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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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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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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화 사해방 (5)

DUMMY

203화 사해방 (5)



남문 시전 미곡상과 이어진 남궁세가의 창고 위에, 백마의와 마왕충, 혈호자 세 사람이 올라가 있었다. 호원 무사들이 일각마다 창고 주변을 돌고 있었지만, 정작 창고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세 사람을 보지는 못했다.


세 사람은 각자 올라간 창고 지붕에 작은 구멍을 내고 들고 간 기름 항아리를 기울였다. 창고가 넓으니 조금 타다 꺼져서는 안 되겠기에, 자리를 옮겨 다니며 기름 항아리를 모두 비우고 서로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여 확인하고는, 동시에 화섭자로 기름 먹은 천에 불을 붙여 창고 안으로 떨궜다.


창고 위에 밝은 빛이 잠깐 보였지만 호원 무사들은 보지 못했는지 그대로 지나쳤다. 세 사람은 창고 안을 확인하고 밖으로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혼란을 틈타해야 할 일이 남았는지 오히려 내전 깊숙이 들어갔다.


창고가 너무 넓어 조금 타다 말아서는 안 되겠기에, 서너 곳에 나눠 기름을 부어 놓았으니, 창고 곳곳으로 불길이 번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무인들이며 하인들까지 세가 안에 잠들었던 사람들이 모두 몰려나와, 불타는 창고를 보며 발을 동동거려야 했다.


창고 세 곳이 동시에 불타오르자 불을 끄기는커녕 다가서는 것조차 불가했다. 포교들도 뛰어오고 시전 상인들은 옷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달려왔는데, 다행히도 창고가 시전과는 거리가 있어 시전 상회들까지 불길이 미치지는 않았다.


미곡상으로 세가를 이룬 남궁양영은 남궁세가의 방계였기에 합비에 남지 못하고, 오래전에 안휘성 합비를 벗어나 이곳 절강성 태주까지 밀려 나왔어도, 남궁세가의 혈족임을 내세워 미곡상으로 태주에서는 한 손에 꼽을 수 있는 부를 이뤘다.


미곡 창고 세 동이 불탔어도 태주부 사람들은 남궁양영의 재물이라면, 손실은 커도 별문제 없이 다시 일어서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곡 창고 세 동이 불타던 밤에 남궁양영이 심장마비로 급사했고, 총관 막평삼은 창고가 불탄 것에 책임을 느꼈는지 들보에 목을 매고 죽었다.


가주 남궁양영이 급사하고 일을 처리해야 할 총관마저 목을 매고 죽어 버리자, 남궁세가의 미곡상에는 일을 처리해야 할 사람이 남아 있지 않았다. 마름들도 많고 하인들도 많았을 뿐 아니라, 호원 무사들 또한 수십이 넘었지만, 자식들이 아직 어려 이들을 지휘할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미곡상 일을 전혀 알지 못하던 안주인이 겨우 정신을 부여잡고, 안휘 본가에 도움을 청하는 전언을 보내고서야 혼란은 조금씩 가라앉았다. 안주인은 모든 일에 앞서 남궁양영의 장례부터 챙겼다.


안휘 본가에 도움을 청한 것을 알고서야, 황보세가 사람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도움을 주기 시작했고, 장례가 끝나갈 무렵 도착한 창궁대원들이 나서서 화재의 원인을 조사해 갔고, 함께 내려온 남경 상단의 거간과 회계가 미곡상의 장부를 살펴 갔다.


몇십만 냥에 달하는 큰 손실을 입었지만, 남궁양영이 그동안 모은 재물은 그 정도의 손실을 메우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사해 객잔에서 계약 불이행을 문제 삼아 위약금을 청구해 오자 문제가 심각해졌다. 사해 객잔에서 청구한 위약금이 무려 이십만 냥에 달했다.


가주 남궁양영이 살아 있었으면 이십만 냥이 거금이기는 해도 해결하지 못할 일은 아니었지만, 가주 남궁양영이 죽고 세가를 관리하던 막 총관마저 목을 매고 나자, 남은 사람들로서는 남은 재물을 처분해 배상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


처음 창궁대 조장이나 남경 상단의 거간은, 남궁세가를 내세워 어찌 무마해 보려 했었는데, 미곡상과 계약한 곡물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대로 남경의 왕부였으니, 안휘 남궁세가의 위상으로도 도저히 어찌해 보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결국 태주부의 조정을 받고자 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태주부 승선포정사사에 미곡상을 대표해 창궁대 조장과 남경 상단의 거간, 회계가 자리했고, 사해 객잔에서는 사해 객잔주와 은자를 빌려주었던 보천 전장주가 자리했고, 승선포정사사의 통사와 아전 그리고 서기가 자리했다.


승선포정사사의 통사는 그동안 양쪽을 따로 만나 서로 원하는 바를 들었고, 다시 양쪽을 만나 서로의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통관의 조정에 양쪽 모두 반발했으니 오늘은 모두 함께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포정사에서는 양측이 갖고 있던 계약서를 살폈소이다. 계약서와 계약서에 적힌 내용은 고쳐지거나 변조된 곳이 없었소이다. 다만 위약금의 배상액이 너무 과하다며 조정을 바라는 미곡상의 뜻은, 사해 객잔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하고 있으니, 난감한 일이나 포정사로서는 미곡상에 계약대로 이행하라 명할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소이다."


남경 상단의 거간 양무기가 통사의 말이 끝나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통사 나으리,

계약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고, 과한 위약금을 조금 줄여 주시거나 아니면 조금 일자를 늦춰 달라는 것인데, 큰 우환을 당한 처지를 불쌍히 여기신다면 그 정도의 편의는 봐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칠 차사 보천 전장주가 천천히 일어나 말했다.


"통사 나으리,

저들은 마치 우리가 큰 이문이라도 남기려고 하는 듯 말하지만, 위약금을 받는다 한들 무너진 남경의 신뢰를 어찌 회복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고나 하는 말씀이신지 궁금하군요.


물론 북경과 남경의 신뢰는 다르다 말씀하실지는 모르나, 우리에게는 오히려 북경의 신뢰보다 남경의 신뢰가 더욱 중하니, 이번 미곡상의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실은 실로 막대하다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소이다.


불과 삼만 냥에 불과한 곡물 대금일지언정, 급히 조달해 채우려 하다 보니 십만 냥도 넘게 소요되었소이다. 그뿐 아니라 남경에서 나오는 물량을 이제 더는 받아내지 못하게 되었으니, 이는 은자로 따져 셈을 하기 불가할 지경이올시다."


칠 차사 보천 전장주는 급히 조달한 곡물 계약서를 통사에게 건넸다.


"통사께서 먼저 살펴보시고 저들에게도 보여 주십시오. 우리 쪽에서 오히려 큰 손실을 입고 있다는 것이 거기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으니, 보시고 저들에게 저들의 잘못이 얼마나 큰지 얼마나 큰일을 만들었는지 직접 살피도록 해 주십시오."


통사가 문서를 살피고는 표정이 굳어졌다. 남경 황실에서 백성들을 구휼하기 위해 곡물을 비축하려 한 것이었는데, 곡물은 어찌 구해 들여지긴 했어도 정작 곡물을 황실에 건네고 황실의 신임을 받고자 했던, 왕부 황족이 체통을 구겼다며 분노한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아무리 오대 세가라 불리는 남궁세가였어도, 상대가 황실이고 왕부의 황족이라면 남궁세가를 앞세워 위세를 부릴 수 없었다. 당장 손실을 입었다는 금액도 배상액과 큰 차이가 없었으니, 남경상단의 거간 양무기로서도 달리 방도가 없었다.


"원하시는 바가 있으실 것이니 말씀하시지요?"


"받아들이시겠다면 우리도 인지상정을 모르진 않으니 이리하십시다. 이곳 남궁세가 미곡상의 모든 것을 우리가 배상금으로 받겠소이다. 다만 세가 안에 머무는 사람들은 자유롭게 떠나도록 할 것이고, 각자의 개인 물품 역시 그 가치가 크다 해도 모두 갖고 나갈 수 있도록 하겠소이다.


아울러 세가에 남은 식솔들도 살아가야 하니, 토지와 건물을 제외한 모든 물건도 갖고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오. 물론 거기에는 세가에 남겨진 은자 역시 포함될 것이니 이번 우리 조치가 그리 과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하외다."


통사가 보기에 관대하기 짝이 없는 조치였다. 세가를 비우라는 말이었지만 남은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양보한 조치였다. 창궁대 조장과 거간이 보기에도 그리 과한 조치가 아니었으니, 양측의 형상은 원만하게 이뤄진 셈이었다.


물론 그로 인해 남궁세가의 방계이기는 하나, 남궁세가의 혈족이 오랫동안 구축한 세력이 태주부를 떠나게 된 것은 정해진 결과였고, 남궁세가가 수십 년에 걸쳐 이룬 모든 것이 사해방으로 넘어오게 되었으니,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이었다.


황보세가의 술도가는 물이 좋은 남천 상류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누룩방은 황보세가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누룩방을 지키는 호원 무인 한 명에게 붉은 반점이 생기더니 점차 다른 무인들에게로 옮겨 갔다.


누룩 장인인 간 노인은 호원 무인의 얼굴에 반점이 생긴 것을 보고 모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지만, 간 노인이 막으려 한다고 호원 무인의 출입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 간 노인뿐만 아니라 간 노인과 함께 누룩방을 관리하던 두 사람마저 얼굴에 붉은 반점이 생겨나자, 반점이 핀 모두를 누룩방이 있는 곳에 몰아넣고 밖으로의 출입을 금했다.


호원 무인들은 자신들의 잘못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달리 거처할 곳이 없으니 누룩방에 들어가 거처하며, 간 노인과 간 노인의 제자들을 밖으로 내몰았다. 제때 밥도 안 내준다며 하인들에게 호통치고, 술로 씻으면 나을 것 같다 하면서 술을 들이라고 했다


술로 씻어 대니 조금은 반점이 사라지는 듯 보이자 더욱 많은 술을 들이라 했는데, 술이 넘쳐 나니 마시고 주정하며 사방으로 뿌려진 술들로 누룩방의 누룩들은 저절로 망쳐졌다.


누런 황금색을 띠어야 할 누룩들에서, 붉고 검은 곰팡이가 층층이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누룩방에는 사람이 머물 수 없을 정도로 온갖 붉고 검은 곰팡이들로 가득했다.


황보 세가에서는 간 노인과 제자들을 생각지 못하다가, 술도가에서 누룩이 필요하다는 말에 누룩방을 살펴보고는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어디서도 간 노인과 제자들을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한 일은 호원 무사들의 몸에 피었던 붉은 반점들이, 무사들의 말처럼 술로 씻어 내니 점차 사라져 갔다. 술도가에서는 급하게 누룩을 구해 술을 빚었지만, 한번 변해 버린 술맛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영파루에서 즐긴 사람들에게 복통이 일어나는 일이 자주 생겨났고, 북문 도박장들과 매음굴에서는 황보 세가 무인들에게 염병이 있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더니, 서문 시전과 남문 시전에까지 소문이 점점 넓게 퍼져 나갔다.


황보선로 가주는 소문을 낸 놈을 잡아들이라며 소리를 질러댔지만, 황보 세가의 하인들 입에서마저 무인들의 몸에 붉은 반점이 있었다는 말이 전해지자, 황보 세가에서 만드는 술은 먹지 않으려 했고, 주객들은 영파루 근처도 가지 않으려 했다.


하루에도 수천 냥, 많으면 기만 냥까지 손실이 이어졌다. 술도가를 지키려 해도 정작 누룩을 만들 사람이 없었다. 물론 누룩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은 많았어도, 누룩 장인인 간 노인이 만들던 누룩은 아니었다.


누룩이 없으니 술맛을 찾지 못하고 맛을 잃은 술은 손님들이 찾지 않았다. 한 달이 채 되기 전에 호원 무인들이 떠나가고, 하인들의 수가 줄어들더니 주루의 기녀들도 하나둘 다른 주루로 팔려 가고 옮겨 갔다.


황보선로를 알던 사람이 황보선로의 모습을 보고 크게 놀라 달아나는 일도 있었다. 그렇게 풍채 좋던 황보선로가 가죽만 남아 마치 귀신을 보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로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그럼에도 정신은 선명했던 황보선로는 늦은 밤 정자에 앉아 누구에게 들으라는 듯 말했다.


"너희들이 이겼다. 이곳을 떠나려 하니 그만하거라."


황보 세가는 급하게 모든 토지와 재산을 팔기 시작했다. 아무리 헐값이라 해도 태주부에서 손꼽히는 세가였으니 수십 명이 나눠 사들였는데, 영파루와 술도가는 끝까지 팔리지 않다가 타지에서 온 사람에게 거의 공짜로 넘어갔다.


아호파 두령 아호는 사해 객잔으로 불려 가, 서문 시전과 동문 객잔가 모두 아호파가 다스리라는 말에, 그럴 수 없다며 한마디로 잘라 거절하고 나왔다. 아호는 모두 손안에 쥔다 해 봤자 귀찮기만 할 뿐이고, 저들 세 사람의 손안에 있는 것은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보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아호는 사해방이 어떻게 남궁세가와 황보세가를 몰아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으니, 남문 시전에서 달아나지는 못해도 그들과 엮이는 것도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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