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랑전(極狼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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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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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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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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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8화. 수면 아래는 은은하며 (4)

DUMMY

득구는 탕후루(糖葫蘆)인 줄 알고 씹은 게 염소똥이란 걸 깨달은 표정으로 이를 악물었다.


“끄, 으아아악!”

“입 닫아라!”

“끕···!”

“자세 유지해! 호흡에 집중해라!”


득구는 땀을 줄줄 흘려댔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의 햇살이 속절없이 득구의 전신을 두들겨대는 탓도 있지만, 전신에 균등한 힘을 주도록 고안된 괴악한 자세로 서 있는 건 태어나 처음 받는 고문이었던 탓이 더 컸다.


“끄으윽!”


풀썩.


결국 이번에도 일각을 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설총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거, 참. 어째 이리 지구력이 떨어져?”

“자세가 이상한 거겠죠!”


득구는 피가 몰려 벌겋게 된 이마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설총은 피식, 웃었다.


“그 이상한 자세가 무심결인데?”


득구는 입을 벌린 채 어버버 소리를 냈다.


“그간 네놈에게 온갖 방법으로 전수하느라 심혈을 기울였거늘, 네놈은 갖은 방법으로 빠져나가지 않았더냐? 그러니 힘든 것이지.”

“···어, 어, 그게.”

“알겠으면 닥치고 일어나라! 앞으로도 어정쩡한 내공으로 어물거리고 싶지 않다면 말야.”


득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표정엔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지만, 눈빛은 조금 달라졌다. 설총은 고개를 끄덕이고 손가락을 두 개 펴 보였다.


“두 시진 후에 다시 보자.”

“···예.”



* * *



“자네 정말 강심장이구만?”

“뭐가 말입니까?”

“심법의 구결에다, 긍경(肯綮)까지···. 나나 제갈이나 외부인 아닌가?”


긍경이란, 뼈에 붙은 살과 힘줄 얽힌 곳을 뜻하는 말이다. 곧 요체를 다르게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심법 수련에 있어서 긍경이란, 바로 경도(勁道)를 수련하는 방법이다. 요컨대, 단전에 쌓인 진기(眞氣)─ 공력을 실질적인 경력(勁力)으로 발휘하기 위한 수련이다.


“심법을 훔쳐 배우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완벽한 상황 아닌가?”

“그러라고 하는 겁니다.”

“누굴 위해서? 설마 그 달구?”

“뭐, 그렇죠.”

“하하···. 이 친구 참. 대범하달지, 제정신이 아니랄지···. 혹시 자네 심장은 진짜 강철인가?”


무허는 복잡한 눈으로 설총을 보았다.


“···아니, 잠깐만. 설마, 우리보고도 한 번 익혀보라는 뜻인가?”


무허는 눈 거울을 들어 이마에 얹어놓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설총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무심결의 결함을 극복하기 전엔 그럴 수 없지요.”

“···.”


무허는 양손을 들어 보였다.


“지금, 살짝 끔찍한 상상을 좀 했네만.”

“말씀해 보시지요.”

“화내지 않겠다고 약속하겠는가?”

“화낼 만한 일이라면─”


설총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번 기회에 빚 청산이나 해둘까요?”

“···그거 좋은 생각이군. 안 그래도 공짜로 삼키기엔 버거운 정보를 뜬금없이 받은 차니.”

“의외로군요? 챙길 수 있는 건 최대한 챙겨두시는 편인 줄 알았습니다만.”


무허는 뻔뻔한 얼굴로 웃으며 대답했다.


“그야 이를 말인가. 당연한 것을. 나는 단지 세상에 공짜란 것은 없다고 생각할 뿐이네.”

“그렇습니까.”


무허는 헛기침을 두어 차례 하고는 미간을 좁혔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넘어가겠네.”

“그러시지요.”

“혹시 자네, 저 득구와 달구란 소년에게 일종의 실험을 좀 해볼 요량인 것은 아닌가?”

“실험··· 말입니까?”

“그렇다네.”


무허는 설총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나 설총은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나는 지금껏 자네와 지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네.”

“어떤?”

“자네만큼 자신의 무공에 대해 아주 심도 깊은 집착을 가진 사람은 천하 전체를 다 뒤져봐도 드물 것이라고 말일세.”

“집착, 말입니까?”

“그렇다네. 나는 기꺼이 그것을 집착이라고 표현하겠네.”


무허는 고개를 두어 번 저었다.


“강한 문파를 세우고 싶다면, 무심결을 포기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지.”

“그렇지요. 맞는 말씀입니다.”

“자네야 이미 기반을 닦았으니, 무리일 거라고는 생각하네만. 저 아이는 아니지 않나. 그 달구란 녀석도 마찬가지고.”


설총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입꼬리를 올려붙였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내가 자네였다면··· 하는 생각을 오래 했거든.”

“그건 흥미롭군요.”


설총이 턱을 내밀자, 무허는 관자놀이를 짚었다.


“내가 자네였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나나 제갈에게 심법과 무공을 얻었을 것 같군. 이제부터 제자를 육성할 거라며? 저 녀석들이 당장 전력이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 다음은요?”

“속가무당을 자처하든, 신기천성의 꼬리에 붙든, 일단은 용의 꼬리부터 시작해야겠지.”

“빚을 지란 말씀이시군요.”

“그것보다 합리적인 방법이 있는가? 뭐, 빚지는 게 싫다면 조금 부족하더라도─ 다른 문파가 문제 삼지 않을 심법을 구해봐야겠지. 혹시 아나? 그 과정에서 무심결의 결함을 고칠 좋은 방도를 얻을지도 모를 일이지.”

“···뭐, 합리적이군요.”


설총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천검을 찾는다는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뭐, 그거야 바둑으로 치면 덤 아니겠나? 잊고 있나 본데 난 무당파의 도사라구. 당금 천하에 천하제일의 칭호를 가진 무당의 도사!”


설총이 눈을 크게 뜨고 무허를 쳐다보았다. 무허는 어깨를 으쓱였다.


“무에 그리 새삼스러운가? 나라고 문파에 대한 자부심이 없는 줄 알았나?”

“그야, 천하제일문인 무당의 문도라면··· 누구라도 문파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생각합니다만, 무허자는 도사질 싫어하시잖습니까?”

“···이런, 제길. 한 방 먹었군.”


무허는 관자놀이를 긁적이더니 말했다.


“각설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세.”

“그러지요.”

“여하튼, 내가 삼제진경을 찾고 싶어 하는 이유와, 내가 자네라면 했을 선택은 크게 다르지 않은 선상에 있다고 보네. 보다 강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보다 강한 문파를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지. 바로 합리적인 선택 말이야.”

“맞는 말씀입니다. 전적으로는 아니지만 동의합니다.”

“하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결론은 하나인 셈이지.”

“제가 득구와 달구를 실험체로 삼아 무심결의 결함을 해소하고자 한다는?”

“그렇다네.”

“물론, 그 과정에서 저 둘의 희생까지도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냐는 뜻이겠지요?”


무허는 속이 다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거, 자네만큼 시원시원한 친구가 무당에도 딱 한 명만 있었어도 좋았을 텐데 말이야.”

“거참 안타까운 일이군요.”


설총은 전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더니 말을 이었다.


“무허자를 한 대 치고 싶지만, 미리 값을 치르셨으니 그만두겠습니다.”

“그래서, 답은 어떠한가?”

“당연히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싶지만?”

“완전히 틀렸다고는 볼 수 없겠군요.”


무허가 괴악한 표정을 지었다. 설총의 말뜻을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에이, 설마?”

“무심결의 결함을 고치는 것은 제 인생의 목표입니다. 당연히 그것을 위해 무공을 가르치는 것이지요. 다만···.”


설총은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저 스스로에게도 같은 걸 하고 있으니, 녀석들에게 딱히 불평을 들을 건 없다고 봅니다.”

“···?!”


공력을 개방한 고수가, 자기 몸으로 심법의 개량을 ‘실험’한다?


이건 집착이 아니라 광기다. 만약 설총이 종리양처럼 스스로 개문고수임을 밝히고 강호에 나선다면, 그를 영입하고자 하는 문파가 줄을 설 것이다.


채 약관도 지나지 않은 나이에 공력을 개방한 신진고수다. 이대로 잘 키우기만 한다면, 언젠가 천하삼절과 같은 절대 고수의 반열에 오를 재능이다.


무공에 결함이 있다면, 그 무공을 버리고 다른 무공을 취하면 그만이다. 실제로 종리세가에서 이미 증명하지 않았는가? 가문의 전통 같은 것은 얼마든지 버릴 수 있는 소모품이다. 종리세가에서 그대로 자라난 종리양이, 과연 지금같은 힘과 명성을 얻을 수 있었겠는가?


무공은 그저 도구일 뿐, 목적의 대상이 아니다.


도대체 무엇이 이 사내를 이런 광인으로 만든 것일까? 무허는 헛웃음을 지었다.


“···미쳤군, 자네.”


설총은 답 없이 다만 고개를 저었다. 무허는 얼이 다 빠진 표정으로 설총을 쳐다보았다.



* * *



제갈민은 그림자 속에 몸을 기대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안타깝게도 이미 한참이나 전부터 기다리는 중이었기에 제갈민의 심기는 무척 언짢아진 상태였다. 그러나 제갈민의 심기를 언짢게 하는 이유는 그녀가 오랫동안 기다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십비가 시간을 어긴다─라. 뭔 일이 난 것은 분명하고. 문제는···.’


십비에게 준 임무는 어디까지나 정찰이다. 교전은커녕 직접적인 접촉도 허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문제가 생겼다.


‘어느 정도의 문제인 거지? 제길, 한 명 정도 더 남겨둘 걸 그랬나?’


이곳에 올 때 지원받은 이는 십비 중 넷. 삼비, 육비, 칠비, 십비. 나머지 여섯 중 셋은 각각 세작으로 여러 곳에 잠입 중이다. 나머지 셋은 별도의 임무를 수행 중이다. 제갈민과 연화가 함께 움직이는 행사였기에 가용인원을 전부 몰아준 것인데.


‘무공을 모르는 언니의 호위로 한 명은 불안하지. 그래, 적절한 판단이었어.’


제갈민은 생각의 방향을 돌렸다.


‘십비가 홀로 빠져나올 수 있는 상황인지 아닌지만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는데. 만약 내가 움직이는 편이 더 위험한 상황이라면, 그건 어떻게 해야 하지?’


머리를 굴리던 제갈민은 몸을 일으켰다.


“···이럴 땐 움직이고 봐야지!”


제갈민은 사내들이 구질구질한 땀 냄새를 풍기고 있을 뒷마당으로 향했다.



* * *



달구는 심기가 매우 불편한 상태였다. 아주 지난한 7일을 보냈던 탓이다.


“고무래!”

“···예, 형님.”


고무래는 삐딱하게 비뚤어진 고개를 쳐들고 듣는 사람도 맥이 빠지는 목소리로 답했다. 달구는 그런 고무래를 보고 입술을 씰룩였다.


“아직도 말 안 할 거냐?”

“···.”

“야, 내가 뭐 잘못 말했···.”

“시키실 일 없음 좀 쉬고 있겠슴다.”


고무래는 터덜터덜 제 침상으로 돌아가 벌러덩 드러눕는 것이다. 으득, 달구가 이빨을 깨 먹기라도 할 것처럼 갈아댔지만, 주먹을 내진 않았다. 열 받은 상태에서 치면 진짜 어찌 될지 모르는 일 아닌가?


“사내새끼가, 한 번 정했음, 걍 가는 거지 뭘 그래 꿍해 있냐! 속 좁게!”


고무래는 답이 없었다. 다만 조용히 몸을 굴려 모로 드러누웠을 뿐. 달구는 이마에 핏대가 서는 걸 느꼈다. 달구는 양쪽 관자놀이를 엄지와 검지로 그러쥐고 빙글빙글 돌렸다.


고무래가 저렇게 소심한 반항을 시작한 지가 벌써 사흘째다. 사흘 전까지, 그러니까 한설총이 석굴사의 고아원에 자리를 잡은 지 나흘 동안에는 고무래의 일과는 온갖 지랄발광이었다. 그 나흘 동안 고무래는 정말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구를 설득했다. 그러나 달구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자 그 이후로 저렇게 된 것이다.


“몇 번을 말하냐! 그 한설총이란 놈의 입발린 소리에 넘어가면 그 뒤론 짤 없이 따까리 짓이나 해야 한다고!”

“···든.”

“뭐?!”

“따까리든 뭐든. 뭐 어쩌라고요.”

“이 자식이 듣자듣자 하니까···!”


고무래는 벌떡 일어나 버럭 소리를 질렀다.


“우선은 힘이 있어야 따까리든 뭐든, 해보기라도 하죠! 그게 합리적인 거 아님까?!”

“멍청아, 그게···!”

“됐슴다! 형님, 어차피 이 패거리 돌아가는 건 형님이 결정하시는 거고, 저희야 걍 따르기만 하면 되는 건데 뭐가 문제랍니까? 저야 그냥 며칠 지랄하다 말 거니까 뒈지든 말든 신경 안 쓰셔도 됨다!”


속사포다. 한참을 얻어맞은 달구는 얼빠진 표정으로 한참이나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콧김을 씩씩 뿜어댔다. 그러나 고무래는 이미 아까 그 자세로 틀어박힌 상태였다.


“···에이, 젠장!”


맏형 둘이 이 모양이니 패거리의 분위기가 좋을 리가 없었다. 도끼는 전에 없이 눈치를 보며 바싹 군기 잡힌 태도로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그 생각 없는 홍두마저도 용케 눈치를 보며 입을 조심하고 있었다.


“근데 적삼이는 어디 갔냐?”

“그, 글쎄요?”


도끼는 어물거리며 대답을 회피했다. 적삼이가 몰래 저잣거리로 내려간 건 닷새 전 일이다. 달구와 고무래 두 사람이 워낙 티격대니, 그 등쌀에 못 이겨 슬쩍 피신한 게다.


“어디 갔냐구?”

“그, 그게 말임다.”

“끄아아악!”


밖에서 들린 목소리는 적삼이의 것이었다.


“여기라며? 왜 없어?”

“끄으···. 그, 그그, 그게 말임다. 아으윽!”

“엉? 뭐야?”


달구와 도끼는 당장 문을 박차고 밖으로 튀어 나갔다.


“허, 허···엇?!”

“···이건 뭐야, 씨발.”


밖에는 천가방 패거리가 산채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적삼이가 있었다. 천중에게 팔목이 비틀린 채로.


“제기랄, 뭐야! 야! 어떻게 된 거야?!”


도끼는 이를 갈듯 악물었다.


“아따, 진짜. 시간 없어 죽겠는데 이 떨거지들은 대체 뭐야?”


천중이 여송연을 치켜 물고서 적삼의 팔목을 비틀어 올렸다.


“끄아아악!”


적삼의 비명에 도끼는 당장에 뛰쳐나갈 것처럼 흥분해 콧김을 뿜고, 뒤늦게 튀어나온 고무래도 두 눈알이 당장에라도 튀어나오지나 않을까 부릅뜬 눈으로 천중을 노려보았다.


“아니, 한설총이를 찾으러 왔더니 웬 거지들이야?”


달구는 패거리를 앞서 나서며 되물었다.


“네놈이야말로, 여기서 한설총을 왜 찾는 거냐?”

“몰라서 물어? 한설총이 여기로 왔단 얘기를 들었으니 왔지.”

“그놈은 여기 없어.”

“그건 보면 알아, 이 등신아!”


천중은 솟구치는 짜증을 견딜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여송연을 거칠게 씹고 빽, 소리쳤다.


“넌 뭐야, 이 등신아!”

“···몰라서 묻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널 어떻게 알아!”


천중이 어이없어하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동시에 적삼의 팔도 한층 깊게 꺾였다.


“끄으윽···!”

“사람이 맞긴 하냐? 덩치 한번 더럽게 크네, 동네 양아치 새끼 주제에. 씨발, 이딴 거지발싸개 소굴의 왕초 새끼 따위를 알아봐 줄 만큼 한가한 몸으로 보이냐, 이 천중님이?! 앙?!”


천중 옆에 선 수하 하나가 천중에게 귓속말했다.


“···아. 그래? 오호···.”


천중은 의문이 하나 풀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톱날 같은 눈을 가늘게 떴다.


“혹시 네놈이 바로 그 달구란 놈이냐?”

“그렇다.”


천중은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야, 내가 너랑 미친개를 헷갈렸지 뭐니? 난, 또. 이야, 진짜 있었네? 난 또 둘이 같은 놈인데 소문만 좀 다르게 난 줄 알았지. 이름도 득구, 달구, 막 요래서. 혹시 유행이냐?”

“놔.”

“뭐?”

“놓으라고.”


차분하기 그지없는 달구의 말투에 천중은 기가 막힌 듯, 우선 여송연을 깊게 빨아들였다. 잠시 연기를 머금고 있던 천중이 머리에 대못 하나 빠진 얼굴로 그것을 천천히 내뱉곤 나긋한 음성으로 되물었다.


“방금 뭐라고 그랬니?”

“네가 잡은 적삼이 손을 놓으라 했다.”

“아, 그래?”


천중은 적삼의 팔을 풀어주었다. 목 위까지 비틀렸던 적삼의 손이 풀리며 그 몸이 빙글, 돌아섰다.


써걱!


도끼도, 고무래도, 적삼 자신조차도 그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멍한 눈으로 천중을 보았다.


울컥,


핏덩이가 적삼의 잘린 팔의 단면을 벗어나 땅에 툭 떨어지기 전까지.


“끄아아아악!”


적삼은 잘린 팔목을 움켜쥐고 울부짖었다. 도끼와 고무래는 비명을 듣고서도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적삼과 적삼의 잘린 손을 번갈아 보았다.


“이 손?”


천중이 적삼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개새끼야아앗!”


달구의 발이 땅을 박차고 천중에게 짓쳐 들었다.


천중은 이를 드러내며 여송연의 연기를 흘렸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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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7화. 쟁선(爭先) (3) +2 23.10.18 1,051 1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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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7화. 쟁선(爭先) (1) +2 23.10.18 1,115 12 17쪽
22 6화. 천검의 핏줄 (3) +3 23.10.18 1,095 18 17쪽
21 6화. 천검의 핏줄 (2) +3 23.10.18 1,069 17 14쪽
20 6화. 천검의 핏줄 (1) +3 23.10.17 1,164 14 15쪽
19 5화. 연화신산(蓮花神算) (4) +4 23.10.17 1,130 14 15쪽
18 5화. 연화신산(蓮花神算) (3) +4 23.10.17 1,144 15 14쪽
17 5화. 연화신산(蓮花神算) (2) +2 23.10.17 1,180 15 15쪽
16 5화. 연화신산(蓮花神算) (1) +2 23.10.17 1,255 16 14쪽
15 4화. 혈연 (3) +2 23.10.17 1,246 18 15쪽
14 4화. 혈연 (2) +2 23.10.17 1,252 19 15쪽
13 4화. 혈연 (1) +2 23.10.17 1,314 19 15쪽
12 3화. 들개도, 늑대도 (3) +2 23.10.17 1,312 18 15쪽
11 3화. 들개도, 늑대도 (2) +2 23.10.17 1,401 19 14쪽
10 3화. 들개도, 늑대도 (1) +3 23.10.16 1,498 21 14쪽
9 2화. 출기동문(出其東門) (3) +2 23.10.16 1,544 24 13쪽
8 2화. 출기동문(出其東門) (2) +2 23.10.16 1,653 25 13쪽
7 2화. 출기동문(出其東門) (1) +2 23.10.16 1,930 26 15쪽
6 1화. 미친개 (5) +2 23.10.16 1,941 33 15쪽
5 1화. 미친개 (4) +3 23.10.16 1,952 31 13쪽
4 1화. 미친개 (3) +2 23.10.16 2,178 32 15쪽
3 1화. 미친개 (2) +1 23.10.16 2,637 36 14쪽
2 1화. 미친개 (1) +2 23.10.16 3,822 46 14쪽
1 0화. 이제 와 새삼 돌이키기에는 +8 23.10.16 4,745 58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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