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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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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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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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에 오르다 (2)

DUMMY

一.




다행히 해가 지기 전에 화산의 산문을 넘어온 유자하.


천하제일화산파(天下第一花山派).


용사비등(龍蛇飛騰)한 필체로 적힌 현판을 마지막으로 장식하는 것은 정갈하게 새겨진 매화 하나였다.


얼핏 보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나무에 새겨진 매화가 어찌나 생생하던지, 촌스럽다는 생각은 쏙 사라졌다.


“이야······.”


그의 입이 떡 벌어졌다. 서른다섯의 나이, 상단주로 강호 곳곳을 주유했지만, 이토록 화려한 도관은 처음인 것 같았다.


‘아니. 도관이 화려한 것이 아니다.’


도관은 세월을 그대로 맞았다. 고즈넉한 향취가 느껴지는 건물은 일견 손만 대어도 바스라질 것 같았다.


그러나 건물과 건물 사이를 연결하는 튼튼한 밧줄에 주렁주렁 매달린 호롱불, 만개한 매화,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날아다니는 꽃잎들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화려하게 만들었다.


본질은 역사 깊은 도관 그 자체였지만, 그곳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이토록 다르게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역시, 화산이라는 것인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는 태양이 지고 있었다. 해가 지고 달이 뜨기 직전의 시간. 어스름한 밤하늘이 슬며시 고개를 들며 낮 동안 고생한 푸른 하늘을 다독였다.


둘이 잠시간 뒤섞이는 황혼의 시간이 도래했고 화산의 산문을 통해 바라보는 하늘에는 자줏빛의 강이 지고 있었다.


“자하(紫河)······.”


산문 안의 사람들 모두가 밖을 바라봤다. 그 넓찍한 산문은 액자가 되었고, 그 속에 걸린 풍경은 그 자체로 풍경화가 되었다.


수많은 사람의 시선이 교차하는 하늘.


사람들의 시야에 하늘로 솟구치는 하나의 신형이 보였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활보하는 그의 자태는 꼭 신선과도 같았다.


정갈하게 빗어 넘긴 머리칼은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맞은 회색빛이었다. 그러나 남자의 피부는 무척이나 고왔다.


검은색 무복 위, 하얀 장포를 걸쳤다. 그 장포를 수놓은 것은 붉은 매화였다. 도인의 장포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화려한 장포였지만, 저것은 화산 장문진인의 상징인 암향홍매(暗香紅梅)의 신물이었다.


그의 허리춤엔 한 자루의 검이 매달려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어떠한 장식도 없었지만, 검신이 드러나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검에 화려한 검집은 오히려 독이다.’


검신은 자줏빛이었다. 하늘을 수놓은 자하가 검신 끝에 아롱졌다. 남자가 검을 한 번 쓰다듬자 검이 한 치는 더 길어지는 것 같았다.


화산파 장문진인의 상징인 자하신검(紫霞神劍)에 이은 장문진인만의 내공심법, 자하신공(紫霞神功)의 발현이었다.


“요, 용문진인!”


누군가가 발작적으로 외친 소리에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용문(龍門). 현시대의 천하제일검을 논하는 일대의 검객이자, 흑도 소속 무성십존인 흑제(黑帝)와 동수를 이루는 절세의 무인. 사해를 울리는 그의 별호가 바로 매화검존(梅花劍尊)이었다.


무성십존, 매화검존.


그가 자하기가 맺힌 자하신검을 휘두르자 하늘이 갈라졌다.


쩌억─ 열린 자줏빛 하늘 사이로 어스름한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리를 이룬 별들도 있었고 재자신을 뽐내듯 홀로 독보하는 별들도 있었다.


그것은 마치 강호의 무인들을 보는 것만 같았다.


“화산을 찾아주신 여러분께.”


용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덤덤한 목소리는 그의 내공을 받아 사람들의 귓가에 쏙쏙 꽂혔다.


“지금 화종지회의 개막을 고하겠소.”


그 순간.


“우─.”


사람들은 광란에 휩싸였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악!”





二.




쩍 갈라진 자줏빛 하늘을 바라보는 조휘가 피식 웃었다.


‘변하신 게 없으시군.’


그의 검에 담긴 가공할 경력에 이은 무척이나 드높은 검리(劍理)는 화산파 무공의 정수를 담은 완벽한 일검이었다.


괜히 무성십존이라고 칭송받는 것이 아니었다. 화산의 절정검법, 칠매검과 이십사수매화검. 옥녀월하검과 청화홍매검까지. 모든 검법이 단 한 번의 휘두름에 담겼다.


회귀 이후, 처음으로 보는 무성십존의 무위에 조휘는 작은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은 곧 검에 대한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간결한 동작 속 복잡한 내공 운용. 물론 알고 있었지만, 새삼 느끼는군.’


조휘가 입맛을 다셨다.


‘조금 풀어진 모양이야. 혈향에서 멀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이리 풀어지다니. 문제가 많군.’


조휘가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사람 참 더럽게 많다.”


이곳이 진정 도관인 화산파가 맞나 싶었다. 어딜 돌아봐도 사람이 보일 정도.


사람이 이 정도로 많이 모이면, 이런저런 사람들도 모이는 법이었다.


‘어쭈. 대놓고 술도 파네.’


자세히 살펴보니 강호삼기, 두주불사의 곽영이었다.


‘미쳤나.’


미치지 않고서야 저리 대놓고 술장사를 할 리가 없었다. 곽영이 나서서 장사를 시작하니 하나둘씩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어수선해졌지만, 곽영이 나서서 상황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자, 자! 손님들이 편하게 다니셔야 우리도 물건을 많이 팔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 강호인들의 축제입니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물건을 파실 분들은 길 중앙은 터주고! 음식이나 술을 팔 사람들은 저어쪽에 공터가 있으니 거기로 갑시다!”


조휘는 그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짜고 치는 거였구먼.’


대충 보니까 견적이 나왔다. 아마 화산 쪽에서 곽영에게 부탁했을 터였다. 아무래도 도사들이 직접 나서서 판을 깔아주는 건 그림이 좋지 않으니까 말이다.


상인들 사이에 자연스레 섞여서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고, 혹시 모를 사고에 재빨리 대처할 수 있는 곽영이 이런 일에 제격이었다.


“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다! 도관의 성지, 화산에서! 무려 곡차르으으을! 강호의 그 누구도 해보지 못한 일을 여러분이 해볼 수 있습니다!”


“······미친 게 틀림없어.”


곽영이 그렇게 말을 시작하자 상인들도 거리낌 없이 홍보를 시작했다.


자신하는 검 몇 개를 들고 와 파는 상인들도 있었고, 자신 있는 요리 솜씨를 선보이는 상인들도 있었다.


여인들을 저격한 화장품과 치장품을 파는 곳. 술 파는 곳. 이 둘은 인기가 절정이었다.


이상하게도 여인들을 저격하는 곳엔 남성들이 몰렸는데, 그들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니 다 얼굴 반반하게 생긴 돈 많은 공자들이었다.


그러한 광경을 바라보는 두 사내가 있었으니······.


“강호 꼴 참 잘 돌아간다.”


“강호 꼴 참 잘 돌아가.”


두 사내가 서로를 바라봤다.


“음? 우리 어디서 본 적이 있던가?”


“······초면이오.”


사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왜 이렇게 익숙하지······.”


“글쎄.”


“그나저나 그게 소협의 무기입니까?”


조휘가 허리춤의 검을 툭 쳤다.


“재미 좀 보고 있지.”


“그것 참 신기합니다. 찌르기에 특화된 얇은 검이라······. 협봉검도 아니고 그렇다고 송곳처럼 보이지도 않습니다. 양날검은 맞지요?”


“그렇소.”


사내, 청하가 씨익 웃었다.


“어떻게. 우리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그가 자기 허리춤의 검의 손잡이를 툭툭 쳤다.


“한 판?”


조휘가 청하를 바라봤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순간 청하는 눈을 피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무슨.’


눈이 무척이나 맑다. 맑다 못해 투명하다. 저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자신의 모든 것을 토해낼 것 같았다.


‘아니, 이미 읽고 있다.’


사내는 이미 자신의 모든 것을 낱낱이 파해치고 있었다. 그것이 기분 나쁠 법도 했지만 이상하게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렇게 뚫어져라 바라보면 부끄럽습니다. 하하. 제가 좀 잘생기긴 했지요?”


“그렇소.”


빠르게 돌아온 대답에 청하가 당황한 그 순간, 조휘의 수도가 청하의 목을 향해 휘둘러졌다.


파아아앙!


“······!”


백색의 기운이 맺힌 수도는 청하의 목 반 치 앞에 멈춰있었다. 순간 모골이 송연해진 청하가 대경실색하며 조휘를 바라봤다.


“뭣.”


조휘가 피식 웃었다.


“한 판 해보자고 하셔서. 이러면 이 몸의 승리인가?”


“······그렇습니다.”


청하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읽지 못했다?’


사내의 수도에는 어떠한 전조 증상도 없었다. 순식간에 휘둘러진 수도는 마치 공간을 고이 접어서 자신의 목 앞에서 나타난 것 같았다. 더욱이 무서운 것은 급소를 노리고 휘둘러졌지만, 그 손끝에 어떠한 살기도 담기지 않았다는 것에 있었다.


‘만약 멈추지 않을 생각이라면 읽을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은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휘둘러진 순간 반응을 못 했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자신은 저 사내에게 패배한 것이었다.


만약 저 사내가 자신을 죽이러 온 살수였다면? 그랬다면 패협의 무명(武名)은 오늘로 끝이었다.



청하가 조휘를 향해 포권을 취했다.


“인상 깊은 가르침이었습니다. 제가 졌습니다.”


조휘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 그렇게까지야.”


“아닙니다. 손속에 사정을 두셔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죽었을 것입니다. 만약 소협께서 저를 죽이러 온 살수였다면······ 제가 이렇게 반성할 수도 없었겠지요.”


청하는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조휘가 잠시 주춤하더니 이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


청하가 의아한 눈으로 조휘를 바라봤다.


“이거, 원. 강호에서 패협으로 불리는 도장께 감사 인사를 다 받으니 제 얼굴이 붉어집니다, 그려.”


청하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다 알고 계셨습니까?”


“어찌 모르겠습니까.”


“······.”


말투를 싹 바꾼 조휘가 비릿하게 웃었다.


“이거이거. 안 되겠습니다. 가르침을 드렸는데 이대로 넘어가면 안 되겠지요.”


“허허.”


“술이나 한 잔 자십시다. 저기, 꽤 괜찮은 곳이 있던데 도장께서 사주십시오.”


청하의 두 눈가가 떨렸다. 그러길 잠시 결연한 표정을 지은 그가 냉큼 말했다.


“에잇! 갑시다, 가요! 사부도 이해해주실 겁니다. 승부에서 졌는데, 목숨값도 안 내고 뺄 수는 없지요.”


“호쾌해서 좋습니다. 가십시다.”



조휘와 청하가 향한 곳은 곽영이 자리를 차지한 곳이었다. 한창 장사가 잘되어 껄껄 웃고 있던 그가 둘을 보더니 웃음을 뻥 터트렸다.


“어째, 벌써 친구라도 사귀었나보우이.”


“하하······ 그렇게 됐습니다.”


곽영이 조휘를 조심스럽게 가리켰다.


“여기 계신 이 ‘대협’께서는 술 한 병을 사고 은전을 값으로 내는 통 크신 분이시다. 모시는 데에 부족함이 없도록 성심성의를 다하도록. 술도둑 놈아.”


청하가 머쓱하게 웃었다.


“선생님이 그리 말 안 해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이분께서 제 목숨을 한 번 구해주셨거든요.”


그러자 곽영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협께서?”


“예. 저를 크게 깨우쳐 주셨습니다. 탈력의 극치······ 어떠한 살기도 느껴지지 않는 완벽한 한 수였습니다. 아마 이분께서 살수였다면, 저를 영영 보실 수 없으셨을 겁니다.”


곽영은 청하의 한 마디로 모든 상황을 그려낼 수 있었다.


본디 탈력이라 함은 몸의 힘을 뺀 상태를 의미했다. 쓸 대 없는 힘을 빼고 필요한 힘만을 온전히 담아 일점의 낭비도 없는 완벽한 한 수를 펼치는 것. 어찌보면 무공의 극치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탈력이었다.


‘이놈이?’


그가 조휘를 훑었다.


“허어. 허어! 호오······?”


곽영이 이내 탄식을 터트렸다.


“이런 놈이 다 있나!”


곽영이 조휘의 팔을 주물주물 거렸다.


“이야······ 근육의 탄성이나, 혈도의 탄탄함이나. 무재(武才), 무재로다!”


곽영의 몸에서 꿉꿉한 바람이 후욱 불어왔다. 순식간에 취기를 날려버린 것이다. 이전과는 딴판인 기도였다. 장엄하고 묵직한 기도는 명불허전이었다.


이어진 그의 말은 그 자리의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름이 무엇인고?”


“조휘입니다.”


“조휘······. 조휘라.”


곽영이 허리를 꼿꼿이 폈다.


“나는 곽씨 성을 쓰는 영이라는 사람이다. 들어는 보았겠지. 두주불사, 곽영.”


“예에.”


“알고 있다니 편하겠군.”


곽영이 조휘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 어르신의 제자가 될 생각이 있느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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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타초경사 (2) +2 23.09.12 2,364 3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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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천하를 거닐며 칼춤을 추다 (2권 完) +5 23.09.09 2,682 5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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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비와 주먹과 사나이 (4) +2 23.09.07 2,502 4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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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매화검 (2) +4 23.08.24 3,134 5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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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에 오르다 (2) +5 23.08.21 3,461 5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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