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충에 물렸더니 최강헌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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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엽의숲
작품등록일 :
2023.11.08 15:01
최근연재일 :
2024.01.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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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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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기지로 향하는 길

DUMMY

체태 컴퍼니 S랭크 독충 헌터로 승격. 그리고 헌터 요원으로 등단까지 꽤 짧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남극기지 연구실까지 가기 위한 준비기간이 너무 길다.’


벌레 실험과 남극기지. 그리고 남극기지 연구원에 대한 베일이 하나씩 벗겨질 때마다 드러나고 있던 진실.

과거, 최강으로 군림했던 독충 헌터 발타즈가 모든 일의 중심이라는 정황이 밝혀지고 있었다.

부친 신무도에 의해 짜인 판이라는 건 다소 충격이었지만 말이다.


‘체태 컴퍼니를 통해 남극기지에 가는 건 의미 없을 지도 모른다.’


또한, 남극기지로 가는 정석루트는 정답이 아닐지도 모른다.


‘3년이란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도 남극기지에 갈 수 있는 유일한 지름길은 비공식 지원뿐일까...?’


‘그것 마저도 아직 조건을 채우지 못했다.’


‘아이요트에게 들은 바로 더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던 것 같은데.’



똑똑.

그때였다.

누군가 조심스럽게 숙소의 문을 두드렸다.

현재 비밀 임무가 끝나고 인근에 숙소를 잡아 쉬고 있던 중이었다.


달칵.

문을 열자, 한 손에 럼주를 들고 있던 아이요트가 보였다. 럼주의 색이 매우 짙었고 향미가 강했다.

그가 들고 있는 것은 ‘다크 럼’으로 보였다.


“술 좋아하십니까?”

“좋아하긴 합니다만.”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아이요트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그는 자연스레 테이블 위에 유리잔을 두개 내려놓았다.


“다크 럼의 도수가 40프로 정도 된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걸 먹었다간 다음 날 못 일어날 지도요.”

“신백야씨가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못하면 그땐 기생충이 대신 깨어나겠죠.”


아이요트가 가볍게 농담을 던졌다.

나는 곧 그의 앞에 앉았다.


알코올 향기가 더욱 진해졌다. 여태까지 소주만 먹어봤지 이렇게 고급스러운 술은 입에 댄 적이 없었다.

오랜만에 보는 술 앞에 입맛을 다셨다.


“안주는 따로 없습니다. 괜찮나요?”

“괜찮진 않을 것 같네요.”


그가 유리잔에 따른 소량의 술을 입에 가져다 댔다. 독한 알코올이 입안에 퍼짐과 동시에 과일의 단맛도 풍겼다.


“맛은 어떱니까?”

“나쁘진 않네요.”


겁도 없이 입에 털어 넣는 순간. 머리가 핑 돌았다.

소주 두 병정도가 내 주량인데,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취기가 빨리 오는 듯했다.


쪼르르.


아이요트에 의해 빈 잔이 채워졌다.

단순히 분위기에 취했던 건지 그냥 술이 먹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주저없이 그것을 받아 마셨다.


“갑자기 웬 술입니까?”

“축하주입니다.

“···축하주?”

“이노블 대표를 잡아 임무를 완료했으니 당연히 축하를 해야죠.”

“그건 그렇네요.”


묘하게 미소를 띄우고 있는 아이요트.

숨겨진 소식이 하나 더 있던 것 같았다.

아이요트를 빤히 쳐다보다 눈이 마주쳤다. 갈망하고 있던 내 눈빛을 읽었던 모양이다.


“곧 남극기지 연구실로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갑자기 말입니까?”

“조단 대표가 수락했습니다. 방금이요.”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있습니까?”

“체태 컴퍼니 조단 대표와 신무도씨가 친분이 있다는 사실, 신백야씨도 알고 있었나요?”

“아뇨, 자세히 알지는 못합니다.”


마천태 팀장님은 부친 신무도를 본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조단 대표와의 친분까진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대표님도 신무도씨의 속내까진 읽어내진 못했던 것 같더군요.”

“속내라··· 모든 계획은 처음부터 끝까지 신무도의 독단적인 계획이었다는 말로 들리네요?”

“모두를 속이고 실행하려던 게 뭐였을까요?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신백야씨는.”


다시 한번.

아이요트가 내 잔을 채웠다.

하지만 바로 마시지 않았다. 좀 더 대화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남극기지에 선두로 출발하는 건 신백야씨겠지만, 다른 독충 헌터들도 함께 출발할 수도 있습니다.”

“급하게 정예요원이라도 만들 생각이랍니까?”

“이노블 대표에 의해 숨겨져 있던 많은 진실들이 밝혀졌으니 상황이 다소 급해졌겠죠. 제가 원했던 건 아닙니다만, 남극기지에 참여하는 명단에 저도 포함될 것 같네요.”

“아이요트님도요?”

“아마 S랭크를 달고 있는 독충 헌터들이 차례대로 보내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점수가 가장 높은 순서대로 말입니다.”

“이런, 계획이 완전히 틀어지고 있었네요.”


남해 본사. 그리고 각 지역의 지사.

이제는 대한민국 내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S랭크의 독충 헌터들이 남극기지로 향하게 됐단 뜻일까?

좀 더 궁금한 걸 물어보려 했다.


“전 세계 독충 헌터들이 전부 갑니까?”

“그것까진 아직 모릅니다만, 적어도 한국 내에 있는 독충 헌터들은 모두 투입될 것 같던데요. 나머지는 상부에서 할 일이고요.”


이노블 대표에 의해 의외로 간단히 신무도의 행각이 밝혀졌다. 이제 남은 건 그가 죗값을 치르게 만드는 일이었다.


“지금 따르는 술이 마지막 잔이 될 겁니다. 두 번 다시 먹을 수 없게 될지 모르니 잘 음미하세요.”

“출발 날짜는 정해졌습니까?”

“내일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안내해야 할 사항이 남아있습니다.”

“뭡니까?”

“남극기지로 가면 저희는 더 이상 팀이 아닙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남극기지의 최상층에 올라가면 됩니다.”

“최상층?”

“남극기지 연구실은 총 10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물론 저도 직접 가본 적은 없기 때문에 뭐가 있는지 알 순 없지만. 아마 최상층에 신무도씨가 개발하고 있는 벌레 실험체가 존재할 것 같습니다.”

“최종병기 말고도 더 강력한 벌레 실험체를 말하는 겁니까?”

“아마 신백야씨 생각이 맞을 겁니다. 예상하기론, 이미 자신의 한계를 초월한 채로 각성하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신무도가 예전만큼의 기량이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벌레 실험체가 완성되면 흡수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 전에 무너뜨리지 못하면···”

“괴물과 싸워야 하는 군요.”

“맞습니다. 신백야씨, 공간 조작 안에서 자기 자신과 싸웠던 순간을 기억합니까?”


공간조작의 틈새를 파고들어 무너뜨리기 전까지, 나는 자신을 쓰러뜨리지 못했다.

정확히 기생충과 분류된 자신과 싸웠던 것이다.


게임을 끝낼 수 있던 건 기생충을 이겨서가 아니었다. 공간을 파괴하면서 벗어난 것이다.


‘마흔 아홉 번의 죽음을 경험하는 동안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신백야씨, 시간이 지날수록 기생충과 상생이 가능해지지 않았습니까?”

“···”


상생.

아직 모든 능력을 흡수할 수 있던 건 아니었다만 어느정도 구색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남극기지 연구실 최상층에 도달했을 때, 가장 완성체에 가까운 모습을 띄울 수 있을지도 모르지.’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내가 만나고 싶은 건 오직 부친 신무도뿐이었다.


“일찍 주무세요. 내일 새벽, 체태 컴퍼니 전용비행기를 타기 위해 국제공항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한 잔 더 주실 수 있습니까?”


* * *


새벽 4시쯤.

맞춰 놓은 알람이 울리고 있었다.

오전 6시까지 도착하기 위해서 출발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1시간전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태 컴퍼니 전용기를 타고 남극으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서울에서 인천까지 가려면 한 두시간 정도는 생각해야 했다. 하지만 회사차량을 타고 전속력으로 달린다면 30분안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빨리 도착할 수도 있고.’


준비할 건 없었다. 챙길만한 개인소지품을 소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수와 양치만 간단히 마쳤다. 그리고 곧 호텔 로비로 내려왔을 때였다. 통신장치를 통해 아이요트에게 연락이 왔다.


남해 본사 아이요트님의 메시지

【혹여 기다릴까 봐 연락드립니다. 저는 먼저 출발했습니다. 이제부터 단독으로 행동하게 될 것 같습니다. 주차장으로 이동하시면 미리 대기시켜 놓은 회사차량이 있을 겁니다.】


‘굳이 본인이 타지 않고 날 위해 두고 갔다고?’


메시지에서 아이요트 특유의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이 전달됐지만, 배려 받고 있다는 기분은 지울 수 없었다.

생각보다 매정한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기도 했다.


짧게나마 함께 임무를 수행한 동료라 생각했던 걸까? 지금부터 별 미련없이 행동해도 됐을 텐데, 날 위해 회사 차까지 놓고 떠났다.


‘몇 시에 출발한 거지?’


어제 한 병의 럼주를 다 마셨다.

마지막 잔이라고 받았던 술인데, 한 잔 더를 계속 요구하다 보니 그만 취기에 몸이 달아올랐다.

정신없이 마시다가 어느새 잠들어버렸고 미리 알람을 맞춰 놓은 덕분인지 일어날 수는 있었다.


아이요트도 나 못지 않게 많은 양의 술을 마셨다. 밤 12시까지 함께 했는데 용케 일찍 일어났구나.


몸은 여전히 깨어나지 못했다.


‘기분에 취했네··· 자제해야 됐는데.’


뻐근한 몸으로 터벅터벅 주차장까지 걸어갔다. 아이요트가 회사차량이 주차된 곳의 좌표를 찍어준 덕분에 헤매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차 키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운전석 문을 잡아당기자 저항없이 열렸다. 차 키는 시트에 그대로 놓여있었다.

나는 곧장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잠시 후.

이른 시간이었지만 공항에 꽤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고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은.


“윽···”


마천태 팀장님과 초은하씨.


‘오랜만에 만나면 반가울 줄 알았더니···’


불과 얼마전에 헌터 요원이 되겠다는 결정 때문에 초은하씨와 등지게 되었다.

남극기지에 위치한 연구실에 선두로 출발하는 건 오로지 나와 아이요트뿐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 같다.


‘신경쓰지 않아도 되려나?’


팀은 없었다.

그래서 굳이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거봐라? 빠져 가지고. 이제 팀장을 보고도 모른 척 이냐?”


몰래 이동하려다 마천태 팀장님의 레이더망에 딱 걸렸다.


“오랜만입니다, 팀장님.”


능청스레 다가갔다.

하지만 초은하씨는 낯선 사람을 본 것처럼 고개를 돌렸다. 불편한 마음에 마천태 팀장님 옆에서 두 칸 정도 떨어진 좌석에 앉았다.

마천태 팀장님은 그 후로 한참이나 혼자서 떠들었다.

대부분의 대화는, 선두명단에 본인의 이름이 있어서 마음에 안든 다는 둥 가기 싫다는 둥의 불만들이었다.

어색한 동석은 계속됐다.


‘어떤 곳일까, 남극기지는···’


베일에 쌓여 있던 공간.

그 존재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볼 기회가 찾아온 것 같았다.

시간이 흐르고 공항 내에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공항 로비에서 대기하고 계신 체태 컴퍼니 소속 직원분들께 안내말씀 드립니다. 현재 컴퍼니 전용 국제선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체태 컴퍼니 직원분들은 국제선 게이트 T1으로 오셔서 탑승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드디어 이동하는 건가?’


.

.


비즈니스 석이었지만 약 25시간 넘게 이동하는 건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그 누구도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침묵을 유지한 채 남극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남극까지 운행하는 비행기도 없으며 항공로도 없었지만 임시로 마련된 비행장이 이용됐다.


【체태 컴퍼니 직원 여러분들께 안내 말씀드립니다. 지금부터 남극기지 연구실까지 자유롭게 이동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마지막 안내 멘트는 그것이 전부였다.


‘이제부터 각자 도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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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극기지로 향하는 길 24.01.27 17 4 11쪽
57 인간과 괴물 사이 (2) 24.01.25 21 3 12쪽
56 인간과 괴물 사이 (1) 24.01.23 19 3 12쪽
55 박쥐괴물 24.01.20 15 3 12쪽
54 신인 아이돌 프리스카 (2) 24.01.18 17 3 11쪽
53 신인 아이돌 프리스카 (1) 24.01.16 25 3 10쪽
52 어둠 24.01.13 29 3 10쪽
51 마야의 신 카마소츠 24.01.12 26 2 12쪽
50 연예기획사 24.01.11 24 3 12쪽
49 정식 임명 24.01.08 27 3 12쪽
48 충돌 24.01.06 24 3 12쪽
47 최상위 관리자의 정체 (2) 24.01.05 23 3 12쪽
46 최상위 관리자의 정체 (1) 24.01.04 26 3 12쪽
45 촬영지는 부산 24.01.01 29 3 12쪽
44 연구 노트 23.12.30 31 3 11쪽
43 최상위 관리자를 찾아라 23.12.29 37 3 12쪽
42 최종 결과 23.12.28 30 3 11쪽
41 비구조화 집단 발타즈 23.12.27 27 3 12쪽
40 결승전 23.12.26 29 3 12쪽
39 전쟁선포 23.12.25 30 3 12쪽
38 위협 23.12.23 28 3 12쪽
37 부당거래 (2) 23.12.22 26 3 12쪽
36 부당거래 (1) 23.12.21 29 3 12쪽
35 도마뱀 인간 23.12.20 32 3 12쪽
34 트릭스터(Trickster) 23.12.19 34 3 12쪽
33 VS 자신(自身) 23.12.18 37 3 12쪽
32 헌터요원 23.12.17 35 3 12쪽
31 비밀 임무 23.12.16 4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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