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충에 물렸더니 최강헌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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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엽의숲
작품등록일 :
2023.11.08 15:01
최근연재일 :
2024.01.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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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6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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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임무

DUMMY

지하세계 안에서 상대선수 외 사람을 마주한 건 성현호씨가 유일했다.

그런데, 그는 성현호씨가 아니었다.


멀끔한 인상에 위화감도 들지 않을 정도로 아주 평범해 보이던 남자.

그는 팔짱을 끼며 나를 유심히 쳐다봤다.


“어···?”

“안녕하세요. 아이요트라고 합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실명을 말한다고?


그가 안정감 있는 미소를 보이며 내게 악수를 건네왔다. 당황해 일단 응했지만, 순간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돌았다.


“저를 아십니까?”

“2번참가자분, 맞으시죠?”

“···그렇습니다만.”


대뜸 친근하게 인사를 해오는 게 거슬렸다. 이 곳은 친목을 할만한 장소가 아니었으니까.


“저는 1번 참가자입니다.”

“···?!”


아, 그러고보니.

나 외에도 한 명. 2라운드에 진출한 참가자가 있다 들었다.

게다가─본적 있다. 이 남자.

2라운드 두번째 경기가 시작될 때, ‘언더독’이라는 괴물을 상대하고 있던 참가자였다.


첫 번째 경기시간이 이미 30분이나 지나 있었지만, 태연하게 경기를 주도해가던 정체불명의 남자.


그런데 왜 나를 찾아왔지?


“경기를 직접 보진 못했지만, 참가자님의 실력도 상당할 거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


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태연하게.

경계심을 지울 수 없었다.


“얼핏 듣기론, 독면역이 있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무슨 볼일로 저에게 찾아오셨습니까?”

“저도 체태 컴퍼니 독충 헌터 소속입니다.”


친절하지만 공격적인 말투.

눈꼬리를 휘며 활짝 웃고 있던 그의 얼굴에서, 나를 탐색하는 게 느껴졌다.


“독충 헌터라고요?”

“네. 저는 본사 소속 독충 헌터입니다. 신백야님은 서울지사에 계시죠?”

“···”


거리낌 없이 신상을 밝히는 데 이어, 내 이름과 소속까지 알고 있었다.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천천히 얘기 나눌까요? 오늘은 너무 늦었고 경기를 끝낸 뒤라 피곤하실 텐데. 아침에 뷔페로 올 수 있나요?”


휴가는 내일까지.

내게 남은 시간은 딱 하루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주저없이 그 제안을 승낙했다.


그렇게 다음 날이 되었다.


어제와 같은 시간에 잠에서 깨어났다.

객실안은 난방이 되지 않았지만 극세사이불 안은 무척 따뜻했다.

나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끄응.”


시계를 확인해보니, 오후 1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뷔페이용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는 건지 모르겠다만. 늦게 갈수록, 아이요트라 자신을 소개했던 남자를 기다리게 할 것이다.


“아이요트라···?”


외국인인가?

생김새는 그렇게 안 보이던데.

혹, 가명인가? 아니면, 아이디 개념?


이렇게 고민할 시간에, 직접 대화를 하는 편이 빠를 것이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뷔페가 있는 1층으로 향했다.


.

.


여전히 적막감이 느껴지던 뷔페 안.

홀 가운데서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고 있던 남자가 보였다.


“저 사람은 눈치도 안 보나?”


게다가 그의 옆에, 어제 내게 말을 걸었던 웨이트리스도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겉으로 볼 때, 수상할 거 없는 평범하디 평범한 레스토랑 같이 느껴졌다.


“아, 이쪽입니다.”


그때.

나를 발견한 아이요트가 손을 흔들며 맞이해주었다.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생각보다 일찍 오셨네요?”

“기다리고 계셨잖아요, 저를.”

“배려해주신 겁니까?”

“어쨌든 만나기로 약속되어 있던 거니까요.”

“식사는 안 하십니까?”


아이요트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 오늘의 메뉴 추천해드릴까요?


다시 친절한 웨이트리스가 접근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이번엔 단호하게 거절을 하자, 그녀가 표정변화없이 자리에서 물러섰다.


“오늘의 코스요리는, 프로방스식 가자미 요리와 타라곤 향을 낸 치킨소테더군요. 맛이 아주 일품입니다. 헌터님도 함께 하실래요?”

“코스요리도 주문 가능합니까?”

“안 될 건 없죠. 게다가 머물러 있는 120시간동안 모두가 공짜인데요? 이제 3일정도 남았으니, 더욱 즐겨야죠.”

“그보다도. 저와 하고 싶은 얘기가 뭔가요?”


단도직입적으로, 남자의 목적을 물었다.


“헌터님이 지하세계에 참가했다는 걸 아는 사람. 얼마나 있나요?”

“···그건 왜 물으십니까?”

“독충 헌터가 지하세계에 참가한다는 건, 엄연히 회사규칙에 어긋나니까요.”

“···저기요. 그쪽이 할 말이 아닐 텐데요?”

“회사 내부에 소문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친절히 알려드리는 겁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


그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평온한 태도.

흔들림 없는 시몬X침대처럼 굴어도 되는 건가.


“없습니다.”

“없을리가요. 누군가 지하세계에 존재를 알려줬을 텐데요?”

“있어도 말해드릴 수 없습니다.”

“뭐, 그정도까지 바라고 물었던 건 아닙니다.”

“듣기로는 S랭크가 아니면 참가할 수 있다던데요? 더 중요한 건, 제가 정식 헌터로 등록된 사람이 아니란 거죠.”

“통상적으로는 그렇죠. 하지만 사실이 알려지면 골치 아플 겁니다.”

“···그럼 그쪽은? 이렇게 서로 신분 노출되어 봤자, 피차 피 보는 건 저뿐만이 아닐 텐데요?”

“그래서 대화를 나누고자 온 겁니다.”


어쩐지 질질 끄는 폼이 영 내스타일이 아니다.

우리는 친해지기 힘들 것 같다.


“목적을 말하시죠. 밥을 먹어야 해서.”

“천천히 드시면서 얘기하는 건···”

“누구랑 같이 먹으면 체할 거 같아서요. 본론만 빨리빨리 얘기하고 헤어지죠. 함께 있어봤자 도움되는 것도 없잖습니까?”

“급하신 것 같으니 용건만 간단히 말씀드릴게요. 전 독충 헌터 비밀임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


비밀임무라고?

그거, 비찬한테 들었던 말과 똑같았다.


“비밀임무가 정확히 뭡니까?”

“이제야 관심을 가지시나 봅니다.”

“···”


말린 건가.


“식사를 하면서 천천히 대화하시죠?”

“여기서 함부로 누설해도 됩니까?”

“이쪽 근처에 CCTV는 있지만 도청은 불가능합니다. 괜찮을 것 같네요.”


무슨 자신감이야? 심지어 비밀임무를 하는 헌터라면서.


“웨이트리스나 주방장이 듣는다면요?”

“뭘 그렇게 걱정이 많으신가요?”


결국, 그가 원하는 대로 대화를 좀 더 하기로 했다.


.

.


“그 가자미 요리, 어떠십니까?”


내 앞에 오늘의 코스요리가 하나씩 놓이기 시작했다. 단연, 메인 요리는 ‘프로방스식 가자미 요리’

이름도 어려웠다.


“나쁘진 않네요.”

“소주한잔에 삼겹살이라면, 좀 더 대화가 재밌었을 텐데요. 그렇죠?”

“···”


어디까지 나를 휘두르며 주도해 나갈 생각일까? 비밀임무 어쩌고 하더니, 심리전을 거는 솜씨가 능숙했다.


“일단 정식으로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체태 컴퍼니 남해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이요트라고 합니다. 호주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것 때문에, 한국이름보다는 이쪽이 익숙합니다.”

“한국 발음은 훌륭하신데요.”

“당연하겠죠. 한국에서 살다 호주로 이민 간 재외동포였으니까요.”

“그럼, 대화의 목적부터 설명할 수 있습니까?”

“신백야 헌터님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습니다. 상당한 헌터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요.”

“그런 거 말고요.”

“이 지하세계에 참여하신 목적이 단순한 돈 때문은 아닐 것 같아서요. 그래서 직접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돈 때문입니다. 다른 이유 없습니다.”

“정말입니까?”

“그냥 쉽게 이해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남극기지 비공식 지원을 위해 돈 벌러 왔습니다.”

“음···”

“그럼, 아이요트씨는 왜 지하세계까지 와서 경기에 참여하고 있는 겁니까?”


게다가.

비밀임무를 수행하려면 급이 S랭크는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비밀임무를 수행하는 헌터로 투입되면, 회사내에서는 랭크가 기재되지 않습니다. 또한 활동하게 되어 업적을 쌓으면, 단순히 S가 아니라 특S가 됩니다.”


아이요트는 귀신같이 내 마음을 읽고 궁금해하던 걸 짚어주었다.


“쉽게 말하면, 특S지만 회사내에 기록은 없다? 그러니까 지하세계 내부 관계자들이 조사를 하기 어려운 거고요.”

“네, 정확히 이해하셨네요.”

“그럼, 이곳에 온 이유가 임무를 위해서라는 거네요?”

“맞습니다.”

“무슨 임무입니까?”

“독 페로몬을 사용하는 자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독충 유포자가 아니었다.

독 페로몬이었다.


“체태 컴퍼니 헌터들은 과거 독의 면역을 갖고 벌레의 능력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특별한 주사를 맞았습니다.”


또 그 얘기다.

체태 컴퍼니가 헌터 육성을 위해 비밀리에 시행했던 백설공주 프로젝트 말이다.

독이 들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독이 든 사과를 건네는 것에서 제목을 딴 것 같지만─구리다.

매우 많이.


“그 주사가 헌터 육성을 위해 큰 공헌을 했습니다. 괴물이 된 인간과 독주사를 맞은 헌터의 다른 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자아가 있다는 거?”

“아니죠. 자아는 괴물이 된 인간도 가지고 있습니다. 임무를 수행했으면 아실 텐데요?”

“그럼···”

“통제력입니다.”


──통제력.

괴물이 된 벌레의 몸에 기생하게 된 인간에게 가장 결여된 건 통제 능력이었다.

‘이성’이 빠진 ‘본능’에 충실한 짐승 따위처럼.


“헌터들은 독 의술에 의해 벌레능력을 학습화 하는 대신 통제력을 지닐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한 ‘야수’는 불가능합니다. 즉, 겉으로는 괴물처럼 보이나─그들이 나약하다는 반증입니다.”

“같은 헌터끼리, 그렇게 후려치기 해도 됩니까?”

“하하, 아뇨. 저는 팩트만 전달 드리는 겁니다.”


팩트라.

결국 나약한 인간은 완전한 괴물이 될 수 없다는 걸 설명하는 것 같은데.


“반면, 괴물의 몸에 기생하게 된 인간은 어떻습니까? 통제권을 잃어 본성만 남게 된 괴물이 됐습니다. 그러나, 강해졌습니까? 헌터님은 그렇게 생각하셨나요?”

“일반인들에게는 괴물이죠. 또한, 랭크가 낮은 헌터들에게도 감히 상대할 수 없는 존재고요.”


그러나.

한계가 느껴졌다.

무릇 강해지고 있는 내 자신이 그들을 상대하며 든 생각이었다.


“그들에게는 리미티드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더 확실한 괴물을 만들어 내는 방법이 딱 하나 있습니다.”

“···설마.”

“네. 인간의 몸에 강력한 실험체를 심는 거죠. 바로, 독에 의해 개조된 벌레요.”

“···”

“그러나, 최강. 아니, 초월급이 되지 않는다면 자멸합니다. 통제력도 잃고요.”

“그래서 결론이 뭡니까?”

“독 페로몬. 이 페로몬의 개발은 위대한 발명품이 되어 주었습니다. 괴물이 되어 통제권을 잃은 인간을 조종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일종의 훈련을 받은 것과 같은 개념입니다.”

“···훈련?”

“인간이 괴물을 이길 수 있습니까? 아니겠죠. 하지만 훈련이 되어 있으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파블로프의 개처럼요. 페로몬을 이용하면 통제력을 갖는 겁니다. 다만, 스스로 자아를 가지고 싸우면서도 누군가의 명령 한 방에 죽음을 선택할 수도 있겠죠.”

“오호, 그럴 듯하네요.”


나는 천천히 식사를 하며, 아이요트의 말을 새겨듣고 있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우리가 뭘 해야 하죠?”

“죄송하지만 저는 비밀임무를 수행하는 헌터가 아니라서요.”

“과연, 그 말을 맹세할 수 있습니까?”

“···”

“관객이 되려 하는 거죠? 헌터님.”


간파 당해버렸다.

이 정도면 독심술을 쓰고 있는 게 아닐까 합리적 의심을 해본다.


“마피아 어쩌고, 정보를 얻었을 거고요.”

“뒷조사를 한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네. 성현호씨와 내담 중이었으니까요.”

“···?!”


저런, 예상치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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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연예기획사 24.01.11 2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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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결승전 23.12.26 29 3 12쪽
39 전쟁선포 23.12.25 30 3 12쪽
38 위협 23.12.23 28 3 12쪽
37 부당거래 (2) 23.12.22 25 3 12쪽
36 부당거래 (1) 23.12.21 28 3 12쪽
35 도마뱀 인간 23.12.20 32 3 12쪽
34 트릭스터(Trickster) 23.12.19 34 3 12쪽
33 VS 자신(自身) 23.12.18 36 3 12쪽
32 헌터요원 23.12.17 35 3 12쪽
» 비밀 임무 23.12.16 4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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