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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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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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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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놀라고 싶은 여자

DUMMY

"당신은 그 역귀만 잡아죽이면 무곡에서 몰래 책을 빼내올 필요가 없다고 하지 않았소?"


"그렇습니다."


"말을 교묘하게 비트셨군."


"선후관계가 조금 바뀐 것은 인정하겠습니다. 무곡에 있는 비밀 장서관을 아마 그 역귀가 지키고 있을 겁니다."


"혼조의 왕자인 당신이 이 정도까지 알고 있다는 건 혼조에선 그 역귀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고 어디에 있는지도 파악하고 있다는 건데, 어떻게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었죠?"


희의 질문에 얼빈은 당연히 나올 질문이었다는 듯 곧바로 대답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쌓인 의혹에 가깝습니다. 첩보부대원들이 은밀히 동태를 파악하고 있는 요인들이 몇 있는데, 몇십 년이 지나도 모습이 변하지 않는 자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 자는 비밀 장서관에 자주 들락거린다는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런 이능이거나 그런 부작용을 가진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한 나라의 일이란 그런 것도 모를 만큼 어정쩡하게 돌아가진 않습니다. 여러 방식으로 교차검증을 마쳤고 당시 열에 여덟아홉은 역귀일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상태였습니다.

그걸 아는 것도 왕족들 몇 명뿐이고요."


"그 비밀 장서관이 수도에 있는 것이오?"


"무곡의 수도 재래에 있지요. 다른 도시에 있다면 왕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가 없으니."


"재래의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시는 것 같군."


얼빈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두 팔을 들었다.


"드넓은 궐의 어딘가라는 것밖에 모릅니다. 저라고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맞아, 얼빈 형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무곡에서 실컷 시간 낭비만 하다가 아무 소득도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난설로 가야 했을지도 몰라."


"그건 그렇지만···."


이능자가 있는 시대의 전쟁은 어떤 방식으로든 장군이나 왕을 죽이면 승리하는 양상을 띠었다.


그걸 대비해 단여의 경우처럼 왕은 남들의 눈에 띄지 않게 몸을 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얼빈이 그 역귀에 대해 아는 것 역시 그 역귀가 표면적으로는 왕이 아니었기 때문에 외부에 잠깐씩 모습을 비췄기 때문이었다.


"그 장소를 찾으려면 입이 무겁고 정보 수집에 능한 정보상을 찾아야겠군."


검은 단여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 역귀가 지키고 있는 곳을 찾기 위해 정보상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얼빈이 그를 말렸다.


"출입이 엄격하게 금지되는 궐 내의 정보를 알 수 있는 정보상은 정보료가 엄청나게 비싸거나 사기꾼일 겁니다."


"비밀 장서관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면 수월할 텐데."


검은 답답한 마음에 혼잣말을 뱉었다. 얼빈 역시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그 정보를 들을 때 저에게는 무곡이라는 나라의 수많은 기밀 중에 하나였을 뿐입니다. 장서와 고서를 보관하는 비밀 장소가 있고 사람이 아닌 것으로 추정되는 자가 그 곳을 자주 출입한다는 정보가 있으면, 당연히 그 장소가 정확히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보다 그 자에 관한 정보를 더 알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걸 아는 자들은 혼조의 첩보부대 중에서도 극소수일 겁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밖에 없군."


검은 그들을 지켜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희에게 말했다.


"당신의 할머니, 휘에게 다시 한번 정보를 묻는 수밖에 없겠소. 그녀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고, 이런 극비 정보도 알 방법이 있을 테니."


"하지만 제 할머니의 정보료는 엄청나게 비싸잖아요? 방법이 있어요?"


"그 때 우리는 서로가 아는 정보를 교환했소. 천신을 섬기는 부족이 어디 있는지 물어본 후, 그녀의 오래 묵은 의문을 내가 하나 풀어 주었지. 그리고 그녀의 또 하나의 오래 묵은 의문에 대한 해답을 나는 가지고 있소."


얼빈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두 분은 단여에서 특급 범죄자로 지정되었다 죽음으로 위장되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출입국을 지나는 것조차도 불가능할 텐데요. 밀입국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희는 머리에 꽂고 있던 비녀 모양의 피리를 빼냈다. 그녀의 치렁치렁한 흑발이 바람에 날렸다.


"이걸로 하면 되죠. 당신이야말로 아무 대책도 없이 무곡까지 온 거였어요?"


희가 몇 번 그 피리를 쓰는 것을 본 적 있는 얼빈은 그녀의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했다.


"전 더 거친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희와 무영도 검 님의 청경을 믿고 무곡까지 온 것이 아닙니까?"


"궐 안쪽까지 무력으로 밀고 들어가려고 했던 거예요?"


"솔직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궐 내에 비밀 장서관이 있다는 것 외에 정보도, 수단도 부족한 저희 네 명에게 그것밖에 방법이 없으니."


"남의 손으로 적국을 멸망시키려고 했다는 거네요. 그럴 줄 알았어."


희의 차가운 태도에 얼빈은 쓴웃음을 지었다.


"어쨌든 할머니께 비밀 장서관에 대한 걸 아시는지 한번 물어볼게요. 뭐라고 쓰면 될까요?"


희는 피리를 불었다.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황조롱이 한 마리가 날아왔다.


"난설이 멸망한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쓰시오."


희는 그저 고개를 한번 끄덕여 보이고는 편지를 써 날려보냈다.


그를 따라다니며 너무 큰 일이 연달아 닥친 탓에 놀라기도 지친 그녀는 그가 한 말을 캐묻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영과 얼빈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난설이 멸망한 건 부아거 때문이잖아?"


"난설이 부아거 때문에 멸망했다면 삽시간에 온 나라의 사람이 불타 없어졌을 리가 없죠. 연왕 때문이라고 봄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부아거가 난설에 와서 나라를 사겠다면서 이상한 엽전을 건넸다는 얘기가 있잖아?"


"그 이야기는 혼조에서도 유명하긴 한데, 역귀의 왕이라고 한들 고작 엽전 하나로 한 국가의 사람들을 전부 어떻게 할 수 있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검은 무영과 얼빈에게 말해주었다.


"나는 500년 전에 난설의 수도 여을에 갔었소. 그리고 난설이 멸망한 이유는 연왕 때문이라고 부아거가 직접 한 말을 들었고."


"부아거가 직접?"


검이 걸어온 길을 대충 아는 무영과 다르게 얼빈은 깜짝 놀란 모양이었다.


"여을까지 들어가 부아거를 만났는데··· 어떻게 살아계십니까?"


비록 재백의 부족에게 청경과 천신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검은 낯선 사람들인 그들에게 사람의 손에 죽으면 다른 시대로 날려간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큰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부족의 사람들은 그가 불사에 가까운 존재라고만 생각했을 뿐, 시대를 건너뛴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그것은 얼빈도 마찬가지였다.


"말하자면 긴 얘기요. 어쨌든 재래를 멸망시키냐 마느냐 하는 것은 휘의 정보를 듣고도 방법이 없을 때 다시 한번 결정하겠소."


"한번 여을까지 들어가셨다면 방법을 알고 계신 것이 아닙니까? 안전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곧장 여을로 가서 그곳을 조사해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그 때는 믿을 수 있는 안내인이 있었소. 하지만 지금은 그녀와 연락할 방법이 없고."


"그 매구라는 여자 말이죠?"


희는 잠깐 만났던, 흰 소복을 입은 여자를 떠올리며 물었다.


"그렇소."


"놀라기도 지쳐, 어떻게 그렇게 온갖 기인들과 사건들을 몰고 다니시는 건지."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지 않소. 현산의 기무결투에서 만난 산청이라는 여자가 당신을 아는 모양이던데."


이야기를 나누던 일행은 적사산 사막과 맞닿은 무곡의 도시 적사무에 들어왔다.


적사무는 이능자들이 만든 도구 대신 태엽으로 돌아가는 기계들이 많았고, 그들이 들어가 앉은 주막에서도 복잡한 기계장치로 돌아가는 선풍기가 있어 내부는 시원했다.


무영은 선풍기를 신기한 듯이 이리저리 둘러보았고, 희는 검의 말에 대답했다.


"뭐, 저는 당신을 만나기 전에도 이곳저곳을 떠돌면서 살았으니까요."


"그 여자는 당신이 왜 나와 동행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내 남성을 잘라버린다고 말했소."


"······그랬어요? 산청이라, 기억에는 없는데 누구지?"


그녀는 당연히 산청이 누군지 알고 있었으나, 거짓말로 대화를 넘겼다.


그녀가 몸을 담고 있는 은랑에는 절대적인 원칙이 있었는데 그 누구에게도 절대로 본인이 은랑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 것이었다. 그럴 수 있는 경우는 단 하나, 대상이 죽기 직전인 사람일 때였다.


"나에 대한 적개심이 너무 강해 곧 만날 줄 알았는데, 을지무를 지나 강산을 넘어서도 보이지 않더군. 나의 기우였으면 좋겠으나 일행들도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 말해주는 거요."


"뭐, 어디 아픈 사람이었겠죠. 너무 신경쓰지 마요."


주막의 남자 주인이 그들에게 얼음이 동동 띄워진 차를 건넸다.


"주문할 게 정해지면 다시 부르시오."


"와, 얼음이다! 고마워, 아저씨. 강산에서는 얼음도 돈 받고 팔던데."


무영의 말을 들은 주인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능자가 있느냐 없느냐, 부작용이 얼마나 심하냐로 가격을 매기는 주제에 이능자가 죽으면 사라지기까지 하는 얼음이 무슨 소용이냐? 여기선 물만 있으면 얼음을 무한정 만들 수 있거든. 당연히 음식도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주인은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며 가게 뒤에 있는 큰 기계를 가리켰다. 큰 소리를 내며 기계가 돌아가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폐쇄적이지 않군. 전쟁 중인 나라라 외지인들을 배척할 줄 알았더니."


"전쟁이야 이능자들이랑 병사들이 알아서 하는 거고. 쓸만한 이능자들은 종종 징집되어 가지만 병사들은 뭐, 사실 많으나 적나 매한가지 아닌가."


"그럴 수도 있겠네."


일행은 적사무에서 며칠을 기다렸다. 희가 그녀의 할머니인 휘에게 보낸 편지의 답장이 올 때까지였다.


며칠 지나지 않아 희가 날려보냈던 것과 같은 황조롱이 한 마리가 날아와 희에게 편지를 전했다.


궐 내에 있는 비밀 장서관의 정보를 알려줄 수 있고, 난설이 멸망한 정확한 원인을 알려주는 것으로 값을 치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자, 그래서 뭐라고 적죠? 난설이 멸망한 원인에."


희는 적사무에서 구매한, 누름쇠를 누르면 저절로 먹물이 흘러나와 붓 끝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붓을 들고 물었다.


검은 담담하게 말했다.


"난설이 멸망한 원인은 연왕 때문이 맞으며, 그는 당신과 마찬가지로 천천히 나이를 먹고 있으며 지금쯤 어린 사내아이와 같은 외형을 하고 있을 거요. 그가 현재 역귀의 왕 부아거이고 지금 역귀를 조종하고 다루는 것이 그 자일 것이라는 내용을 써서 보내주시오."


희는 그만 새로 산 붓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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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기운찬 여행 24.02.27 12 0 12쪽
49 목적 24.02.26 12 0 12쪽
48 바다 위에서 24.02.25 12 0 13쪽
47 24.02.24 12 0 15쪽
46 대형 상단과 함께 24.02.23 17 0 12쪽
45 둘째와 넷째 24.02.22 16 0 12쪽
44 현산의 여자 24.02.21 16 0 13쪽
43 수도에서 24.02.20 17 0 11쪽
42 두 사람의 싸움 24.02.19 20 0 12쪽
41 문제의 사람 24.02.18 14 0 12쪽
40 한나 24.02.17 18 0 15쪽
39 무의 시험 24.02.16 22 0 13쪽
38 우연한 만남 24.02.15 19 0 12쪽
37 유랑하는 자들 24.02.14 18 0 12쪽
36 위기···? 24.02.13 20 0 11쪽
35 산 넘어 산 24.02.12 17 0 12쪽
34 숨어들다 24.02.11 18 0 12쪽
33 은랑 24.02.10 19 0 12쪽
32 사승부 24.02.09 20 0 12쪽
31 각오 24.02.08 17 0 12쪽
30 결의 24.02.07 17 0 14쪽
29 정체 24.02.06 16 0 12쪽
28 괴물에게 가는 방법 24.02.05 2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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