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다행
이 땅 위에 믿을 사람은 오직 나 하나. 나에게 다가오지 마. 나는 너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 그냥 그렇게 이해해.
"미안하지만 나는 운명을 가장한 악연이었다고 생각해."
"그래.. 너한테는... 그럴 수 있지. 내가 할 말이 없네."
"그니까 싱거운 소리 그만 말고 어서 운전해."
"응. 근데 여기가 맞는 것 같은데..."
옛날 그 갈빗집 장소가 맞는 것 같은데 도통 보이지 않는다.
"미지야. 잠깐 기다려봐."
서은우가 잠시 차를 세우고 근처 부동산으로 들어갔다가 나온다.
"5년 전 즈음에 폐업했다고 하시네. 아쉽다."
"그러게 아쉽네."
역시 10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중간에 식당이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어! 저기 소갈비 식당 있다. 저기 갈까?"
"그래."
칙칙 소리 내며 고소한 냄새를 퍼뜨리는 소갈비를 유심히 바라본다.
"어서 먹어. 나 잘 굽지?"
"음... 나쁘지 않게 굽네."
고기 굽는 서은우를 보며 연우가 생각났다.
연우도 고기 참 잘 굽는데. 그가 구워주는 고기를 받아 얻어 먹기만 해봤지 내가 구워 준 기억은 없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니야. 생각은 무슨. 그냥 고기 감상하고 있었어. 너도 어서 먹어."
"너 먹는 모습 볼 거야. 10년 전에 나 혼자 와서 고기 구워 먹을 때 내가 얼마나 밉상이었을지 느껴보려고."
"은근히 나 먹이는 거 같다?"
"들켰나? 헤헤."
웃는 서은우의 얼굴이 내 눈 가득 들어온다.
실없는 농담하고 나서 왜 그렇게 해맑게 웃는 거냐고? 자꾸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지잖아.
자꾸 그러면 내가 너한테 마무리 인사를 할 수가 없잖아. 왜 자꾸 내 계획을 망쳐 놓느냐고?
"미지야. 실례될 수 있는 말이긴 한데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물어보든지 말든지."
"혹시. 애인 있어?"
사레가 들린다.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뇌의 이성적인 부분이 당장 애인이 있다고 어서 솔직하게 말할 것을 명령한다. 하지만 콩닥거리는 가슴이 그 명령에 따르지 말 것을 지시한다. 애인이 없다고...
게다가 10년 전의 차미지가 어느새 불쑥 찾아와 거짓을 말하라고 부추긴다.
"나 아직 혼자...."
어린 차미지의 부탁을 들어줄 뻔 했지만...
"는 아니고, 남자친구 있어."
다행이다. 사실을 말한다. 연우를 배신하지 않아 다행이다. 다행이어야 하는 상황과 판단을 맞닥뜨려야 했다는 게 참 싫다.
결국은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었다. 상처는 결국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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