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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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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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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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 시험

DUMMY

"이해가 빨라서 좋군."


검은 고양이는 한가롭게 말했다.


"여기서 내가 조금만 멍청한 놈이었으면 안면몰수하고 은랑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을 텐데."


"농을 주고받을 생각은 없다. 시체는 보름 내로 준비해 주겠다."


고양이는 밖으로 훌쩍 뛰어 사라졌다. 금위부대장은 굳이 밖을 내다보지 않았다.


그의 등줄기로 식은땀 한 줄기가 흘렀다.


검은 고양이, 은랑이 그에게 한 말은 곧 특급 범죄자로 지정된 자들의 시신을 준비해 줄 테니 그들을 특급 범죄자에서 해제하라는 말이었다.


그 시체란 당연히 그 범죄자들이 아닌, 위장된 다른 사람의 시체일 것이었다.


특급을 해제할 수 있는 자가 바로 왕에게 권한을 부여받은 권력가인 라괴였기 때문에 은랑이 그를 찾아왔다.


추후에 그들이 다른 죄를 저지르기라도 하여 아직 살아있다는 게 밝혀지는 날에는 라괴가 모든 책임을 지게 될 것임은 뻔했다.


하지만 라괴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한번 침입을 허용하고 뒤를 잡힌 이상, 그의 목숨은 이미 은랑의 손에 들어가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자신은 국가에서 가장 강한 자라고 일컬어지는 자였으나, 이능을 가진 자들의 싸움은 본디 찌르고 찔리는 관계였다.


일대일 전투에 강한 사람은 다대일 전투에 약하고, 다대일 전투에 강한 사람은 암살에 약한 식으로 보완할 수 없는 약점이 있었기 때문에, 그 역시 무적은 아니었다.


즉 은랑에서는 라괴의 목숨을 쥐고 문제의 남자와 여자를 특급에서 해제하라는 말을 꽤 온건하게 말한 것이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은랑도 제 말하면 오는군."


라괴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혹여나 본인이 하는 말이 은랑의 귀에 들어갈까 하는 걱정에 다음 말은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그 남자와 여자가 은랑에게 있어 중요한 사람인가 보군. 이렇게 직접 접촉을 해올 정도라면···.'


라괴는 깊은 생각에 잠겨 집으로 돌아갔다.


특급 범죄자 둘을 보름만에 잡을 수 있었다고 말할 적당한 핑계거리를 생각하면서.



*


문제의 특급 범죄자 둘과 무영은 혼조의 도시, 현산에서 기무결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동안 검은 도시 사람들의 허드렛일을 도와주었고, 희는 얼굴을 가리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공연을 하는 사람들의 무리에 끼어 잡일을 도와주었다.


그리고 무영은 그렇게 할 힘도, 재주도 없었기 때문에 혼자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돌아오는 일이 잦았다.


기무결투가 다가올수록 도시에 유입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현산은 더욱 활기차졌다.


바쁘게 지내던 세 사람이 기무결투 전날 모여앉았다.


그들은 각자 잡일을 도와주고 받은 말린 고기며 주전부리 등을 나누어 먹었다.


말없이 사탕수수를 씹는 무영에게 희가 물었다.


"무영이 너, 매일 어디론가 가던데 뭘 하고 온 거야?"


"현산전이라는 곳에 갔다 왔어."


"현산전? 거긴 혼조 아이들이 무술을 배우는 곳 아닌가?"


"맞아. 혼조 사람들이 얼마나 잘 싸우는지 보고 싶어서."


희는 씩 웃었다.


"혼조 사람들의 무술을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을 테니 미리 알아보러 간 거구나? 기특한데."


"잘 싸운다기보다는 투지가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다들 여기저기 부러지고 다치는 건 아무 신경도 안 쓰고···."


무영은 먼 곳을 바라보다가 덧붙였다.


"거기서 제일 강하다는 애가 나랑 같은 나이인 여자애더라."


"아직 성장이 다 끝나지 않았으니, 여자와 남자에 차이는 없을 테지."


검의 말에 희가 먹이를 물었다는 듯 무영을 바라보며 웃었다.


"너 설마, 매일같이 현산전에 눈도장을 찍으러 간 게 그러면 그 여자애를 보러···."


"아니야! 누나 앞에서는 무슨 말을 못 해."


"알았다, 알았어. 하나만 말해줘. 예쁜 애였어? 어땠어?"


무영은 금세 얼굴이 새빨개졌다.


"몰라, 그런 거. 몇 번 본 게 다야."


"흐응···."


음흉한 미소를 짓는 희를 뒤로하고 검이 물었다.


"진검에는 좀 익숙해졌느냐?"


"어느 정도는. 스승님이 알려준 수련은 매일 했어."


"이미 익히고 있던 기본기는 네 아버지가 알려준 것이지?"


무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매영강의 병사였으니까, 칼을 잡는 법이나 자세 정도는 배웠지."


"현산전의 아이들은 진검으로 수련하더냐?"


"아니? 주로 목검으로 수련하던데. 어찌나 열심히들 하는지 목검을 부러뜨려먹은 애도 있었어."


"그 아이들도 기무결투에는 진검을 들고 나올 테지."


"그럴 거야. 진검을 휘두르는 연습도 하는 걸 봤으니까."


"너 역시 내일 진검을 들고 기무결투에 참가하게 된다. 준비는 되었느냐?"


무영은 눈을 조금 크게 떴다.


"할 수 있는 수련도 다 했고, 오늘 푹 자고 일어나면 그야 준비는···."


"아니, 마음가짐을 말하는 거다."


"마음가짐? 스승님 말처럼 실전 경험이 중요하니까 지지 않겠다는 각오야 진작 했지."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검은 무영이 찬 칼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람을 죽일 각오와 죽임 당할 각오가 되어 있느냐?"


"칼을 든 이상 그야 당연히···."


"나는 며칠간 혼조 사람들과 지내며 기무결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의료에 능한 무할의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지만, 날이 선 무기를 들고 무예를 겨루는 대회의 특성상 한 번 열릴 때마다 어림잡아 대여섯 명 정도는 죽는다고 하더군."


무영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건 나도 들었어. 강해지고 싶으면 끝까지 살아남아야지. 마음의 준비는 했어."


"눈이나 목소리를 잃거나, 힘줄을 끊겨 평생 불구로 살게 될 수도 있다."


무영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목소리가 잠겨들었다.


"난··· 이미 사내 두 명을 죽였어. 그리고 스승님과 희 누나를 따라나설 때, 그런 나약함은 버렸어. 그래서 스승님 몸에 칼을 들이댔던 거고."


희가 검의 옆구리를 찔렀다.


"기무결투가 내일인데 왜 이렇게 겁을 줘요?"


검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어 말했다.


"나약함, 공포는 그리 쉽게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말해주고 싶은 건, 그 나약함과 공포마저 받아들이라는 거다."


"받아들여? 왜?"


무영의 질문에 검이 잔잔하게 말해주었다.


"무의 진리는 양 극의 사이에 있다.


움직임과 멈춤 사이에, 상대를 죽이고 싶다는 강한 살의와 내가 죽을 수 있다는 공포 사이에,


나의 무력을 자신하면서도 상대의 무력이 더 높다고 생각하는 나약함 사이에.


상대와 나 사이에 칼이 있듯이, 나와 나 사이에도 칼이 있다.


자신과 자신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면 그 칼이 상대가 아니라 너를 찌르게 될 거다."


"······?"


입을 벌리고 들은 말을 이해하려고 드는 무영에게 검이 씩 웃으며 말했다.


"쉽게 말하면, 언제나 평정을 유지하라는 소리다. 네가 나에게 칼을 들이댔을 때 말해주었지."


"아, 알았어."


복잡한 표정을 짓는 무영을 희가 놀려댔다.


"이해 못 한 것 같은데?"


"······."


"왜 말이 없어? 화났어?"


"아니, 아니야. 먼저 잘게. 최고의 몸상태로 내일을 맞이해야 하니까."


무영은 잠자리로 갔다. 뒤이어 검도 그 뒤를 따랐고, 희는 혼자 남겨졌다.


희는 주머니에서 쪽지 하나를 꺼냈다. 평소 그녀가 새를 이용해 쪽지를 주고받던 상대로부터 온 것이었다.


거기에는 매우 짧은 문구 하나가 적혀 있었다.


- 기결투에 참가함.


희는 쪽지를 모닥불에 던져넣었다.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지는 그것을 보며 희가 말했다.


"기무결투에 참가하지 않기를 잘했네."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도시는 축제 열기로 들끓었고, 아침부터 곳곳에서 꽹과리와 피리, 북을 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세 사람은 현산 중앙에 있는 둥근 모양의 기무결투장으로 갔다.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 있었고, 접수할 때 나누어준 천으로 참가자를 분류하고 있었다.


검과 무영은 참가자들 사이에 가서 섰고, 희는 둘이 잘 보이는 곳으로 가서 앉았다.


희는 참가자들을 죽 둘러보며 혼잣말로 말했다.


"여기에 은랑이 있다는 거지."


그녀는 어릴 때 집을 나와 은랑에 거두어져 무술을 배우며 자랐으나, 그들은 서로에게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 당시 치기 어린 마음에 그들의 얼굴을 궁금해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시간이 흘러 익숙해진 다음에는 딱히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에, 여태도 희는 그들의 얼굴을 몰랐다.


"누구이려나··· 참가자가 좀 추려지면 알게 되겠지?"


여유 있는 희와 달리 무영은 심장이 차갑게 오그라들어 몸이 굳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젠장, 왜 이렇게 떨리는 거야?'


사람을 둘 죽였다고는 하나 그 역시 열셋 먹은 소년이었다.


둘러싼 사람들의 시선과 참가자들의 무기에서 반사되는 차가운 빛이 그를 움츠러들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참가자들이 얼추 모이자 진행을 맡은 심판이 목소리를 높여 모두에게 들리도록 외쳤다.


"이능을 사용한 것이 적발될 시 앞으로 기무결투에 참가할 자격이 영구 박탈되며, 상대를 고의적으로 죽였다고 판단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결투 도중 심판이 더 이상 전투를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하거나, 참가자 스스로가 도장이 찍힌 천을 흔들면 패배를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그럼, 유신의 용맹한 전사로서 자신의 무예를 떳떳하게 증명하시기 바랍니다."


그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가진 이능자인 듯했다. 온 현산에 울리도록 그의 목소리가 퍼졌다.


"기무결투를 시작하겠습니다! 참가자들은 한 명씩 결투장으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검은 푸른 도장이 찍힌 천을, 무영은 붉은 도장이 찍힌 천을 받았기 때문에, 둘은 서로 마주한 진영으로 가서 차례를 기다렸다.


중앙에 있는 가장 큰 결투장을 비워놓은 채, 둘러싼 열몇 개의 결투장으로 사람들이 한 명씩 들어가 마주보고 섰다.


각 결투장은 금줄로 영역을 표시해 놓았고, 심판이 한 명씩 붙어 결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긴 사람들은 한쪽 구석에서 앉아 쉬거나 치료를 받으며 다음 차례를 기다렸고, 진 사람들은 천을 반납하고 관객석으로 가서 앉거나 결투장을 떠났다.


모든 참가자가 상대를 정하고 맞붙어 이긴 사람들을 따로 추린 후 이긴 사람들이 다시 한번 서로 맞붙는 방식이었다.


무영은 자못 침착하게 말했다.


"생, 생각보다 참가자끼리 주, 죽고 죽이는 치열함은 없잖아?"


하지만 목소리가 절로 떨려 나오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결투가 진행될수록 깊은 부상을 입는 자들이 속출했으나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치료에 관한 이능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참가자들 역시 목에 칼이 겨누어지거나 무기를 놓치거나 하는 등 패색이 짙어지면 망설임 없이 천을 던졌기 때문이었다.


기무결투는 매달 열리기 때문에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었다.


희도 비슷한 것을 느끼고 있었다.


"확실히 잘 싸우는 것 같긴 한데, 너무 금방 끝나는 것 같네."


결투장을 내려다보며 혼잣말하는 그녀에게 옆에 있던 노파가 말했다.


"홀홀, 아가씨는 외지인인가 보군. 지금이야 초반이라 그렇지만, 기무결투가 진행될수록 더 치열해질 게야."


"어머나, 할머니는 누구시죠?"


"손녀를 구경하러 온 할멈이지. 자네는?"


"두 남자를 응원하러 온 미인이죠."


노파는 모자를 눈까지 덮어쓰고 있는 희를 보며 장난기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


"아직 결혼도 안 해 뵈는 처녀가 두 남자나?


"그러게요, 인기가 많아서 탈이죠."


희는 멀리 보이는 무영을 가리켰다.


"둘 중에 저 남자애가 먼저 상대와 붙게 될 것 같네요."


긴장했다는 것이 멀리서도 보이는 무영이 굳은 자세로 서 있었다.


"홀홀, 요 며칠간 현산전에 자주 왔던 꼬마로군."


"어, 할머니가 어떻게 아시죠?"


"지금 현산전을 운영하는 녀석이 내 아들이라네."


희는 그 말을 듣고 노파를 돌아보았다. 노파의 땋아내린 머리에 붉은색 실 두 가닥이 보였다.


"할머니도 왕년에 주름 좀 잡은 분이시네요."


"옛날 이야기지. 내 손녀가 저기 나오는군."


희는 멀리 있는 결투장을 바라보았다. 과연 소담한 여자애 한 명이 결투장으로 올라서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상대는 바로 무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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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200년 전, 대공습 24.03.05 11 0 14쪽
56 개곰 24.03.04 6 0 14쪽
55 미친 낙하 24.03.03 12 0 12쪽
54 그만 놀라고 싶은 여자 24.03.02 16 0 11쪽
53 대륙을 가로질러 24.03.01 16 0 12쪽
52 다시, 그곳을 향해 24.02.29 13 0 11쪽
51 열받게 생긴 놈 24.02.28 12 0 13쪽
50 기운찬 여행 24.02.27 12 0 12쪽
49 목적 24.02.26 12 0 12쪽
48 바다 위에서 24.02.25 12 0 13쪽
47 24.02.24 12 0 15쪽
46 대형 상단과 함께 24.02.23 17 0 12쪽
45 둘째와 넷째 24.02.22 16 0 12쪽
44 현산의 여자 24.02.21 16 0 13쪽
43 수도에서 24.02.20 17 0 11쪽
42 두 사람의 싸움 24.02.19 20 0 12쪽
41 문제의 사람 24.02.18 14 0 12쪽
40 한나 24.02.17 18 0 15쪽
» 무의 시험 24.02.16 23 0 13쪽
38 우연한 만남 24.02.15 19 0 12쪽
37 유랑하는 자들 24.02.14 18 0 12쪽
36 위기···? 24.02.13 20 0 11쪽
35 산 넘어 산 24.02.12 17 0 12쪽
34 숨어들다 24.02.11 18 0 12쪽
33 은랑 24.02.10 19 0 12쪽
32 사승부 24.02.09 21 0 12쪽
31 각오 24.02.08 17 0 12쪽
30 결의 24.02.07 17 0 14쪽
29 정체 24.02.06 16 0 12쪽
28 괴물에게 가는 방법 24.02.05 2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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