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충에 물렸더니 최강헌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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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엽의숲
작품등록일 :
2023.11.0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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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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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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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조화 집단 발타즈

DUMMY

매력적인 제안에, 기생충이 약간이라도 고민하는 듯 보였다. 당장, 마음이 흔들린 걸까?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해 둘게. 너 없이 나 혼자 싸우더라도─저 놈에게 질 생각은 추호도 없거든? 오히려 내 제안. 너한테 더 유리할 걸?”

『거절한다.』


그런데.

단호한 한마디가 들려왔다.

완전히 착각이었다.

기생충이 순순히 내 말에 동조해줄 거란 생각말이다.


“왜? 뭐가 문젠데?”

『지금 이순간─독보다 더 탐나는 게 있거든.』


독보다 탐나는 게 있다?


“너도 독 페로몬에 취해 있는 거 아냐?”

『···』

“역시. 초월급이니 뭐니, 그딴 건 벌레한테 과분한 호칭이라니까.”

『···』


정신이 지배당하던 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강추위 때문에 육신이 꽁꽁 얼어붙어, 시간이 지날수록 움직임이 둔 해지고 있었으니까.


“맛이 좀 쎄군요. 단순한 괴물의 피가 아닐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매운맛이야?”

“그 이상입니다.”


풀카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입가를 닦아내고 몸을 일으키고 있던 것이다.

그 시간동안.

난 기생충을 설득해내지 못했다.


기생충은 풀카의 독 페로몬을 탐내는 듯했다.


“이제부터, 좀 더 재밌어질 것 같네요.”


풀카의 말이 끝나자──

주변 온도가 조금씩 더 낮아지기 시작했다.


영하 48도. 49도. 마침내 50도까지.


그런데 여기서 더 무서운 건.

시야를 방해하던 눈보라 속에서, 말도 안 되는 덩치의 괴물이 보이고 있단 것이다.


“저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두려움과 공포를 체험해보십시오.”


【아아! 풀카, 그가 2번 참가자를 상대로 엄청난 능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2번 참가자의 정신을 조종해, 혹한의 강추위와 맞서 싸우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2번 참가자의 눈앞에, 경계 없는 광활한 ‘두려움’이─뚜렷하게 윤곽을 들어내고 있군요!】


‘···광활한 두려움?’


지금껏. 경기에서 지게 될 거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두려움 같은 건 없었다.

죽을 만큼의 공포는 느끼면, 나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능력쯤 간단히 해금할 것이고.

원치 않았더라도─죽기직전 기생충과 자아가 바뀌면, 또 한 번 쉽게 죽음을 비켜가겠지.


그런 내게─두려움을 보여준다고?

눈 앞에 있는 저 괴물이, 내 두려움이라고?


【눈보라 폭풍 속에서 모습을 들어낸 건, 다름아닌 ‘바실리스크’ 바실리스크는 뱀 중에 코브라에 가까운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드래곤 계열에 속하지만, 날개나 팔다리가 없고 지성도 없는, 석화의 마안이 유일한 무기입니다.】

【2번 참가자가 두려워 하는 건, 과연─저것 일까요?】


바실리스크.

높이 쳐든 머리.

목 양옆에 넓고 납작한 볏.


쿵! 쿵!

그 괴물이 이내 걸음을 뗐다.

그리고 서서히 내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방대한 몸집 때문에 움직임은 다소 느렸다.

하지만.

나 역시 몸이 둔 해졌다.

강추위 때문에, 이미 온몸이 꽁꽁 얼어붙어 있었으니 말이다.


‘이러다 냉동인간 되겠다···’


온도는 더욱 심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극한의 추위는 맹렬한 기습을 해왔고, 이것만으로 나를 포박하기 충분했다.


그리고.

눈보라 사이로 나타난 바실리스크.

크기가 잘 가늠이 되진 않았다.

최소, 잠실에 있던 롯X월드타워 정도일까?


‘침착해라.’


내가 두려워하면 두려워할수록, 공포가 실현되고 있으니까.


이 두려움을 타파할 수 있는 방법.

반드시 존재할 거다.

내 앞에 있는 괴물은 그저, 내 상상이자 착각일 뿐이다.


‘나는 두렵지 않다···’


두렵지 않아.

두렵지 않다고오오오오!


지지직.

지직.


다시.

그 거대 괴물을 당당히 대적했을 때였다. 이번엔 온 몸이 돌처럼 꽁꽁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냥.

두려움을 극복해내지 못한 것 같다.

못했으니 이런 결과겠지.


‘협조할 생각, 아직도 없는 거지?’

『절대.』

‘후회하지나 마라.’

『제 몸도 못 가누는 주제에.』


비열한 기생충의 비웃음이 들려왔다.


맞다, 놈의 말 대로.

나는 ‘마안’에 의해 석화 된 상태로 온 몸이 돌덩이처럼 굳어버렸다.

그것도 얼음덩어리 안에서.


피부의 연조직이 얼면서, 몸체에 혈액공급이 되지 않았다.

동상.

동상에 걸린 것이다.


고로, 내 몸에 흐르던 독도 일체 가동을 중단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 죽어가고 있던 거다.


『정신을 온전히 붙들고 있어봐야, 고통만 극대화될 뿐이다.』


기생충의 자극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놈은 내 정신이 끊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쿵! 쿵! 쿵!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는 지, 거대 괴물이 내 앞으로 빠르게 도달했다.

육중한 몸을 이끌고서 말이다.


『바질리스트에 밟히는 순간, 온 몸이 산산조각 나 사라질 것이다.』


풀카에 몸에 닿으려 할 때, 주먹이 파편처럼 깨졌던 것이 생각났다.

또다시 온 몸이 부숴지는 고통을 맛봐야 하는 것인가?


푸욱!

마침내.

바질리스크가 나를 향해 부패한 숨결을 뱉어냈다.

얼음속에 갇혀 있음에도, 시궁창 냄새는 피할 수 없었다.


마치, 단단한 암벽에 부딪친 달걀처럼.

몸이 파편이 되어 흩어져 갔다.


──그러나, 찰나의 순간.

두려움은 극복되었다.


순식간에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힘으로 구현해낼 수 없었던 능력을 발현해 냈다. 그건, 아이요트의 ‘조작된 공간’

특S랭크의 주특기이기도 했다.

그것을 온전히 따라할 수 있던 것이다.


“···?!”


단숨에.

괴물은 형태를 감췄다.

오로지.

내가 만든 공간조각속에 초대된 풀카만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팔짱을 끼고 싸움을 감상하고 있던, 그 비겁한 놈 말이다.


“두려움을 자극하는 거, 아주 좋았어. 하지만─”

“···”

“난 그 두려움을 통해, 더 강해진 것 같네?”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었다.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줄게.”

“···무슨 기회인가요?”

“여기서 무릎 꿇고 빌어라. 그리고 기권하겠다고 말해. 그럼, 목숨만은 살려준다고 약속하지.”

“후후. 무슨 되도 않는 제안입니까?”


영혼이 없던 풀카의 얼굴에, 갑자기 생기가 돌았다.

미세하게 조소를 띄우던 풀카.


“정말 두려움을 극복했다고 생각하세요?”

“···?”

“이제부터 시작인데요. 2번 참가자님.”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분명.

공간조작을 구현해낸 건 내 능력이었을 터인데.

왜지?

왜, 내가 아니라 저 놈이─이 공간을 마음대로 휘젓고 주무르는 건데?


두다다다다──!


“엉?”


어디선가 장렬한 말발굽소리가 들려왔다. 경계가 없는 지평선 너머에서, 아주 거친 먼지바람이 이렀다.


“뭐야, 저건···”


멀리서 보이는 건, 행군하는 군단으로 보였다.

아니, 아니다.

돌격하고 있는 군단이었다.


“남극일대에 괴물이 된 벌레를 사냥하던, 비구조화 집단 ‘발타즈’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

“···발타즈?”


들어본 적 없었다.


“지금은 전설이 되어버린 발타즈는, 한때 ‘환수’를 타고 다녔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들은 개인단위로 활동하던 독충 헌터와 다르게, 군집을 이뤄 행동했습니다. 쉽게 말해, 팀 단위로 움직인다는 거죠.”

“독충 헌터도 팀 단위 거든? 모르면서 아는 척은.”

“아, 그런 가요? 2번 참가자님도 독충 헌터 소속인가보군요?”

“그딴 건 알 필요 없어. 발타즈인지 손타즈인지 관심은 없는데··· 저 괴인들, 진짜 여기로 오고 있는 건 아니지?”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군단의 소리는 더욱 거세 졌다.


이윽고.

그들이 약 500m전방에서 일제히 멈춰 섰다.


“저들에 대한 정보를 살짝 언급하자면. 선천적으로 독의 면역을 가지고 있었다 하네요. 조직 내에서 특화된 군사훈련을 받았고, 스스로 괴물을 흡수했다고 하죠. 지금의 독충 헌터들처럼, 억지로 양성하여 만들어진 엉터리 헌터들이 절대 아니란 말입니다.”

“그래? 아주 잘 아네. 그럼 발타즈라는 집단은, 아직도 어디선가 활동하고 있는 거야?”

“아뇨? 오래전에 해체됐습니다. 그래서 독충 헌터가 육성되기 시작했고요.”

“왜?”

“저기 보이십니까? 가운데 가장 덩치 큰 남자요.”

“아아.”


제일 가운데.

군단을 이끄는 장군처럼 보이는 남자.

얼굴은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위협적이었다.


“저 남자가 리더라고 알려져 있거든요? 근데, 어느 순간 군단을 모조리 해체시켰습니다.”

“···이유는?”

“모르죠, 저야. 모든 게 다 비공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전 발타즈의 열혈 팬이었습니다!”


갑자기.

풀카의 텐션이 올라갔다.


“한 번쯤 꼭 만나보고 싶기도 했고요.”

“···?”

“이상하지 않아요?”

“어, 이상해. 여긴 내가 만든 공간인데─왜 저들이 나타난 거지?”

“그야, 2번님과 저의 콜라보레이션이겠죠.”

“콜라보?”

“조작된 공간속에 모습을 들어내고 있는, 2번 참가자님의 두려움이요!”

“···?!”


이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야?


“내 두려움에, 왜 알지도 못하는 군단이 있는데?”

“그거야, 2번님이 더 잘 알지 않을까요?”

“이제 좀 지겨워지려고 하네.”


난 군단을 무시하고, 곧바로 풀카를 쫓으려 했다.

하지만.

풀카는 조작된 공간의 오류를 이용하여, 마음껏 활보했다.


“완벽한 가상 공간을 만드는 건 실패하신 것 같네요. 2번 참가자님.”


조작된 공간 안은, 구현자의 설계대로 움직여야 했다.

허나, 내 능력은 미숙했다.

그에 따라─허술한 시스템 아래 스스로를 갇히게 만든 것이다.


사악!

그때.

군단을 지휘하던 리더의 팔에서 무언가 번쩍거렸다.

그가 들고 있던 건, 비대한 깃발이었다.


동시에, 하늘위로 천군만마가 날아올랐다. 그들이 타고 있던 건 환수.

독수리와 사자가 합쳐져 만들어진 괴수였다.


제 몸집보다 거대한 날개를 펼치더니, 일제히 공격방향을 나를 정했다.

헌데.

군단의 리더라고 했던 저 남자.

어딘가 낯익었다.


어릴 적 기억이 되감기 되듯, 아주 얕은 음성이 귓가에서 윙윙거리는 것 같다.


『더 이상,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야.』


6살쯤이었나?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가 ‘아버지’라고 불렀던 인물이 있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모친 홍화연 여사에게 건넸던 말. 그 대화가 기억 난 것이다.


이상한 일이었다.

얼굴조차 본적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인데─어떻게 그 대사가 오디오라도 재생한 듯, 또렷이 기억에 자리잡고 있단 말인가?


『허구한 날 남극에 간다며 집에도 안 들어오더니. 이젠 처자식까지 버리고 떠나겠다고요? 땡전, 생활비 한 푼도 안 대주고, 정부지원만 받게 하던 몹쓸 인간! 당신이 사람이야? 이 여자아이는 도대체 누구고?』


좀처럼 화를 낼 줄 모르던 홍화연 여사가, 단단히 짜증내던 목소리가 선명히 귓가에 울렸다.


『당신과 백야를 위한 일이야.』


차갑고 냉정한 목소리로, 그저 자신을 위한 선택을 했던 부친.

그의 이름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신무도’


“과거, 최강 헌터 어쩌고 이름을 날리던 당신도. 결국 정부에 이용만 당했을 뿐인, 가련한 남자구만.”


두려움은 일순간 분노로 치닫았다.

절대, 해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이 하나 있었다.


서로의 능력은 공유하고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융화된 적 없던 기생충과 나.

내 의지로는 그게 불가능하다고 믿었는데.


지금부터─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허락은 필요 없을 거 같다. 저 사람에 대한 분노만으로 충분할 것 같거든.”

『···?!』


결합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기생충과 내가.


처음.

강해져 버린 몸을 통제할 수 없어, 괴물로 변했을 때가 있었다.

그땐─다른 이의 몸에 빙의라도 한 것처럼 제어가 힘들었었다.


후두를 찢고 나온 무식한 근육은 또 한 번, 나를 그때 그 괴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쉽게 말해.

통제력을 갖춘 괴물이 되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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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신인 아이돌 프리스카 (2) 24.01.18 1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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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마야의 신 카마소츠 24.01.12 26 2 12쪽
50 연예기획사 24.01.11 2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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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최상위 관리자의 정체 (2) 24.01.05 23 3 12쪽
46 최상위 관리자의 정체 (1) 24.01.04 26 3 12쪽
45 촬영지는 부산 24.01.01 29 3 12쪽
44 연구 노트 23.12.30 31 3 11쪽
43 최상위 관리자를 찾아라 23.12.29 37 3 12쪽
42 최종 결과 23.12.28 29 3 11쪽
» 비구조화 집단 발타즈 23.12.27 27 3 12쪽
40 결승전 23.12.26 29 3 12쪽
39 전쟁선포 23.12.25 30 3 12쪽
38 위협 23.12.23 28 3 12쪽
37 부당거래 (2) 23.12.22 25 3 12쪽
36 부당거래 (1) 23.12.21 28 3 12쪽
35 도마뱀 인간 23.12.20 32 3 12쪽
34 트릭스터(Trickster) 23.12.19 34 3 12쪽
33 VS 자신(自身) 23.12.18 37 3 12쪽
32 헌터요원 23.12.17 35 3 12쪽
31 비밀 임무 23.12.16 4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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