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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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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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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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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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매화검 (1)

DUMMY

一.




시간이 지나고, 조금 진정된 곽영이 조휘를 불렀다.


“조휘야.”


“말씀하십시오.”


“어르신의 물음에 대답을 잘 해야할 것이다. 이 대답에 따라서 향후 너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으니.”


“위험한 것입니까?”


“경우에 따라선 지금 이 자리에서 너를 당장에 처죽일 수도 있다.”


“곤란하군요. 대답을 잘해야겠습니다, 이거.”


곽영은 일순 긴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유가 넘치는 조휘를 살피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두 눈과 머리칼이 피처럼 붉은색이고, 황금빛 석장을 들고 다니는 사내를 아느냐?”


“······!”


“아는 기색이군.”


곽영의 몸에서 심상치 않은 기파가 흘러나왔다. 불꽃과도 같은 살기였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통제하고 있는 곽영이었다.


“권장을 사용하는 실력도, 석장을 휘두르는 실력도 일품이다. 그러나 무서운 것은, 놈에게 한 번 상처를 입는 순간. 그 사람은 놈의 노예가 된다는 것에 있지.”


곽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조휘를 노려봤다.


“나 정도 위치에 오른 사람이면, 굉장히 드물게 강호의 고서적을 읽을 기회가 찾아오곤 하는데 놈의 인상착의는 옛날에 무림맹 비밀 서고에서 읽었던 ‘그자’와 인상착의가 똑같더군. 심지어 사용하는 무공까지 말이야.”


“······.”


“너. 마교를 알고 있나?”


어느새 조휘는 무표정이 되어 있었다.


곽영은 그를 보며 참 무섭다고 생각했다. 투명해서 깨끗해 보이던 그 눈동자는 읽을 수 없는 유리알이 되어 있었고, 특유의 잔잔한 기도는 폭풍전야의 바다처럼 불길했다.


“마교에는 천마라고 불리는 그들의 신이 존재하고, 그 신을 모시는 신의 사도들이 여덟 존재한다. 그리고 각 사도마다 모시는 집단이 존재하는데 그들을 종파라고 부른다.”


“······.”


“팔대 종파 중에서 악랄함을 따지면 제일은 귀악종이라는 곳이지만. 위험도를 따지면 제일은 혈신종(血神宗)이라고 한다. 그리고 내가 본 인상착의의 그 남자를 혈마(血魔)라고 부르며 혈신종에서 모시는 신의 사도라고 하더군.”


기어코 곽영의 몸에서 살기가 터져나왔다.


“그놈의 손에 넘어간 이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오.”


말투가 바뀐 것 따위, 신경 쓸 사람은 이곳에 없었다.


“네놈. 마교에서 왔느냐.”


조휘가 곽영을 노려봤다.


“내게 마교에서 왔냐고 물으셨소?”


“······.”


“대답이 궁금하면 아니라고 하겠소. 그러나 내 대답이 무슨 소용이 있소이까? 당신의 실력이면 참과 거짓 정도는 판별할 수 있을 것 같소?”


“······!”


조휘가 으르렁거렸다.


“마교라는 것들이 당신의 조막만 한 머리통에 들어있는 상식선에서 이해가 가는 족속이라고 생각하시오? 이야기를 들어보니 혈마를 만난 것 같소만······ 당신의 상식으로 그자를 이해할 수 있던가?”


곽영은 대답할 수 없었다.


“진짜 내가 놈들의 끄나풀인 줄 알았으면 더 조심했어야지. 내가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함정을 판 뒤 그곳으로 유인했어야지! 내가 들어 가주지 않는다면! 발로 차서라도 구덩이에 집어넣었어야지!”


조휘는 지금 화를 내고 있었다. 마교를 만만하게 보는 작금의 강호에. 지금의 시대가 태평성대라고 생각하는 강호의 어른에게.


“그딴 물렁한 생각으로 놈들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소? 필요하다면 놈들의 가족까지도 잡아다 와서 고문해야지 씨알이라도 먹힐까 말까 하는 놈들이외다. 그런데, 뭐? 네놈. 마교에서 왔느냐?”


“······.”


“내가 당신의 실력 따위는 간단하게 재낄 수 있을 정도로 능력 있는 마인이었다면, 어찌하려고 그랬소. 내가 돌아가서 숨어버린다면? 아니, 이왕 의심받기 시작한 거, 차라리 백도의 많은 젊은이가 모이는 화종지회를 틈타 몰래 그들을 죽여버리려고 든다면?”


조휘가 잠시 말을 멈췄다.


“······아니면. 내가 당신이 만났던 혈마였다면. 용문진인이 달려오기 전까지 당신이 날 붙들고나 있을 수 있겠소?”


“그러한 가정은!”


“가정은 의미가 없지.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난 뒤일 터이니.”


조휘가 곽영을 노려봤다.


“후개에게 연락해보시오. 얼마 전에 하남에서 귀악종의 교인들을 토벌하는 일이 있었소. 내가 앞장서서 놈들을 토벌했고 후개 역시 그곳에서 참여했소이다. 소림의 공심대사께서도 이 불민한 놈을 도와주셨으니, 정히 궁금하다면 그들에게 물으시오.”


곽영이 꽉 매인 목소리로 조휘에게 물었다.


“너는 어찌 아느냐.”


“놈들의 수법에 가족을 잃었으니까.”


“······!”


조휘가 숨을 골랐다. 흥분한 가슴을 조금 가라앉힌 뒤 곽영에게 말했다.


“제가 드릴 말씀은 끝입니다. 나머지는 선배께서 알아서 생각하십시오. 혹여나 다음에도 이번과 같은 일이 있다면, 제 말을 명심해주시길 바랍니다.”


조휘가 한숨을 쉬었다.


“놈들을 죽이고 싶은 것은 선배뿐만이 아닙니다. 복수.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너! 그것을 어찌!”


“선배와 나눈 말 몇 마디에 모든 정보가 담겨있습니다. 눈치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대강 알아차릴 겁니다.”


아.


나가기 직전, 작은 신음을 터트린 조휘가 곽영을 돌아보며 말했다.


“혈마의 손에 잠식된 사람들을 되돌릴 방법은 있습니다. 그게 궁금하시면 조금 진정된 뒤 저를 다시 찾아오십시오.”


곽영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 말을 끝으로 조휘가 방문을 나섰다.



홀로 남은 곽영은 멍한 눈으로 천장을 올려봤다.


“여보······. 아들아······.”


둘의 얼굴을 떠올리니 숨이 턱 막혀오는 곽영이었다. 그러길 잠시, 조휘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떠올랐다.


-조금 진정 된 뒤 저를 다시 찾아오십시오.


곽영은 심호흡을 시작했다.


‘조금만 기다려 줘.’





二.




어젯밤의 전야제는 끝이 났다. 숙취로 고생하는 무인은 무인이라고 할 수 없는바. 서둘러 몸단장을 가지런히 한 무인들이 등장했다.


남녀와 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수히 많은 인파가 한 곳에 몰렸다. 혹여나 안전사고가 나지 않게 화산파의 도인들은 눈을 부릅뜨고 인파를 노려봤다.


“역시는 역시인가.”


“다들 기색이 헌앙하구먼.”


매화가 새겨진 검을 허리춤에 찬 화산 검수들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사람들을 인솔하는 이들은 화종지회에 나가는 것을 허락받지 못한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무척이나 뿌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안으로 다 들어가고, 인파가 제법 한적해지자 종남의 무인들이 나타났다.


“종남의 태청자(太淸者) 장로가 아니십니까. 그간 격조했습니다. 좋은 자리를 마련했으니 안으로 드시지요.”


“허허허. 강호에서 유명한 매화일절(梅花一節)께서 몸소 안내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걸어갔다. 평온한 말이 오고 갔지만, 제자들은 두 사람의 기세를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다. 태청자의 기세는 고절했고, 매화일절의 기세는 화려했다.


누구 하나 우위라고 하기도 애매한 상황, 기묘한 대류를 깬 것은 화산파의 이대제자였다.


“사숙을 뵙습니다.”


후욱!


푸르고 붉은 대류를 순식간에 가르고 들어온 날카로운 기세의 주인은 매화일절에게 분명히 사숙이라고 칭했다.


‘이놈한테 사숙이라고 칭하면······ 화산의 이대제자가 아닌가!’


태청자가 경악에 가득찬 눈으로 청년을 바라봤다. 한눈에 보아도 잘생긴 얼굴이었다. 눈매가 날카로웠지만, 서글서글 웃고 있었기에 부드러운 첫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태청자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검을 뽑는 순간 저 사내는 누구보다 무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청하 왔느냐.”


‘청하라면······ 패협?’


이제 이립에 이른 이대제자가 받기엔 과분한 별호였다.


패협이라는 이름은 무성십존에는 못 미치더라도 그 아래의 고수가 받는 것이 예로부터 관행이었다. 그러나, 그런 관행을 뚫고 이제 이립에 이른 청년이 별호를 꿰찼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무위가 대단하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강호에 나와 세운 공적이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뵙는 것은 처음일세. 패협.”


청하가 머리를 긁적였다.


“저도 처음 뵙습니다. 태청자 장로님.”


청하의 인사는 그걸로 끝이었다.


‘이 오만한 놈이!’


태청자는 순간 얼굴을 와락 찌푸릴 뻔했지만, 초인의 인내심으로 참았다.


“하, 하하하. 우리 백도의 미래가 밝습니다. 이제 이립의 나이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토록 헌앙한 기도라니요. 백도의 홍복(洪福)입니다.”


“감사합니다. 사숙. 이만 들어가시지요. 올 사람들은 다 온 것 같습니다.”


태청자의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


‘저놈. 고의로 저러고 있군.’


기세를 꺾기 위함이든, 제 사숙을 보필하기 위함이든 청하라는 어린놈이 자신에게 방자하게 구는 것은 고의였다. 오만 정치가 판치는 백도의 수뇌부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은 태청자의 감은 그리 말하고 있었다.


태청자의 눈치를 살핀 매화일절이 청하를 나무랐다.


“이놈. 사문에서 너를 그리 가르치더냐. 장로께 오만한 언행에 대해 사죄드리고 똑바로 모시거라.”


“예에.”


태청자는 순간 매화일절이 청하에게 한쪽 눈을 깜빡이는 것을 보았지만 애써 모른 척했다.


“모시겠습니다.”


청하가 앞장서고 태청자가 그 뒤를 따랐다. 자연스레 종남의 문인들은 태청자의 뒤를 따랐다.


태청자는 청하의 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에게 물었다.


“혹시 패협께서도 이번 대회에 나오시오?”


청하가 고개를 갸웃했다.


“조금 뒤에 보시면 아실 일이 아니십니까?”


“그건 그렇소만, 궁금해서 그럽니다.”


태청자가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패협께서 우리 제자들과 같은 후기지수로 묶인다지만, 이미 규격 외가 아니시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패협께서 대회에 나온다면 우리 제자들은 승산이 없는 비무를 하게 되는 것이오. 그런 경험은 별로 시켜주고 싶지가 않소.”


청하가 덤덤하게 말했다.


“뭐, 승패가 갈리는 것은 좋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장이 아니겠습니까? 종남의 제자가 저의 검을 보고 무언가를 깨친다면 그것 역시 백도의 복이오, 제가 종남의 검을 보고 무언가를 깨우친다면 그것 역시도 백도의 복이 아닙니까?”


“······맞는 말이오.”


청하가 잠시 말을 멈추고 태청자를 바라봤다. 태청자는 자신을 유심히 바라보는 그 눈동자가 무척이나 깊어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청하가 피식 웃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나간다 그러면 장문인께 혼납니다. 후기지수 대회에는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말은······?”


“이번 화종지회는 새로운 맹주 취임을 앞두고 무척이나 큰 규모로 열리지 않았습니까? 후기지수 대회가 끝나면, 모두를 대상으로 비무대회가 열리니 저희는 그곳에서나 볼 것 같습니다..”


“······기대하고 있겠네.”


말을 끝맺은 청하가 휙 돌아서 걸어갔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맨 앞에서 청하가 비릿하게 웃었다.


‘늙은 너구리 같은 게.’


청하는 비무장에서 태청자를 멋지게 때려잡는 것을 상상한 뒤, 속으로 생각했다.


‘조휘······. 속을 알 수 없는 사내란 말이지.’


청하가 작게 낄낄 거렸다.


‘지목을 한 번 해볼까.’





三.




화산이 달리 화산이 아니라면, 종남도 달리 종남이 아니었다. 무성십존에 이름을 올린 용문부터 후기지수 중 제일이라는 패협까지. 나날이 화산의 명성이 드높아지고 있지만, 일대제자 아래의 제자들 수준은 고만고만했다.


첫날의 비무대회는 1점 차이로 화산의 승리로 돌아갔다.


청하는 패배한 화산의 제자들을 한 대 모아서 짧게 정신머리 교육(?)을 해주고는 곽영이 운영하는 주점으로 돌아왔다.


“······.”


“······.”


“음······ 이게 뭔 상황일까나.”


청하가 서로 냉랭한 곽영과 조휘를 보다 머리를 긁적였다.


“에잇. 모르겠다.”


철푸덕 주저앉은 청하가 한숨을 쉬었다.


“땅 꺼지겠다. 땅 꺼지겠어. 어린놈이 뭔 한숨을 그리 쉬어.”


청하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들겼다.


“내가 답답해서 그럽디다. 답답해서! 아니, 화산의 무인인 것에 자부심을 갖는 건 좋다 이거야! 매화검법? 화려하고 아름다우니까 눈이 팔릴 수도 있지! 근데······ 그게 전부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냐.”


곽영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화산의 검은 매화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검학이 추구하는 본질이 매화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요. 아직 어린아이들이니 더욱더 그리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무인이기 이전에 도인이 아닙니까.”


“무인이기 이전에 도인이다.”


“어찌하여 멀리 보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화산 검학의 본질이, 그들이 배우고 익히는 도덕경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아무리 입 아프게 설명해주어도 이해하지 못하니, 제 속이 다 터질 것 같습니다.”


곽영이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놈아. 장문인도 네가 말한 화산 검학의 본질을 불혹이 넘어서야 깨우쳤다고 하셨다. 너 이전에 화산 제일 기재라고 불리던 장문인도 그러셨는데, 다른 제자들이 벌써 깨우칠 것 같더냐?”


곽영이 한숨을 쉬었다.


“네놈도 이제는 근본으로 돌아가거라. 아무리 날고 기어도 너의 근본이 화산이라는 것은 너도 부정할 수 없어. 왜 화산 무학의 진전을 이으려 하지 않는 것이냐.”


청하가 씁쓸하게 웃었다.


“선생님도 아시잖습니까. 제가 매화를 휘두르면, 그 꽃에는 피뿐이 뿌려지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화산의 매화가 그리 더럽혀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런 놈이 뭔 제자들을 나무라.”


“저 같은 놈 되지 말라고 이러는 거 아닙니까.”


조휘가 청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매화를 피워내는 건, 결국 나무다.”


조휘의 덤덤한 목소리를 들은 청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피워내는 것은 나무지만, 나무 역시도 꽃일 때가 있었을 것이니. 꽃이 나무가 되고 나무가 꽃을 피워내면, 다시 피어난 꽃은 언제고 나무가 될 수 있겠지.”


“······!”


“돌고 도는 것이 세상사다. 매화마다 생김새가 다 다르듯, 꽃을 피워내는 나무마다도 생김새가 다 다르다.”


조휘가 청하를 바라봤다.


“도장처럼 빠르게 꽃을 피워내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무척이나 두터운 땅을 뚫기 위해 발버둥 치는 나무도 있는 것입니다. 도장은 양지바른 곳에서 볕을 잘 받고 빠르게 꽃을 피워낼 수 있었지만, 도장의 그늘에 가려져 볕을 받지 못하는 나무도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


“하지만.”


조휘가 하늘을 바라봤다.


“조금 느리면 어떻습니까. 조금 못생기면 어떻습니까. 그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고 마침내 맺어낸 결실이 아닙니까. 그것에 빠르고 늦음이 어딨습니까. 못생기고 아름다움이 어딨습니까.”


청하가 조휘를 멍하니 바라봤다.


“결국 이곳에 있습니다. 마음에. 나의 마음에. 매화를 피워낼 수 있는 마음을 화산의 모두가 가지고 있으니, 결국에는 도장처럼 꽃을 피워내겠지요. 도장의 매화처럼 붉고 생생한 매화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강철과도 같은 단단한 한 송이의 매화를 피워낼 수도 있겠지요.”


“······!”


조휘의 투명한 눈에 정광이 맺혔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 척박한 땅을 개간하고 비료를 주고 볕을 드리워주고 물을 뿌려주어야겠지요. 이토록 어려운 과정을 화산의 어린 제자들이 어찌 홀로 할 수 있겠습니까.”


“······!”


“외면하지 마십시오, 도장. 괴물이라고 혹여 손가락질당할까 봐. 그런 이유로 피하지 마십시오.”


조휘는 이미 청하의 사정을 알고 있었다. 천성적으로 살기를 짙게 타고난 청하는 천성 도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가 휘두르는 매화검은 과하게 요사스러웠다. 휘둘렀다 하면 적의 요혈을 사정없이 노려버리니, 도인이길 원하는 청하와는 맞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화산의 검을 놓았다. 대신해서 화산의 검을 품기 위한 무학을 만들었다. 그것이 유성검이었다.


“별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한들, 눈앞에 만개한 매화만 하겠습니까. 화산의 선조들은 분명히 그런 마음을 품었을 것입니다. 예, 분명히요.”


조휘가 고개를 숙였다.


“주제넘었다면 죄송합니다. 그저 도장께서 심히 답답해하시는 것 같아서.”


청하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안되겠습니다.”


“······?”


“조소협의 방금 그 말씀. 화산의 제자들에게 직접 전해주십시오.”


“예에?”


“사흘 뒤, 후기지수 대회가 끝나는 날. 소협께 비무를 신청하겠습니다. 한 수 가르침을 주십시오.”


청하가 씨익 웃었다.


“오랜만에 바닥에 굴러서라도 자리를 마련해야겠습니다. 무조건 소협을 강단에 올릴 겁니다.”


“거.”


“저한테 지고 그런 연설을 하면 무척이나 쪽팔리겠지요?”


“아니.”


청하가 얄밉게 웃었다.


“좋은 승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조휘가 떠올렸다.


청하는 상식을 벗어나는 미친놈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만큼이나 장난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 제발.”


이미 청하는 암향표를 밟아 사라진 뒤 오래였다.


“시발.”



그렇게 사흘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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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타초경사 (1) +3 23.09.11 2,506 44 14쪽
40 천하를 거닐며 칼춤을 추다 (2권 完) +5 23.09.09 2,683 52 25쪽
39 비와 주먹과 사나이 (5) +2 23.09.08 2,534 46 14쪽
38 비와 주먹과 사나이 (4) +2 23.09.07 2,503 4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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