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이 땅 위에 믿을 사람은 오직 나 하나. 나에게 다가오지 마. 나는 너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 그냥 그렇게 이해해.
눈물이 필요할 때면 절망적이었던 과거를 떠올리면 그만이었다. 기쁜 표정을 지어야 할 때는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웃을 일이 많지 않았던 나에게 웃는 일은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사람들은 웃음 속에 슬픔이 묻어있는 것 같다며 좋아해줬다. 과거 나의 연기는 역할에 감정이입을 했다기보다는 진짜 '나'의 모습에 갇혀 있었다. 그래서 연기가 참 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피를 토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만큼 수없이 대사를 반복하며 읽었다. 미친듯이 배역에 몰입하려 했다. 연기할 때는 나 '차미지'가 사라졌다. 오로지 내가 맡은 배역에 빙의했다.
원래 타고 난 재능과 노력이 만나니 좋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참 역설적이게도 그 쉬웠던 연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연기에 진지하게 임하고 평생 연기를 공부해야 할 것 같은 숙명을 지니게 되었다. 그 생각이 들었을 때 진짜 배우가 된 것 같아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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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더 이상 갑질 논란 배우로 또 다시 어려움을 겪고 싶지 않았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웠던 과거 행동에 대한 반성도 있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스텝, 매니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응당 내가 까칠할 수 밖에 없었던 과거를 변명으로 삼아 경솔한 행동을 하지 않으려 한다.
생각지도 못하게 나의 과거가 화재가 되며 동정 여론이 생겨나고 있다. 스스로 가난하고 우울했던 가정 환경을 여기저기 얘기하고 다닌 적이 없었는데도 사람들이 알아서 세상에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이렇게 바닥까지 떨어졌던 차미지가 서은우라는 날개를 달고 점점 높이 날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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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은혜 기자입니다. 당당우먼 매거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기자님. 기자님 뵌 지가 한 2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여전히 예쁘시네요."
살짝 당황한 기자의 표정이 그대로 읽힌다.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 까칠했던 과거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던 사람들이 종종 친절하고, 살가워진 내 모습을 보고 '진짜 내가 알던 차미지가 맞나?' '어디 크게 아픈 적이 있나?' 라는 놀란 표정을 짓는다.
결국은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었다. 상처는 결국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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