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와 거울과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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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왕국
작품등록일 :
2023.09.12 13:38
최근연재일 :
2024.09.2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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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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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소리를 잡아먹는 고양이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추구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길들




DUMMY

더켈웰커스경(卿)은 정말 재미있는 분 같아요, 그렇죠?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레이피엘페이셔스는 고개도 들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만 했다.

그녀는 악보를 정리하고 있었다.

한낮의 봄날은 나른하고 졸립기도 했지만

그러나 계절과 세상의 순환과 그 이치와는 상관 없이

음악 학교에서 그녀가 해야만 하는 업무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악보들이 여기저기 흩어지듯이 쌓여 있고

그 널린 악보들을 분류하기도 하고

새로운 악보에 뭔가를 다른 악보에서 베껴 적기도 하는

교사로서의 업무는 늘 소소하고 별것이 아니더라도

항상 끊이지 않았다.

밝은 갈색의 큰 탁자 다른 쪽에서 나이가 어린 여자가

분주하게 종이들을 분류하고 섞고 치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분주하게 계속 말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방귀를 뀌면서 그 방귀에 불을 붙이는 묘기도

다 할 줄 아실까요?

그녀는 신이 나서 무척 밝고 명랑해진 환한 얼굴이었다.


글쎄...

그러나 레이피엘페이셔스의 얼굴에는 여전히 별다른 반응이

떠오르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악보에 펜으로 계속 음표들을 베껴서

적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으니까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그러다가 그 촛불의 불이 자기 엉덩이에 옮겨붙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런 위험한 묘기를 다 보여주셨는지

레이피엘페이셔스는 자식을 꾸짖는 어머니처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있는 사실만을 말하는 느낌으로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다.

레이피엘페이셔스의 그런 반응과는 상관도 하지 않겠다는 듯이

여전히 더 젊은 교사인 나이가 어린 여자는

자기 혼자서 빠르게 지껄여댔다.


정말 정말 재미있는 분이세요.

소리를 높여서 웃는 모습이 몇 시간 전의 일들을 생각만 해도

아직도 유쾌하고 즐거운 것 같았다.


어떻게 그렇게 알고 있는 것도 많고.

세상의 이곳저곳을 안 돌아다닌 곳이 없는 것 같아요~!

신기한 다른 나라들을 얼마나 많이 알고 계실까요?

정말 끝도 없이 재미난 이야기들을 해주시더라구요.


게다가 우리를 위해 준비라도 하셨는지,

그 사과 파이, 그리고 그 건조한 작은 빵들.

정말 너무 너무 맛이 있더라구요.


그녀는 흥분해서 두 눈이 반짝반짝거리고 있었고

두 손을 목 밑의 가슴께까지 올려서 맞잡고서

열심히 말하고 있었다. 마치 소리라도 지르는 것처럼.


못 들었어?

우리를 위해서 준비했다고 했잖아?

방문을 하면 간소한 선물을 하려고,

아무래도 음악 학교의 여교사들이니까

남자 교사들도 아니고,

그래서 하인을 시켜서 여기까지 가져오게 했다고



아... 그게 아니구요.

어쩜 어떻게 그런 맛있는 빵과 파이가 다 있을까요?

전 그게 너무 신기하다구요~!


여전히 그녀는 건너편의 레이피엘페이셔스 쪽은

쳐다도 보지 않고 아예 앞의 허공을 올려다보면서

계속 말하고 있었다.

두 손은 그대로 계속 맞붙고서.

업무인 악보들을 분류하는 것이나 계속 열심히 할 것이지.

레이피엘페이셔스가 직급이 더 높은 교사인데도

혼자서 업무를 다 처리하고 있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분 영지(領地)가 원래 자원이 풍부하고 지리적 조건이

워낙 좋은 곳이라서

대대로 부유하고 넉넉한 경제적 상태로 유명한 지방이야



아... 그랬구나


그녀는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더니

이제서야 다시 고개를 숙이고 방금 전까지 하던

악보 정리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그분도 그렇게 이미 말씀을 하셨잖아?

레이피엘페이셔스가 그렇게 다시 한마디를

여전히 고개도 들지 않고 보탰으나

나이가 어린 젊은 음악 학교 교사는 그저,


아, 네. 네.


그냥 대답만 하고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게

원래대로처럼 조용하지만 분주한 태도로 바빠졌다.


이것 다 끝나고 나면,

이제서야 고개를 들고 그 어린 여자 쪽을 쳐다보면서

레이피엘페이셔스가 말했다.


접견실에 가서

그 남은 빵들과 파이들 다 가지고 가.

집에 갈 때.


아! 그래도 돼요?


그녀의 얼굴이 반짝, 빛이 나면서 기쁨으로 가득 채워졌다.


그럼, 그럼.

내가 쓸데없이 왜 장난을 치겠어?

레이피엘페이셔스가 오늘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다시 한마디를 덧붙여서 했다.


내가 별로 식욕이 없는 거,

레이미넨에이릴데도 잘 알잖아?

레이피엘페이셔스는 그 말을 하고 나서

다시 고개를 숙이고 악보들을 쥐고 한쪽에서 다른쪽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아, 네. 네. 네.

정말 고마워요!


레이미넨에이릴데도 너무 좋은 나머지

얼굴이 너무 신이 나서 환해지고는

목소리에 한가득 웃음을 담고서

연신 기뻐서 감사의 말을 내뱉고 있었다.











오후가 어느덧 조수(潮水)의 흐름처럼

물러간 것인지 밀려오는 것인지

다시 해가 지는 시간이 머지않아 되어가고 있었다.

조금씩 사라지는 빛들과 함께 비슷한 분량으로

어둠 속에 어딘가 섞여 있었을 주홍빛 노을이 자꾸만 조금씩 조금씩

번지고 있었다.



그런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 풍경이 펼쳐진 창밖을

물끄러미 내다보면서

레이피엘페이셔스는 팔짱을 끼고 있었다.

엷은 재질의 옷감으로 만든

희고 눈부신 빛나는 옷은

그녀와 잘 어울렸다.

비록 그녀의 생기 없고 어두운 얼굴은

그렇지 않았지만.


재미있는 분이야.

더켈웰커스경(卿)이라고?


내일 아이들을 가르칠 교재에

새로운 내용들을 포함을 시켜야만 할 것 같은데


그녀는 계속 어두워져만 가는 창가에서

같은 공간으로 차츰 변하고 있는 바깥의 풍경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너의 세계를 보여다오

그렇다면 나도 나의 비밀을 보여줄게


너의 비밀을 보여다오

그렇다면 나도 나의 세계를 보여줄게




밤의 도시는 광대하고 또 깊어서

시야에 닿을 수 있는 곳 너머로도 여전히 계속해서

같은 어둠이지만 희미한 경계선이 자꾸 뒤로 멀리 멀리 물러났다.

높고 검푸른 건물의 꼭대기에서 첨탑이 차가운 질서처럼 나타나있었고

그 옆에 밤의 검은 풍경처럼 같은 어두컴컴한 그림자로

앉아있는 모습은 소년으로 보였다.


높은 곳에서부터 낮은 곳까지 침묵처럼 검은 장막이

넓게 넓게 펼쳐져 있어서,

세상은 이상하게 낯설어 보였다.

그러나 소년은 침착했고 차라리 그 모든 광경을 열심히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도시의 짙은 밤안개를 자욱히 내려다보면서

소년이 아주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모든 마법의 힘은 늘 일정하게 보존된다.

그렇다면 내가 쓸 수 있는 모든 마법의 힘도

결국엔 한정이 되어있겠지?


세계의 비밀을 그 중에서 한 조각을 알게 되었다면

그렇다면 나머지 남은 아주 거대한 부분으로 미루어 볼 수 있는 전체라는

세계의 실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에팅켄퓌스의 단정하고 차갑게 빛나는 두 눈동자에는

생각에 잠긴 사람의 여러 가지 감정의 빛이 스치고 지나가기보다는

아주 천천히 가라앉은 응시만이 있었다.





검은 윤곽만의 탑을 잡고

가만히 도시의 짙고 진한 야경(夜景)을 내려다보고 있던

소년이 고개를 선선히 조용히 돌려 오른손 손바닥을 펼치고는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짙은 청색의 길고 사각으로 각이 진 직사각형의 보석이

어느새 나타나 있었다.

보석은 밤의 향기에 깊이 물들어서 언뜻 보면

검은색에 가깝게 보였다.

보석어(寶石語)는 용기였다.


이 보석을 반납하라는 왕국 상부의 지시에

소년은 거부의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소년은 살 수 있는 날들이 많지 않았다.

병든 육체가 소멸되듯 그날이 다가오고

소년이 지상(地上)에서 사라져 흙으로 돌아간다면

그 후엔 이 보석을 보관할 기능은 다른 사람을 다시 선발해서

새롭게 처음부터 맡겨야만 할 것이다.

소년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고

그에 따른 왕국의 협박에 소년은 같이 협박을 했었다.


소년은 일어났다.

그리고 소년은 보석을 자신의 오른손에서

자신의 오른쪽 다리 뒷쪽 종아리로

다시 원래대로 돌려보냈다.

혈관을 따라 돌고 흐르는 혈액처럼

산 속에서 여러 길을 따라 흐르는 냇물처럼

보석은 다시 돌아갔고 이윽고 완전히 사라졌다.

가라앉은 정념(情念)과 수면(水面) 밑으로 사라진 물고기처럼.

소년의 체구는 작았다.




소년은 한참 동안 조각달이 흐릿하고 아득하고 멀게

높게 높게 떠 있는 검은 밤하늘을 무의미한 시선으로

올려다보고만 있었다.

시간의 아주 작은 일부인 잠깐 동안이

검은 밤하늘과 그 밑의 검고 어두운 도시 속으로 풀어져서 흩어졌다.

정확한 시각은 알 수 없었고

도시는 막연한 위치처럼 잘 가늠이 되지 않는 암흑의 공간이었다.


어디서인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놀라울 정도로 매끄러운 곡선으로

검은 기름을 가르고 나아가는 검은 물고기처럼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와서 그의 오른쪽 팔뚝 위에 스스럼 없이 앉았다.

거부감이나 놀람은 비둘기에게는 전혀 없었다.

소년은 잠자코 오른손잡이에게는 불편하겠지만

오른팔 팔뚝에 내려앉은 비둘기의 오른쪽 다리에서

종이를 왼손으로 꺼내는 귀찮은 과정을

끈기있게 묵묵히 해내었다.

종이를 넣는 길쭉하고 가는 원통 모습의 금속관이

비둘기의 오른쪽 다리에 매달려 있었다.


비둘기는 다시 날아갔고

소년은 식별도 거의 되지 않는

암흑의 바다 같은 밤의 잠든 도시를 우두커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소년이 갑자기 오른손을 휙, 뿌리자

종이가 무시무시하게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소년의 오른쪽으로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다른 건물의 외벽에 박혔다.

검은 대기 속에서 희미한 빛살처럼 팽팽하게 날아갔던 종이는

벽에 박히고 나서도

미친 듯이 계속해서 파르르르르, 강렬하게 진동했다.

비둘기는 죽이면 큰일이 났다.

귀중한 비둘기이거나 귀한 새여서가 아니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 비둘기가 연락을 맡아서 날아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더 엄밀하게 말한다면 이 비둘기를 죽인 것이

소년이 연락을 주고 받는 쪽에서 일단 소년을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지켜보게 만드는 첫 시작이 될 것이 틀림없었으므로.











시간은 흘러도 여전히 그 시간 속의 향기는 남는다.

비록 아름답거나 아름답지 않다고 하더라도.

시간은 지나가고 그러나 사람은 그래도 남는다.

시간은 지나가고 사랑은 남지 않아도.



27세의 시간이 되어도

여전히 그는 그대로였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에는 20대였으니까.

아직도 그대로 여전히 20대인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 목에 자상(刺傷)이 생겼다.

검(劍)은 보통 검이 아닌 명검(名劍)이고

마법의 힘이 있는 보물이었기에

그는 그때에 죽었어야 했으나

그 정도의 검(劍)으로는 그는 죽을 수 없었다.

그의 몸 속에 마법의 힘을 지니고 있는 보석이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저흔(躊躇痕)이 아닌 주저흔(躊躇痕)이 되고 말았다.


다시 돌아온 봄은 새로운 봄이 아니라

그냥 늘 똑같았던 예년의 봄인지도 몰랐지만

어쨌거나 작년과 재작년의 봄은 아닌

금년의 봄이었다.

그래서 세상은 부드럽고 빛나는 빛들로

온화하고 따스함이 흘러넘쳤다.

아니 고여서 넘치고 있는 것 같았다.

지독했던 겨울의 끝에도 이런 평화롭고 따뜻한 공간이

다시 기다리고 있다가

새 막을 여는 순서라는 순환으로서

세상에 제때가 된 듯이 내려온다.

그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물처럼

그전과는 달라진 온 몸을 적시는 따뜻한 빛들에

자신이 뭔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은

괜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도 역시 보관을 보관하는 자였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보석을 보관하고 있다.

그의 몸 속인 그의 오른쪽 다리에.

모든 사람들은 오른손잡이일 확률이 대단히 높았으므로,

가끔의 극소수를 제외하면 거의 그런 경우이니까,

일부러 뽑기 어려운 쪽인 오른쪽에,

그것도 다리에 집어넣은 것이었다.

보석을 보관하는 7명이,

한 명이라도 임의의 의견과 자신만의 결정으로

함부로 자신의 보석을 뽑아내어

신체 내에서 제거할 수 없게 하기 위하여.

보석을 보관하는 자가 죽거나 도저히 보석을 보관할 수 없을 만큼

부상이 심하거나 건강이 나빠지면

왕국의 어딘가 단체에게 그 보석을 다시 반납해야만 했다.

그리면 그 보석을 다음 누군가를 지정해서,

선발의 까다롭고 복잡한 과정을 통과한, 그 사람의 신체 내에

똑같이 또다시 집어넣어서 보관을 시키는 것이다.

그래야만 그 마법의 효력과 위력이 필요한 때마다

그 각각의 사람들을 시켜서 임무를 처리하게 할 수 있으니까.

왕국에서 어떤 사람들이 그런 단체를 결성하고 관리를 하고 있는지는

그도 몰랐다.

아마 거의 아무도 잘 알고 있지 못하리라.

그도 그 단체나 혹은 기관의 몇몇 사람들 외에는

더 이상의 사람들을 만난 적이 없었으니까.

왕국에서 공주님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늘 모시며

늘 만나는 사람들이었다.



공주님을 만났던 때가 생각이 났다.

공주님은 항상 얼굴의 오른편을 그 길고 멋진 머리카락의

굽이치는 듯한 곡선의 금빛 다발들로

금색 커튼이나 금색 장막처럼 가리고 다녔다.

얼마나 머리숱이 많으면 그럴까.

그래서 오른쪽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아니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아마도 왼쪽의 눈동자처럼 놀라울 정도로 맑고 싱싱하고

생기가 넘치는,

항상 잔잔하게 반짝거리며 미소로 빛나는 눈동자이리라.


그리고 자신은 공주님을 사랑하게 되었다.

자신보다 더 어린 소녀였었지만,

자신도 지금보다 어린 시절이었지만,

어쨌든 그녀는 이 왕국의 공주님이었다.

공주님이 한 분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래서 그는 자주 왕궁에 출입을 했다.

불러만 주면 언제나 갔었다.

늘 이 세상에서는 만사가 다 핑계란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공주님의 눈부시게 환한 미소,

어이가 없을 정도로 기발하고 귀여운 농담과 우스개 소리,

그리고 천장에 매달린 휘황하게 빛나던 그 무수한 촛불들의 빛,

어두운 밤이었지만 궁전 대청에 모인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던 때마다 화려한 옷들이 부드럽게 번쩍이던 인상들,

공주님의 유난히 하얗고 부드러워 보이던 두 팔과

그 밤의 피부와 공주님의 오른손에 쥐어진 술잔...


그 모든 것이 행복한 시간들이었고

그는 세상에서 아무것도 불만스러운 것이 없는

가장 완전한 행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가장 완전한 행복을 꿈꾸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은 다 그의 착각에 지나지 않았다.

공주님은 그와 생각이 전혀 달랐다.

그의 수줍지만 열정적인 고백에 단 한 번도 제대로 답변을

음성이든 편지로든 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끝났다.

그녀가 일방적인 선언처럼 일방적인 이별을 고한 것이다.

일방적인 의견을 말하듯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잘 설명했었다.



몇 날 몇 일을

그리고 잠 못 드는 며칠 밤을 보내고

그는 어느 날 오전에 자신의 검(劍)을 꺼내고는

자신의 목을 찔러버렸다.

자신의 감정처럼 깊이 깊이.

그러나 그는 죽지 않았고

그래서 모든 걸 또 한 번 포기하고

마법의 보석이 가진 효능을 빌려서

일단 응급 조치부터 신체에 행했다.


그 후로,

한 달 두 달 세 달

그는 그저 가만히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외출이 없는 이유를

집에 틀어박혀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하고서.

대작을 완성하기 위해서라며.

나중에 그는 아무 그림이나 한 점, 실제로 사람들에게

가끔 보여주었다.

이게 그 당시에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집에만 틀어박혀서 그렸던 그림이라고.

별로 잘 그린 그림은 아니지?

그가 쑥스럽게 웃으면 사람들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별로 할 말이 그들도 없었던 것 같았다.

쓸데없는 어이가 없는 칭찬은 듣는 쪽도 민망하기는 매한가지이니까.

그렇게 그가 그린 그림처럼

그도 그럭저럭 그저 지나갔다.


사랑이 무섭다고 그는 그 이후로 생각했다.




보물상자를 가지세요! 자신만의 보물상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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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나무에 새겨진 글귀 24.07.16 4 0 11쪽
78 왜 나는 내가 아니고 나라고 하는 이상한 사람인가 24.07.15 2 0 12쪽
77 내가 아는 세상 24.07.10 8 0 11쪽
76 세상의 끝에서 다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24.07.10 4 0 14쪽
75 운명을 결정하는 자 24.07.09 4 0 13쪽
74 신비한 나무: 기적의 갑옷 24.07.08 8 0 12쪽
73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시험 24.07.07 6 0 12쪽
72 불의 보석 24.07.04 5 0 11쪽
71 얼음의 보석 24.07.03 8 0 14쪽
70 용의 보석 24.07.02 9 0 13쪽
69 이 낙엽들도 언젠가는 타오르는 불길로 24.07.01 3 0 12쪽
68 다시 돌아온 이 계절에도, 그러나 24.06.27 6 0 12쪽
67 너와 나의 건널 수 없는 강물 24.06.26 4 0 12쪽
66 참을 수 없는 아픔보다 더 괴로운 건 24.06.25 3 0 12쪽
65 시간의 물살을 거슬러 다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24.06.24 4 0 12쪽
64 잠든 손의 반지 24.06.20 1 0 11쪽
63 타오르는 얼음처럼 24.06.19 4 0 12쪽
62 시간과 공간의 밖에서 24.06.19 5 0 12쪽
61 너도 나도 다 사람이지만 24.06.18 7 0 12쪽
60 종이에도 피로 글씨는 쓸 수 있다 24.06.17 7 0 8쪽
59 산과 호수의 잠든 밤 24.06.16 7 0 11쪽
58 내게도 이 들판은 너무 좁다 24.06.13 5 0 16쪽
57 거미줄에 매달린 곤충의 유해(遺骸) 24.06.12 4 0 12쪽
56 잘된 것은 잘된 것일 뿐 24.06.11 4 0 12쪽
55 어디선가 그랬었던 것처럼 24.06.10 1 0 11쪽
54 문신의 비밀 24.06.05 4 0 12쪽
53 처음부터 정해진 운명인 것처럼 24.06.03 8 0 12쪽
52 인생에서 마침내 사라지는 사람들 24.06.03 8 0 12쪽
51 어쩌면 만났었을지도 모르는 24.05.30 2 0 12쪽
50 왜라고 묻지 말지어다 24.05.29 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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