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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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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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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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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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화 사해방 (4)

DUMMY

202화 사해방 (4)



쾌활 삼검이 아호파를 나간 것을 확인한 사해방 두령들은, 아호파 대전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아호파 두령 아호는 들어서는 세 사람을 보고서도, 들고 있던 잔을 털어 넣으며 자리를 지키고 일어서지 않았다.


"아무리 각다귀들이지만 안주도 없이 강술이라니 보기 안 좋구나. 네놈 졸개들이 돌아오려면 아직 한참 남았으니 자리를 옮기지 않겠느냐?"


"저들이 소생을 배신했다 한들 소생은 사해방 수하가 될 생각이 없소이다."


아호는 세 사람의 눈치를 살피고 빠르게 말을 이어 갔다.


"다만 힘이 없으니 심부름시킬 일이 있으면 시키시는 대로 따르기는 하겠소이다."


"그 말이 그 말 같은데 어찌 다른지 풀어 보거라."


"간단히 말씀드려서 소생과 아우들은 아호파이지 사해방은 아니라는 말씀이오."


"그래 그건 참으로 잘되지 않았느냐? 사해방에 각다귀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니라. 사해방 식구가 되려면 무공이 적어도 본 방주 정도는 돼야 하느니라. 각다귀 두령이라 해도 머리는 있을 것이니 본 방주가 한 말을 알아듣겠느냐?"


마왕충의 말에 아호가 오히려 더 크게 놀랐다. 방주 정도의 무공을 갖춰야 식구가 될 수 있다니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어찌 되었든 아호파를 그대로 두겠다는 말이었으니 그것이면 충분했다.


아호의 말은 힘이 모자라니 사해방을 따르기는 할 것이나, 아호파는 지금처럼 남문 시전을 영역으로 삼아, 아호파 나름의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말이었다.


옮겨 간 사해 객잔에는 낮에 와서 봤던 그대로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는데, 마치 방금 다시 차려 놓은 듯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사해방 두령들이 안쪽에 자리 잡고 앉자 아호와 잡새가 그 맞은편에 앉았다.


마왕충이 아호 앞에 놓인 잔을 채워 주며 물었다.


"아귀도 죽였는데 서문 시전이 아깝지 않더냐?"


"태주부를 사해방이 접수하게 되면 모두 주시지 않겠소이까?"


"모두 준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이더냐?"


"각다귀가 할 일이 따로 있다는 말씀이외다."


"네놈은 더 클 생각이 없다는 말이로구나?"


"강호 무인들은 각다귀들을 무인이라 여기지 않는다고 들었소이다. 소생은 그 말이 틀리지 않다고 여기고 있소이다. 각다귀는 왈패들이지 무인은 아니올시다. 그러니 각다귀가 할 일이 있고 무인이 할 일이 다르다는 말씀이고, 소생은 형제들과 각다귀로 살아가는 것이 좋소이다."


"걸개들의 무공을 익혔더구나?"


"별것 아니오. 어렸을 때 지나가던 노개가 걸개방에 들라며 몇 수 보여 줬는데, 소생이 걸개는 되기 싫다 하자 익혀 두면 달아나기 편하다며, 보름 정도 연쌍비와 동추수를 알려 주고는, 모든 것이 인연이라며 떠나갔소이다."


"기연을 스스로 차 버렸구나. 그러니 초식을 익히고도 내공이 없었던 게지."


"죽다 살아서인지 몹시 피곤하외다. 이제 어찌하면 되는 것이오?"


"세가 놈들이 네놈을 버린 것은 아느냐?"


"어찌 모르겠소이까?"


"놈들을 치려는데 드러나지 않아야 하고, 큰 소란도 없어야 한다면, 어디를 어떻게 쳐야 하는지 알겠느냐?"


"들키지 않고 세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야,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지 싶소이다."


"들고 나는데 들키지만 않으면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말이렷다."


"남궁세가의 미곡상이야 곡물 창고 세 곳만 태워 버리면 그만이고, 황보세가는 영파루가 아니라 술도가를 망쳐야 하겠지요. 쉽게 처리하려면 술도가의 누룩방을 태워 버리거나 물에 담가 버리면 될 것이외다."


"누룩방이라 그건 왜 그러느냐?"


"좋은 누룩이 있어야 좋은 술이 만들어지는 것이야 누가 모른다고 물으시오. 불이나 물에 만들어 놓은 누룩이 상하면, 적어도 한 해 장사는 접어야 할 것 아니겠소이까?"


"좋구나!"


"세가들도 그곳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소이다. 그만큼 지키는 자들이 많다는 말씀이외다."


"피곤하다지 않았느냐?"


더는 필요 없다는 말이었다. 아호는 하루 종일 신경 쓸 일이 많아 정말이지 피곤했다. 다만 아귀의 시신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니 귀찮은 일이 생기는 것을 막으려면 시신부터 처리해야 했다.


"그럼 소생은 돌아가겠소이다."


"아귀 놈 시신은 우리가 처리했으니 그리 알거라."


"아~! 그렇소이까?"


아호파 두령 아호는 길었던 하루를 돌아봤다. 남궁세가의 미곡상에 지금까지 도움을 주었으면 주었지 해를 끼친 적은 없었다. 물론 남문을 지배하고 있는 아호파라 해서, 호원 무인들이 수두룩한 미곡상이었으니 불만이 있어도 알아서 숙이고 다툼이 생기지 않도록 피했었다.


오늘만 해도 흑호파를 친 사해방의 무력이 심상치 않은 듯해 보였기에, 도움을 청하고자 미곡상 총관 막평삼에게 사해방을 막아 달라고 청하려 했던 것인데, 마름 이한구에게 막혀 막 총관은 보지도 못했다. 어쩌면 막 총관이 이 마름에게 아호를 내쫓으라 시킨 일인지도 몰랐다.


아귀파는 서문 시전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녹록지 않은 일인데, 남문 시전까지 노리고 아호파로 몰려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귀가 영파루를 찾은 까닭이 아귀도 아호가 미곡상을 찾아 도움을 청하려 했던 것처럼, 영파루에 찾아가 도움을 청하려 했던 것이라 여겼다.


'뭘 놓치고 있는 것인가?'


'도움을 준 것은 적이라 여겼던 사해방이었다.'


아호가 본 사해방 두령들은 지금까지 아호가 봐 왔던 무인들 가운데서도, 가장 강하다 느껴지는 무인들이었다. 물론 미곡상 호원 무인들도 아호와는 비교되지 않는 무인들이었지만, 아호가 느끼기에 미곡상 호원 무인들보다 사해방 두령들에게서 풍기는 기세가 강하고 살벌하게 느껴졌었다.


'사해방이 노리는 것이 두 세가라면 조금 전 알려 준 것으로 대가를 치른 것인가?'


'각다귀라고 함부로 대해도 된다 여기는 놈들은 당해도 싸지.'


'곡물 창고가 불타고 누룩방이 망가지면 어찌 되는지 두고 볼 것이다.'




사해 객잔에서는 사해 객잔주인 칠 사자와 보천 전장주인 칠 차사가 아호와 잡새가 나간 자리를 채웠다. 아호가 마시지 않고 나가 가득 채워진 술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키고, 사해 객잔주가 세 사람을 보며 물었다.


"상대해 보니 어땠소이까?"


혈호자는 상대해 보니 어떠했느냐 묻는 사해 객잔주를 똑바로 보며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칠 사자,

검 끝에 잔뜩 멋이 든 놈들에게 소생이 뭐라 할 것 같소이까?"


사해 객잔주 칠 사자의 대답이 늦어지자, 보천 전장주 칠 차사가 빙그레 웃어 보이며 말했다.


"세가 놈들에게는 그런 면이 있기는 하지요. 그놈들을 죽이지 않고 살려 보내신 것은 잘하셨소이다."


마왕충은 보천 전장주가 잘했다며 세 사람을 칭찬하자, 대꾸할 필요도 없다는 듯 말을 돌려 물었다.


"아호 놈이 맥은 제대로 짚은 듯한데, 두 분 생각에는 어찌하면 되겠소이까?"


사황궁 총사령 휘하에 소속된 차사와 사자들은 사해 방주가 수장인 사해방의 위에 있다 여겼지만, 사해방 색귀단, 살귀단, 유혼단원들은 그런 차사와 사자들을 그저 사해방을 돕는 심부름꾼으로만 여기고 있었다.


“맥이라···, 놈들을 내쫓고 나면 모두 우리 것인데 그냥 태워서야 되겠소이까? 남은 일은 우리 두 사람이 처리할 것이오.”


“······.”


“되도록 조용하게 내보내야 하지만 그리되기야 하겠소이까? 두 세가에 생각 외로 호위들의 수가 많더이다. 치게 되면 세 분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니 다시 말씀드리겠소이다.”


"방주님께서 서두르라 하신 것을 잊으셨소이까?"


"하하하

총사령께서도 같은 말씀이 계셨소이다. 그러니 염려하지 마시고 잠시 기다려 주시지요."




아호파 두령 아호는 밤새 이제부터 어찌해야 할지 고심했는데, 날이 밝아 오자 밤새 즐기고 돌아온 졸개들의 표정이 더없이 환한 것을 보자, 졸개 놈들을 살리려고 아껴 모은 은자를 내준 것을 생각하니 울화통이 치밀어 올라왔다.


간밤에 있었던 일이야 시전으로 나가기만 하면 절로 알게 될 일이었으니, 굳이 입 아프게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아호는 울화를 누르고 입꼬리까지 올려 최대한 표정을 밝게 하고 졸개들에게 말했다.


"모처럼 즐기고들 오니 좋은가 보구나."


"예, 두령님.

두령님 생신 잔치 덕분에 모처럼 즐거웠습니다."


"즐겼으면 이제 일을 해야지?"


"예, 두령님.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


"자릿세가 되었든 보호세가 되었든 간에 부지런히 움직여, 닷새 안에 어제 너희들이 쓴 은자를 채워 넣거라."


졸개들의 표정이 황당하다는 듯 변하자, 아호는 부두령 잡새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잡새야,

안 되겠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저놈들에게 알려 주거라."


잡새에게 지난밤 무슨 일이 있었고, 두령 아호가 어찌해서 은자를 내주며 졸개들을 매음굴로 보냈는지, 아귀파가 쳐들어오고 아귀와 아호가 대결해 아귀를 죽였다는 것까지 알려 주자, 졸개들도 들떴던 마음을 내려놓고 닫힌 대전을 향해 고개 숙여 보이고는 삼삼오오 시전으로 나갔다.


일이 벌어지고 며칠이 지났어도 남문 시전에는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아호파 각다귀들이야 부지런히 시전을 돌며 보호비를 거둬들이는 것이 다였지만, 아호는 분명히 벌어져야 할 일이 벌어지지 않고 조용한 것이 의아했다.


그렇다고 시전 각다귀에 불과한 남문 아호파 두령 아호가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전에서 돌아온 졸개들을 잡고, 미곡상의 움직임이나 영파루 점소이들의 움직임을 물어도 평소와 다르지 않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씨부랄, 이러다가 사해방에게 마저 뒤통수를 맞는 게 아닐까?'


'미곡상 호위들보다는 월등히 강해 보였는데, 그리고 누룩방은 지키는 놈들이 있기는 해도 그리 강한 놈들도 아니고, 누룩방에 들 수 있는 사람이래야 늙은이하고 두엇이 다인데, 본가에서 왔다는 무인들 때문인가?'


아호파 두령 아호의 답답함이 날이 갈수록 더해졌지만, 졸개들이 듣고 오는 정보를 모아 봐도 특이한 움직임은 없었다. 오히려 사해 객잔에서 미곡상에 거의 창고 하나 분량만큼의 곡물을 구입해 들였다는 말에 의아하기만 했다.


아호파 두령 아호는 오랜만에 졸개들과 시전을 돌아봤다. 시전 상인들은 눈길도 마주치지 않으려 했지만, 아호가 다가서면 찡그렸던 얼굴을 펴고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


"아귀를 잡으셨다고요?"


"잡은 게 아니라 모가지를 비틀었소이다."


"아예~ 그랬다고 들었습니다. 다치신 곳은 없으시지요?"


"사해 객잔에서 곡물을 사들였다는데 들은 것이 있느냐?"


좌판에 온갖 곡물을 늘어놓고 됫박으로 파는 상인은, 자신과는 하등 상관없는 일임에도 부러운지 거래의 뒷말까지 늘어놓았다.


"무려 만 섬이라 하더이다."


사해 객잔이 아무리 손님이 많다 한들 만 섬은 너무 과했다. 많아야 하루 두 섬이면 충분할 것이니, 천 섬은 고사하고 몇백 섬이면 충분하리라 여겨졌다. 심지어 사해 객잔에는 곡물을 쟁여 둘 창고조차 없었으니 이상한 일임에는 틀림없었다.


"두어 달 지나면 햇곡식이 나오는데, 무슨 곡물을 백 섬이면 몰라도, 만 섬이나 사들인다는 말이냐? 공연한 헛소리를 지껄이다가는 막 총관께서 아시면 크게 경을 치게 될 것이다."


"두령,

헛소리라니요. 시전 누구를 잡고 물으셔도 같은 말이 나올 것이오. 쌀이 삼천 섬에 조와 수수, 통밀이 각기 이천 섬이라 했소이다. 뭐 조금 모자라긴 해도 그만하면 만 섬이 맞지 않소이까?"


"······."


"남경으로 보내야 하는 물건이라는데, 벌써 곡물 대금도 다 치렀다고 했소이다."


"대금도 다 치렀다고?"


"이틀 뒤면 남경으로 가져갈 표행이 들어온다 했소이다."


아호파 두령 아호는 뭔가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 벌어지면, 그 일에는 그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가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벌어졌어야 할 일이 아직 벌어지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고는, 아호의 머릿속을 스친 일이 시작되려는 것이라 여겨지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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