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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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20:39
최근연재일 :
2024.01.3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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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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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나만 기억하는 악연 (2)

DUMMY

一.




눈꺼풀이 깜빡하는 그 짧은 시간. 순간에 가까운 그 짧은 시간에 거리를 좁힌 장천이 귀령장을 흩뿌렸다.


귀기를 머금은 장력이 거대한 벽이 되어 조휘를 위협했다. 심지어 지근거리에서 터져 나온 장력이다. 대처할 틈도 주지 않고 처죽이겠다는 의지의 발현이었다.


“······어떻게 피했지?”


조휘가 어깨를 으쓱였다.


물 흐르듯 유유히 움직인 조휘가 훌쩍 멀어져 있었다. 그가 한 교인의 시체를 짓밟고 검을 뽑아냈다. 일전에 비검으로 쏘아낸 세검이었다.


장천을 향해 검을 겨눈 조휘가 말했다.


“고작 이정도냐.”


“이놈!”


집법사자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장력을 분출했다. 검은색 장력이 일그러지더니 괴이한 형태의 귀신으로 변모했다.


귀령장을 대성하면 펼칠 수 있는 탈영귀장(奪影鬼掌)이었다. 귀악종의 수장인 귀마의 성명절기로, 귀마가 펼쳐낸 탈영귀장은 순식간에 백이 넘는 목숨을 거둬들였다.


귀마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초절정의 경지를 돌파한 고수가 펼쳐낸 절정의 장법이었다. 동 경지에 이르지 못한 이가 막아낼 무공이 아니었다.


하물며 탈영귀장을 펼친 그 순간, 장천이 조휘의 사각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기충소의 수법으로 하늘로 솟구치더니 궁신탄영의 수법으로 공간을 넘어갔다.


순간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기에 허공에서 무형의 충격파가 터져나갔다. 그것마저 음공의 일종으로 사용하는 장천이었다. 동굴에 귀곡성이 울려 퍼졌다.


끼아아아아악!


탈영귀장으로 시선을 분산, 음공으로 집중을 흐트러뜨린 뒤, 사각을 노리는 장천의 한 수는 경지를 돌파한 고수의 한 수를 제대로 보여줬다.


그러나 그것을 파훼하는 조휘의 움직임은 가히 눈부시다고 할 수 있었다.


초절정 고수가 펼쳐낸 장법은 상대해주지 않았다. 얇은 세검을 휘둘러 이화접목의 수법을 펼쳐냈다. 배나무 꽃잎을 잘라 다른 나뭇가지에 옮겨버리듯, 조휘의 검을 타고 탈영귀장이 물 흐르듯 흘러갔다.


동시에 조휘의 손에 붙잡힌 검에서 청량한 검명이 터져나왔다. 장천의 귀곡성을 정면에서 부숴버리는 깨달음의 검명이었다.


우우우우웅!


그 순간, 반 바퀴 돈 조휘가 등 뒤에서 나타난 장천을 세검으로 가리켰다. 부드럽게 흘러간 탈영귀장의 장력이 세검 끝에서 쏘아져 나갔다.


그것으로 모자라 심원공의 진기로 만든 순후한 검기를 그 자리에서 쏘아냈다. 마치 검이 아닌 화살을 쏘아낸 듯했다.


순식간에 세 개로 나뉜 검기가 중상방(中上方), 우하단, 좌하단의 삼각으로 날아갔다.


‘속도가?’


이화접목의 수법으로 쏘아낸 탈영귀장의 장력은 장천이 쏘아낸 속도보다 배는 빠르게 날아갔다.


그러나 조휘가 쏘아낸 검기의 속도는 제각기 달랐다. 중상방의 검기는 장력과 동일한 속도로 날아갔고, 우하단의 검기는 거북이가 날아가는 것처럼 느렸다. 좌하단의 검기는 속도가 늘었다 줄었다 반복했다.


‘이럴 수가!’


장천은 다른 것보다 좌하단의 검기에 경악했다. 초절정 고수가 쏘아낸 장력을 이화접목의 수법으로 돌려보낸다? 그것은 어찌저찌 이해해줄 수 있다. 무당파의 무공처럼 부드러운 무공을 극성으로 익히면 가능하기는 하니까.


그러나 이미 검을 떠나간 검기의 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검기에 대한 깨달음이 남다르다는 뜻. 그 것은 거기서 더 나아가면 이기어검까지 연결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기어(理氣馭)라니!’


아직 장천 그 역시도 깨달음의 편린초자 얻지 못한 경지가 바로 이기어의 경지였다.


‘이 어린놈의 기공에 대한 깨달음이 나를 넘어섰다고?’


장천이 버럭 소리쳤다.


“그럴 리가 없다!”


조휘의 한 수를 정면으로 받아치는 장천의 전신이 검보랏빛으로 물들었다. 극성으로 펼쳐낸 천악귀공이 장천의 모습을 진짜 마귀로 변모시켜버렸다.


“그럴 리가 없단 말이다!”


거칠게 울부짖은 장천의 입에서 귀곡성이 터져 나왔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귀곡성이었다. 저 멀리서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금강나한들 조차도 머리를 부여잡을 정도였다.


“이노오오옴!”


장천이 흑살조(黑殺爪)를 펼쳤다. 갈고리처럼 안으로 굽어진 손가락. 장천이 손을 휘두르자 돌바닥에서 굉음이 터지며 거대한 고랑이 생겼다.


카드드드득.


세 줄기의 조격(爪擊)이 조휘의 상반신 전체를 가렸다.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워 보였지만, 조휘는 달리 조휘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여섯 번을 휘두름으로써 공격을 무(無)로 돌렸다.


재차 공격해오는 장천, 조휘는 반응하지 못했다.


‘빈틈!’


장천이 조휘의 우측 옆구리를 향해 관수(貫手)를 찔렀다. 어떤 방법으로도 막아낼 수 없어 보였다. 이미 장천의 손이 조휘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그런 줄로만 알았다.


부욱!


“······?”


진기로 의복을 부풀려 실제 옆구리처럼 보이도록 각도를 교묘하게 틀었다. 그렇기에 장천의 손은 조휘의 옷만을 찢어냈다. 손에 맺힌 가공할 경력에 살갗이 조금 다친 것을 제외하면 조휘에겐 어떠한 피해도 없었다.


허공에서 허무하게 흔들리는 장천의 손은 애처로워 보였다. 그러나 조휘의 검은 자비가 없었다.


서걱!


곧바로 목을 취할 수는 없었다. 목을 향해 찔러낸다면, 마공의 생존본능이 경종을 울려 공력을 폭발시켰을 것이다.


이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터지는 발경은 그 누가 오더라도 대처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조휘는 장천의 오른손을 잘랐다.


푸슉!


“끄으으윽!”


장천이 재빨리 몸을 뺐다. 그러나 잘린 손은 돌아오지 않았다.


“주로 사용하는 손을 잃은 너의 승산은 이제 일할 이하로 떨어졌다.”


조휘가 재차 검을 겨눴다. 백색의 검기가 웅웅 떨렸다. 폭발 직전의 화포를 보는 것 같았다.


“자, 이제 어떻게 할 터냐.”




二.



장천이 이를 악 물었다.


“왜.”


휘익! 콰아앙!


“왜. 어찌하여.”


장천이 하나밖에 남지 않은 좌수를 휘둘렀다. 육장(肉掌)이 주 무공인 무인에게 있어서 신체의 상실은 엄청난 손실이다. 신체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신체의 균형이 깨짐으로써 기의 조화 역시 파탄나기 시작한다.


그것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상실을 바탕으로 더 큰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었다. 장천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마교의 팔대종파, 그중에서도 악랄함으론 제일가는 귀악종의 다섯뿐인 집법사자가 바로 그였다. 어중간한 재능으로는 집법사자가 되기도 전에 잡아먹혔을 것이었다.


파탄난 신체의 균형은 초절정 고수의 감각으로 바로잡을 수 있었다. 내기의 조화가 파탄난 것은 마공의 특성으로 메꿀 수 있었다.


애당초 마공이라는 것은 파탄의 끝판왕이 아니겠는가!


순천이 아닌 역천을 도모하는 마인에게 신체의 상실?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장천을 절망에 빠뜨리는 것은 잃어버린 오른손이 아니었다.


“왜애애애애애!”


장천이 울부짖었다.


“왜 맞질 않는 것이야!”


그를 절망에 빠뜨린 것은 눈앞에서 당연하다는 듯, 그의 한수 한수를 피해내는 저 남자였다. 저 남자의 눈깔이었다. 차갑게 식은 두 눈동자에선 어떠한 흥미도 엿볼 수 없었다.


장천은 신에 대한 신심이 지극한 마인이었지만, 동시에 초절정이라는 경지를 이룬 무인이었다. 무에 대한 열망이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한 무인이 바로 장천이었다.


나의 모든 것이 부서진다.


저 차가운 두 눈 앞에서.

아무것도 엿볼 수 없는 창백한 눈동자 앞에서.


그 사실이 장천에게 씻을 수 없는 굴욕을 선사했다. 장천의 중단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욕망을 담아두는 그릇에 금이 갔다.


모든 것이 분해당한다. 어떤 수를 써서도 저 남자를 넘어설 수 없었다. 이룬바 경지는 분명히 자신이 우위였지만, 저 남자에게 모든 것이 읽힌다.


체내의 마공을 모조리 개방해서 잠력을 격발, 자신의 몸을 화탄처럼 만들어 자폭 공격을 감행해보려고도 했다.


그러나 저 남자는 모든 것을 읽었다. 자폭을 생각하는 그 순간, 기의 흐름을 끊어내는 공격을 해버렸다.


지닌 바 모든 것을 펼쳐내도. 놈은 상대해주지 않는다. 그저 당연하다는 듯 무시해버렸다.


마인 장천이 아닌 무인 장천은 그에게 소리쳤다.


“이노오오오옴! 내가 보이지 않는 것이냐!”


그리고 그것은 장천에게 다시 한 번 엄청난 굴욕이 되었다. 신을 향한 신심이 아닌 무를 향한 무심(武心)이 고개를 들이민 순간, 일평생을 귀악종에 목숨받쳤던 교인으로서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한다.


교인으로서도. 무인으로서도 존중받지 못한다.


교인으로서의 삶은 자신이 져버렸고 무인으로서의 삶은 저 남자가 죽여버렸다.


정체성이 송두리째 붕괴했다. 지금 장천을 아프게 하는 것은 허전한 오른손이 아닌 조휘의 두 눈이었다.


“죽어어어어!”


장천이 모든 힘을 격발해서 손바닥에 실었다.


콰아아아아앙!


그의 장심으로부터 화포가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시커먼 천악의 장력이 터져 나왔다.


반경 이십 장이 그의 장력으로 인해 뒤집혔다. 용문석굴 내부의 공동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천장에서 쩌적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곧바로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혼을 담은 장천의 장법은 그토록 절륜한 위력을 뽐내고 있었다. 직접 장법을 펼친 장천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마저 보였다.


‘나는 나의 모든 것을 담았다.’


그러한 사실이 장천에게 더 높은 경지의 일부분을 엿볼 수 있게 해줬다. 무인으로서의 경지 돌파. 하늘에 닿을 마(魔)는 아니더라도, 마종의 경지는 무척이나 광활하기에, 그 드높은 깨달음의 편린이라도 엿볼 수 있음에 만족했다.


심상 속에서 그는 거대한 문을 열었다. 그 문이 열리자 엄청나게 거대한 흑색 거성이 빛을 뿜었다. 장천은 별빛을 만끽하며 더 높은 경지로 향하고자 했다.


그 환의가 만족감이 엄청나서. 장천은 실실 웃어버렸다.


“뭘 웃고 있느냐.”


그 환의는, 만족감은 한 자루의 검 앞에서 철저하게 무너져 내렸다. 깨달음의 달콤함이 혀끝에 맴돌기도 전에 전신을 상실의 씁쓸함이 가득 채워버렸다.


장천이 허공을 바라보면서 입을 뻐끔거렸다. 눈동자에 허망함이 감돌았다. 손을 잃어버린 상실감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수준에서 얻은 한 줄기의 깨달음은 그것만으로도 무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것이었다.


“어. 어어어어어.”


더 서러운 것은 그 환의를 맛봤다는 것에 있었다. 아예 맛보지도 못했으면 아쉬움도 느끼지 못하고 죽어버렸을 것인데.


“으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장천이 허공을 미친 듯이 움켜쥐었다. 찬란한 흑색의 별빛이 이제 보이지 않았다. 문이 닫힌다.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왜애애애애애애!”


장천은 조휘를 향해 소리쳤다.


“네놈은 무인이 아니더냐! 어째서! 이런 순간에!”


조휘는 귀를 후볐다.


“뭐라는 건지.”


스스로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듯했다.


“네놈도 무인이라면! 무인이라면 그래선 안 되는 것이야! 무에 마가 어딨고 선이 어디에······ 그저 광활한 바다에 몸을 던진 어리석은 이들만 있을 뿐인데······. 어째서. 어째서어!”


조휘가 휘파람을 불었다.


“그래. 네놈에게 어울리는 모습은 딱 그런 모습이야.”


“······아아아아아악!”


“그렇게 몸부림치다 죽어라. 깨달음이라는 것도 사람의 도를 쫓는 이들에게 찾아가는 것이야. 네놈 같은 짐승에게 깨달음은 말도 안 되는 것이지.”


조휘가 장천의 심장에 검을 박았다.


“죽기 직전까지 그렇게 허망하게 죽어라. 네놈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물론 네놈이 속한 귀악종도. 귀악종을 이끄는 귀마도. 귀마를 부리는 천마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쿨럭.”


“내가 왔으니.”


“무림맹주······.”


놀랍게도 죽어가는 장천은 조휘의 뒤에서 머리가 새하얗게 센 중년인을 보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장천의 혼에 새겨진 마(魔)가 속삭였다. 저자는 우리의 천적이라고. 내가 믿는 신의 목을 이미 베었던 놈이라고.


“그래.”


조휘가 히죽 웃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야.”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오로지 장천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는 무척이나 씁쓸하고 외로웠다.


“이만 죽어라. 나만 기억하는 악연아.”


장천의 신형이 허물어졌다.






三.




“사상자는?”


“죽은 사람은 없다.”


대단한 성과였다. 답하는 사람이 가슴팍에 붕대를 칭칭 감은 거지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더.


다행히 홍무기와 공심 모두 내상을 입었을 뿐, 목숨에 지장은 없었다.


“그나저나 지독하구먼.”


“그게 마공의 무서움이다. 특히 장천······ 귀악종의 집법사자가 익힌 천악귀공은 역사에 길이 남을 신공이자 마공이야. 천악귀공만 그런 게 아니지. 팔대종파를 이끄는 마귀들의 무공은 특징의 차이만 있을 뿐, 그 수준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아.”


“음.”


“그리고 너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상대한 놈들은 진짜 마교가 아니라는 것을.”


조휘가 단호하게 말했다.


“진짜는 이런 어중이떠중이가 아니야. 죽어도 죽지 않는다. 기억해라. 천마와 함께하는 마인들은 죽어도 죽지 않아.”


“그 작자는 인간이 아니야?”


“인간의 잣대로는 이해하지 마라. 천마가 괜히 천마가 아니야. 석가의 수행을 방해했다는 제석천의 이름을 인간의 몸으로 이어받은 몸은 도박판 판돈으로 딸 수 있는 게 아니다.”


“좆같네.”


홍무기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네 말대로 됐다. 소림에 마교의 존재 사실을 알렸지. 더욱이 방장대사의 신뢰와 나한각주의 신뢰까지 얻게 됐다. 심지어 너를 소개한 사람은 나지.”


홍무기의 눈이 번뜩였다.


“너. 뭘 꾸미고 있는 거냐.”


“오호······.”


“귀악종의 다섯뿐인 집법사자를 죽인 사람이 너라는 사실은 숨기기로 했다. 금강나한들도 그렇고 공심대사님도 그렇고 어디 가서 함부로 말하고 다니실 분들은 아니시지.”


조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소림에서 너의 입지는 강호의 그 어떤 무인보다 강해졌어. 이유를 알아?”


“초절정 고수인 나한각주가 이기지 못한 집법사자를 가지고 노는 걸 그들 모두가 똑똑히 지켜봤으니. 더 나아가, 내가 공심대사의 내상을 치료했기 때문이지.”


“따로 요상결을 익히지 않는 이상, 동질의 내공을 익히지 않은 이가 타인의 내상을 치료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하물며 공심대사는 소림 역사를 통틀어도 몇 없는 무상대능력을 대성한 무인. 무상대능력을 익힌 무인의 내상을 치료했으니 적어도 네가 불가의 무공은 익혔다는 건데······. 하지만, 너의 내공에서 불가의 향취는 찾아볼 수가 없다. 즉, 너는 선가, 불가 통틀어서 다른 성질의 내공도 포용할 정도로 방대한 내공 심법을 익히고 있다.”


“음.”


“소림이라 괜찮은 거다. 만약 네가 그 능력을 다른 세가 사람들 앞에서 보였잖아? 그럼 그대로 납치당해서 고문당했을 거다. 세상이 그렇다. 상식 밖을 벗어난 능력을 지녔으면 너를 숨길 필요가 있어. 왜 그런 말이 있잖나. 강호에선 실력의 삼 할을 숨겨라.”


조휘가 고개를 저었다.


“내상 치료는 동질의 내공 또는 강한 요상결을 함유한 순수한 내공으로만 가능하다. 이건 일반적인 강호의 상식이지.”


“그래.”


“근데, 생각해봐라. 기(氣)라는 것이 상식적인 것이냐?”


“······?”


조휘가 손을 활짝 펼쳤다.


“자 봐라. 내 손 위에 기(氣)가 모여있다. 그게 보이나?”


홍무기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이번엔 조휘가 자신의 기해혈, 하단전을 가리켰다.


“그럼, 여기에선?”


“안 보이지. 그러나 느껴진다.”


“결국 뭐냐. 기는 보고 들을 수 없다. 그저 느낄 뿐이야. 결국 기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실체가 없다. 오로지 너의 감에 의존해서 느끼는 느낌이지. 그리고 느낌이라는 것은 네가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라는 뜻이다.”


“······?”


“용천혈에 내공을 집중해서 신법과 보법을 펼친다. 검에 기를 둘러서 검기를 만든다. 그렇게 만든 검기로 강철도 베어버린다. 더 나아가 경지가 상승하면 산도 바다도 가른다.”


조휘가 팔을 활짝 펼쳤다.


“이 모든 것이 기(氣)의 조화로 가능하다. 하지만, 인간의 육신으로는 불가능해. 검에 기를 두른다? 검은 신외지물이다. 몸 밖의 물건에 나의 내공을 두른다? 그건 어불성설이야.”


“어째서.”


“내공이 무엇이냐. 나의 안에 있기에 내공인 것이야. 이미 신외지물인 검에 두르기 시작한 순간 그것은 내공이라고 부르는 범주를 벗어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검기를 형성하는 기운마저 내공이라고 부른다. 왜 그럴까.”


조휘가 눈을 감았다.


“본질은 변하지 않으니까.”


“······!”


“나의 상상으로 내공은 검기가 된다. 내공은 빛이 되고 바람이 되며 불이 되고 물이 된다. 그렇다면 요상결이 달리 있는 게 아니다.”


“······.”


“상식을 벗어나라. 네가 평생 상식에 사로잡혀 있는 한, 너의 무공은 ‘상식’ 선에서 발전할 거야. 그것은 비단 무공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천천히 눈을 뜬 조휘의 눈동자는 무척이나 투명했다. 득도한 고승의 그것과 같았고 등선을 눈에 앞둔 도사의 그것과도 같았다.


“너의 모든 것을 상식 밖으로 끄집어내라. 너의 무공을, 사고를, 행동을. 더 나아가 네가 관철하는 삶의 자세까지.”


“······.”


“내가 하려는 것도 이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결국 누군가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나에겐 그것은 상식이 아니다. 그래서 이해를 바라지 않지.”


조휘가 홍무기를 바라봤다.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냐고?”


“······.”


“천하를 위해 힘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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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타초경사 (2) +2 23.09.12 2,364 38 14쪽
41 타초경사 (1) +3 23.09.11 2,505 44 14쪽
40 천하를 거닐며 칼춤을 추다 (2권 完) +5 23.09.09 2,682 52 25쪽
39 비와 주먹과 사나이 (5) +2 23.09.08 2,534 46 14쪽
38 비와 주먹과 사나이 (4) +2 23.09.07 2,502 4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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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화산에 오르다 (1) +3 23.08.20 3,770 5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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