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충에 물렸더니 최강헌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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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엽의숲
작품등록일 :
2023.11.08 15:01
최근연재일 :
2024.01.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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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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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VS 자신(自身)

DUMMY

“2번님.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저는 재미없는 건 딱 질색입니다.”

“···?”


재미없는 거?


“그리고 또 한가지─”

“뭘 하시려고 이렇게 밑밥을 깝니까?”


아이요트가 평화롭게 미소 지었다.


“제가 직접 싸우는 일은 없을 겁니다.”

“?!”


매앰맴맴맴──.


그때였다.

어디선가 한여름에 날법한 소리가 들렸다.

한적하던 경기장이, 찰나에 ‘숲’으로 모습을 바꾼 것이다.


“···뭐지?”


아직은 3월 말.

곧 4월이 되면 벚꽃이 한창일 시즌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울창한 여름숲은 웬 말인가?


설마.

공간 조작능력?


우연히 아이요트가 싸우던 2라운드 경기를 목격했었다. 그 곳에서, 아이요트의 상대선수는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마치, 자기 자신과 싸우는 모양새처럼 말이다.


뚜벅.

조심스레 한발을 내딛었다.

공간조작으로 인해 경기장의 넓이가 가늠되지 않았다. 아이요트의 모습도 찾을 수 없었다.


뚜벅.

그저 평화로운 숲.

어디선가 공격이 날아오지도 않았다.


헤매게 할 작정인가?


“이렇게 싸우는 건 노잼이잖아.”


그런데.

맴맴맴맴매앰──.

다시 한번, 매미의 울음소리가 들렸을 때였다.


뚜벅.

이번엔 내 발걸음 소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넌?”

“···”


내 앞에 있는 수상한 남자.

그는 놀랍게도, 나를 쏙 빼 닮아 있었다.


공간조작에 이어, 또다른 자아까지 불러들인다고?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 2번님.』


어디선가 아이요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주변을 샅샅이 훑어봐도, 놈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지만.


『2번님의 몸속에, 아주 무서운 괴물이 살고 있지 않나요?』

“비겁하게 숨어서 얘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와 면전에 대고 말하시죠.”

『흥분하셨나 봐요? 감정이 들어가는 건, 싸움을 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될 텐데요?』

“···”

『2번님. 스스로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겪어보고 싶다고 했죠? 그럼 이번기회에 자신을 먼저 상대해보는 게 어때요?』

“나를 상대하라고?”

『정확히 해두자면, 2번님 몸 속에 있는 괴물과 말입니다.』

“?!”


기생충과 몸이 분리되었어?


퍼억─!


“크학!”


상대의 주먹 한방에 500m까지 밀려 날아갔다. 너무 빠른 속력에 예측도 되지 않았다.


뚜벅.

놈은 먹이감에 현혹된 맹수처럼, 아주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왔다.


카악!

손바닥에서만 나타나던 독니가, 이번엔 안면에서─단숨에 송곳니처럼 변하며 생겨났다.

독에 미혹돼, 광견병에 걸린 개새끼마냥.

침이 질질 흐르던 이빨은 나를 물어뜯으려 안간힘을 썼다.


“크흑!”


손바닥으로 놈의 얼굴을 밀어내려 했지만, 가히─압도적인 힘에 눌려 점점 체력이 빠졌다.

그 짧은 시간안에 말이다.


퍼억!

서둘러 놈의 급소를 향해 발길질을 해댔고, 꿈쩍 안 할 것 같던 놈이 약간의 간격을 벌렸다.


“오랜만이네? 신백야.”

“···말도 하네?”

“아, 이 모습 말야?”


그가 자신의 손과 발을 자유롭게 놀려 보이더니, 어울리지 않을 만큼 활짝 웃었다.

내 얼굴이 저렇게 미치광이처럼 웃으니, 괴이하기 그지없었다.


“저 아이요트인가 뭔가 하는 놈이, 공간조작 하나로 너와 나를 분리했지 뭐냐? 이거, 꽤 재밌는 상황 아니냐?”

“네가 이겨봤자 아이요트에게 도움만 줄 뿐이야, 멍청한 놈아. 이득도 없을 텐데 왜 싸우냐?”

“크크큭.”


그가 재밌다는 듯 웃었다.

저건 필시 비웃음이다.


“과연, 그럴까?”

“···?!”


다시, 놈이 달려들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내가 가진 능력은 아직 많지 않았다.


특히, 내 최고시속은 120km.

근데 저 놈이 도약하는 건 눈 깜짝할 세였고, 심지어 비찬보다 빨랐다.


콰악!

푹!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던 나는 압도당해버렸다.


놈이 어느새 내 앞으로 도달해 한쪽 팔을 물어뜯고 있었다. 살가죽이 벗겨지고 뼈를 들어낼 만큼─무식하게 강했다.

놈은 단시간에 팔 하나를 해치우더니, 이번엔 복부를 노렸다.


숨통이 끊어지지 않았는데 산채로, 내 몸 구석구석을 물어뜯고 있던 것이다.


독니는 최상위 포식자처럼 단단히 자신의 정체성을 들어냈다.

그런데.

심장, 폐, 간, 비장──장기를 전부 헤집어 놓고 있는데도 여전히 나는 살아있었다.


그렇게 너덜너덜해진 몸체는 재생하지 않았다.

혈관까지 물어 뜯겨 난잡해진 몸체는, 더 이상 재생할 원천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토록 강한 존재였나?’


만약.

만약 내가 초월한다면─이정도로 강해질 수 있던 것인가?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만큼, 상대조차 할 수 없었다.


‘경기는 끝난 거야?’


『아뇨,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다시 아이요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확실하다.

저놈은 독심술을 쓰고 있는 게 틀림없다.


그 순간.

맴맴맴맴매앰──.

다시 한번 매미소리와 함께 공간이 리셋됐다.


코인을 넣고 게임을 하는 것처럼.

처음으로 돌아와 있던 것이다.


“하아···”

“어떤 가, 기분이?”

“···?”


다시, 기생충의 실루엣이 보였다.

내 모습을 한.


아까와는 조금 다른 상황이었다.

중요한 건.

저놈도, 끊임없이 리셋 되고 있단 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너는 이게 재밌냐?”

“네 몸속에 갇혀 있을 때, 나는 줄곧 기다리기만 했다. 완전해지기까지. 하지만 이제, 내게 자유가 생겼지.”

“자유 같은 소리 하네.”


절대, 내 몸속에서 기생하라고 한 적 없다.

어디서 몸속 양분이나 빨아먹는 벌레새끼가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떠들어?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긴장하고 있었다.

센 척하고 있었지만, 사실 두려웠던 것이다.


기생충이 강한 탓도 있었지만.

이번엔 죽음의 공포만으로 끝난 게 아니라, 실제로 죽었다. 생명이 끊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픔이 온전히 느껴 지기까지 했다.


또다시 그 단말마를 느끼기 싫었다.

미치도록 말이다.


나는 두려움 때문에 먼저 공격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다시─놈이 선공을 해왔다.


딱.

이번엔 단지, 손가락을 튕겼을 뿐이다.


우드드득!

갑자기 지면을 뚫고, 거대한 나무뿌리 같은 것들이 무수히 튀어나왔다.

그것은 순식간에 내 몸을 포박했다.

꽈배기처럼 말이다.


이것은 괴물의 다리 같았다.

아주 길쭉한 촉수.

여간, 점액처럼 미끈거리는 감촉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푸악!

순식간에 압박이 시작되었다.

밀도가 점점 높아지더니, 그대로 몸체를 으깨고 있었다.


근육뿐 아니라 혈관이 차례대로 터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기도를 통한 산소공급이 차단되었고 몸이 극도의 스트레스에 놓이며 뇌에 영향을 주었다.


푸악!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는데, 몸은 폭탄처럼 터졌다.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런데.


“···다시 원점.”


또다시 리셋 되었다.

이 공간안에서 나는 무한으로 리셋 하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실제로 죽지 않은 것이다.


괴롭다.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싸움이 시작됐지만, 이미 고통스러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정신이 불완전 해졌다.


“아아···”

“신백야. 게임은 아직 초반이라고.”

“···”

“고작, 5분 지났다.”


5분.

고작 5분만에 두번이나 패배한 것인가? 반항한번 못해보고?


“이번엔 뭘 보여줄까?”


화르륵!

그렇게 말하더니, 놈의 몸이 한 번에 화염으로 뒤덮였다.


용암의 화구(火口)의 온도는 약 1500도씨. 놈에게서 느껴지는 열기는 흡사 그것과 맞먹었다.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녹는다는 뜻이었다.


“이세상에서, 내가 갖지 못할 건 아무것도 없다.”


놈이 앞으로 손을 뻗자, 로켓처럼 발사된 불이 내 몸에 번졌다. 신체는 장작불 마냥 타오르기 시작했다.


피부의 민감성이 증가하며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몸의 온도가 상승할수록 신경 수용체가 자극되었고, 나는 미친놈처럼 몸을 펄럭거렸다.


3번째 게임은 불에 타며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그렇게 4번째도 5번째도, 그리고 6번째도.

나는 놈에게 일격 한 번 가하지 못한 채 당하기만 했다.


“···이제, 얼마나 남았냐?”

“글쎄? 네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이 아닐까?”

“···”


고통으로 인해 정신이 피폐해지고 있었다.

끝끝내 죽음으로 이어지던 순간이 마지막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이었으니 말이다.


“이번이 몇 번 째더라···”

“마흔 아홉 번째.”


다시, 놈이 도약하고 있다.

이번엔 또 얼마나 기깔나게 죽일 것인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마흔 아홉 번째에 한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아이요트가 원하는 건, 반복적인 죽음을 경험하게 하며 내 정신력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애초에, 이 싸움의 승패는 결정되어 있다.


미숙한 나.

그리고.

한계까지 능력을 끌어올려 초월한 나.

그 둘이 격투를 한다면, 확률은 극단적으로 몰린다.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하냐?

이 공간조작 안에서 벗어나야 했다.


내 정신이 피폐해짐과 동시에 결국 지쳐 쓰러지면, 아이요트가 순조롭게 이기게 된다.

벗어나야 그 놈과 제대로 싸워 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쿠훕.”


갑자기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누군가.

내 신체기관 구멍 곳곳에, 고무호스라도 꽂아 넣은 것처럼. 몸을 비대하게 해서 터뜨릴 모양이었다.


찾아내야 했다.

놈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할 방법을.


‘생각해내자. 할 수 있다. 내가 가진 능력으로···’


그러고보니─내가 첫 경기 때 싸웠던 그 사마귀 인간. 분명 ‘능력절도’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물론, 사마귀인간은 절도한 능력을 발현해내진 못했다. 그게 그 녀석의 한계이자 그릇인 것이다.


손바닥에 난 독니가, 사마귀인간의 몸속에 있던 세슘을 들이마셨지.


죽음의 공포로부터 각성을 하며, 생존에 필요한 능력을 해금하는 것이 내 가장 큰 장점이었다.

특히 상대의 능력을 흡수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의 몸속에 있던 독물질을 흡입하여 생긴, 생존능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니가 나타난 뒤로 그 능력은 꼭 ‘죽음의 공포’에 도달하지 않아도 됐다.

어떻게 보면, 내가 아니라 이 기생충 놈이 직접 독을 삼켰던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시험해 볼 필요는 있다.’


이전에.

직접 싸우진 않았지만 기생충이 독을 들이마시며 새로운 능력을 해금했으니.

이번에도 첫 번째 라운드에서 독니를 통해 새로운 능력을 얻었을 수 있다.


퍼엉──!


내 몸은 풍선처럼 터져, 핏덩이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여러 장기기관과 신체기관도, 이물질처럼 너덜너덜해졌다.


그러나.

나는 죽지 않았다.

더 정확히, 어차피 이 공간에서 안 죽을 거다.


그렇게 쉰 번째, 리셋.


‘기억해, 신백야.’


앞에 있는 괴물은, 내 몸에서 분리된 기생충이 아니다. 그러니까 난 여전히 독니를 사용할 수 있다.

놈의 몸속에 단 한 방만 꽂아 넣으면, 능력을 절도해 녀석을 무력화시킬 수 있던 것이다.


【아, 경기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사회자의 목소리.’


아주 얕지만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공간에 작은 균열이 생긴 것이다.


【1번 참가자는 여전히 ‘공간조작’을 통해 상대선수를 대적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몇 천 배쯤? 아니, 몇 만 배쯤 강화된 자신을요!】

【지금까지 점수는 S등급입니다! 1번 참가자는 손 하나 까닥하지 않은 채, 또다시 경기를 이길 수 있을까요?】


매미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내 앞에 여유롭게 모습을 들어낸 기생충도 보였다.


“지루하다고. 지루한 건 딱 질색이야.”


괴물이 지껄였다.

연신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이다.


‘이제부터 재밌게 해 줄게.’


경기가 끝나기까지 이제 5분여 남짓.

놈은 반복적으로 내 앞에 도약했다.

단번에 말이다.


이번엔 시간이 아니라 공간의 흐름을 읽어냈다.

마치,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것처럼.

상대의 움직임은 49번의 죽음으로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전방 500m. 네놈이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고작 1초. 그 순간을 기억하면, 아무리 빨라도 캐치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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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부당거래 (2) 23.12.22 25 3 12쪽
36 부당거래 (1) 23.12.21 28 3 12쪽
35 도마뱀 인간 23.12.20 32 3 12쪽
34 트릭스터(Trickster) 23.12.19 34 3 12쪽
» VS 자신(自身) 23.12.18 3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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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비밀 임무 23.12.16 4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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