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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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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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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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승부

DUMMY

사내는 자못 놀라며 물었다.


"내가 사승부의 대장이라는 걸 네가 어떻게 아느냐? 몇 사람 말고는 모르는 일인데."

"······."


사내의 옆에 있던 동료가 물었다.


"딸과 못 본 지 10년이 넘었다면서?"


"그래, 맞아. 어떻게 아는 거지? 사승부의 존재 자체도 아는 사람이 드문데."


"네가 단여에서 세 번째로 강하다는 정보 역시 일반인이 알 수 있는 정보는 아니야."


"그러게 말이야. 진무가 두 번째로 격상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두 사람은 검과 희를 신경도 쓰지 않고 한담을 나눴다. 사내가 희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새를 다루는 이능자라고 등록되어 있던데, 사실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이능이라도 깨우친 게냐?"


희는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그녀는 평정을 가장하려 했으나 몸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녀는 목소리가 갈라졌으며 몸의 말단부터 차갑게 식어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내는 검에게 말했다.


"아니면 네가 알려준 것이냐? 너는 어디 소속이지?"


"소속은 없다. 당신은 우리를 잡아가려고 온 것이지?"


검이 얼어붙은 희를 바라보며 물었다. 사내는 유쾌하게 대답했다.


"당신, 이상한 칼을 쓴다지? 내 딸은 원래 네놈에게 휘말려 같이 탈출했을지언정, 드러난 죄가 없어서 내 힘으로 풀어줄 수도 있었어.

그런데 너를 따라다니다 못해 추격하려고 붙었던 사번의 부대까지 잔인하게 죽였다더군."


"그녀는 내 협박으로 나를 따라다닌 것뿐, 행한 것은 전부 나다."


검은 희를 감싸려 했다. 하지만 사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했다.


"당연히 그런 말도 나왔지. 아무 범죄 이력도 없는 여자애가 본 적도 없는 남자를 따라간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 남자가 어떤 짓을 했을 것이다···라고."


사내는 자신을 가리켰다.


"그래서 첩보부대의 장인 내가 온 거다. 네가 내 딸을 조종한 건지, 아니면 소식 없던 내 딸이 극악의 범죄 집단에라도 들어간 건지 정확하게 알아야 하니까."


사내는 서두르는 기색 하나 없이 말했다. 그 때 몸을 부들부들 떨며 서 있던 희가 별안간 옆에 서 있던 검에게 달려들어 그가 찬 청경을 뽑으려고 했다.


청경은 아주 조금 뽑혀나왔으나 이내 위에서 매우 강한 힘이 내리누르는 듯 다시 칼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청경을 뽑으려 했다는 것은 곧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상대방을 해하고 싶었다는 의미였기에, 검은 당황하여 물었다.


"왜 그러시오?"


"잠들어 있어도 다른 사람이 뽑으면 기절시킬 순 있을 거 아녜요?"


희는 말을 매우 더듬고 있었다. 사내가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말했다.


"이 아비는 그 칼이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뽑게 할 만큼 멍청하지는 않단다, 희야."


"내 이름을 부르지 마··· 당장 사라져, 꺼져 버리라고."


희는 자신의 머리를 감싸쥐고 주저앉아 버렸다.


"당신, 영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던 모양이군. 양아버지였나?"


"아니, 내가 낳은 친딸이야."


"그렇다면 당신을 왜 이토록 두려워하지?"


"자네는 아직 결혼도 안 했나? 어린 딸이 하는 행동의 이유를 정확히 아는 아버지가 어디 있겠나."


사내는 빙그레 웃으며 이어 말했다.


"어쨌든, 그간 사승부의 조사에 따르면 내 딸은 자의적으로 당신과 붙어다니는 걸로 판단된다. 조종이나 협박당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더군.

하지만 만약을 위해 물어보는데, 당신 혹시 정신조종 계열의 이능자인가?"


"아니, 나는 이능자가 아니다."


"이능자가 아니라고? 그러면 대화가 빠르겠군."


사내는 품에서 둘둘 말린 두루마리를 빼어 펼쳤다. 여유가 넘치는 동작이었다.


"국왕 폐하의 말씀이다. 죄인 검은 출입관리국의 대부사를 비롯한 마흔여섯 명의 사람들을 죽이고 신분을 숨긴 채 천강에 숨어들어··· 이런 긴 내용까지 굳이 읽지 않아도 되겠지? ···하여 단여의 사승부대장 명에게 추적과 여의치 못할 경우 죄인을 현장에서 즉결처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여기 국왕의 인장이 보이지?"


그는 두루마리를 검에게 보여주더니 품에 다시 넣었다.


"내 딸 이름으로 비슷한 내용이 적힌 두루마리가 하나 더 있는데, 그건 차마 못 읽겠군. 마음이 아파서 말이야."


"당신 이름이 명이었군."


"아, 그래. 여기에 나온 사승부대장 명이 바로 나다."


명은 이어서 말했다.


"원래는 출신을 알 수 없는 네 소속을 명확히 하고 그 집단이 악한 집단이라면 뿌리뽑는 게 맞다. 가급적이면 생포하라는 위에서의 명령도 있었고.

하지만 그 칼은 너무나도 위험한 미지의 능력을 지닌 칼이라고 판단된다."


그렇게 말한 그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철퇴를 뽑아들었다.


"하여 지금 나는 너와 그 칼을 뽑아 우리를 해치려 했던 내 딸을 한 편이라고 보고, 이송하기에는 위험하다고 판단, 둘 다 이 자리에서 즉결처형하겠다."


검은 아직 허리춤에서 잠들어 있는 청경을 내려다보았다.


"우리는 순순히 잡혀갈 의사가 있다만."


"음··· 그것도 좋지. 하지만 아까 내 딸이 네 칼을 뽑으려고 할 때, '잠들어 있어도' 라고 하지 않았나?

그럼 그 칼은 지금 마침 모종의 이유로 쓸 수 없는 상태라는 건데, 언제 쓸 수 있어지는지 모르는 이상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지. 널 죽이고 그 칼을 가져가면 그만인 것을."


명의 옆에서 동료가 거들었다.


"그 칼은 뽑기만 해도 원인 모를 힘에 의해서 주변 사람들이 기절한다고 금랑태수인 추실이 말해주더군. 행여나 뽑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마라."


희는 주저앉아 있다가 정신을 조금 차렸는지 머리에서 피리를 뽑아 불었다.

하지만 그녀가 피리를 불자마자 피리는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그녀의 손을 벗어나 땅 속으로 파묻혀 버렸다.

명의 동료가 말했다.


"···나는 내리누르는 힘을 가진 이능자니 허튼 시도도 하지 말고."


검은 정신이 반쯤 나간 희를 일으키며 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청경이 힘을 되찾은 다음에 출발할 걸 그랬군."

"그래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뽑을 수가 없는데 어떻게 쓴다는 말이냐?"

"청경에는 이능이 통하지 않는다."

"당연히 그렇겠지. 이능이 이미 걸려있는 칼이 아니더냐? 난 그런 이능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지만 말이야.

어쨌든 내 이능은 단순히 위에서 아래로 내리누르기만 하는 이능이 아니다. 깨달음을 얻었거든.

칼을 뽑는 것은 결국 사람의 손이니, 여러 방향에서 짓눌러 뽑지 못하게 하는 것은 간단하다."


명이 얼굴을 조금 찌푸렸다.


"이봐, 쓸데없이 그런 말은 해서 뭐 해?"

"그래도 네 딸인데, 별 말도 없이 죽이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어차피 곧 죽을 놈들한테 뭘."


그렇게 말한 명이 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윽고 검이 서 있던 땅과 주변이 일변했다. 검은 어떤 밀림 속에 서 있었다.

주위에선 이국의 새가 우는 소리가 들리고,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낯선 땅의 공기와 축축한 바닥이 여실히 느껴졌다.


그리고 검은 문득 자신을 향해 강하게 내리쳐오는 살기를 느끼고 옆으로 몸을 피했다.

옆에 서 있던 희 역시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서 있던 자리에, 그녀의 몸을 껴안고도 남을 만큼 크게 팔을 벌려 뛰어들었다.

무언가를 낚아챈 감촉이 느껴졌다. 그는 그대로 몸을 날렸다.


검은 팔을 뻗어 이국의 밀림에 자란 나뭇가지를 꺾어 보려고 했으나, 그의 손은 나뭇가지를 그대로 통과해 버렸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환상이었다.


"···이토록 생생한 환영은 처음 보는 것 같군. 부작용이 심하실 텐데."


어디선가 환청처럼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하는 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제법이군. 원래는 일격에 즉사하는데 말이야. 내 딸은 이미 죽였다. 시체를 움켜잡고 뭐 하는 거냐?"


그는 희를 안아든 것으로 판단되는 팔을 풀지 않고 있었다. 검은 팔에 오히려 더 힘을 주며 말했다.


"열심히 발버둥치고 있는데 뭘 죽였다는 거냐?"


"그녀에게는 특별한 환상을 보여주는 중이다. '우리'가 가장 행복했던 때를 보여주고 있지."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다시 그에게 뻗쳐들어왔다. 검은 그가 봤던 철퇴의 모양을 떠올리며 멀찍이 물러났다.


"가장 행복했던 때?"

"우리가 서로 사랑했던 시절 말이다. 아무 것도 모르던 그 애와 난 참 행복했었지."

"사랑···했었다고?"


그렇게 말하는 검의 몸에 별안간 머리부터 내리누르는 큰 압력이 느껴졌다.

더 이상 한 발자국도 뗄 수 없을 만큼 강한 압력이었기에 그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는 옆으로 휘둘러오는 기운을 느끼고 손을 내뻗어 잡았다. 누군가의 손이 느껴졌다.


강한 발차기가 그의 턱에 꽂혔다.

검은 손을 놓친 채 바닥에 나뒹굴었다.

분명 환상인데도 내리는 빗방울과 축축하게 젖은 땅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기다렸다는 듯 거대한 압력이 쓰러진 그를 내리눌렀다. 검은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그는 팔만을 겨우 움직여 청경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런 그에게 다시 한번 바람을 가르며 보이지 않는 명의 철퇴가 내리쳤다.


검은 청경을 뽑아 그의 철퇴를 반으로 갈랐다. 철퇴의 머리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환영에서 벗어난 그는 희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발버둥치고 있었다.


"뭐냐? 어떻게 뽑았지?"


명의 동료는 다시 한 번 검에게 힘을 가했다.

하지만 검은 압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 지척에 선 명에게 청경을 휘둘렀다.

명은 깜짝 놀라며 뒤로 도약해 사정거리에서 벗어났다.


"너··· 내가 보이나?"


검은 몸부림치는 희를 조심히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는 명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몇 발짝 가지 못하고 그는 멈춰서야 했다.

다시 한번 몸에 강한 압력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압력은 검의 몸이 아니라 그가 걸친 옷과 신발 등속에 가해지고 있었다.

청경을 쥐고 있는 그의 신체에는 이능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검은 청경을 휘둘러 옷과 신발을 찢어냈다.


그리고 그는 칼을 뽑아든 명의 동료에게 달려들어 칼과 함께 그의 목을 청경으로 베었다.

깔끔한 호선을 그리며 그의 목이 바닥에 떨어졌다.

명은 크게 당황하여 외쳤다.


"뭐냐, 네놈은! 어째서 이능이 통하지 않는 것이지?"


검은 대답하지 않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명은 곧 등을 돌려 달아났다.

검은 그를 추격하려 했으나 그는 발이 매우 빠른 사내였다.

검은 추격을 포기하고 희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돌아왔다.


희는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약하게 경련하고 있었다.

검은 희의 뺨을 몇 번 때려 깨웠다.

희는 발작하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신이 드시오?"


그녀는 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거의 맨몸과 다름없는 상태가 된 검을 피해 도망쳐 버렸다.

검은 할 수 없이 그녀의 뒷목을 내리쳐 기절시킨 후, 그녀를 업고 다시 매영강으로 향했다.

명이 도망친 방향과 매영강을 번갈아가면서 보다가 검이 말했다.


"···옷부터 빌려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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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24.02.24 12 0 15쪽
46 대형 상단과 함께 24.02.23 17 0 12쪽
45 둘째와 넷째 24.02.22 16 0 12쪽
44 현산의 여자 24.02.21 16 0 13쪽
43 수도에서 24.02.20 17 0 11쪽
42 두 사람의 싸움 24.02.19 2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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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유랑하는 자들 24.02.14 18 0 12쪽
36 위기···? 24.02.13 20 0 11쪽
35 산 넘어 산 24.02.12 17 0 12쪽
34 숨어들다 24.02.11 18 0 12쪽
33 은랑 24.02.10 19 0 12쪽
» 사승부 24.02.09 21 0 12쪽
31 각오 24.02.08 17 0 12쪽
30 결의 24.02.07 17 0 14쪽
29 정체 24.02.06 16 0 12쪽
28 괴물에게 가는 방법 24.02.05 2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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