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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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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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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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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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비와 주먹과 사나이 (3)

DUMMY

一.




천하. 그리고 무림맹주.


진산월은 덤덤한 조휘의 목소리를 듣자 전신을 관통하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것을 감히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그저 말로 설명할 수 없음에 전율할 뿐.


저 어린 청년의 입에서 나올만한 단어가 아니었다. 아직 자기 앞가림 하기도 바쁠 나이가 아니던가. 진산월은 자신이 조휘의 나이일 때 무엇을 했는지 천천히 더듬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다.’


그때는 농사 일을 하던 순진한 시골 청년 중 하나였다. 사천 성에서 자고 나란,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하루하루 밭을 갈며 연명하는 삶. 그러나 진산월은 그때가 부끄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는 농사 일을 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검성이 될 수 있었다.’


진산월은 진실로 그렇게 믿었다. 무성십존이라는 자리는 고작 재능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 정도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선 재능을 초월한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말로 감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집착, 내지 광기와 비슷한 그 집념. 진산월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밭을 매던 그날에 그것을 배웠다.


그리고 약관 언저리에 배운 집념은 수십 년의 세월 간 그의 곁을 지켰다. 한미한 출신의 진산월이 검성 진산월이 되기까지. 가장 날카로운 검이 되어주었다.


‘죽지 않기 위해 죽인 세월이 쌓이고 쌓여 나는 검성이 되었다. 천하에 이르렀지. 그때도 나를 지탱해준 것은 고작 재능 따위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그 무엇보다 날카로운 검을 지닌 채, 그 누구보다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내가 진산월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래서 진산월은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강호의 미래는 아직 밝구나.’


진산월은 조휘를 보며 과거의 자신을 보았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던 어린놈의 눈깔은 그때도 천하를 향해 있었다.


강호는 꿈꾸는 자의 세상이다.


진산월도 그것을 알고 있다. 다만, 꿈꾸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다. 강호라는 지옥은 꿈꾸는 자를 진창에 구르도록 강요하기 때문에.


꿈을 이루고자 하면 무수히 많은 마귀가 찾아온다. 그 마귀들은 꿈을 이루지 못한 마귀들이다. 나와 똑같은 진창을 구르라고 발목을 잡아 끌어버린다.


그때마다 진산월은 속으로 일갈했다. 나를 네놈들과 똑같은 수준으로 판단하지 마라.


천하를 주유하며 칼춤을 추었다.


칼끝에 묻은 것은 내 꿈이었다.


그리고 돌아보니, 칼끝에 천하를 묻었음을 깨달았다.


“천하를 보고 듣고자 한다고? 자네가 생각하는 천하가 무엇인지 들을 수 있겠는가?”


조휘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나의 꿈.”


“······!”


“내 눈앞의 늙은 무림맹주의 꿈. 어딘가에서 약초를 캐고 있을 심마니의 꿈. 어머니와 아버지의 꿈. 스승의 꿈. 그리고.”


조휘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듣는 이의 이목을 강제로 잡아 끌어버리는 엄청난 힘이. 진산월은 마치 조휘가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강호의 꿈.”


진산월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듣고 있노라니 피가 끌었기 때문이다. 이 덤덤한 목소리를 듣고 전율하지 못하는 강호인이 있을 리가 없었다.


“세상 모두의 꿈을 듣고자 합니다. 그리고······.”


조휘가 작게 웃었다.


“그것을 위해서라도 저는 무림맹주가 되어야겠습니다.”






二.




여전히 비가 내렸다.


조휘를 떠나보낸 진산월은 점소이의 자리에 앉아서 문밖을 바라봤다.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빗줄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의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 같았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진산월은 조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도 비를 좋아했다. 비는 그의 몸에 묻은 피를 씻어주는 것 같았기에.


진산월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뜬 그는 어딘지 모르게 결연한 눈빛이 되어 있었다. 스스로 다짐을 한 것일까? 그것은 진산월 본인을 제외한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허허허. 나에게도 아직 혈기가 남아있었나 보우이. 젊은 청년의 말을 듣고 피가 끓어올랐으니 말이야.”


기분 좋은 울림이었다. 조휘의 말에는 감동이 있었다. 어쩌면 그 청년의 진짜 무기는 무공이 아니라 사람을 감화 시키는 그 언변에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면모가 무림맹주에 참으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진산월이었다.


“오랜만에 제자나 한번 찾아가 볼까.”


진산월은 제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놈이 지금 전검대의 대주였었지? 전검대의 소식이 강호를 울리는 걸 보면 잘하고 있나 보군.”


진산월이 허허롭게 웃으며 가게 문을 닫았다.


지나가던 한 여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방금 불이 꺼진 가게 앞에서 어떤 노인이 서 있었던 것 같았는데, 지금 다시 보니까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귀신인가.”


여인도 휙! 하고 사라졌다.





三.




서문을 지나 북문에 도착한 조휘는 어느덧 비가 그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바람에 밀려 흩어지는 구름 사이로 빛줄기가 내려오고 있었다.


마치 하늘이 개벽하는 듯한 절경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조휘는 북문의 공터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가면서 조휘는 북문의 전경을 눈에 담았다.


이곳은 후퇴로였다. 사천을 정복한 적이 일차로 뚫어야 할 관문이 남문이라면, 이차로 뚫어야 할 관문은 북문이었다.


북문은 섬서의 장안으로 직통하는 길이었기에, 중원의 관중 지방을 장악하기 위한 거점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동문과 서문도 있었지만, 동문은 장강으로 이어지는 한수와 바로 연결되는 수문이었기에, 배가 없으면 이용이 힘든 곳이었다. 또한 서문은 섬서에서 감숙으로 연결되는 입구였다. 중원 침략이 목적인 이들에겐 여러모로 계륵 같은 곳이 동문이었다.


이런 지리적 특성에 따라 당연하게도, 북문은 남문만큼은 아니지만 무림맹이 상당히 신경을 쓰는 곳임은 맞았다.


조휘는 성벽을 올랐다. 맹원들이 지키는 사각을 뚫고 오른 것이다. 사람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선 조휘는 뒷짐을 지고 북문 밖을 바라봤다.


그렇게 우둑하니 서서 한참을 기다리니 뒤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찾았군.”


황보기호였다. 목소리를 들은 조휘가 뒤로 살며시 돌았다.


“혼자 왔니?”


“그래.”


조휘는 성벽 아래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군기를 느낄 수 있었다. 수하들을 대동하고 왔지만, 자신을 만나러 홀로 온 황보기호의 배짱이 기꺼웠다.


“아까 말은 사과하지. 어미 젖이나 더 먹고 오라니. 기분이 나빴겠어.”


“나빴지. 나도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겠다.”


“음?”


“조카 놈이 사고를 쳤더군. 집에다 크게 혼낸 뒤에 정신 머리를 뜯어 고쳐 놓고 무림맹으로 보내라고 말해뒀다.”


조휘는 의외라는 눈으로 황보기호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 담긴 감정을 읽은 황보기호가 피식 웃었다.


“왜. 의아한가? 내가 조카놈을 감싸고 돌 줄 알았어?”


조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나 역시 황보가의 사람이니 말이야. 가주의 입김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단 말이지. 그래서 조카놈을 조금 챙겨줬는데, 그게 내 실책이란 것을 오늘로 깨달았다. 이미 조카놈은 망종이 되어 있더군.”


“그래.”


“돈으로 사람을 부리려고 했다. 가문의 힘을 이용해서 사람을 협박했다.”


황보기호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다. 여기가 무림맹이 아니었다면. 나는 내가 사랑하고 한 몸 바친 무림맹이 더러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그래서 정말 화가 난다.”


황보기호의 눈이 번뜩였다.


“또한 황보씨를 타고난 사내라면. 부딪쳐서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정면으로 맞섰어야 했다.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것 같더라도 악착같이 싸웠어야 했어!”


황보기호가 으르렁 거렸다.


“놈은 황보씨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 맹원으로서 지켜야 할 선을 넘었고 그놈의 근간인 가문의 선을 넘었지. 무림맹의 이름에 먹칠했고 가문의 이름에 먹칠했다. 가문은 놈을 그리 가르치지 않았어.”


조휘가 고개를 저었다.


“가문이 그리 가르쳤으니 황보소가 망종이 되었겠지.”


“아니─.”


“말 끊지 말고 똑바로 들어라. 우선, 무림맹에 들어온 이상. 황보소는 황보가의 사람이 아니라 무림맹의 사람이다. 그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지.”


“······.”


“무림맹의 사람이 돈으로 맹원을 부리려고 들고 가문의 힘을 이용해서 같은 맹원을 협박했다? 그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야.”


조휘가 황보기호를 노려봤다.


“그건 다 네놈들이 가진 선민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라. 과연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이어진 조휘의 말은 황보기호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너희 가문이 무림을. 강호를 지탱한다······. 그리 생각하는 게 아니냐고 묻는 게야.”


“······!”


“그럴 리가 없지. 고작 황보세가가 무림을. 강호를 지탱하다니. 그리고 만약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참 웃기는 일이야. 너네가 강호를 지탱하는 거. 누가 바라기라도 했나? 황보씨가 나서서 강호를 지탱하고자 한 게 아니었나? 스스로 희생하기로 자처한 것이 아니었어? 누군가의 강요로 인해 강호를 위해 희생하고 있었나?”


조휘가 싸늘하게 말했다.


“너희는 선민의식에 빠져있어. 거대 세가? 그게 어쨌단 말이냐. 너네에게서 무공을 빼면 무엇이 남지? 쌀 한 톨이라도 너네가 직접 길러 먹을 수 있을까?”


“······.”


“맹원이 맹원을 협박한다. 그것도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배경으로. 황보기호. 네가 무림맹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네가 꾸짖어야 할 사람은 네놈의 조카가 아니라 네가 몸담은 황보가의 가주다.”


황보기호의 숨이 턱 막혔다.


“황보의 이름에 먹칠했다? 황보의 이름값이 얼마나 되지? 그깟 황보의 이름이 천하를 위해 희생하고자 한 무림맹의 사람을 협박할 정도로 드높던가? 네놈 가문의 이름이 한 사람 협객의 이름보다 윗줄이야? 정녕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조휘가 황보기호의 앞까지 걸어갔다. 조휘도 작은 키는 아니었지만, 황보기호가 무척이나 거대했기에 머리 하나는 더 차이가 났다.


그러나 황보기호는 자신의 앞에 선 조휘를 보며 작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크다!’


그는 거인이었다. 그것도 이 한중 땅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거인.


“황보소 같은 인간 때문에 맹을 뛰쳐나간 협객이 몇일지 생각하면. 그놈을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다. 그러나 내가 그놈을 어찌 하지 않은 것은! 그건 내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야. 정녕 네가 황보라는 이름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 무림맹을 마음에 품고 있다면! 황보소의 인격과 행실에 대해서 꾸짖고 네놈의 가주를 향해 소리치란 말이다.”


조휘가 황보기호의 멱살을 잡았다.


“진정으로 무림맹을 생각하나? 그럼, 당장 네놈의 가문으로 돌아가서 가주를 꾸짖어라. 눈을 뜨고 그 개같은 선민의식에서 벗어나라고 소리쳐라.”


“······.”


조휘가 황보기호의 멱살을 잡은 손을 풀었다. 매가리 없이 밀려난 황보기호가 뒷걸음질 쳤다.


잠시 한숨을 쉰 조휘가 시선을 옮겼다. 그가 사랑해 마지않은 무림맹을 향해. 조휘는 왜인지 모르게 저곳에서 누군가가 웃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할 말은 끝이다. 너는 이제 네가 할 일을 해라.”


“······.”


“어차피 위에서 명을 받고 온 것이 아니었나? 당신이 황보소의 부탁을 받고 나를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신 상관이 나를 데리고 오라고 시켰겠지.”


“······.”


조휘가 황보기호를 노려봤다.


“그러나 순순히 잡혀주지는 않을 거다. 나는 지금 화가 많이 났거든. 당신에게도. 당신 뒤에 있을 사람에게도.”


그리고 무림맹을 각축장으로 만든 봉공들에게도.


“최선을 다해서 들어와라. 저 아래의 놈들한테도 올라오라고 말해.”


“그건.”


“비겁하다고 생각하나?”


조휘가 서서히 기세를 끌어 올렸다.


“고작 너 하나로는 내 몸에 생채기도 낼 수 없어.”


쿠구구구구궁.


엄청난 기세가 황보기호의 어깨를 짓눌렀다. 황보기호의 두 무릎이 꺾여서 땅에 닿았다. 억지로 버티려는 듯, 허벅지가 폭발적으로 부풀어 올랐지만, 어림도 없었다.


“흐아아아아!”


콰앙!


폭발적으로 진기의 절반을 터트린 황보기호가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서 중심을 잠았다.


“네가 안 오면 내가 가지.”


콰아앙!


거센 진각과 함께 조휘의 신형이 쏜살처럼 날아같다. 동시에 황보소가 외쳤다.


“투검대는 나를 도와라!”


쾅! 콰광!


조휘와 백하나의 투검대가 부딪쳤다.


싸움은 일방적으로 조휘의 승리로 끝났다. 시작부터 끝까지 조휘의 기세에 밀린 투검대는 그들이 자랑하는 투검진(鬪劍晉)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진형이 무너졌다.


황보기호는 진심으로 싸우고자 한 조휘와 부딪치고 세 합만에 무력화 되었다.


투검진을 이루지 못한 투검대는 조휘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결국 백하나의 투검대를 모조리 쓸어버린 조휘는 기절한 황보기호를 질질 끌고 외원에서 가장 높은 곳인 무성전으로 향했다.


무성전에 도착한 조휘는 황보기호를 던져서 무성전 입구를 부숴버렸다. 안에서 회의를 나누던 외원주와 무성전주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조휘를 바라봤다.


조휘는 그 속에서 익숙한 얼굴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혁운진이었다. 오늘이 혁운진을 비롯한 동서남북의 각주들까지 한 대 모인 외원 회의였던 것이다.


조휘는 황보소의 만행을 그들에게 알렸고, 외원주는 분개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그러했다.


그러나 무성전의 입구를 부수고 들어온 조휘의 행동을 지적하며 그를 구금하고자 했다.


당연히 조휘는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무성전의 무사들과 각주들의 합공에서 한 시진을 버텼다. 보다 못한 혁운진이 중재에 나섰고, 조휘는 혁운진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원치 않아 스스로 뇌옥으로 걸어 들어갔다.







四.




무성전 뇌옥.

가부좌를 틀고 앉은 조휘는 그를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


“어이. 조휘.”


껄렁하게 걸어오는 사내는 혁운진이었다.


“입맹 시험을 통과해서 예비 맹원이 된지 얼마나 됐다고 내부에서 사고를 치나.”


“더 할 말은 없습니다. 나는 내 신념에 따라 행동했을 뿐. 그리고 내 말을 들어주지 않고 무작정 감금시키고자 한 것은 외원주와 무성전주입니다.”


혁운진이 쓰게 웃었다.


“그분들이 그런 면모가 있지. 소위 말하는 꼰대랄까. 아무튼, 앞으로 무림맹 생활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높으신 분들에게 찍혔으니 생활이 불편하지 않겠나?”


조휘가 고개를 저었다.


“각주님 생각보다 친구가 많아서 말입니다. 이 사건을 공론화시켜줄 친구가 곧 찾아올 것입니다.”


“그래?”


“예에. 그러니 제 걱정은 하지 마시고 업무나 보러 가십시오.”


혁운진은 조휘의 목소리에 서린 걱정을 느낄 수 있었다. 괜히 자신과 얘기를 나누다가 상급자에게 찍히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쩝. 걱정해주는 사람 무안하게.”


조휘가 껄껄 웃었다.


“각주님과는 대화가 편합니다, 그려.”


“애늙은이 같은 말투는 좀 쓰지 말게나.”


“고쳐 보겠습니다.”


“몸상하기 딱 좋네. 밥이 맛이 없더라도 잘 챙겨먹고 운기 조식은 아침 저녁으로 꼬박꼬박 하게나.”


“이미 그러고 있습니다.”


“젊어서 고생하면 늙어서 더 고생해. 경험담이니 새겨듣도록.”


그리 말하는 혁운진의 입가엔 어딘지 모르게 씁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이만 올라가 보지. 아! 마지막으로······ 실로 엄청난 무위였네. 내 인생에 있어서 자네 같은 사람은 다시는 보기 힘들 것 같네. 초절정 고수 넷의 합격을 버텨내는 초절정 고수라······.”


혁운진이 피식 웃고 계단을 올라갔다.


‘심지어 질뻔 했다. 내가 막지 않았다면, 각주들 모두 심각한 내상을 입고 요양을 해야만 했다.’


혁운진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꼴 좋다. 이것들. 자.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조휘야. 너를 주목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다.’


뇌옥이 있는 지하에서 나오기 무섭게 혁운진은 수하의 전음을 들었다. 그리고 혁운진은 조휘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것도 계산된 거였나.’


그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참으로 무서운 놈이로고.”


.

.

.

.

.


그 시각.


후개 홍무기와 용문이 이끄는 화산이 북문의 입구에서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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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타초경사 (3) +3 23.09.13 2,292 41 14쪽
42 타초경사 (2) +2 23.09.12 2,364 38 14쪽
41 타초경사 (1) +3 23.09.11 2,506 44 14쪽
40 천하를 거닐며 칼춤을 추다 (2권 完) +5 23.09.09 2,682 52 25쪽
39 비와 주먹과 사나이 (5) +2 23.09.08 2,534 46 14쪽
38 비와 주먹과 사나이 (4) +2 23.09.07 2,502 41 14쪽
» 비와 주먹과 사나이 (3) +2 23.09.06 2,591 46 16쪽
36 비와 주먹과 사나이 (2) +2 23.09.05 2,581 45 15쪽
35 비와 주먹과 사나이 (1) +2 23.09.04 2,692 4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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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화산에 오르다 (2) +5 23.08.21 3,460 5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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