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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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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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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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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화 사해방 (2)

DUMMY

200화 사해방 (2)




아호파 두령 아호는 잡새와 함께 시전 가운데 있는 미곡상에 들었다. 온갖 곡물들을 늘어놓고 점원들은 연신 손님들을 상대하고 있었는데, 아호를 힐긋 보고는 미곡상 안으로 들어가도 막으려 들지 않았다.


미곡상회 안으로 들어서 보면, 밖에 늘어놓고 파는 것은 장사도 아니었다. 수십은 족히 돼 보이는 수레에 실린 곡물 가마니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 창고에서 나오고 또 들여졌다. 이곳에 들어오면 늘상 보는 광경이지만 아호는 볼 때마다 세가의 막대한 재력에 놀라곤 했다.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마름 이찬구가 막아서며 말했다.


"이게 누구신가?"


아호는 이찬구가 막아서자 얼른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 마름께서 어딜 가시기에 그리 바삐 움직이십니까?"


"어딜 가는지 알 것 없고, 전 할 말이 있으면 밖에서 전하라 일렀거늘 어찌 안으로 들어왔느냐?"


"총관님을 뵙고 상의드릴 것이 있어 들었습니다."


"막 총관께서는 내전에 드셨으니 내게 말하거라."


"흑호가 쫓겨난 것은 아시지 않소이까?"


"그런데?"


"어찌 두고 보시는지 알고 싶소이다."


"사해방 말이더냐?"


"예."


"각다귀 한 놈 내쫓은 것을 아문에 통보하기도 그렇지 않느냐? 졸개들도 모두 숙이고 들었다 하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다는 말이더냐?"


"이 마름 말씀처럼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 자들이, 하룻밤 사이에 방파 하나를 지웠으니 문제 아니겠습니까?"


"네놈도 쫓겨날까 두려운 것이더냐?"


"뭐 아니라고는 말씀드리지 못하겠소이다."


"그래서 어쩌라는 말이더냐?"


"내쳐 주셨으면 합니다."


"영파루로 가지 그랬더냐?"


"황보 세가의 고수분들이 드셨다는 말은 소생도 들었소이다만, 그분들이 아귀를 먼저 부르셨더군요."


"그래서 여기로 왔다."


"예."


"당분간은 지켜보자는 말씀이 계셨으니 돌아가거라."


"총관님을 뵙고 가겠소이다."


"내 말은 믿지 못하겠다. 그럼 기다려 보거라. 덩치는 커졌는지 모르나 네놈은 여전히 새끼 호랑이니라. 제법 머리를 굴린다 했더니 배우지 못한 놈은 어쩔 수 없구나."


아호는 두 시진 넘게 기다리고도 막 총관을 만나 보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총관 막평삼이 만나 주려 했다면 하인들 누군가는 말을 전했을 것이니, 아호를 보자 했을 것이나 이 마름의 말대로, 뭔가 일을 꾸미느라 아호를 피한 것이 분명했다.



태주부 사해방은 사해 칠 조가 동문을 지배하던 흑호파를 쳐내고, 흑호파 자리에 현판만 사해방으로 바꿔 달았다. 흑호파를 친 사해방 두령들은 흑호파 두령 흑호와 흑호 마누라 연두 파파, 부두령 흑저 세 사람의 온몸을 두부처럼 말랑하게 두들겨 내쫓고는, 발아래 엎드린 흑호파 졸개 모두를 사해방 졸개로 받아들였다.


유혼단 소속 마왕충(魔王蟲: 거미) 칠 호와 살귀단 소속 혈호자(血虎子: 벌) 칠 호, 색귀단 소속 백마의(白魔蟻: 개미) 칠 호가 태주부 사해방의 두령과 부두령이었다. 그리고 사해 객잔이나 보천 전장은 무단 소속이 아닌 태사령에 속한 사람들이었는데, 태주부에 들어 처음 인사를 나눴을 만큼 서로 알지 못해도 한 뿌리에서 나왔다고 했다.


아귀파 두령 아귀는 남문 시전 아호파가 너무 무르다고 생각했다. 상인들에게 보호비를 거둬들이는 것은 같았는데도, 서문 시전 상인들 입에서 남문 시전 아호파 이야기가 심심치 않을 정도로 돌고 있었다.


아호파나 아귀파나 상인들에게 이익금의 일 할을 보호비로 거두는 것은 같았지만, 아귀파가 스스로 판단해 강압적으로 거두는 것과 달리, 아호파는 상인들의 판단에 맡겨 보호비를 거두고 있었으니, 서문 시전 상인들의 입장에서는 아호파가 아귀파보다 좋게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서로 방식이 달랐어도 아귀파와 아호파가 거둬들이는 보호비는 거의 비슷했다. 아호파는 상인들이 속이고 보호비를 적게 내려 들면, 그날 이후로 도둑이 들기도 하고 심하면 불이 나기도 했다. 아호파의 보호를 받지 못한 때문이라며, 불운은 점주가 시전을 떠날 때까지 이어졌다.


태주 사해방 대전. 세 사람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의 계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태주에 들어온 지 한 달을 조금 넘겼으니 계획대로라면 벌써 아귀파와 아호파도 접수하고 태주부를 사해방 세력 아래 두었어야 했는데, 태주부가 작은 현들과는 뭔가 달라도 달랐는지, 사파 놈들도 여간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사파라는 놈들의 뒤에서 놈들을 조정하는 황보 세가와 남궁 세가가 있었다. 아귀파는 황보 세가의 무력이 은연중에 도움을 주고 있었고, 아호파는 남궁 세가와 황보 세가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두 세가와 나름 유연한 관계를 이어 가고 있었다.


북문의 혈묘파는 하오문 태주 분타라 보는 것이 맞았으니, 사해방이 굳이 하오문 무리들을 건드릴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태주부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아귀파와 아호파는 쳐내야 했는데, 문제는 상인들의 입에서 불만이 나오지 않게 하라는 지시에 있었다.


백마의 칠 호가 마왕충 칠 호에게 물었다.


"아귀 놈이 어찌해서 아호파 구역까지 넘보는 것이오?"


마왕충 칠 호는 두 사람을 보며 아직 모르고 있었느냐는 듯 대답했다.


"쾌활 삼검이라는 놈들이 영파루에 들었다고 하더이다."


황보 세가의 쾌활대에서 유독 검을 즐겨 쓰는 세 사람이 쾌활 삼검이라고 불렸다. 황보 세가가 비록 권법에 능한 세가이지만, 황보세가의 뇌진 검법 역시 강호 일절이라 불리는 검법이었고, 쾌활 삼검은 뇌진 검법을 익힌 쾌활대원들이었다.


"남궁세가 놈들이 가만있겠소이까?"


황보 세가가 아귀파를 지원해 아호파를 치면 아호파를 돌봐 주는 남궁세가에서 가만히 보고 있겠느냐는 말이었다. 혈호자가 남궁세가를 거론하며 묻자 마왕충이 잠시 생각하고 대답했다.


"아호 놈은 살펴보면 볼수록 기이한 놈이긴 했소이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시오?"


"그놈을 살펴보면서 의아하게 느낀 것이, 이번 일로 어느 정도 파악되는 것 같소이다."


"시간 없으니 말씀을 돌리지 마시고 바로 말씀하시지요."


"혈호자의 급한 성격은 여전하시구려. 아귀 놈이야 어찌 움직이든 꼭두각시와 다를 바 없으니 지켜보면 알게 될 일이지만, 아호 놈은 교활하기가 구미호 같아 보였소이다."


"아호파가 남궁 세가 아래 있는 것을, 남문 시전 상인치고 누가 모른다고 그리 말씀하시오?"


"겉으로 보기에는 아호파가 남궁 세가와 황보 세가 모두의 신임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고들 계시겠지만, 이번에 아귀파가 움직이는 데 황보 세가가 돕는 것을 보니,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던 것과 전혀 다르니 드리는 말씀이외다.


아호 놈이 겉으로 보기에는 남궁 세가와 황보 세가에 숙이는 듯 보였어도, 아호 놈 속마음은 달랐던가 봅니다. 놈이야 잘 숨겼다 여겼겠지만, 황보 세가와 남궁 세가의 노회한 상인들을 속여 넘기기에는 아직 어리긴 하지요."


"아호파가 두 세가의 버림을 받았다는 말씀이시오?"


"그렇소이다."


"손쓰지 않아도 사라진다니 잘되지 않았소이까?"


"그래서야 황보 세가와 남궁 세가를 쳐내겠소이까? 우리의 목표는 시전 각다귀들이 아니라는 것을 잊으신 것이오?"


"어찌하자는 말씀이시오?"


"아호 놈을 만나 보십시다."


"그놈은 왜요?"


"남문에서 인심을 얻은 것도 그렇고, 세가 놈들과 거리를 두는 것도 본 방의 의도와 맞으니, 수하에 두고 쓰기 알맞는 놈이라 여겨지외다."


"말씀을 들으니 그런 것도 같소이다만, 놈이 우리 생각대로 따르겠소이까?"


"물고기를 낚자면 미끼를 끼워야겠지요?"


"어디로 부르면 되는 것이오?"


"배가 불러야 마음도 누그러지니 객잔에서 보자 하면 되지 않겠소이까?"


"바로 부르겠소이다."


아호는 막 총관이 이유가 있어 만나 주지 않은 것인지 의아했다. 태주부가 시전도 둘이나 되고 각다귀나 다름없는 방파들이 넷으로 나뉘어져 있어도, 거대 세가들에게는 한 무리의 벌레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적손도 아니고 방계 가운데서도 세가 안에 남지 못하고 떨어져 나와, 세가와는 그저 혈족이라는 것 말고는 의미를 두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이런 세가의 혈족들도 적대 세력에게 당하게 되면, 세가가 무력을 동원해 당한 몇 배로 복수를 해 왔기에, 세가의 혈족들은 어디서도 무시받지 않았다.


영파루에 들었다는 쾌활 삼검이 초일류 고수라고 했다. 아호는 그들이 태주부에 든 것이 사해방을 치고자 든 것이라 여겼는데, 돌아오며 생각해 보니 사해방은 아직까지 두 세가에 어떤 피해도 끼치지 않고 있었다.


'아귀 놈은 왜 부른 것이지.'


'설마하니 날 치려는 것은 아닐 테고···.'


아호의 표정이 심각하니 잡새 놈도 말 한마디 않고 조용히 뒤를 쫓고 있었는데, 각다귀 한 놈이 아호를 보고 달려오는 것을 보고 말했다.


"두령,

저놈은 흑호파 독견이 아니오?"


아호가 잡새의 말에 고개를 들고 보니 흑호파 부두령 독견이 맞았다. 곧바로 달려오는 것이 아호에게 할 말이 있는 듯싶자 움직이지 않고 기다렸다.


"아호 두령,

할 말이 있으니 잠시 자리를 옮깁시다."


아호는 시전 좁은 골목 사이로 들어갔다. 독견이 바로 뒤를 따라 들어오자 잡새도 들어서니, 독견을 아호와 앞뒤로 막아서는 모양이 되었다. 독견은 흑호파가 사라지기 전이라면 꺼릴 만한 모습이었지만, 가볍게 웃어 보이며 상관없다는 듯 바로 하려던 말을 전했다.


"아호 두령이 알아서 판단하실 것이나, 새로 온 두령들께서 말을 전하라시니 전하겠소이다."


독견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말을 이어 갔다.


"신시가 거의 다 돼 가는 듯싶으니 바로 가면 될 것이오. 본 방 두령 세 분께서 아호 두령을 사해 객잔에서 보자시오. 가고 안 가고는 아호 두령 내키는 대로 하면 될 것이고, 분명히 전했으니 다른 말은 나오지 않게 하시오."


"하나만 묻자? 네놈은 어찌 싸워 보지도 않고 엎드린 것이냐?"


"병아리가 매와 어찌 싸운다는 말이더냐? 내 눈에는 매도 아니고 독수리였다. 이만하면 답이 되었느냐?"


"바로 가면 함께 가는 것이오?"


"객잔에 가면 점소이가 안내할 것이오."


"무례인 줄 알지만 알아야 했소이다.

고맙소이다."


아호가 사해 객잔에 들자 점소이가 바로 다가와 이 층 별실로 안내했다. 별실에는 세 사람이 있었는데, 기세를 뿜어내는 꼴이 아호를 겁박하려는 듯 보였다. 아호는 독견이 말한 대로 매 정도는 되겠다 여겼지만, 언제인지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 스승의 눈빛과 비교하고, 천천히 숨을 들이켜며 포권하고 인사했다.


"아호파 두령 아호올시다."


마왕충 칠 호가 야릇하게 미소 지으며 포권하고 아호의 인사에 답했다.


"사해방 두령 마왕충이다."


"돌아다녔더니 다리가 아파 앉겠소이다.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 들었으니 말씀하시지요."


"각다귀 두령치고는 건방진 행동이긴 하다만, 오늘내일이면 죽을 놈이니 더는 탓하지 않겠다. 남궁 세가 놈들이 네놈 청을 들어는 주더냐?"


"보지 못해 뭐라 대답할 말이 없지만, 아마도 거절한 것 아니겠소이까?"


"그놈들 사정이 각다귀나 만나고 있을 시간은 없었을 것이다."


"각다귀 방파 하나 차지하고 있는 사해방이, 각다귀 아호파와 다를 것이 있겠소이까?"


"내일이 아니라 오늘 죽을 팔자인 게지."


"죽이시려오?"


"어려울 것 있겠느냐?"


"죽어도 내 집에서 죽고 싶소이다. 기다릴 것이니 찾아들 오시오."


"세가 놈들에게 숙인 허리 한 번 더 숙인다고 달라질 것 있겠느냐?"


"어려서 배고플 때 만두깨나 받아먹었소이다."


"은혜를 잊지 않는다.

좋구나.

오늘 밤을 넘기고도 살아남으면 더는 배고프지 않게 해 주겠다."


"말이 이상하게 들리오만, 배고픈 것은 너무 싫으니 받아들이겠소이다. 너무 일찍오면 저녁을 굶게 되니 조금 천천히 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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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화 사해방 (2) +1 24.07.29 68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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