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근자 수선지로(無靈根者 修仙之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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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키
작품등록일 :
2023.08.02 18:20
최근연재일 :
2023.10.0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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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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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첫 제자, 마지막 친전제자 (1)

DUMMY

반지계 측에서 주요 전력이었던 반보 화신 수사가 전투 시작 후 얼마 안 되어 죽어 버리자 나머지 화신급 수사들이 정민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연단진군과 두 부술진군은 그들의 주의를 자신들이 끌어 정민이 자기 역할을 한 번 더 하도록 유도했다.


 ‘반보 화신 아래 수사들을 제압해서 우리 쪽 원영 수사들을 나한테 가세하게 해야 할지, 갈림길이다!’


 그는 지급받은 현기단(玄氣丹)을 이 시점에서 이미 반이나 복용했다.


 아마 지금 같은 위용을 딱 한 번밖에 발휘 못 할 것이다.


 또 반지계 수사들이 그를 경계하기 시작했으니 반보 화신에겐 그의 공격이 막힐 가능성이 높았다.


 ‘무화오기와 무영순··· 내 수위로는 결단기나 마찬가지니까 대경지를 뛰어 넘어 발휘되는 건 좋은데···’


 법술 효과가 확실한 만큼 자칫 지닌 수위를 인지 못 하고 연속으로 쓰면 그의 수위 자체가 내려갈 우려가 있었다.


 ‘상응하는 영력 보충 수단 없이 두세 번 연속해서 쓰면 분명 결단 초기가 되어 버릴 거야!’


 결국 숨을 돌릴 겸 그는 일반 원영 수사와 결단 수사들을 제거해 천맹 측 원영 수사들의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휘이이잉ㅡ


 쿠르르릉··· 쾅!!


 다수 살상력이 좋은 두 건곤척 팔괘는 결단 수사들과 원영 초기 수준 수사들을 제압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중기 이상 놈들이 전부 나한테 몰린다!’


 정민이 원영 대원만 아래 양측 수사들의 격돌 중심이 되자, 천맹측 원영 수사들도 그를 보호하기 위해 법기와 보호 법술, 영식 등을 십시일반으로 모았다.


 수적 열세를 줄이기 위해 괴뢰를 쓸 때라는 걸 깨달은 청년은 토신법(土身法) - 폐, 황금괴뢰(閉, 黃金傀儡), 토신법(土身法) - 개, 토괴뢰(開, 土傀儡)를 번갈아서 쓰기 시작했다.


 드드드드드··· 


 축기기 토괴뢰는 사람 머리만 한 크기라서 황금괴뢰 신법의 규칙성을 파괴해서 적으로 하여금 정민의 신법 경로를 예측 못 하게 만들 수 있었다.


 매 신법을 쓸 때마다 그가 괴뢰술로 만든 결단 괴뢰를 열 개 정도씩 추가로 풀어댔다.


 ‘수백 개씩 나오게 하고 싶지만, 놈들 영식을 제압해야 하니까 그 이상 투입할 수가 없네!’


 신법 한 번을 쓸 때마다 전장에 열 개의 결단기 괴뢰가 생기니 수적 열세는 금방 메워졌다.


 “아니, 한 명이 괴뢰가 저렇게 많다고?!”


 일부 원영 선사들까지 천맹측에 갑자기 늘어난 인원 밀집도에 충격을 받았다.


 “저 녀석이 원영기 괴뢰도 가지고 있다!!”


 “하나는 후기 수준이다! 조심해!!”


 그리고 결단 괴뢰가 다 떨어져 갈 때쯤 모든 원영 괴뢰를 한 번에 풀어 나머지를 제압했다.


 결과적으로 결단기 괴뢰는 대부분이 파괴당하고, 원영기급 괴뢰도 반 이상이 무력화되었다.


 ‘하지만 저쪽 결단기랑 원영기는 다 당했어! 저들도 우리 쪽에 대비하려고 이 구역 모든 고계 수사를 모았을 테니 이걸로 정말 끝이야!’


 천맹 원영 수사들의 생존률은 높아서 인원의 반 이상이 생존했다.


 정민과 생존한 원영 수사들은 이제 한 반보 화신 수사를 향해 돌격했다.


 ‘은신술과 둔갑술 부적을 동시에 써서 내가 계속 이곳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반보 화신도 어쨌든 원영기니까 어쩌면 통할 수도 있어!’


 채채챙-


 초반에 대머리 반보 화신을 노렸던 것처럼 방심을 유도할 순 없기에 부적을 써서 접근한 그는 무화오기와 무영순의 수인을 미리 맺은 후 상대에 거의 다 접근했을 때 시전했다.


 “끄아아아악!!”


 상대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할 때 육십사역경허검이 적을 무력화하고 원영까지 제압했다.


 ‘역경검은 나조차도 운용하는데 버거울 정도니까··· 대신 위력은 확실하다!’


 ‘그나저나 이제 영력을 보충할 수단이 없어. 1품 취기단 몇 개 복용해서 감당할 수준도 아니야!’


 태양정수석을 통한 연화를 하면 수인을 맺을 수가 없기에 의미가 없었다.  


 ‘우리 측 원영 수사는 3분의 1 살아 있어! 진군님들은?’


 두 부술진군은 비축해 놓은 부적도 많고 본신의 술법 종류나 기혈, 무술도 출중해서 상대들을 어느 정도 우세권을 잡으며 제압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둘 다 본인이니까 협공도 잘하시고. 걱정할 필요 없겠어.’


 연단진군은 수사들에게 단약을 나눠준 것도 있고, 아무래도 전문 분야가 부술보다 전투 활용이 떨어지는 기예라서 이미 상대에게 상당히 밀리고 있었다.


 ‘부상을 당하셨잖아?!’


 무리를 해서 원영 법기 십 수개를 동시에 운용해 연단진군을 보호한 그는 그것으로 상대의 공격을 한 번 막아넀다.


 ‘결단 법기는 소모되는 영력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을 테니까 수백 개를 한 번에 자폭시켜 버리자!’


  퍼펑!!!


 청년의 세 영근 수위는 이제 결단 초기와 중기 사이를 왔다 갔다 하게 되었다.


 상대가 또 다른 법술을 쏘아내는데 연단진군이 그에 대응하지 못하자 어쩔 수 없이 만에 하나 수인을 맺고 있던 무화오기를 발동했다.


 무화오기의 기운 뒤 편에는 이제 유일하게 남은 방어 법기인 자미목천뢰환과 진-자미목천뢰환들을 전개했다.


 ‘자미환 세 개랑 여분 구슬들이 전부 날아갔지만 아까워 할 필요도 없어! 공격 한 번 견딘 게 기적이야!’


 수위는 완전한 결단 초기가 되었다.


 그의 영식과 의식은 이미 연단진군을 돕기 위해 거의 전부 상대 화신기 수사에게 가 있었다.


 팽팽하던 상황에서 반보 화신급 영식이 상대측에 가세하는 것이 확실히 부담이었는지 반지계 화신기 수사의 영식이 서서히 제압되기 시작했다.


 ‘나도 이걸로 더 이상 도와드릴 수가 없어···!’


 원영 방어 법기 십수 개가 한 번에 터졌는데 자기의 공격 법기, 법보를 상대를 제압하는 데 써봤자 전부 쪽도 못 쓰고 부서질 게 뻔했다.


 대신 영식 법기 ‘피리’가 마음을 불기 시작하자 청년은 자기 영식이 조금 더 강대해짐을 느끼고 그대로 상대 영식을 제압하는 데 일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구역의 전투는 천맹 측의 승리로 끝났다.


 “연단진군님!”


 전투가 끝난 직후 확인한 연단진군의 상태는 정민이 그에게 가세했을 때보다 더 심각해져 아예 하반신이 날아가 있었다.


 또, 그의 화신은···.


 “그래도 이겼으니 되었다···. 아마 다른 구역의 진군들도 낭보를 가져오겠지···.”


 “극성소체단 같은 단약이 없으신 건가요?!”


 화신기급 수사에게 약효가 있는 천재지보급 약초로 만든 단약이 여러 개가 있을 리 없었다.


 “정민이 네가··· 본 진군 대신 연단진군이 되면 되지 않겠느냐? 허허허!!···.”


 “잘 가게. 상용.”


 “길게 말하지 않겠네. 우리가 먼저 갔어도 자네 역시 이렇게 짧게 인사 했을 테니.” 


 연단진군은 정민과 부술진군들, 셋에게 미소를 보인 채로 눈을 감았다.


 이후 연단진군을 포함한 다른 구역 진군 네 명이 세상을 떠난 것으로 확인되었고, 산해반지계 세 구역의 동력원은 모두 무력화되었다.


 그것으로 세 구역이 반지 세계로서 기능을 잃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도심(道心)을 가진 범인, 최산해가 있던 구역의 출력이 나머지 세 구역의 그것을 감당하면서 여전히 반지 형태의 세계가 유지되었다.


 원영 이상 수사가 거의 다 사라진 산해반지계는 천맹에게 복속되었고, 반지계의 모든 범인들은 마침내 생지옥에서 해방되었다.





 몇 달 뒤, 금오교 본산, 의사대청(議事大廳)


 정민은 수만 평에 달하는 의사대청 상석 중 가장 위, 순수한 금과 옥으로 된 옥좌(玉座)에 앉아 있었다.


 옥좌라는 이름을 붙여도 허명이 아닌 것이, 옥좌 양측 금빛 팔걸이는 눈이 그려진 용이 한 마리씩 조각 되어 있었다.


 회의를 위해 쓰는 것은 아니고, 수선대능을 맞이하기 위해 딱 한 번만 쓰려 마련한 것일 테다.


 태일종 종주 이군과 금오교 장교는 그의 옆자리가 아닌 한참 아래에서 각각 양측에 자리해 있었다.


 “고맙습니다. 이 도우! 아니, 수선대능이시여!”


 정민은 전투에서 큰 공로를 세웠다는 명목으로 천맹으로부터 포상금을 받았고, 그 대부분을 지난날 여러 번이나 자기 목숨을 지켜 준 태일종 이군과 금오교 장교에게 건넸다.


 “마음만 같아선 더 드리고 싶은데, 제가 영석을 버는 걸 잘 안 해봤다 보니 포상금밖에 드릴 게 없어요.”


 청년은 소년으로 돌아간 듯 그들에게 자기 어릴 때 말투로 존대하고 있었다.


 “같은 원영 수사에, 수선대능께서는 득도까지 하셨는데 지난날처럼 본교 제자가 되신 것처럼 존대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 정도 금액이면 본 진인과 장교가 당한 부상을 상쇄하고 남습니다. 괘념치 마십시오. 수선대능님.”


 그가 금오교에 온 이유는 포상금을 건네기 위함도 있었지만, 장교로부터 어떤 소식을 들어서다.


 “그러면 수사간의 예(禮)라는 것이 있으니 적당히 하대 하겠습니다. 장교, 새로운 천교가 생겼단 말인가?”


 이제 정민은 많은 부분에서 세상 대부분 원영 수사를 뛰어넘은 격을 지니고 있었다.


 다른 원영 수사들에겐 청년이 상대 기분을 맞추려고 하대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그들에게 불명예라고 여겨지곤 했다.


 “그렇습니다. 금오교로 입문하는 후행 영각자는 연평균 두 명···.”


 하지만 일 년에 한두 명씩 입문하는 금오교 천교를 보라고 장교가 그를 부른 것은 아닐 테다.


 “본 진인이 거둬 달라고 청하는 게로구나.”


 “수선대능께서 저의 진의를 아시니, 시간 낭비하지 않기 위해 길게 끌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장교는 정작 숨을 한 번 들이킬 동안 그 제자에게 마음의 준비 할 시간을 주는 듯 뜸을 들였다.


 “···나오거라. 득도를 하셨기에, 천맹 그 어느 진군보다도 더 위에 계시는 분이시다. 그 어떤 다른 자들을 봤을 때보다도 공손한 마음가짐으로 인사하거라.”


 아직 정양 중이라 목소리부터 기가 쇠한 게 느껴지는 장교는 정민 앞인데도 말로써 그 제자에게 신신당부했다.


 입으로는 이 정도로 끝나지만, 영식으로는 발 한 걸음 움직임까지 통제하며 주의사항을 일러주고 있을 게 뻔했다.


 ‘득도를 안 했다는 걸 이제 와서 바로 잡을 순 없으니 뭐···. 온 알 다이라 사람들이 내가 득도했다고 외쳤을 때부터 이 우주에선 난 득도한 거야.’


 옛날, 입문하고서도 일주일 넘게 사복을 입고 다녔던 자기와 달리 이 제자는 벌써 한복을 지급받았는지 치마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색은 화사하지 않게 치마쪽은 백색에 가까운 아주 옅은 연분홍색, 위쪽은 남청을 섞은 회색이었다.


 “본 진인이 같은 상황에 처했더라도 어떻게 먼저 입을 떼야 할지 몰랐을 테니, 먼저 인사를 해주마. 당황하지 말거라.”


 “ㄴ···, 네, 네! 수선대능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막 입문한 여제자는 조금 전 장교에게 주의를 받은, 원영기 대수사들만 그를 수선대능으로 칭한다는 불문율도 잊은 채로 당황함을 숨기지 못하며 인사를 했다.


 정민은 이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갈색 장발 여제자를 영식으로 훑어보았다.


 그녀는 음, 양 영근을 둘 다 가지고 있었다.


 “태극지체로구나. 확실히 후행 영각에 태극지체면 보통 천교는 아니지. 큰 인물이 되겠어.”


 태극지체인 이군과 장교가 수선지로에 든 지 이백여 년 남짓할 때 원영기 대수사가 되었다.


 이 아이도 적어도 대종문 종주급의 기재인 것이다.


 ‘어?’


 하지만 그녀를 다시 자세히 보니 태극지체라기엔 뭔가 이상했다.


 ‘···! 태극지체가··· 아니야?!’


 불가살이 심장이나 교룡의 내단 같이 나중에 얻어지는 영근이 아닌 본원영근은, 체질 그 자체이기 때문에 명확히 구분되는 유형의 것이 없다.


 “본 진인이 남의 체질을 보고 놀랄 줄은 상상도 못··· 됐다. 무게 잡기도 힘드네.”


 세상에 난지 삼십 년 남짓 된 청년은 그 말을 끝으로 수선대능으로서 원영기 도우들에 대한 모든 하대를 끝내기로 했다.


 “태극지체에 목화토금수 오행이 전부 있다니? 장교께서 그래서 본 진인에게 이 아이를 맡기시길 원한 것입니까?”


본원 영근이 일곱 개 있단 뜻이었다.


수위가 일곱 배 축적이 느려지는 것은 음, 양 영근과 나머지 오행의 완벽한 상생 상극 조화에 의해 상쇄될 것이다.


 “그렇습니다. 음영근 양영근 자체가 각 오행 속성에 대한 친화적인 체질을 의미하지만··· 이 아이의 체질은 분명 태극지체를 뛰어넘었습니다. 말 그대로 완벽합니다!”


 사실 세상에서 정말로 완벽한 체질은 단 하나밖에 없다.


 그리고 그걸 가진 사람은 이 백색에 가까운 연분홍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제자는 아니었다.


 “태극오행지체(太極五行之體)라고 불러야 하나? 어떻게 이 드넓은 대우주에서, 한국에서만 이렇게 천교 중 천교가 나타나는지···”


 공영근자 박하은을 시작으로 무영근자(無靈根者) 이정민, 이제는 아예 완벽한 태극오행지체가 나타났다.


  ‘내 본원영근에서 비어있음을 빼면 태극과 모든 오행이지. 그렇단 말은···.’


 금오교가 아니어도 이 여제자를 알게 될 것은 정해져 있단 소리였다.


 ‘제자로는 거두겠지만, 제자일 뿐. 나는 비어있음만 있으면 돼.’


 그의 일편단심이 꺾이거나 색이 바라질 일은 영원히 없다.


 그와 별개로 청년을 진짜 제자로서 거두어 줄 사람이 축기를 하기 전까진 하은밖에 없던 것처럼, 이 여제자를 거두어 줄 사람도 이 대우주에서 정민 자신밖에 없다.


 공영근인 하은조차도 정민에게 비어있음만 가르쳐 줄 수 있었다. 


 완벽한 본원영근을 지닌 자신만이 비어있음을 제외한 모든 것을 지닌 이 소녀를 이끌 수 있을 테다.


  “본 진인이 수선지로에 들어 스승이 세 명 있었는데, 그들 모두에게 절을 올린 적은 없다. 따라서 네 녀석도 그럴 필요 없고 이제부터 나 이정민의 제자이다. 사부라고 부르거라.”


 애초에 진정한 천교(天之驕子, 하늘의 총애를 받아 강대해져 교만한 자)가 되려면 교만해야 한다.


 이 여제자도 자기만큼은 아니어도 하은 수준의 천교 중 천교란 소리이니, 청년 같은 더 높은 인물이 그것을 굳이 짓밟을 필요는 없었다.


 “네! 배려에 감사합니다. 진인··· 사부님!”


 정민 위로 그 스승인 부술진군이 있으니, 두 부술진군이 그녀의 태사부인 셈이다.


 이후 그들 넷은 한담을 나눈 후 자리를 파했다.


 정민과 여제자는 알 다이라에 마련한 정민과 하은의 신혼집에 도착했다.


 산해반지계가 복속된 이후, 정민을 위한 부술진군의 승계 작업은 더 박차를 가하게 되어서 ‘알 다이라 - 지구 협력체’라는 가칭의 연합체를 설립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연합체 설립을 위해 양측 상주 인력이 생기자, 지구와 알 다이라간 전송진은 이제 적어도 분기마다 한 번은 가동하게 되었다.


 또 금오교가 알 다이라에 분타를 세웠고, 결단기가 된 하은은 친전제자 신분에서 벗어나 그곳에서 외무당 장로가 되었다.


 ‘내 진정한 수선지로는 내가 강아지 내단을 먹어서지만, 첫 깨달음을 이끌어 준 건 누나가 읊어준 고사야.’


 하은이 그 고사의 원문의 해석이 ‘틀렸다’고 인용함으로써, 이치에 맞지 않으면서 모든 이치를 담는 그의 모든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아이는 나랑 또 다른 길을 걷겠지. 그러면 나도 이 아이에게 다른 깨달음을 줘야 한다.’


 남청이 섞인 회색 상의, 백색에 가까운 연분홍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제자는 숨도 죽인 채 가만히 앉아 정민의 한마디를 몇 시간째 기다리고 있었다.


 자기 사부인 이 20대 청년처럼 보이는, 하늘색 두루마기를 입고 삿갓을 쓴 장발 남자는 지구에서 가장 강한 것뿐만 아니고 은하 전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실력이 출중하고 대우주에서 유일하게 득도까지 했다고 한다.


 ‘부처나 성자(聖子) 같은 존재가 현신(現身)한 거란 뜻이잖아···?!’


 막 후행 영각한 자신으로서는 감히 자기가 후배라고도 표현 못 할 정도로 까마득히 위에 있는 자인 것이다.


 ‘역시, 깨달음을 주기 전에 스승으로서 제자에게 선문답으로 시작해야지.’


 모든 수도자들은 적어도 스승이 되고 나면 선문답을 참 좋아하게 된다. 


 “도(道)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수행을 하고, 깨달음을 얻고, 법···.”


 “길을 물었더니 도술을 말하고 있구나.”


 “자기 의지를 관철하고, 외압에도 굴하지 않···.”


 “걷는 길을 물었더니 하늘을 가리키고 있네.”


 정민은 자기가 하은의 첫 고사를 들었을 때, 그녀가 그 원문의 진의가 틀렸다고 했을 때 진짜 뜻을 바로 이해했었는데, 요즘 천교 중 천교는 이런가보다 싶었다.


 “스승이 되었다고, 제자를 너무 괴롭히는 거 아냐?”


 ‘누나! 제 첫 제자인데···!’


 갑자기 그 둘을 찾아온 하은이 영식도 아니고 말로 청년을 나무라자 첫 제자에게 선문답 겸 분위기를 잡고 싶었던 그는 영식으로 그녀에게 뭐라 했다.


 “···흠흠! 아무튼··· 길이란···.


 知大一  만물의 근원이 큰 하나(대일)라는 것을 아는 것


 知大陰  모든 것이 지극히 고요하다는 것(대음)을 깨닫는 것


 知大目 만물을 분별 없이 하나로 보는 방법을(대목) 깨닫고


 知大均 자연의 조화가 모두에게 균등(대균)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知大方 천도에 일정한 법도가 있다는 것(대방)을 알고


 知大信 자연이 진실하다는 것을 믿음으로 (대신)


 知大定 대우주란 한없이 안정된 것(대정)을 느끼면


 至矣 지극함에 도달한 것이다.


 이것이 걷는 길, 도(道)이다.”


'일곱 영근이기에, 일곱 번의 깨달음이 필요해.'


‘이게, 비어있음을 제외한 모든 걸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너만의 길이다. 나만이 완벽하기에 너는 결코 완벽할 수 없지만 완벽에 가깝겠지.’


 장발의 삿갓 쓴 청년은 이제 한복 입은 소녀의 답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녀가 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녀의 길이 얼마나 길게 이어져 있는지 결정될 것이다.


그때, 정민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하은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작가의말

오늘도 하루 즐겁게 마무리 하길 바랍니다.


내일도 오전 오후 6시 40분에 1화씩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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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6. 육십사괘육방위검세(六十四卦六方位劍勢) 23.09.10 34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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