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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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20:39
최근연재일 :
2024.01.3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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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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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나만 기억하는 악연 (1)

DUMMY

一.




공심은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조휘를 바라봤다. 무인의 눈이 아닌 불자의 눈으로.


불자의 눈에 비친 조휘는 무척이나 위태로워보였다. 그럼에도 조휘의 가슴은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정심(淨心)······. 백도의 어떤 명숙들에게도 찾아보기 힘든 정심이 저 어린 사내에게 깃들었단 말인가.’


아무도 그의 곁에 다가가지 않았다. 그에게 보내는 시선은 경외 혹은 공포였다.


‘무엇이 두렵더냐, 제자들아.’


공심이 금강나한들을 돌아봤다.


‘제자들의 눈에는 저 사내의 하얀 마음이 보이지 않는 것이냐.’


공심이 반장을 취했다.


‘아미타불.’


공심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거대한 공동으로 들어오기 무섭게 조휘의 살기가 증폭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어두운 동굴 내부였지만, 조휘의 살기 탓에 더 어두워진 것만 같았다.


‘이토록 짙은 살기라······.’


그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꼿꼿이 걸어가는 조휘의 등을 바라봤다.


‘자네는 이런 한을 품고 살아가는가.’


조휘의 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어두운 안개가 자욱한 어두운 동굴. 마교도들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조휘는 상관없다는 듯 묵묵히 걸었다.


‘부질없는 생각.’


공심의 눈가에 떨림이 멈췄다.


‘그가 어떤 한을 품었는지, 어떻게 품게 되었는지 알아서 무엇할 것이냐. 이 어리석은 땡중놈아.’


공심이 일행으로부터 한 발자국 먼저 떨어져 조휘에게 다가갔다.


‘자네가 품은 마음이 삿된 마음이 아니라는 것을 아네.’


공심의 가슴 부분이 황금빛으로 달아올랐다. 가사 밖으로도 빛나는 금빛의 진기. 지고한 깨달음이 없으면 연성도 불가능하다는 무상대능력의 진기가 뜨거운 불꽃이 되어 타올랐다.


‘다른 것이 아닌, 부처를 품은 무상의 능력이 내게 속삭이고 있어.’


우우우웅!


곁에서 따라가던 홍무기가 황금빛으로 물든 공심을 발견하고 헉소리를 냈다.


“대사님!”


적에게 위치를 알리는 행동이었지만, 공심의 마음에 미혹은 없었다.


“조휘.”


“말씀하십시오.”


“나는 자네를 믿네.”


“······.”


공심이 고개를 저었다.


“어째서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어. 이유를 아는가?”


“모르겠습니다.”


“내가 강호인이기 때문이야.”


“······!”


“나는 부처를 모시는 몸이지만, 반쯤은 강호에 걸쳐있는 강호인일세. 내가 믿는 것은 내 마음속에 살아 숨 쉬는 부처님과 평생을 바쳐 일궈낸 무(武), 단 두 개라네.”


공심의 몸에서 황금빛 진기가 더 강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공동을 가득 채웠던 검은 안개가 황금빛 파도에 밀려났다.


“적이다!”


홍무기가 거칠게 소리쳤다. 일행은 이미 괴인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이미 포위 당했다는 것을 알고 계셨던 것인가!’


공심의 엄정한 목소리가 공동에 울려 퍼졌다. 그것은 조휘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고, 금강나한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자네가 누구인지는 돌아와서 듣겠네.”


“······.”


“자네의 뒤에는 소림의 나한각주가 있어.”


공심의 눈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그의 금안에 비친 조휘는 이미 하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하얀색이었다.


“가게. 뒤는 내게 맡기고.”


번쩍!


조휘가 빛이 되어 사라졌다.




二.




“가게.”


조휘는 공심의 그 말을 듣자마자 보법을 밟았다. 성광류(星光流)의 성광십보(星光十步). 무림맹주의 성명절기였던 성광류의 발걸음이 바로 그것이었다.


‘성광일보(星光一步).’


조휘가 유성처럼 움직였다. 그의 잔상이 주욱 늘어나며 유성의 꼬리가 되었다. 하얗게 물든 조휘가 올곧은 일직선으로 적들을 향해 내리꽂혔다.


화살보다도 빠른 움직임이었지만, 조휘의 보법을 자세히 살펴보면, 둔검의 묘리가 섞인 극상승의 무리를 엿볼 수 있었다.


빠름과 둔함. 상반된 두 무리가 한 곳에서 공존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지고한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성광십보는 장수의 걸음이다.’


조휘는 그것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구름을 닮은 무당의 제운종이나, 떨어지는 매화잎을 모방한 화산의 암향표와는 그 뿌리부터가 달랐다.


효율적이고 간결한 움직임과 그에 따라오는 효율적이고 간결한 적의 사살. 그것을 넘어선 적의 말살. 성광류의 성광십보는 그것을 위한 발걸음이었다.


번쩍! 파아아아앙!


성광일보를 밟아 순식간에 적진 한가운데에서 나타난 조휘가 전후좌우 삼십육 방위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둥글게 휘둘러진 궤적을 따라 백색의 잔상이 남았다.


쒜에에엑!


귀악종의 교인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가까스로 검기를 막아낸 이들은 너덜너덜해진 채로 살아남았지만, 과연 그것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들의 마공과 완전히 상극인 조휘의 기운이 상처 부위를 통해 심맥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그 탓에 괴인들은 팔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이보(二步).’


일보에서 이보로.


적진을 파고들었으면 주위를 완전히 굴복시켜야만 한다. 그것이 전장이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유리한 공간을 창출해낼 수 있는 발걸음. 조휘가 성광이보(星光二步)를 밟았다.


후우우우웅!


조휘를 중심으로 자연기가 요동쳤다. 전장의 흐름이 모두 조휘를 향하기 시작했다. 조휘로부터 비롯된 존재감이 공간 전체를 잠식해나갔다.


금강나한들을 코앞에 둔 괴인들은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다. 그것은 비단 괴인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용문석굴 어딘가의 넓은 공동. 그 안에서 살아 숨쉬는 모든 생명이 조휘를 바라본다.


순식간에 모두의 시선을 빼앗은 조휘의 주변에 하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피─!”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한 교인이 거칠게 일갈하려 했지만, 이미 조휘는 이보에서 삼보로 전환한 지 오래였다.


‘적들의 시선을 빼앗았으면, 다시 시야를 가려야지.’


조휘의 주변에서 엄청난 빛이 터져 나왔다. 용천혈에 공력을 집중, 진각을 밟음과 동시에 발경을 펼쳐 집중시킨 공력을 넓은 범위로 터트린다. 발바닥에서 시작된 엄청난 빛은 일순 괴인들의 시야를 앗아갔다.


“크아아아악!”


괴인들은 눈이 멀것같았지만, 공심을 비롯한 나한들과 홍무기는 상황이 달랐다.


“이런 아수라장에서 어울리는 말은 아니지만.”


“무척이나 따듯합니다.”


공심의 말을 홍무기가 받았다.


“이러고 있을 틈이 없습니다. 바로 적들의 뒤를 쳐야 합니다.”


홍무기는 홀로 종횡무진하는 조휘에게 경악을 느끼며 그렇게 말했다.


“안 그래도.”


쿠우우우웅!


공심이 거세게 진각을 밟았다.


“그러고자 했네.”


우우우웅!


황금빛으로 물든 공심에게서 엄청난 인력이 느껴졌다. 주변의 대기가 요동치며 허리춤의 주먹으로 빨려 들어갔다.


“흐읍!”


공심이 주먹을 뻗었다. 금빛의 와류가 둘러진 주먹이 허공을 강타하자 홍무기는 순간 눈이 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콰아아아아앙!


빛이 터짐과 동시에 괴인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소림의 나한각주가 펼쳐낸 칠십이절예(七十二絶藝), 아라한신권(阿羅漢神拳)이었다.


“금강나한들은 무엇 하느냐. 어서 금강나한진을 펼치지 아니하고.”


공심을 싸늘한 일갈을 들은 금강나한들이 공심을 중심으로 십팔 방으로 흩어졌다. 공심의 무상대능력만큼은 아니지만, 그들이 익힌 심공 역시 마공과 상극인 신공이었다. 그 덕에 금강나한진의 출력이 평소보다 배는 강해졌다.


쿠구구구궁.


공심을 비롯한 열아홉의 무승들의 기세에 공동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긴장을 늦추지 마라. 싸움은 이제 시작이니.”


우우우우웅!


이미 지하를 가득 메운 검은 안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었다.


“하아아압!”


거친 기합과 함께 용의 형상을 닮은 장력이 휘갈겨졌다. 조휘만큼은 아니지만, 그 사이를 활보하는 한 거지가 있었다. 비취색의 기운이 번쩍일 때마다 마교도들의 머리통이 두세 개씩 사라졌다.


“몰아붙여라!”


그렇게 백도의 활약이 절정에 이를 무렵.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는데······ 가관이군.”


콰아아아아아앙!


“크억!”


귀령장(鬼令掌)에 직격한 홍무기가 주욱 미끄러졌다. 뒤로 십여 장은 물러난 그가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쿨럭.”


“후개!”


“어린 거지야. 예가 어디라고 재발로 기어들어 왔느냐.”


온몸에 흑색의 와류를 휘감은 귀악종의 집법사자가 순식간에 홍무기와 거리를 좁혔다.


“그리 나서지 않아도 언젠간 죽여줬을 건데 말이다.”


집법사자가 홍무기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앙!


“쿠웨에엑!”


이미 극심한 내상을 입었지만, 방금의 부딪힘으로 완전히 탈진한 홍무기였다. 깜짝 놀란 공심이 달려오지 않았다면, 그대로 목숨을 잃었을 것이었다.


확실하게 마무리할 기회를 놓쳤지만 집법사자는 이미 홍무기에게서 관심을 끈 지 오래였다. 그가 귀령장을 막아낸 공심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네놈.”


마치 사자의 그것처럼 살기 가득한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거짓말처럼 교인들의 기세가 살아났다.


“죽어도 죽지 못할 것이다.”


흑색으로 물든 집법사자와 금빛으로 물든 나한각주가 부딪혔다.


콰앙!




三.




공심이 빠진 부재는 무척이나 컸다. 그가 없다고 금강나한진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강력한 초고수가 전장에서 이탈하는 것만으로도 사기는 저하된다.


그렇게 떨어진 사기는 진법의 기세에 영향을 미쳤고, 자연스레 약해진 진법에는 틈이 생겼다.


“명료!”


괴인의 손톱이 명료의 가슴팍을 할퀴었다. 흩어진 앞섶 사이로 보이는 상처는 얼핏 보아도 무척이나 심각했다.


“크윽! 저는 괜찮습니다!”


소림의 무력을 상징하는 나한 중에서도 금강나한은 특수한 이들이다. 영약은 물론이거니와 익힌 무공 자체도 불법보다는 무(武)에 치중되어 있었다.


때문에 숭산에 틀어박혀 수련하는 것이 아닌 강호를 누비며 이런저런 경험을 쌓아왔다. 금강나한의 모두가 그러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들은 백도와 흑도의 접경지대에서의 전투도 몇 번씩이나 참여해서 공적을 쌓기도 했었다.


‘대체 이런 놈들은!’


공심이 빠진 상황에서 금강나한을 이끄는 이는 그들 중에서도 가장 경지가 높고 강호 경험이 깊은 담진이었다.


담진은 숭산에서 용문석굴로 출발하기 직전, 방장의 걱정 어린 충고를 들었었다.




“마교는 무척이나 잔악해서 어중간한 마음가짐으로 임하면 부지불식간에 당할지도 모른다.”




담진은 방장의 걱정을 마음속에 깊이 새겼지만, 그렇다고 바뀌는 것은 없었다.


‘이런 싸움······. 아니 이런 걸 싸움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인가.’


살인 경험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수십이 넘는 피를 손에 묻혔으니 불자로서 실격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건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크아아아압!”


명진이 거칠게 일갈했다. 번뇌를 떨쳐내기 위함이었다. 소림칠십이절예 중 하나인 관음청강수(觀音靑剛手)가 담진의 손에서 펼쳐졌다.


담진 역시 소림의 일대제자였으며 이립의 나이로 호법승려로 인정받을 정도로 상당한 재능의 소유자였다. 그런 담진이 펼쳐낸 청강수였으니, 그 위력은 무척이나 고절했다.


푸르게 타오르는 손이 괴인들의 몸을 강타할 때마다 그들의 몸에 구멍이 뚫렸다. 그러나 괴인들은 멈춤이 없었다.


“이런 시발!”


한창 흑백의 전장을 주유할 때 버릇이 들어버렸던 욕설이 오랜만에 튀어나왔지만, 당황을 느낄 새도 없었다.


따닥!


괴인이 목을 쭉 빼서 담진을 물어뜯으려고 했다. 가까스로 피해낸 담진이 관음보살의 힘이 담긴 청강수로 머리통을 후려치자 그제서야 움직임을 멈춘 괴인이었다.


담진은 그나마 상황이 괜찮은 편이었다. 아무리 때리고 후려쳐도 물러나지 않는 마교도들을 보며 나한들이 겁을 먹기 시작했다.


‘좋지 않아.’


이룬 경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지닌바 무공의 깨달음이 무척이나 깊어 강호에 이름 한 줄씩 남긴 이들이란 말이다. 가장 막내인 명료만 하더라도 일류의 수준은 훨씬 뛰어넘어 절정의 벽을 두들기는 고수였다.


‘제길!’


자존심이 무척이나 상할 법도 했지만 담진의 판단엔 거리낌이 없었다.


“제자들은 뒤로 물러나라!”


담진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마교도들을 떨쳐낸 나한들이 뒤로 훌쩍 물러났다. 괴인들과 나한들 사이에 길다란 선이 생긴 형국이었다.


잠시 소강상태로 돌아간 전장. 선수를 친 것은 마교 쪽이었다.


“두려워 말라. 우리는 신의 품으로 귀화하는 것이니.”


귀악종의 한 마인이 으르렁거렸다. 그때였다.


“닥쳐라.”


파아아아앙!


거친 파공음이 울려 퍼지더니 괴인의 머리통이 사라졌다. 어느새 후방을 다 정리한 조휘가 전장에 참여한 것이다.


하늘에서 비검으로 검을 쏘아낸 조휘가 괴인들을 훌쩍 뛰어넘어 나한들 앞에 내려섰다.


“그냥 입 다물고 죽어라. 진짜도 아닌 가짜들 주제에.”


그 자리의 어느 누구도 조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조휘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이놈들은 어중이떠중이라는 것을.


마교의 진짜 힘은 천마로부터 나온다. 천마와 떨어진 떨거지들은 진짜 마인이 아니다. 그래서 천마가 무서운 것이었다. 아무런 힘도 없는 늙은 마인조차 천마와 함께라면 한창 절정일 시절로 돌아가니 말이다.


그래서 조휘는 천마부터 잡아 죽였다. 마음이 맞는 전우들을 이끌고 적진 한 가운데로 침투해서 말이다.


‘시발.’


조휘는 무척이나 짜증 났다. 고작 이런 가짜들을 정리하는 것이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럴 시간이 없단 말이다.”


조휘가 아무것도 쥐지 않은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를 쭉 뻗었다. 그가 엄지, 약지, 소지를 굳게 말아쥐자 일대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오른손 검결지?’


뒤에서 조휘를 바라보던 담진은 의아함을 느꼈다. 우수로 검결지라니? 저 사내는 분명히 좌수검이었는데?


좌수로 쏘아낸 자격이 어찌나 완벽하던지, 검을 사용하지 않는 담진이지만, 경이를 느낄정도였다.


그랬던 그가 좌수도 아닌 우수로 검결지를 만들었다. 검결지가 조휘의 어깨 위로 향했다. 손으로 하늘을 가리킨 형태였다.


그러나 그 자리의 모두는 조휘가 ‘어떤 검’을 들었다고 생각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검은 산을 가르고 하늘을 가릴 정도로 거대했다.


‘이런 곳에서 꺼낼 생각은 없었는데.’


휘익!


조휘의 검결지가 휘둘러졌다.


“참천(斬天).”


쩌어어억!


그 순간 조휘 앞에 서 있던 마인들이 모조리 반으로 갈라져서 죽었다.


뒤이어 거친 폭음이 울려 퍼졌다.


콰아아아아앙!


“쿠웨에에엑!”


바닥을 굴러 조휘의 옆으로 떨어진 공심이 검은 피를 주욱 토했다.


“이놈들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마치 계단을 밟고 내려오듯이 유유히 내려왔다.


마인들은 모조리 죽었지만, 공동이 암흑으로 물들었다.


“······.”


조휘와 집법사자의 눈이 마주쳤다. 조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입술이 씰룩이는 것을 느꼈다.


‘나만 기억하는 악연이라.’


조휘는 저기 음산한 기운을 폴폴 풍기는 귀악종의 집법사자와 만난 적이 있었다. 무척이나 먼 미래에.


“······?”


조휘를 바라보는 집법사자의 눈에 의문이 들어찼다.


조휘가 실실 웃으며 아랫것을 대하듯 말했다.


“이야. 너?”


조휘가 껄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너! 장천(場闡)이구나?”


집법사자, 장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반갑다, 천아!”


장천. 귀악종의 집법사자에서 공을 세워 주교의 직위로 승급한 전설적인 인물. 그러나 무림맹의 한 무사에게 잔뜩 농락당하다 죽는 비운의 마인.


“오랜만이구나!”


조휘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다른 놈들이라도 마찬가지지만, 저놈에게는 특히 질 자신이 없었다.


조휘에게 귀악종의 마공을 알려준 것이 바로 장천이었으니. 때문에 조휘는 장천의 습성을 모조리 알고 있었다.


조휘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먼저 들어와 봐라. 이 형님이 선수를 양보해주마. 혹시 아느냐. 내게 한 대라도 맞히면 내가 천마 발가락이라도 핥아줄지.”


“······.”


조휘가 버럭 소리쳤다.


“뭐해, 이놈아! 반쪽짜리라서 그런가, 간도 반쪽이야? 잔뜩 겁먹은 게야?”


반쪽짜리.


그 말을 듣자 장천의 몸에서 끔찍한 살기가 퍼져 나왔다.


“네놈.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팔다리부터 뽑고 시작하겠다.”


조휘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것 하나만은 통해서 좋네.”


장천이 조휘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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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천하를 거닐며 칼춤을 추다 (2권 完) +5 23.09.09 2,682 52 25쪽
39 비와 주먹과 사나이 (5) +2 23.09.08 2,534 4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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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화산에 오르다 (2) +5 23.08.21 3,460 55 12쪽
20 화산에 오르다 (1) +3 23.08.20 3,770 54 15쪽
19 회자정리 거자필반 (1권 完) +3 23.08.19 3,742 55 16쪽
18 나만 기억하는 악연 (2) +4 23.08.18 3,722 60 18쪽
» 나만 기억하는 악연 (1) +4 23.08.17 3,725 5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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