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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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7.3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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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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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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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남문 (2)

DUMMY

一.




작금의 강호는 장강을 기준으로 흑도와 백도가 이분하고 있었다. 장강 이북은 백도의 무림맹이, 장강 이남은 흑도의 천성맹이 패권을 잡은 형국이었는데 슬슬 천성맹쪽에서 북침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즉, 정사대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었다. 예로부터 흑도와 백도는 빈번히 싸워왔다. ‘정사대전’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전쟁이 일어난 것이 그리 심각한 일은 아니란 뜻이다.


그러나 과거와 시대가 달라졌다. 작금에 무성십존으로 일컬어지는 절대자들이 각 진형에 하나 내지 둘이 있었을 때는 정사대전의 피해가 그리 크지는 않았었다.


그들은 진형의 수장을 자처해야 했고, 싸우는 것은 그 아래의 무인들이 싸웠으니까 말이다.


피해가 커질 것 같다 싶으면, 수장끼리 싸우는 수장전을 통해서 각 진형에게 유리한 협조를 맺는 것으로 전쟁을 일단락 지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천하를 통틀어 과거라면 천하제일이라 불렸을 열 명의 절대자가 날개를 펼쳤고, 그 아래에 못지않은 세 명의 기인이 나타났다.


무성십존과 강호삼기의 열셋 중에서 그 어느 진형에도 소속되지 않은 세 명의 절대자는 찾기도 어려웠을뿐더러, 그 어느 세력에도 소속되지 않겠노라, 의지 표명했기에, 함부로 그들을 건드리는 이들은 없었다.


다른 절대자를 포섭할 수 없다면, 양 진형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지는 지닌 병졸들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발발한 정사대전은 이십 년 전, 그것도 장장 십 년을 다툰 거대한 전쟁이었기에, 작금의 무림맹은 온 신경을 곤두세운 상태였다.


때문에, 올해 입맹 시험은 역대급 난이도이리라는 것이 세간의 예측이었다.






“무림맹 입맹 시험을 시작하겠소! 명부를 작성한 무인은 이곳으로 모이시오!”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뜩이나 큰 목소린데 내공을 잔뜩 머금어서 한중 어디에서든지 들을 수 있었다.


청룡각주, 혁운진(赫雲振)이었다.


이번 입맹 시험을 주관한 부처가 무림맹의 무성전이었고, 청룡각은 무성전 소속이었다. 그렇기에 무림맹 외원의 남쪽 성문에서 각주인 혁운진이 직접 나와서 인원을 통솔했다.


무림맹에 입맹을 희망하는 무인이라면, 청룡각주 혁운진의 위명을 들어봤을 터. 혹시 모를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무림맹 측에서 초고수를 배치한 것이었다.


때문에, 혁운진은 무척이나 귀찮았다. 안 그래도 요즘 공들이고 있는 여인이 하나 있는데 입맹 시험 주관 때문에, 잠깐 멀어진 판국이었다.


‘어차피 이들 중 대부분은 떨어진다.’


명부에 적힌 이름은 적게 잡아도 삼만 명은 훌쩍 넘었다. 한 권에 삼천 명의 이름을 적을 수 있었고 그런 책이 열 권도 더 됐으니 말이다.


동서남북으로 나뉘는 거대한 성문은 무림맹의 외원을 수호하는 수호신이었다. 이번 입맹 시험을 치르는 무인들은 각 방위로 흩어졌는데, 문마다 시험 보는 감독관이 달랐다.


한편, 후개에게 정보를 전달받은 조휘는 외원의 남쪽문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천룡각주 혁운진. 여색을 밝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전적으로 그의 무공 특성에 기인한 것. 껄렁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상당히 진중한 무인.’


조휘가 성문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사내를 살폈다.


‘귀찮음이 많지만, 무언가를 함에 있어서는 만사에 철저한 사내다. 타고나기를 그리 타고난 사내지만, 익힌 무공의 특성 탓에 몸에 귀찮음이 잔뜩 베어있다고······.’


조휘가 고개를 저었다.


“저런 자가 귀찮음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군.”


이건 어디까지나 세간의 평가였고, 홍무기가 따로 전해준 정보는 달랐다.


-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 수 없는 사람. 지닌바 무위는 무성전의 부전주까지 노려볼 만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야욕을 드러내지 않음. 선을 칼같이 지킴. 스스로가 일군 무(武)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이나 드높음. 그렇기에 입맹 시험에서 혁운진의 별명은 악마. 그가 맡은 시험장은 무림맹 수뇌부 측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음. (홍무기) -



조휘의 자리는 인파 중에서도 뒤편이었다.


‘자, 이 많은 사람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조휘가 혁운진을 유심히 바라봤다.


‘실력을 한 번 보자꾸나.’





二.




하늘을 흘긋 바라본 혁운진이 부관에게 전음을 보냈다.


[되었다. 문을 닫아라.]


남쪽의 대문을 통과해서 들어오면, 사방이 성벽으로 둘러싸인 널따란 공간이 하나 나왔다.


일만이 가까운 인원을 수용할 정도로 엄청나게 거대한 공터였다.


파바밧!


어기충소의 수법으로 단번에 성벽 위로 올라간 혁운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반갑소. 이번 입맹 시험, 남쪽의 주관을 맡은 청룡각주 혁운진이라 하오.”


그가 포권했다.


“여기 높은 곳에서 보아하니, 참으로 많은 분들께서 와주셨소이다. 다른 성벽은 어떻게 시험이 진행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남쪽 성문의 시험은 무성전에서 전적으로 본인에게 모든 전권을 부여한바, 본인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분들께서는 모두 1차 탈락이 되겠소.”


그러자 인파가 술렁였다.


“그건 너무한 처사가 아닙니까!”


한 사내가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들의 술렁임을 뚫고 혁운진에게까지 들린 목소리에는 어떠한 내공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이 인상깊었던 혁운진이 목소리를 바라봤다.


‘음?’


그러다 느껴지는 시선이 있어서 그곳을 잠시 돌아보니,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잘생긴 청년이 자신과 목소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신기한 놈이네.’


혁운진은 잘생긴 사내를 일견하고는 목소리를 바라봤다.


“그래. 소협은 이름이 무엇인가?”


혁운진의 목소리가 좌중을 짓눌렀다. 그 자리의 모두가 입을 조용히 닫았다.


‘호오, 음공이라.’


조휘는 혁운진의 수법을 단박에 파악했다.


‘넓은 공터는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전략적으로 꽤 인상적인 장소다. 사방으로 둘러친 성벽 탓에 대문을 뚫고 들어온 적들은 재발로 포위망에 기어들어 온 셈이 되겠군.’


거기다가 어떠한 방식으로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공간은 특수한 내공에 반응해서 그것을 증폭시켜주는 것 같았다.


‘진법이군. 그것도 아주 고급의 진법이야. 적어도 천기자(千技者)······ 그 수준이 아니면 구상조차 할 수 없는 진법이다.’


조휘가 혁운진을 의외라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것까지 계산하고 입맹시험을 주관한 것이로군. 현재의 무성전주가 어떤 인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상 깊은 인사 배치다.’


과거의 조휘는 알지 못한 정보였다. 물론 사방이 감싸진 이 공간은 전략적으로 사용하기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진법은 눈치챌 수 없었다.


그가 경지를 이룩한 것도 무림맹 내부가 아닌 한창 밖을 나돌 때였기에, 무림맹 내부의 진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또한, 무림맹은 마뇌(魔腦)라는 천마신교의 책사에 의해 한 번 무너졌다. 무림맹을 수호하는 네 개의 대문은 제 기능을 할 수 없었을뿐더러 정마대전 이후에는 ‘명천’이 나타났기에 보수도 할 수 없었다.


‘이러나저러나 나는 무림맹에 관해 많은 것을 모르고 있구나.’


맹원들을 이끄는 것 하나만으로 그는 무림맹주가 되었다. 무림맹에 오랜 세월 기거했거나,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는 못했지만, 그에게는 그 모든 세월을 아우를 압도적인 힘이 있었다.


맹원들을 따르게 하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 조휘는 무림맹주가 되기에 충분했다.


‘반성해야겠어. 내가 몸담았던 곳을 이토록 모르고 있을 줄이야.’


아무리 전투가 끝난 다음 날 또 전투를 치렀다고 하더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알아낼 수 있었던 일이었다.


그때 당시, 전투에만 혈안이 되어있었던 것을 반성한 조휘가 혁운진과 이름 모를 사내의 대화를 지켜봤다.


“강백이라고 합니다. 무림맹을 품은 한중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그랬군. 그래, 강백. 내 어떤 처사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이 자리에 모인 많은 이들은 무림맹 입맹 하나만을 보고 먼 거리를 달려온 무인들입니다. 천룡각주님만의 기준으로 탈락하게 된다면, 천하를 위해 힘쓰고자 달려온 그들의 협의는 땅바닥을 구르게 되는 것입니다!”


강백이 또박또박 말했다. 대부분은 저러다가 잡혀 나가리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혁운진은 기분 나빠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껄껄껄 웃기 시작한 혁운진을 보며 모두가 당황에 빠졌다.


“하하하하. 그래, 강백. 자네는 꼭 입맹 시험을 통과해서 우리 청룡각으로 오길 바라네. 오늘 일이 후회될 만큼 정신머리를 고쳐 주도록 하지.”


웃음을 뚝 멈춘 혁운진의 얼굴에 냉랭함이 감돌았다.


“한중에서 나고 자란 우리 강 소협께서는 내 이름을 들어보았는가?”


“예에.”


“내 이름이 혁운진일세. 지금에야 청룡각주로 불리고 있지만, 한창 강호를 돌아다닐 때의 별호는 이런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어. 그때의 내 별호가 척사악검(斥邪樂劍)이었어.”


“······.”


“이십 년 전, 발발한 정사대전에서 십 년을 구른 게 바로 나일세. 자네가 친구들과 강가에서 돌탑을 쌓으며 놀 때, 천성맹 잡것들의 대가리로 탑 쌓기를 한 것이 나란 말일세.”


혁운진이 으르렁거렸다.


“전장에서 검 한 번 제대로 휘둘러보지 못한 것들이. 강호를 제대로 돌아다녀 본 적도 없는 것들이 무림맹에 들어와 어깨에 힘주며 설칠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다. 충분히 자격이 될 자들은 내 기준에 들어찰 것이고, 그만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들은 제발로 알아서 기어나가야지. 그것이 맞는 처사가 아니겠는가, 강백 소협?”


“······.”


강백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런 그를 노려보다가 인상을 푼 혁운진이 피식 웃었다.


“그래도······ 뭐. 생각은 짧았지만, 난 강 소협같은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는다네. 자기가 생각하기에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말할 용기는 있어야지. 그런 점에서 자네는 합격일세. 위로 올라오게.”


“······?!”


잠깐 멈칫한 강백이 외쳤다.


“괜찮습니다! 대협께서 주신 가르침, 각골난망 하겠습니다! 제 뜻을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시험은 여기 있는 동기들과 함께 보겠습니다!”


“나는 두 번은 권하지 않아. 알겠네.”


고개를 끄덕인 혁운진이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도 기본은 되어있네.


한숨을 깊게 쉰 혁운진이 목소리에 점차 내공을 담아갔다.


“자네들이 할 일은 간단하네. 절대로 쓰러지지 말게. 그저 버티기만 하면 되네. 그럼 내 기준에서 일차는 통과야.”


그렇게 말한 혁운진의 얼굴이 악귀처럼 변했다.


“자. 기대하겠네. 여기서 몇이나 버텨낼 수 있을지.”


그 순간 혁운진의 몸에서 엄청난 기파가 터져 나왔다. 시커먼 안개가 사위를 뒤덮었다.


쿠구구구궁.


진법의 힘을 받아 순식간에 공간을 가득 매운 혁운진의 진기가 점차 녹진해지기 시작했다.


기파가 터진 순간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진 이들은 천룡각의 무인들이 알아서 건져내고 있었다.


성벽에 대충 걸터앉은 혁운진이 킬킬 웃으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과연. 일차에서 만점을 받을 친구들이 얼마나 있을꼬?’


시험이 끝나고 나면 사흘을 앓아누워 있어야 했지만, 곧 들어올 후배들을 시험하는 것은 여자를 만나는 것 만큼이나 그에게 큰 낙이었다.


“기대하고 있네. 친구들.”






三.




반각이 지나자 그 자리의 절반이 혀를 빼물고 기절했다.


일각이 지나자 다시 남은이 들의 절반이 기절했다.


그로부터 반각이 더 지나자 어깨를 짓누르는 기운이 더 강해졌다.


‘역시 음공이 맞았군.’


조휘는 혁운진의 음공을 음미(?)하고 있었다.


‘고막으로 내공을 침투시켜서 뇌까지 뒤흔들어 버린다. 그럼으로써 환각과 감각 이상을 불러일으키는군. 상단전을 조금이나마 쓸 줄 알고 있어. 괜히 무성전의 부전주에 비견될 무력이 아닌 거야.’


지고의 경지는 아니지만, 그의 음공은 대량 학살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조화경의 무인보다도 대단한 것 같았다.


‘저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몇을 제외한 이 자리의 모두가 죽어버리겠군. 꽤 인상적인데. 음공도 재밌는 부분이 있구먼. 이래서 무(武)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다.’


혁운진은 광역으로 음공을 펼치고 있었지만, 내력이 달려서 힘든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초절정 수준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내공력이군. 사문이 굉장한가?’


조휘가 혁운진을 바라보며 그리 평했다.


한편, 혁운진도 조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자신의 음공을 버티는 사람은 총 열이었다. 일만이 넘는 인원 중, 고작 열 명. 천분지 일도 안 되는 비율이지만, 혁운진은 내심 놀라고 있었다.


‘버틴다?’


음공을 버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몸 전체에 둘러친 내공의 갑주로 음공의 침투를 막아내는 것. 나머지 하나는 몸속으로 파고든 침투경을 곧바로 해소하는 것이었다.


광역으로 펼친 음공은 어쩔 수 없이 아주 미미한 양의 내공을 침투경으로 침투시킬 수 있는데, 그것을 미미한 내력을 알아채고 해소하는 일은 사실 초절정의 경지를 돌파한 무인에게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여덟이라······ 나머지 둘은 압도적인 내공양으로 내 음공을 막아버렸군. 제대로 음공을 해소한 것은 여덟.’


혁운진이 작게 웃었다.


‘올해는 인재들이 많이 들어왔어.’


그러다 그가 조휘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혁운진의 기파가 출렁거렸다. 순식간에 두 배는 강해진 기운 탓에 조휘를 제외한 아홉이 모두 각혈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런!”


황급히 음공을 거둔 혁운진이 다급하게 말했다.


“청룡대는 빨리 쓰러진 참가자들을 의원으로 옮겨라!”


순식간에 성벽 아래로 뛰어내린 청룡대와 혁운진은 참가자들의 기색을 살폈다. 모두가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한 혁운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쓰러진 이들을 대원들에게 맡기고 혁운진 자신은 홀로 남은 조휘를 바라봤다.


“······!”


그와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혁운진은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었다.


‘일부러 흔들었어.’


혁운진이 조휘에게 포권했다.


“청룡각주 혁운진일세.”


“강소에서 온 조휘입니다.”


“만점자는 모두 열일세. 그러나 마지막까지 홀로 남은 것은 자네이니······ 특별히 가산점을 주도록하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이러지 말게나.”


혁운진이 조휘의 어깨를 두들겼다.


“나도 사람이야. 화가 난단 말일세.”


조휘가 방긋 웃으며 어깨를 붙잡은 혁운진의 손을 잡아서 떼어냈다.


“명심하겠습니다.”


“청룡대의 대원을 찾아가면 자네가 머무를 전각을 알려줄 걸세. 누가 보아도 청룡대의 사람임을 알 수 있으니까 따로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 걸세. 그럼 난 뒤에 회의가 있어서.”


“내일 뵙겠습니다.”


“······좋아.”


그 말을 남기고 혁운진이 사라졌다.


홀로 남은 조휘는 한숨을 쉬었다.


“아오. 아파라.”


조휘의 의복 아래, 어깨 부분에 보라색 멍이 짙게 들어있었다.


‘침투경이라······. 꽤 재밌는 공부야.’


조휘가 푸른색 갑주를 입은 청룡대원을 찾아갔다. 전각으로 안내받은 조휘는 침상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명상에 빠졌다.


‘꽤 괜찮을 것 같단 말이지. 음공. 다량살상용 무공이라······.’


.

.

.

.

.



한편, 청룡각의 각주실.


혁운진은 용무를 보는 탁상에 앉아 양손으로 턱을 괴고 있었다. 심각한 고민에 빠진 그의 얼굴은 무척이나 험악했다.


그가 눈을 슬쩍 돌려 욱신거리는 오른손을 바라봤다.


‘손등뼈가 부러졌다. 가공할 침투경이었어. 나보다도 침투경에 능하다고?’


혁운진이 오른손에 이상을 느낀 것은 각주실로 돌아오고 나서 한참 뒤였다. 조휘는 그 자리에서 고통을 느꼈지만, 티 내지 않은 것이고. 그걸 돌려준 조휘는 각주실까지 돌아갈 시간을 계산해서 침투경을 남겼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하니, 혁운진의 생각은 다른 곳까지 미쳤다.


“설마. 그것도?”


조휘에 의해 기파가 출렁인 것. 아까 생각했을 땐 그저 깜짝 놀란 자신의 실수인가 생각했거늘, 침투경을 다루는 솜씨를 보아하니 그게 아니었다.


‘다 계산된 거였다고?’


오로지 자기 혼자만 남기고 모든 참가자를 기절시킬 정도로만 남의 무공을 조종했다?


‘이거 꿈인가?’


혁운진은 차라리 꿈이길 바랐다.


“쓰으발. 더럽게 아프네.”


부러진 손등이 오늘따라 더 아팠다.


‘조휘라······ 엄청난 놈이 들어왔군.’


혁운진이 킬킬 거리며 웃었다.


‘다른 시험관들도 골탕 먹여줘라, 이놈아!’


조휘의 손에 혼쭐이 난 다른 시험관들의 면상을 떠올리니 어깨가 들썩이는 혁운진이었다.


‘너는 더 높은 곳에서 볼 수 있겠다.’


혁운진이 부관을 불러 다음 시험을 준비하라 알렸다.


‘침투경에 능하다라······. 다음 시험은 그 친구의 독주겠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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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99 학교
    작성일
    23.09.27 13:17
    No. 1

    좋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38 g96640
    작성일
    23.10.09 16:58
    No. 2

    작가님 천룡각과 청룡각을 혼용하여 쓰셨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글자속
    작성일
    23.10.09 21:40
    No. 3

    감사합니다! 바로 수정했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4 마도폭풍
    작성일
    23.11.15 11:58
    No. 4

    침투경을, 주인공이 몰랐다는 설정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침투경이라는 공부는 대부분의 무협 설정에서 대표적인 요소이며, 이는 그것이 특별하나 비밀스러운 것은 아님을 의미하지요.
    대표적으로, 가장 유명한 무당의 면장 역시 침투경을 쓰는데 이처럼 유명한 무공에서 활용하는 수법을 궁극에 다다른 적이 있던 주인공이 몰랐을 수는 없다고 여겨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세비허
    작성일
    23.12.03 05:33
    No. 5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화천애
    작성일
    24.02.13 01:32
    No. 6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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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천하를 거닐며 칼춤을 추다 (2권 完) +5 23.09.09 2,683 5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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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비와 주먹과 사나이 (4) +2 23.09.07 2,502 4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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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비와 주먹과 사나이 (2) +2 23.09.05 2,581 4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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