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충에 물렸더니 최강헌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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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엽의숲
작품등록일 :
2023.11.08 15:01
최근연재일 :
2024.01.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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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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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괴물 사이 (2)

DUMMY

신백야가 독냄새에 취해 멈칫했을 때 주저없이 그의 오른팔뚝에 주사기를 박아 넣었다.


푹!


“큭!”


주사 바늘의 두께와 길이는 일반 주사기와 달랐다. 철사처럼 단단하고 얇은 빨대처럼 두꺼웠다.


“그 어떤 벌레 실험체도 이것 하나에 꼼짝을 못하더군? 너라고 다를까? 제 아무리 최강 헌터가 개발한 병기라지만 너도 결국 똑같은 벌레일 뿐이라고.”

“···크흣.”


신백야의 몸속 기생충.

그것에 약점이라곤 신백야의 정신밖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그토록 찾아 헤매던 독 페로몬을 대량으로 흡수한 기생충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인간의 몸속에 들어가 있는 기생충인가? 자아를 빼앗고 활개를 치고 있던 거겠지? 독 페로몬이 필요해? 결국 인간의 도움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쓰레기주제에 강한 척하는 게 영 꼴 베기 싫구만.”


털썩.

자존심 강한 신백야는 무릎을 꿇었다.

온몸에 통증을 느끼며.


“지금부터 내 말 잘들어라. 그 독을 흡수한 이상 내 명령을 거역할 방법은 없으니까.”

“···어떻게 된 거지?”

“뭐가 말인가?”

“지금까지 몸속에 독 페로몬이 있는 수많은 벌레들을 상대했어도─이런 기분은 느낀 적은 없었는데.”

“신기한가? 그렇겠지. 암. 네놈에게 놓은 독은 네 녀석을 직접 상대하기 위해 만든 독이니까.”

“나를 직접 상대해?”

“남극기지 연구원을 찾고 있었나?”

“···?!”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손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소지하고 있던 다른 주사기를 신체에 주입시키자─놀랍게도 남극기지 연구원의 증표인 케찰코아틀이 나타났다.


“더 많은 진실을 알고 싶다면 설명해줄 수 있네만, 버틸 수 있겠나? 그 몸으로.”

“···크흑.”


신백야는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그 오른손 참 멋지군. 그럼 이건 어떤 가? 이제부터 자기 자신과 싸워 보는 건.”


이노블 대표의 명령이 끝나자 오른손이 자아와 분리된 것처럼 움직였다. 독 페로몬에 주입당한 후, 완전히 이노블의 음성에 복종하게 된 것이다.

오른손은 신백야의 얼굴로 향하더니 뱀의 머리로 변하며 독이 질질 흐르는 이빨을 들어냈다.


『네놈의 한계가 들통났군. 좀 억울해하는 것 같네.』


신백야의 내면.

그러니까 몸의 본래주인이 깨어났다.

두 사람은 일순간 하나가 되었다. 상생을 시작한 것이다.


* * *


『독의 면역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페로몬에 휘둘릴 정도면 아직 멀었다는 뜻이야.』


방금 전까지 무릎을 꿇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던 신백야가 멀쩡해진 얼굴로 일어서자, 이노블 대표가 당황했다.


“뭐, 뭐야? 갑자기!”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지만. 남극기지 연구원이자 연예기획사의 대표. 그리고 지하세계 최상위 관리자. 이노블 대표 당신이 모든 흑막이었구만?”

“잠깐··· 가까이 오지 마.”

“아니면? 진짜 흑막이 따로 있었거나.”

“···”


어느새 다시 자아를 되찾은 신백야.

한껏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기생충과 상생을 하고 있었으니 그 어떤 능력도 사용이 가능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하는 게 좋을 겁니다?”


텁!

신백야가 이노블 대표의 멱살을 잡더니 가볍게 들어올렸다. 육중한 몸 때문에 덩치가 상당했지만 마치 작은 아이라도 다루듯이 손쉽게 들어올려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벌써 끝났군요?”

“···아이요트님?”

“제가 늦었나요?”

“아뇨.”


아이요트가 다시 돌아왔다.

그의 태연한 얼굴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의도적으로 늦게 온 것이다. 이 싸움에 끼어들지 않기 위해서.


“이제서야 수많은 비밀이 공개될 찰나였나요? 잘됐습니다. 팝콘을 준비하면 되나요? 콜라를 준비하면 되나요?”

“둘 다 먹을 정신은 없겠는데요.”


농담을 주고받으며 이노블 대표를 조롱했다. 이노블 대표는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전투능력은 없었으며 주무기가 독페로몬이었지만 그것 마저도 실패했으니까.


“죽일 생각이라면 서두르는 게 좋을 텐데? 네들을 상대할 괴물들을 충분히 있으니까.”

“그건 관심 없고. 우리가 알고 싶은 건 얽히고 설켜 있는 비밀들이라니까요? 남극기지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그걸 알면? 네들이 뭘 할 수 있는데?”

“저는 남극기지에 갈 겁니다. 그 전에 정보가 있다면 좋을 것 같네요.”

“···”

“말해주지 않을 생각인가 보네요. 이런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파악!

이노블 대표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끄악!”


고통스러운 괴성과 동시에 이노블 대표가 주저앉았다.


“이것보다 두배 세 배 더 아픈 일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

.


이후로도 3대쯤 더 때렸던 것 같다. 어쩔 수 없었다. 마냥 시간을 죽이고 있을 수가 없으니까.


“임무를 끝내기 전에 진실을 알아야 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부디 양해바랍니다.”


이노블 대표의 머릿속은 짧은 시간동안 트라우마로 가득 찼을 거다. 차라리 죽여달라고 애원할 만큼 극심한 두려움뿐이었으니. 더 이상 버틸 정신이나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겠지.


“이래도 말 안 합니까?”

“···마스.”

“···마스?”

“남극기지 연구실의 선임연구원이며 최초로 독 페로몬을 개발한 여자.”


가사한의 어머니?


“그녀의 닉네임은 마스였다.”

“실제 이름이 아니라 닉네임이었군요.”

“맞아, 우리는 실명을 쓰지 않아.”

“두 사람은 무슨 관계였습니까?”

“나는 그녀가 소속된 연구개발A팀이었다.”

“더 자세히 얘기해주십시오.”

“마스를 찾는 거라면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남극기지의 그 어떤 인물도 지금에 와서 정상적인 연구원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 이미 그 곳은 폐허로 변했고 괴물들에게 점령당했다.”

“···”

“전부 욕심 많던 신무도 때문이었지.”

“···?!”


분명, 과거에 아버지 신무도에 대해 마천태 팀장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좋은 사람이었다고. 타인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거짓말.”

“거짓말이라고? 그럼 직접 남극기지에 가서 확인해보는 게 어떤 가? 신무도가 원한 건 최강이라 불리는 발타즈 멤버의 괴물화였다. 왜 인줄 알아? 인간은 늙으면 병약해지고 언젠가 죽지만, 괴물화가 진행되는 순간 모든 걸 초월하거든. 그들도 인간이야. 세월이 흐르면 아무짝에 쓸모없는 늙은이들이지. 최정상에 올라간 이들은 늘 원하지, 영생을 말야.”

“괴물이 되는 것이 영생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까?”


아이요트의 날카로운 질문에 이노블 대표가 미소를 띄었다.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고작 100년을 사는 인간에 비하면 괴물은 1천년이고 1만년이고 살 수 있으니까. 영생은 아니더라도 질릴 만큼 살 수 있지. 게다가 나약해진 노인으로 사는 게 아니야? 영원한 최강으로 살아간다.”

“발타즈가 원하는 게 그것이었나요? 영원한 최강의 자리요.”

“아니지, 아니야. 그걸 원하는 건 신무도뿐이었어. 신무도는 명예보다 탐욕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인간이었으니까. 아니, 괴물이었으니까.”


괴물···


“신무도 그가 직접 만든 최종병기가 사라졌다는 걸 알고 있습니까?”

“당연한 거 아닌가? 지금 독충 헌터 네 몸에 그 벌레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걸 나조차도 알고 있는데. 껄껄껄.”

“최종병기가 사라졌다는 걸 자각한 순간 최강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겠군요?”

“신무도가 거기서 포기할까?”

“···?”

“또다른 최강을 만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인간이었겠지.”


또다시 맛보게 된 좌절감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가장 처단해야 하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아버지였으니까.


“신무도는 모든 것을 이용하려 했어. 한 때 군림했던 발타즈도, 남극기지 연구원들도. 그를 믿은 인간들은 하나같이 뒤통수를 맞아야 했지. 껄껄껄.”


태평하게 설명을 하고 있는 이노블 대표. 한 발 빼려는 눈치였다.


“그러고보니 자신의 피를 물려받은 아들이 하나 있다던데? 아아, 그게 너인가 보구만? 도장을 찍은 듯 신무도의 젊은 시절과 똑 닮은 걸 보니.”

“아닙니다.”

“···?”

“나는 신무도의 아들이··· 아닙니다.”


신무도의 아들이 아닌 홍화연 여사의 아들이었다.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 거야···?’


마천태 팀장님은 아버지가 좋은 사람이라 말했다. 하지만 이노블 대표는 달랐다.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딴 기생충을 만들려고 했던 것만 봐도 그는 좋은 사람은 아니다. 제정신이 아닌 거지···’


마천태 팀장님이 왜 나를 속이려 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최상위 관리자를 찾는 일이 생각보다 고되고 힘들고, 또 복잡한 일이 되었습니다만. 다행히 마무리될 수 있었군요. 지금부터 당신의 재판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재판?”


아이요트가 갑작스럽게 ‘재판’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무슨 뜻입니까, 아이요트님?”

“일반임무를 할 때 신백야님의 통신장치에 어떤 식으로 처리하라고 뜨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비밀임무는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임무가 끝난 다음에 명령이 떨어집니다. 물론 그 이전에 죽였다면 그것으로 종결이겠지요. 비밀임무 대부분은 사형에 준하는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들일 테니까요. 하지만 이노블 대표에게 좀 더 알아낼 게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재판을 요청 드리는 겁니다.”

“···아이요트님.”

“네, 신백야씨.”

“만약, 조단 대표도 한통 속이라면요?”

“···?”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물론 체태 컴퍼니도 정상적인 집단의 체계는 아닙니다. 구성된 독충 헌터들만 해도 반 강제적으로 만들어진 헌터들이고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백야씨.”

“···걱정 말라고요?”

“책임회피를 위해 꼬리 자르기를 할지 언정 감싸주진 않을 겁니다.”

“듣고 보니 그렇네요.”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히려 증거만 하나 삭제되는 셈이다.


‘순순히 헌터 요원을 수락해준 이유가 있었나?’


“다시 자네들을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만 알려주지.”

“···뭡니까?”

“내가 독 페로몬을 이용해 연예인들에게 초능력을 부여해주고 있단 걸 알고 있었겠지?”

“···”

“또한 지하세계 역시 벌레실험체를 이용해 괴물실험을 하던 곳이었고 말야.”

“···그래서요?”

“체태 컴퍼니는 벗어날 수 있을까? 그 벌레 실험에서 말이지.”

“?!”


하지만 독충 헌터들의 몸속엔 벌레가 없었다. 벌레의 능력을 부여해 만들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무슨 혼란을 만들고 싶은 겁니까? 왜요? 체태 컴퍼니를 이간질하고 싶은 건가요?”

“전혀. 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뿐이라네.”


나보다 더 흥분하던 건 아이요트였다. 내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럴 일 없습니다. 독충 헌터들의 몸에 벌레 실험체는 없으니까요.”

“그럼 이렇게 생각보면 어떨까?”

“···?”

“자라나고 있다면 말야?”

“?!”


자라나고 있다고?


“최강자가 어디 쉽게 탄생하겠나? 어릴 적 헌터들에게 놓았던 독 주사도 결국 인간의 몸에서 끊임없이 독이 생산될 수 있도록 만든 하나의 장치였지. 체태 컴퍼니 내부에 독의? 그들 역시 한통속 일테지. 껄껄껄!”

“믿지 마십시오.”


아이요트가 단호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혼란을 야기시키기 위해 거짓말하는 것뿐이니까요.”


하지만─나는 아이요트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이미 체태 컴퍼니 내부에는 실험체가 있어.’


명백한 증거가 존재했다. 그럼에도 이노블 대표의 말을 부정할 수 있겠는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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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변경. 23.11.17 104 0 -
58 남극기지로 향하는 길 24.01.27 16 4 11쪽
» 인간과 괴물 사이 (2) 24.01.25 21 3 12쪽
56 인간과 괴물 사이 (1) 24.01.23 19 3 12쪽
55 박쥐괴물 24.01.20 15 3 12쪽
54 신인 아이돌 프리스카 (2) 24.01.18 17 3 11쪽
53 신인 아이돌 프리스카 (1) 24.01.16 25 3 10쪽
52 어둠 24.01.13 29 3 10쪽
51 마야의 신 카마소츠 24.01.12 26 2 12쪽
50 연예기획사 24.01.11 24 3 12쪽
49 정식 임명 24.01.08 27 3 12쪽
48 충돌 24.01.06 24 3 12쪽
47 최상위 관리자의 정체 (2) 24.01.05 23 3 12쪽
46 최상위 관리자의 정체 (1) 24.01.04 26 3 12쪽
45 촬영지는 부산 24.01.01 29 3 12쪽
44 연구 노트 23.12.30 31 3 11쪽
43 최상위 관리자를 찾아라 23.12.29 37 3 12쪽
42 최종 결과 23.12.28 30 3 11쪽
41 비구조화 집단 발타즈 23.12.27 27 3 12쪽
40 결승전 23.12.26 29 3 12쪽
39 전쟁선포 23.12.25 30 3 12쪽
38 위협 23.12.23 28 3 12쪽
37 부당거래 (2) 23.12.22 25 3 12쪽
36 부당거래 (1) 23.12.21 29 3 12쪽
35 도마뱀 인간 23.12.20 32 3 12쪽
34 트릭스터(Trickster) 23.12.19 34 3 12쪽
33 VS 자신(自身) 23.12.18 37 3 12쪽
32 헌터요원 23.12.17 35 3 12쪽
31 비밀 임무 23.12.16 4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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