? 표두 놈이나 함께 온 놈들의 표정이 거짓말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같이 보이지 않아 드린 말씀입니다."


"알겠으니 물러가거라."


"예, 련주님.

그놈들은 어찌해야 하는지요?"


"어디 두었느냐?"


"포구 창고에 머물라 했습니다."


"그대로 두거라."


"예, 련주님."


사해련주 한무보는 사황 주고에게 보고해야 할 일이 있었다. 좋은 일이 아니었기에 시기를 엿보고 있었는데, 당삼채가 만들어졌다는 보고에 기대가 컸지만, 스스로 시한을 정했던 당삼채마저 어긋나고 말았으니 실로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사황,

신 한무보 알현입니다."


"네놈 표정이 좋은 일은 아니로구나."


"황공하온 말씀이오나 세자빈께서 회임을 하셨다 합니다."


"뭐라~!

누가 회임을 해?"


"예, 세자빈께서 회임을 하셨다고 전해 왔습니다."


"하하하

실로 천지가 개벽할 일이로구나? 대형께서도 아시고 계시느냐?"


"아시고 계시지만 말씀은 없으셨습니다."


"누구냐?"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노망이 나신 게지, 어디 계집이 없어 며느리란 말이더냐?"


"······."


"대형께 이리 드시라 이르거라."


"하나 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또 뭐냐?"


"당삼채를 보내왔는데 살펴보니 당삼채가 아니었다 합니다."


"그놈들이 죽고 싶은 게지."


"즉시 처리하겠습니다."


"대형께 아우들과 함께 드시라 이르거라."


"예, 바로 전하겠습니다."


사해련주 한무보는 효친왕부에 이 왕자 주고가 연회를 베푼다 말하고, 세자인 일 왕자 주문과 일곱 왕자들을 이 왕자 주고가 머무는 별원으로 청했다. 하지만 일 왕자 주문은 이 왕자 주고가 연회를 핑계로 부르는 이유를 알기에, 아우들과 함께하지 않고 홀로 별원에 들었다.


"어찌 형님 혼자 오신 것이오?"


"아우들은 모르지 않는가?"


"그놈들이 모를 것이라 여기시오?"


"알기야 하겠지만 내색하지 않으니 상관없고, 아우와 우형의 일은 모를 것이 아닌가?"


"이제 때가 이르렀거늘, 잠시만 지나면 되는데···, 일이 이리 어긋났소이다."


"우형이 못나 그리된 것을 어찌하겠는가?'


"여전히 소제가 대형의 몸에 수작을 부렸다 여기시는 것이오?"


"아니라 하시는가?"


"대형의 몸이니 스스로 아실 것 아니오? 전보다 좋아졌소이까 아니면 나빠졌소이까?"


"육신이 좋아졌다 한들, 사람 구실을 못 하게 되지 않았는가?"


"대형께서는 사내로 나셨지만 음기가 너무 강해 목숨이 지척에 이르렀었소이다. 잠시 기다리시라 말씀드리지 않았소이까? 일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으니 뭐라 드릴 말씀은 없지만, 이제 대형의 몸에 심어 둔 금제를 제거해 드리겠소이다."


"가능한 일이었더냐?"


"금제를 가한 사람이 소제가 아니오?"


"가능하다는 말이로구나?"


"왕부를 대형께서 이으셔야 하지 않겠소이까?"


"왕야께서 회임을 시킬 정도로 강녕하신데 들을 말은 아니로구나?"


"망령이 들었으니 더는 두고 볼 수 없소이다."


"어찌하려는 것이더냐?"


"소제가 이르는 대로만 하시오. 수십 년을 참아오시지 않으셨소이까? 지금처럼 수일만 더 그대로 지내시오."


"아우님을 믿고 수십 년 세월도 참아왔거늘, 수일이 무슨 문제이겠는가?"


"정좌하고 앉으시오. 절대 움직여서는 안 되오."


이 왕자 주고는 일 왕자 주문의 명문에 손을 대고 진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일 왕자 주문은 태생부터 음기가 강해 얼마 살지 못하는 몸이었는데, 이 왕자 주고가 사황의 비결을 얻고 난 이후 일 왕자 주문의 상태를 알게 되자, 일 왕자 주문의 몸에 양고(陽蠱)를 심어 음양의 조화를 이루게 했었다.


다만 그 부작용으로 일 왕자 주문은 고자와 다르지 않았으니, 혼례를 올리고도 음양화합을 하지 못했다. 그런 까닭에 세자빈은 과부 아닌 과부로 지내야 했으니, 처음 정략혼을 받아들여 참으며 내색하지 못했지만, 세월이 흘러 왕부에 자리를 굳히게 되자 음욕을 참지 못했고, 일 왕자 주문의 몸이 고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효친왕이, 음욕을 참아 내지 못하고 주위에 사내를 끌어들이는 며느리를 탐하게 된 것이다.


이 왕자 주고는 진기를 돌려 일 왕자 주문의 회음에 심어 두었던 양고(陽蠱)를 일 왕자 주문의 코로 이끌어 뽑아냈다. 일 왕자 주문의 코를 통해 나온 양고를 조심스럽게 호리병에 담은 이 왕자 주고는, 양고가 담긴 호리병을 일 왕자 주문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제 움직이셔도 되오. 이 호리병에 담긴 양고를 세자빈의 몸에 두시오. 이런 일을 막고자 앞서 음고를 세자빈의 몸에 두었지만, 음욕을 참아 내지 못해 이런 사달을 일으켰으니 어쩌겠소이까? 음고와 양고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자 움직여 갈 것이오. 누가 되었든 양고는 처음 세자빈과 접하는 사내에게 옮겨 갈 것이오."


"그럼 그자가 우형처럼 되는 것인가?"


"대형과 같은 병이 없으니 오히려 정력이 강성해지고 성욕은 더해질 것이오. 그러나 그 일이 있고 나서부터 대형께서 마음을 단단히 하시고 세자빈을 벌하시면, 그가 누구인지 모르나 세자빈과 같은 벌을 받게 될 것이오."


"그 벌에 죽음도 가능하다는 말씀인 것인가?"


"죽이시렵니까?"


"그대로 넘어가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판단은 대형께서 하시오."


"우형을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었으니, 아우에게 어찌해 주면 되겠는가?"


"지금처럼 지내면 되지 않겠소이까?"


"천하를 도모하시려는가?"


"꿈 정도는 꾸어도 되지 않겠소이까?"


"한 번 죽은 목숨이니 두려울 것이야 있겠는가?"


"깊은 말씀은 일이 성사되고 다시 나누기로 하시지요."


"아우지만 우형의 주군일세."


"말씀만으로도 감사드리겠소이다."


"아우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으셨는가? 모후께서 누구 때문에 어찌 그리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게 되셨는지. 그날 아우와 벽장 뒤에 숨어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지켜봤던, 모후의 마지막 모습을 우형은 잊을 수가 없다네."


"왕자가 아홉이어도 형제는 대형과 소제뿐입니다. 어려서는 힘이 없어 당하고만 살았어도 이제는 아니라 여겨집니다. 뒤는 소제가 맡아 원하시는 대로 처리해 드릴 것이니 마음껏 뜻을 펼치십시오."


"결행의 시간이 이르면 한 련주에게 전하겠네."


"미리 살생부를 작성해 두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보는 눈이 있으니 형제들은 남겨 두려 하네."


"소제의 생각은 묻지 마시고, 대형께서 원하시는 바를 전하시면 그대로 이뤄질 것입니다."


일 왕자 주문이 고자라는 것은 적어도 왕부 안에서는 비밀도 아니었다. 누구도 감히 겉으로 드러내고 말하지 못해도 알 만한 사람은 알고 있었고, 생과부 노릇을 해야 하는 세자빈 몸종들의 입을 통해서 아름아름 전해진 세월이 근 십여 년, 이제 와서는 왕부 사람치고 일 왕자 주문이 고자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천하에 명성이 높은 신의들도 병명도 찾지 못하고, 때때로 혼절하며 다가올 죽음을 받아들여야 할 즈음에, 아우 이 왕자 주고가 기연이 있었다며 살고 싶으면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말에,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어서 아니 당장 죽을 것만 같아서 아우에게 몸을 맡겼는데, 그 후로는 고자가 되어 온갖 수모를 겪으며 살아왔었다.


이제 그 오랜 세월을 견디고 고자를 벗어나게 되었지만, 일 왕자 주문은 조금도 기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죄를 지은 사람이 벌해야 할 사람이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이었으니, 맺힌 한이 아무리 크다 한들 단호하게 결정 내리기 어려웠다.


사해련주 한무보는 창고 문에 들보를 걸어 놓고 창고에 불을 붙였다. 왕부의 위사들이 포구 거리를 통제하고, 별청의 무인들이 죽지 않으려고 튀어나오는 표국과 낙수채 사람들을 베어 창고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날 밤 불탄 창고 안에 남아 있던 모든 흔적은 먼바다 가운데 던져졌다. 흔적이 남는다 한들 효친왕부의 행사에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었지만, 사해련주 한무보는 주군이신 사황 주고의 장도(壯途)에 작은 걸림돌마저 남기려 하지 않았다.


창고의 흔적을 지우고 돌아온 사해련주 한무보는, 낙양 황가요로 전서구를 날렸다. 전서의 내용은 황가요가 감히 사황을 기만하려 했으니, 황가요를 지우고 돌아오는 길에 표행 실패의 책임을 물어, 천룡 표국의 절강 분타와 복건 분타도 지우라고 적었다.


사해련주 한무보의 전언문에 갈 차사와 왕 사자를 책하지는 않았다. 따로 적시하지는 않았어도 천룡 표국의 절강 분타와 복건 분타를 지우라 한 것만으로, 가짜 당삼채를 감추고 표행 실패의 책임을 천룡 표국에 돌리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했다.


갈 차사와 왕 사자는 전언문을 받은 즉시 황가요를 지웠다. 얻어먹을 것을 탐하며 황가요를 기웃거리던, 낙수채 수적들 몇이 덩달아 지워진 것은 두 사람의 기억에 남지도 않았다. 황가요를 낙양 당삼채 도요 명부에서 사라지게 하고, 두 사람은 서둘러 절강으로 향했다.


절강성 항주 천룡 표국 절강 분타가 하룻밤 사이에, 표국에 남아 있던 표두와 표사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야 했고 표국은 불타올랐다. 천룡 표국주 양단육은 절강 분타가 불타고 표두와 표사들이 모두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분노했다.


추적대를 꾸리던 천룡 표국주 양단육에게, 복건 분타도 절강 분타처럼 표국이 불타고 표두와 표사들이 죽어 갔다는 전언이 전해지자, 천룡 표국주 양단육은 수천문의 소행이 분명하다며 소림을 찾아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천룡 표국주 양단육이 소림에 도움을 청하고, 소림은 개방에 수천문 사형제들을 찾아 달라 요청한 결과, 수천문 사형제들은 모두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문제로 여겨졌던 소문주 시운학은 절강 분타가 불타던 시간에, 당문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천룡 표국주 양단육의 생각에 수천문 사형제들이 아니고서는, 분타의 표두와 표사들이 그렇게 힘없이 당할 수 없다고 여겼고, 강호 무림 어디에서도 천룡 표국과 적대시할 문파는 수천문 외에 달리 생각하기 어려웠다.


개방의 전언으로 소림의 도움을 얻어내지 못하게 되자, 천하에 산재한 천룡 표국 가용 인원을 모두 동원해 범인을 색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물론 소림과 개방에도 수천문의 제자들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반드시 찾아내 벌해야 한다며 도움을 청했고, 소림과 개방은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천룡 표국주 양단육의 청을 받아들였다.


한동안 잠잠하던 강호 무림에, 천룡 표국 분타 두 곳이 지워진 일로 강호 동도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천룡 표국주 양단육은 수천문에 의문을 두지 않을 수 없었으니, 천룡 표국주 파사검 양단육을 믿고 따르는 무인들은, 개방이 근거를 갖고 아니라 해도 믿으려 들지 않고 수천문의 무도함을 성토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공자 출세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5 215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1 24.08.13 518 9 14쪽
214 214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1 24.08.12 527 11 12쪽
213 213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1 24.08.11 542 11 13쪽
212 212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2 24.08.10 567 10 11쪽
211 211화 쌍웅채 (5) +1 24.08.09 523 12 12쪽
210 210화 쌍웅채 (4) +1 24.08.08 481 11 13쪽
209 209화 쌍웅채 (3) +1 24.08.07 489 11 11쪽
208 208화 쌍웅채 (2) +1 24.08.06 498 12 12쪽
207 207화 쌍웅채 (1) +1 24.08.05 529 10 17쪽
206 206화 각각의 사정 (2) +1 24.08.04 549 10 14쪽
205 205화 각각의 사정 (1) +2 24.08.03 563 10 13쪽
204 204화 혼돈 강호 +1 24.08.02 567 10 13쪽
203 203화 사해방 (5) +1 24.08.01 575 12 13쪽
202 202화 사해방 (4) +1 24.07.31 581 12 12쪽
201 201화 사해방 (3) +1 24.07.30 604 13 12쪽
200 200화 사해방 (2) +1 24.07.29 683 9 12쪽
199 199화 사해방 (1) +2 24.07.28 717 13 12쪽
198 198화 나가다 +2 24.07.27 734 14 13쪽
197 197화 소림 하산 (4) +2 24.07.26 755 13 13쪽
196 196화 소림 하산 (3) +2 24.07.25 742 13 13쪽
195 195화 소림 하산 (2) +2 24.07.24 748 12 12쪽
194 194화 소림 하산 (1) +2 24.07.23 801 14 13쪽
193 193화 투량환주(偸梁換柱) (7) +2 24.07.22 640 14 12쪽
192 192화 투량환주(偸梁換柱) (6) +1 24.07.21 621 11 12쪽
191 191화 투량환주(偸梁換柱) (5) +1 24.07.20 641 15 14쪽
190 190화 투량환주(偸梁換柱) (4) +1 24.07.19 713 16 16쪽
189 189화 투량환주(偸梁換柱) (3) +1 24.07.18 729 16 13쪽
188 188화 투량환주(偸梁換柱) (2) +1 24.07.17 735 14 12쪽
» 187화 투량환주(偸梁換柱) (1) +1 24.07.16 810 12 13쪽
186 186화 만천과해(瞞天過海) +1 24.07.15 833 14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