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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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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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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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을 가로질러

DUMMY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세반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한 나라의 왕이 역귀라고?"


"정확히 말하면 왕은 아닙니다. 무곡은 민주정으로 돌아가는 나라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그들의 최고 지도자를 뽑습니다."


"그건 나도 알아, 바보야. 7년에 한번 왕을 뽑는데 어떻게 왕이 역귀냔 말이야?"


얼빈은 손을 들어 그에게 따지고드는 세반을 진정시켰다.


"그들은 허울뿐인 왕이고 실질적인 머리인 역귀가 뒤에 숨어 있다는 말입니다."


"젠장, 말도 안 돼. 미쳐돌아가는 나라로구만."


세반은 거칠게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좋소. 다만 나의 일행들에게 의견을 물어야 하니, 잠시 기다려 주시오."


검은 그렇게 말하고 희와 무영을 돌아보았다.


"헛짓거리만 안 하면 전 괜찮을 것 같아요."


"난 스승님 의견에 따를래."


그것을 보고 있던 얼빈은 희와 무영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그럼, 당분간 신세를 지게 됐군요. 잘 부탁합니다."


무영은 그의 손을 잡고 세차게 흔들었으나 희는 살짝 웃어줄 뿐 그의 손을 잡지 않았다.


눈치 빠른 얼빈은 그녀가 남자와의 접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가 생각이 짧았군요. 주의하겠습니다."


"고마워요."


부족 중에 한 명이 얼빈에게 물었다.


"그래서, 바로 출발할 거야, 얼빈?"


"글쎄요, 이제 저는 검 님의 일행이 된지라. 어떻게 하실 겁니까?"


재백이 그보다 앞서 말했다.


"익숙치 않은 물길을 쉬지 않고 달려왔으니 여독이 많이 쌓이셨을 테지. 며칠 쉬고 가셔도 좋소."


"호의에 감사하오. 며칠만 신세를 지겠소."


재백과 부족의 사람들은 따뜻한 미소로 화답했다.


유랑 부족이 묵고 있던 신산도에서 그들은 며칠 동안 쉬며 피로를 풀었다.


무영은 몇 되지 않는 부족의 아이들과 칼싸움을 하며 놀았고,


희는 아낙네들과 금방 어울려 같이 사냥을 다니거나 바느질을 하는 등 소일거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얼빈이 떠날 채비를 하며 짐을 꾸리고 그의 자리를 정리하는 것을 세반이 옆에서 도와주었다.


나이가 비슷한 둘이 그 동안 가깝게 지냈던 모양이었다.


얼빈과 세반이 함께 옷과 도구들을 정리하고 있을 때, 검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우리는 내일 떠나기로 했소."


"그러셔."


세반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우리가 떠나면 얼빈과 우리의 기억을 지우실 텐가?"


"그러려고 했는데, 영감이 그러지 말래. 정에 약해서 탈이야, 영감은."


"알겠소, 그럼."


검은 그렇게 말하고 떠나갔다. 세반이 그의 뒷모습을 보며 얼빈에게 물었다.


"너, 갔다가 다시 올 거냐?"


"이 부족에 돌아올 거냐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임마."


"글쎄요, 확답을 드리기가 힘들군요. 일이 정말 잘 풀린다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네가 우리 부족에 온 지 얼마나 됐지?"


"그게··· 거의 5년이 다 되어가는군요."


"강산에서 상처 입고 죽어가던 놈 살려줬더니 하루아침에 수상하기 짝이 없는 놈들을 따라간다는 꼴 좀 보라지. 황족이란 놈들은 믿을 수가 없다고 내가 처음에 재백한테 그렇게 말했는데."


세반의 화난 새처럼 생긴 얼굴을 바라보며 얼빈은 소탈하게 웃었다.


"그러게요, 권력이란 게 참 무섭죠? 왕위를 가질 방법이 보이자마자 그동안 쌓아온 인연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헐레벌떡 달려들게 만드니."


"흥, 말은 청산유수군."


"만약 제가 왕이 되더라도,"


얼빈은 굳은 결심에 찬 얼굴로 세반을 바라보았다.


"당신의 부족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겁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떠도는 당신의 부족을, 절대로요."


"헹, 빙신. 벌써 왕이라도 된 것 같냐? 수상한 놈들 따라갔다가 길바닥에서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당신의 부족을 잊지 않을 거라는 건, 당신이 왕족한테 그런 싸가지로 말했다는 걸 잊지 않고 있다가 극형에 처할 거라는 의미였는데요."


세반과 얼빈은 서로 온 동굴이 떠나가도록 유쾌하게 웃었다.


"뭐, 가기 전에 술이나 한잔 하자."


"그러시죠. 특별히 술은 접시에 담아서 드리겠습니다."


세반은 새 부리를 씰룩이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듣자듣자하니 이 새끼가!"


그들은 한동안 투닥거렸다.


그리고 다음 날, 검은 재백에게 인사하고 그의 부족을 떠났다.


네 사람이 된 일행은 배를 띄우고 발리아리 군도를 가로질러 갔다.


"꽤 좋은 배를 가지고 계시는군요."


얼빈은 배의 멋들어진 선수상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우리 배는 아니지만 말야."


무영의 말에 얼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 같았습니다. 널판지에 스며든 핏자국이며 전투의 흔적이 곳곳에 보였거든요."


"맞아. 해적들과 싸워서 뺏은 배야."


희는 무영과 다르게 냉랭하게 말했다.


"왕자 아니랄까 봐, 관찰력이 참 좋으시네요."


"하하, 칭찬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기분 나빠."


희는 시종일관 그런 태도로 얼빈을 대했다.


일행은 필림에게서 받은 조각배를 돌려주기 위해 중도에 들렀다.


그 때까지도 묘일의 역귀 무리는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검이 빼앗은 해적선에서 조각배를 내려 만향의 지부에 돌려주고 오자, 얼빈이 물었다.


"이제 어디로 가십니까?"


"백산에 들러 배를 팔고 걸어가려고 했는데, 무곡으로 가는 더 좋은 길을 알고 계시오?"


"그러면 사막을 가로질러야 합니다. 힘들고 고된 여행이죠. 무곡의 항구로 바로 가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검은 얼빈과 함께 배에 있던 지도를 확인했다.


세계지도는 혼조가 중심으로 그려져 있어 다른 나라는 이름만 표시되어 있을 뿐이었다.


얼빈은 지도의 왼쪽 아래를 가리켰다.


"여기가 무곡의 항구도시 비수무입니다. 여기에 배를 대시면 무곡은 작은 나라이니 수도까지 열흘이면 갈 수 있습니다."


"뱃길이 몇 배로 길어지겠군. 만약 묘일의 군세가 닥치면 배 위에서는 도망칠 곳이 없소."


"육지가 보이는 거리에서 해안선을 타고 이동하면 괜찮지 않겠습니까?"


검은 희와 무영을 불러 상황을 설명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다.


의견은 사막을 가로질러 가자는 쪽이 둘, 뱃길로 가자는 쪽이 둘로 나뉘었다.


"일행이 늘어나니까 이런 게 안 좋네."


희는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사막을 건너가자는 쪽이었다.


"묘일이라는 역귀는 군대를 끌고 왔다가 순순히 돌아갔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서 검 님도 묘일을 만나면 난설로 간다고 하신 거구요."


"백산으로 가는 도중에 어쩔 수 없이 마주쳤을 때, 그리고 그녀가 다시 만났을 때도 공격할 의사가 없을 때에 한정해 말한 거요.


그녀가 만약 부아거에게 나를 죽이라는 명이라도 듣고 온다면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하는데 배 위에서는 너무 위험하오."


검은 청경을 써서 역귀들을 죽일 수 있었으나 그러려면 그도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바닷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리고 만약 역귀들을 전부 죽이지 못한다면 청경이 다시 깨어날 때까지 역귀들의 공격을 피해야 하는데, 물 속에서는 제약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주변에 섬이 있는 군도와 달리, 백산에서 비수무까지 항구도 없는 물길을 따라간다면 정박할 곳도 마땅치 않아 대항할 수단이 사라진다.


그는 그런 뜻에서 말한 것이었다.


얼빈은 그의 말뜻을 이해했다.


"알겠습니다."


"혹 물길로 가려는 다른 이유가 있으시오?"


"혼조와 무곡 사이에 있는 적사산 사막에는 유랑 부족이 매우 많습니다. 혹여나 눈에 띌까 봐 물길도 있다고 말씀드린 것뿐,


제 사정으로 여러분의 여행 방식에 이래라저래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


"알겠소. 우리는 적사산 사막을 통해 무곡으로 가도록 하겠소."


일행은 그렇게 백산에 정박해 배를 팔고 여비를 마련한 후 적사산 사막으로 향했다.


항구도시 백산 위에는 수도인 을지무가, 그 북서쪽에는 사막과 혼조를 잇는 도시인 강산이 있었다.


백산으로 가기 위해 을지무를 반드시 거쳐야 했던 것처럼, 백산에서 강산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도 을지무를 반드시 거쳐야 했다.


그들이 을지무에 도착했을 때, 얼빈은 추억에 젖은 눈으로 그의 고향이기도 한 을지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나도 안 변했군, 을지무는."


"여기서 곤정이라는 사내와 유련이라는 여자를 만났었소. 혹 그게 당신의 형님이신가?"


"예, 맞습니다. 둘째인 곤정 형님과 첫째인 곤령 형님은 후궁의 태생이긴 하지만요."


"역시 그랬군."


"무결투에서 준우승했던 그 덩치 큰 사람 말이지? 기결투 준비하면서 나도 봤었어."


"그럼 역시 그 상대였던 키 크고 마른 남자도 왕자였겠네요. 그 사람이 첫째인 곤령인가?"


"키 크고 마른 사내였다면 제 동생인 얼밀입니다."


"그 사람 둘 다 머리에 색실 세 개를 끼고 있던데, 왜 형은 하나도 없어?"


무영은 그의 머리를 보며 물었다. 얼빈은 부끄럽다는 듯 웃었다.


"전 싸움을 잘 못합니다. 왕자들은 무기를 들고 싸우지 않는 무결투에 참가하지만, 무결투에서도 좀처럼 이기기 쉽지 않더군요."


"흐응···."


희는 굳은살과 흉터로 가득한 얼빈의 주먹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일행은 을지무를 최대한 빠르게 벗어나 강산으로 향했다. 거기서 해적선을 판 돈으로 낙타와 온 몸을 감싸는 옷을 구매한 그들은 적사산 사막에 올랐다.


강산에는 사막을 건너려는 유랑 부족들이 많았고, 사막의 더운 낮과 추운 밤을 견딜 수 있게 이능이 깃든 옷을 파는 상점이 있었다.


하지만 펄펄 끓는 사막의 열기는 이능이 깃든 옷을 뚫고 들어왔다.


"더워어···."


푹푹 찌는 열기와 푹푹 빠지는 발 때문에 지친 무영이 힘빠지는 소리를 냈다.


"조금만 참으십시오. 저는 적사산 사막을 최단거리로 주파하는 경로를 알고 있으니, 며칠 걸리지 않을 겁니다."


얼빈은 앞서 걸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사막을 걸으며 유랑 부족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으나, 사막에 사는 유랑 부족은 접촉하지 않는 게 좋다는 얼빈의 말에 그들은 멀리 돌아 피하는 쪽을 택했다.


그렇게 보름 정도를 걸어 적사산 사막을 벗어나자, 멀리 도시 하나가 보였다.


"무곡의 도시 적사무입니다."


"이제 정말 혼조 사람이라고 해도 믿겠다. 피부 탄 것 좀 봐."


희는 까맣게 탄 그녀의 팔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제 말해주셔도 될 것 같은데. 무곡에 있다는 사람 행세를 하는 역귀와 천신에 대한 책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좋습니다. 말씀드리지요."


얼빈은 이어 말했다.


"무곡의 수도에는 책들 중에서도 오래된 고서와 장서를 따로 보관하는 비밀 장소가 있습니다. 천신에 대한 책이 있다면 반드시 거기에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리고?"


"거기에 눌러앉아 지키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역귀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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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200년 전, 대공습 24.03.05 10 0 14쪽
56 개곰 24.03.04 6 0 14쪽
55 미친 낙하 24.03.03 12 0 12쪽
54 그만 놀라고 싶은 여자 24.03.02 16 0 11쪽
» 대륙을 가로질러 24.03.01 15 0 12쪽
52 다시, 그곳을 향해 24.02.29 13 0 11쪽
51 열받게 생긴 놈 24.02.28 12 0 13쪽
50 기운찬 여행 24.02.27 12 0 12쪽
49 목적 24.02.26 12 0 12쪽
48 바다 위에서 24.02.25 12 0 13쪽
47 24.02.24 12 0 15쪽
46 대형 상단과 함께 24.02.23 17 0 12쪽
45 둘째와 넷째 24.02.22 16 0 12쪽
44 현산의 여자 24.02.21 16 0 13쪽
43 수도에서 24.02.20 17 0 11쪽
42 두 사람의 싸움 24.02.19 20 0 12쪽
41 문제의 사람 24.02.18 14 0 12쪽
40 한나 24.02.17 18 0 15쪽
39 무의 시험 24.02.16 22 0 13쪽
38 우연한 만남 24.02.15 19 0 12쪽
37 유랑하는 자들 24.02.14 18 0 12쪽
36 위기···? 24.02.13 20 0 11쪽
35 산 넘어 산 24.02.12 17 0 12쪽
34 숨어들다 24.02.11 18 0 12쪽
33 은랑 24.02.10 19 0 12쪽
32 사승부 24.02.09 21 0 12쪽
31 각오 24.02.08 17 0 12쪽
30 결의 24.02.07 17 0 14쪽
29 정체 24.02.06 16 0 12쪽
28 괴물에게 가는 방법 24.02.05 2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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