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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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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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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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DUMMY

얼굴이 부은 채 툴툴거리는 무영을 뒤로하고, 검과 희는 옥패를 들고 길을 나섰다.


"마침 시간이 밤이니, 지금 지나가는 게 좋겠소."


"그래요. 마침 시간도 사람이 가장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그 시간이군요."


"그런 시간이 다 있소?"


"아니요, 그냥 해본 말인데요?"


"······옥패는 내가 보여주도록 하겠소. 당신은 체구가 작은 남자 행세를 하고 있으시오."


"또 남자 노릇이네요. 대체 언제쯤 전 여자 행세를 할 수 있게 되는 걸까요? 이쯤 되면 성별을 바꿔주는 이능자라도 찾아 볼까요?"


"그런 이능자는 보지 못하였는데."


"있을 법도 한데 왜 없는지, 이상하죠?"


그들의 앞을 혼조 출입국의 병사가 막아섰다.


"멈춰라!"


혼조의 복식인듯, 그들은 머리에 얇은 색실 하나를 같이 끼워넣어 뒤로 땋아내리고 있었다.


복장은 움직이기 편한 무술복 차림이었고, 창이나 칼 등 손에 맞는 무기를 각자 휴대하고 있었다.


머리에 끼운 색실은 각양각색이었으나, 두 가지 이상의 색실을 함께 땋아내린 사람은 없었다.


파란색 실과 함께 머리를 땋아내린 병사가 말했다.


"단여에서 오는 길이지? 통행증이나 단여의 호패를 보여라."


검은 말없이 품에서 옥패를 꺼내들었다. 청옥으로 만든 호패가 횃불에 반사되어 빛났다.


한 쪽에 혼조의 문양인 청룡이, 한 쪽에 유신의 상징인 달이 새겨져 있었다.


"이건···."


옥패를 보자마자 병사들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자세가 꼿꼿해졌다.


옆에 있던, 녹색 실로 머리를 땋은 남자가 말했다.


"지, 지나가십시오."


그들의 옆을 여유롭게 지나가면서, 펑퍼짐한 모자를 깊게 눌러쓴 희가 자못 점잖게 말했다.


"그래, 수고들 해라."


검과 희는 조용하게 잠든 출입국을 지나쳤다.


"저어···."


푸른 실로 머리를 땋은 병사가 그들을 불렀다.


"무어냐?"


"옥패를 가지고 계셔도, 요금은 내셔야 합니다만···."


병사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사정이 있어 돈은 들고 다니지 않는다. 나라에 요청하면 돈을 내 줄거다."


"그러면 신분과 존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알려주셔야 합니다만, 알려 주실 수 있으신지···."


병사는 굽실대며 말했다. 옥패가 가진 권한이 생각보다 큰 듯했다.


"그건······."


검이 머뭇거리는 사이 희가 앞으로 나섰다.


"신분을 드러낼 수 없는 사정이 있다. 뒤늦게 따라오는 종자가 삯을 가지고 올 것이니, 그런 줄 알고 있거라."


"예,예!"


황송하다는 듯 병사는 뒤로 물러났다.


출입국을 무사히 지나쳐 사람이 없는 한적한 길로 접어든 후에, 두 사람은 모자를 벗었다.


둘을 뒤따라와 모습을 드러낸 무영에게 희가 물었다.


"어땠어? 우리가 지나치고 나서, 수상쩍게 여기는 기미가 있었어?"


"아니? 그냥 옥패를 지니고 지나갈 만한 사람이 누굴까 얘기하고 있던데."


"그래? 그럼 옥패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고 오자."


희는 옥패를 무영에게 내밀었다. 옥패를 받아든 무영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차피 뒤따라오는 종자 같은 건 없으니 곧 들키는 거 아냐? 옥패 정도는 가져가도 되잖아.

장군이라는 사람도 서랍에 넣어놓고 꺼내지도 않는 것 같던데, 뭘."


희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네가 종자인 척 하고 돈을 건네주고 올래? 그럼 완벽한데."


"내가? 나도 돈이 한 푼도 없는걸."


"네 이능으로 사람들 주머니 한 번만 털면 되잖아?"


"···당신들 설마 나를 무슨 편리한 요술방망이 정도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


희는 그의 말에 꺄르르 웃었다.


"농담이야. 우리가 의심받게 되더라도, 그 시점에 두라퀴라는 장군한테 옥패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건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야.

우리는 혼조로 들어오지 않은 걸로 철저하게 위장해야 해."


"알았어. 한번 해봤으니까 두 번째는 쉽겠지. 다녀올게."


무영은 옥패를 들고 사라졌다.


검은 그가 사라진 자리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며 말했다.


"별 일이 없어야 할 텐데."


"가져오는 것도 잘 했잖아요?"


"조용한 밤중에는 작은 소리도 크게 울리는 법이라, 몇 배는 더 조심해야 하오."


"어련히 잘 하겠죠. 만약 무영이 걸리면 두고 갈 건가요?"


"인질이 되거나 여정에 걸림돌이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버려진다는 것은 무영이 합류할 때 이미 약속받은 내용이오."


희는 얼굴을 찌푸리며 몸서리를 쳤다.


"으으, 잔인한 사람. 그거 진심이었어요?"


"사소한 말썽이 큰 화가 되어 돌아온 적이 너무나 많소. 천신을 찾는 여행을 하고 있지만 천신이 아니라 그 신전도 가보지 못하고 죽었던 적이 대부분이었소.

그 죽음은 당연히 사람 때문이었고."


"천신의 신전에 뭐가 있긴 한가요? 그냥 신을 모시는 지성소일 뿐이잖아요."


"아주 옛날엔, 신께 직접 말씀을 듣고 신탁을 받는 신의 대리인이 신전에 있었소."


검은 아득히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대를 건너뛰면 건너뛸수록 코빼기도 보이지 않게 돼버렸지만."


"그러면 당신의 여행은 어떻게든 신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해결, 그런 건가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그런 사람이 없거나 죽은 후 몇 년이 지난 시대에 떨어지거나 하더군.

신의 대리인이 있는 시대에서는 꼭 그를 만나보기도 전에 다른 시대로 날려갔었고."


"참 기구하네요, 죽지 못하고 떠도는 삶이란 것도."


"처음 이 운명을 깨닫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는, 깊이 절망하여 자결을 하기도 했었소. 하지만 소용 없더군."


희는 검의 어깨를 토닥였다.


"힘내요, 할아버지."


검은 희를 돌아보았다.


"육체의 나이는 옛날 그대로요."


"알아요, 보기에도 젊어요. 600살이 넘은 제 할머니도 겉으로는 꼬마잖아요?"


"그래도 할아버지라는 말은 조금···."


"알았어요, 오라버니."


"···그냥 이름으로 부르시오."


검은 문득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그러고 보니, 그토록 어린 꼬마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자손을 거느릴 수 있소?"


"그게 무슨 얘기예요?"


"그러니까 그렇게 작은 꼬마가 결혼은 그렇다 쳐도 어떻게 아이를 낳을 수 있었는지···."


"지금 시집도 못 간 처녀한테 그런 걸 묻는 거예요?"


희는 장난스럽게 눈을 흘기다 대답해주었다.


"피는 안 섞였어요. 너무 옛날 일이라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할머니와 같이 자랐던 일족의 후손 같은 거죠, 저희는."


"그래서 같은 손자끼리도 친하게 지내지 않는 거였군."


"매영강에 있던 여뢰 같은 사람은, 저도 직전까지 할머니의 손자라는 걸 몰랐어요."


"당신이 모르는 것도 다 있소?"


검은 장난스럽게 물었다.


"뭘 물어도 척척 대답하시기에 모르는 게 없는 줄 알았소."


"당연히 모르는 게 없죠. 아는 거 빼곤."


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멀리서 무영이 뛰어오고 있었다.


"시,심장 터지는 줄 알았네. 얼른 가자."


"무슨 일이 있었느냐?"


"그 두라퀴라는 장군, 잠꼬대가 엄청 심하더라. 열쇠를 가지고 올 때, 돌려놓을 때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게 누구냐! 라고 하는데, 진짜 죽는 줄 알았어.

혼조 사람들은 머리를 뒤로 땋아서 머리가 길잖아. 그걸 풀어헤치고 있으니까 진짜 귀신 같은 게··· 으, 떠올리기만 해도 무서워 죽겠네."


희는 깔깔대며 웃었다.


"그래도 안 들키고 잘 해냈네, 다행이다."


"내 능력의 부작용은 놀란 가슴 때문에 수명이 줄어드는 게 분명해··· 으으······."


"아참, 그보다." 희가 말했다.


"다음 마을에서는 돈을 좀 벌죠. 무사히 입국도 했으니까."


"돈을 벌 방법이 있으시오?"


검이 의뭉스럽게 물었다.


"다행히 혼조는 공연과 가악, 볼거리와 놀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우리는 특별한 재능이 없지 않소. 새를 부리는 묘기라도 보여줄 생각이시오?"


"에이, 그건 너무 심심하잖아요."


희는 청경을 가리켰다.


"무엇이든 자르는 칼! 어때요? 돌이고 철이고 숭덩숭덩 자르는 모습을 보여주면 꽤 흥할 것 같은데."


"···청경을 그렇게 쓰자는 말이오?"


"그럼, 좋은 방법이 있으세요? 500년쯤 전에 묻어놨던 금이 있으시다거나?"


"그런 건 없지만, 주민들의 의뢰를 들어주고 사례를 받는 방법이 있지 않소."


"집 지붕을 수리해주거나 하자구요? 그런 건 몇 푼밖에 못 받아요. 하려면 현상금이 걸린 의뢰를 들어주는 게 제일 좋긴 하죠."


"그럼 당신 말처럼 현상금 사냥을 하면 되지 않소?"


"그게 말처럼 쉽나요 어디? 보통 현상금은 대형 역귀나 큰 범죄자한테 걸리는데, 그마저도 나라에서 거는 경우가 많아요.

나라에서 사례금을 줄 때 신분을 확인한다는 건 말 안해도 알겠죠?

그리고 개인이 내건 현상금 의뢰는 사례금을 지불하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려면 지체 높은 양반들이나 거대 상단에서 의뢰하는 현상금 사냥을 수행하는 게 제일 이롭긴 한데, 그런 의뢰를 어디서 확인하냐는 문제가 또 남죠."


"과연··· 걸림돌이 꽤 많군."


"제 말이 그 말이죠. 게다가 현상금 사냥은 대상의 목을 들고 돌아가야 하니, 청경도 쓰면 안 돼요."


"유랑 부족이 많으니, 들려오는 소문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수밖에 없겠군."


"어쨌든 다음 도시까지 걷는 동안, 좋은 의뢰를 받으면 현상금 사냥, 받지 못하면 길거리 공연을 하는 거예요. 아셨죠?"


검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나는 늘 그랬던 것처럼 길거리 야숙으로 다녀도 괜찮을 것 같소."


"안 돼요. 당신도 청경 대신 쓸 무기를 구해야 하고, 무영이도 칼이 없으니까."


무영은 그의 아버지가 쓰던 칼을 물려받지 못했기에, 목검 하나만 들고 여행에 따라나선 참이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무영이 끼어들었다.


"누나가 뜨거운 물에 목욕하고 싶다는 이유가 제일 큰 거 아니고?"


희는 장난스럽게 받았다.


"아, 그래. 무영이가 나랑 한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구나. 목욕탕에서 여자들 훔쳐봐도 한 번은 봐준다고 했었지? 벌써 몸이 근질근질한가 보구나."


"아니야!"


무영은 빽 소리질렀다.


그들은 다음 도시까지 걸었다. 혼조는 과연 큰 돌이 많은 땅이라 농사짓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풀숲으로 이루어진 산이 많았던 단여에 비해 혼조는 돌로 된 산이 대부분이었고, 대지는 척박했다.


그들이 처음 조우한 것은 혼조의 도시가 아닌, 유랑부족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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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200년 전, 대공습 24.03.05 10 0 14쪽
56 개곰 24.03.04 6 0 14쪽
55 미친 낙하 24.03.03 12 0 12쪽
54 그만 놀라고 싶은 여자 24.03.02 15 0 11쪽
53 대륙을 가로질러 24.03.01 15 0 12쪽
52 다시, 그곳을 향해 24.02.29 13 0 11쪽
51 열받게 생긴 놈 24.02.28 12 0 13쪽
50 기운찬 여행 24.02.27 12 0 12쪽
49 목적 24.02.26 12 0 12쪽
48 바다 위에서 24.02.25 12 0 13쪽
47 24.02.24 12 0 15쪽
46 대형 상단과 함께 24.02.23 17 0 12쪽
45 둘째와 넷째 24.02.22 16 0 12쪽
44 현산의 여자 24.02.21 16 0 13쪽
43 수도에서 24.02.20 17 0 11쪽
42 두 사람의 싸움 24.02.19 20 0 12쪽
41 문제의 사람 24.02.18 14 0 12쪽
40 한나 24.02.17 18 0 15쪽
39 무의 시험 24.02.16 22 0 13쪽
38 우연한 만남 24.02.15 19 0 12쪽
37 유랑하는 자들 24.02.14 18 0 12쪽
» 위기···? 24.02.13 19 0 11쪽
35 산 넘어 산 24.02.12 17 0 12쪽
34 숨어들다 24.02.11 18 0 12쪽
33 은랑 24.02.10 19 0 12쪽
32 사승부 24.02.09 20 0 12쪽
31 각오 24.02.08 17 0 12쪽
30 결의 24.02.07 17 0 14쪽
29 정체 24.02.06 16 0 12쪽
28 괴물에게 가는 방법 24.02.05 2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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