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충에 물렸더니 최강헌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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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엽의숲
작품등록일 :
2023.11.08 15:01
최근연재일 :
2024.01.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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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3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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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노트

DUMMY

아이요트에게 연락을 취한 뒤, 다시 만났을 때였다.


“이제부터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이걸 사용해주시면 됩니다.”

“···이어장치?”


아이요트가 내게 건넨 건.

다름아닌, 이어장치였다.


“본래 같은 팀끼리 임무수행을 위해 공유하지만, 이번엔 예외입니다. 임시 팀이라고 해두죠.”


나는 그것을 받아 들고 자연스럽게 왼쪽귀에 장착했다.


“그 관리자가 말한대로, 경기장 주변에 수상한 입구가 다수 발견됐습니다. 나머지는 보완을 위한 페이크도어 같고, 단 한 개만 진짜 연구실 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짜 문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 당장 서둘러야 겠네요.”

“아이요트님은 경기장 안에서 경로를 찾아주세요. 저는 밖에서 찾아보겠습니다.”

“밖에서요···? 왜죠?”

“추측일 뿐입니다만, 관리자용 비밀문이 따로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알겠습니다. 찾아내면 즉시 보고해주십시오.”


그 대화를 끝으로.

나는 아이요트와 흩어졌다.


그리고.

곧바로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외부 탐색을 위해서 말이다.


그곳은──.


“꺼림직 했는데, 이번 기회에 확인해 봐야겠다.”


참가자 호텔과 관리자 호텔 사이의 수상한 바닥이었다.

의도치 않게 성현호씨를 따라 이곳을 지나다니며, 이상한 틈새를 본 적 있었다.


작은 벌레들.

그 좁은 틈 사이로 벌레가 꼬여 있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향긋한 냄새가 나기도 했다. 시궁창냄새와 섞인, 그런 오묘한 향 말이다.


“먼저 조사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타닥.

가볍게 바닥을 발로 툭툭 쳤다.

그러자.

또다시 안쪽에서 검은 벌레들이 기어 나왔다.

독특한 냄새를 풍기진 않았다.

다만, 모양이 좀 희한했다.

바퀴벌레처럼 생겼는데, 몸통이 집게벌레처럼 유난히 길었다. 색깔이 검은 놈도 있는가 하면, 은빛을 띄기도 하고─하여튼 품종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다만.

가설을 하나 세우자면, 이것은 실험의 흔적일 것이다. 특이한 벌레의 형태가 증명해주고 있었다.


텁.

틈 안으로 손가락을 짚어 넣었다.

위로 들어올리려 힘을 주었더니, 지진이 난 것처럼 바닥이 덜덜거렸다.


사사사사──!

순식간에 많은 벌레새끼들이 사방팔방으로 뛰쳐나갔다. 쏜살같은 속도로 건물 틈을 비집고 자취를 감추고 있던 것이다.


“으─제발 뭉쳐 다니지 마라. 역겨우니까.”


아무리 내가 독충 헌터라 해도, 벌레에 익숙해진 건 아니었다.


쿵──!

이내, 뚜껑을 뒤집었다.

그러자.

바닥 밑, 수상한 구멍이 보였다.

안쪽은 터널 형태로 되어 있는 것 같다.


뚜껑을 뒤집을 때 소리 울림이 꽤 묵직했으니, 호텔에 있는 누구라도 얼굴을 내밀고 구경할 법했다.

헌데.

귀신이라도 나올 것처럼 주변은 고요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냐.”


가로세로가 약 50cm쯤 될 것 같은 정사각형의 구멍. 일반적으로 이정도 구멍을 뚫어 놓았다면, 그건 ‘하수구’의 용도였을 터.

하지만.

하수구라면, 시멘트 바닥을 덮개로 사용하진 않았겠지.


“여기네. 비밀 통로.”


적의 요새를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망설이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에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도 가늠해보지 않은 채 말이다.


터억──!


“하하···”


자칫하면 미끄럼틀이라도 탈 뻔했는데, 다행이도 깊이는 고작 1m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안쪽에서 미세한 불빛이 보였다.

분명 연구실의 불빛이겠지.


개구멍이라 생각하고 포복자세로 걸어가면 될 것인데.


스스스스──.

눈치 없는 벌레들이 여전히 그 터널 안에서 기어 다니고 있었다.


“좀만 참아보자···”


낮게 허리를 숙이며 안쪽으로 약 10m쯤 기어들어갔을 때, 불빛은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여기인가?’


독충을 보관하고 있던 연구실.

드디어 찾은 것 같다.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가로줄이 촘촘하여 막혀 있는 입구가 보였다.

모양새를 보니 통풍구 같았다.

아마 비밀문을 숨기기 위해, 연구실 내부에서는 통풍구처럼 보이도록 위장해 놓은 거겠지.


손으로 툭툭.

어느정도 힘을 주어 밀어내자─탱! 하는 소리와 함께, 환풍구가 힘없이 밑으로 떨어졌다.


안쪽에 입성하는 건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었다. 여전히 좁은 통로를 기는 검은색 벌레들이 득실대는 건, 좀 거슬렸지만 말이다.


환풍구가 뜯기자, 순간 화학약품 냄새가 코를 찔렀다.


“콜록! 콜록!”


천장과 바닥은 3m쯤.

조심스럽게 뛰어내리자.

이번엔 에메랄드 빛 때문에 눈이 부셨다.


“뭐야? 이 광란의 불빛은···?”


수중탱크.

생체실험을 할 때 사용하는 수중탱크로부터 나오는 불빛이었다.


“독인가?”


확신할 수 있었다.

안 쪽에 담겨있던 에메랄드 빛의 물.

그건 단순한 물이 아니었다.


“냄새가 미세하긴 한데, 독인 건 확실하네.”


수중탱크는 정밀하게 봉인되어 있었다.

다만, 오묘하게 나는 방사성 독의 냄새는 구별할 수 있었다.

뭣보다.

별다를 특징이라곤 없어 보였다.


그냥 독. 그리고 벌레.


수중탱크 안의 정체불명의 생명체는, 괴물보다 벌레의 생김새와 더 유사했다.

크기도 작았고.

아직 진행 초기단계쯤 되려나?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수중탱크만 빼곡했다.


“이 안에서, 이제 뭘 어떻게 하면 되나.”


두리번두리번.

혼자서 답이 나오지 않았을 때, 뒤늦게 아이요트에게 연락을 취했다.


“아이요트님, 들리십니까?”

“네, 들립니다.”

“으악, 깜짝이야!”


기척도 내지 않고 조용히 벽에 기대어 있던 아이요트가 보였다.

그는 태연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먼저 도착해 있던 겁니까?”

“네. 마침 백야씨에게 통신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통풍구 안쪽에서 나오더라고요?”


한마디로.

내가 했던 짓은 개고생이란 건가?

수상하게 생긴 비밀입구를 발견했다고 좋아했는데.


“그래서, 뭐 알아낸 건 있습니까?”

“이제 막 도착해서 조사중이었습니다만. 여기 떡 하니 수상한 게 보이더라고요. 연구실과 맞지 않는, 무언가요.”


아이요트가 가리킨 곳.

거기엔 평범한 흰색 테이블이 보였다.

그리고.

그 위에 놓여있던 건, 검은 수첩.


“연구노트 같은 거 아닙니까?”

“아, 그거···”


파바바바밧!

위잉─위잉─!


“어···? 뭐야?”

“일단 만지지 말고 대기하라던 참인데, 말이 늦어진 것 같군요.”


노트에 손을 뻗자─수십개의 붉은 레이저 불빛이 거미줄처럼 쏘아졌다.

보완장치인 듯했다.

시끄러운 경고음이 연구실 안쪽에 가득 울려 퍼졌다.


“중요한 단서치곤 너무 대놓고 있길래, 심상치 않다고 생각 중이었습니다만.”

“보기 좋게 걸려들었군요.”

“예. 아마 1차 방어선 외에도 2차, 3차도 구축해 놓았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긴.

증거 찾는 게 쉬울 리 없지.


딩! 딩! 딩!

일순간이었다.

연구실은 전체가 붉은 빛으로 잠식되어, 비상사태를 알리듯 껌벅거렸다.


“경보음의 정체가 뭔지 모르겠지만─.”


아이요트는 태연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일순간.

연구실 내부가 시스템화 되고 있었다.


지금 이거.

공간 조작이 발동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요트의 스킬이었다.


레이저로 인해, 어떤 무시무시한 일이 발생될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무슨 일이 생기기도 전에 손쉽게 제압되었다.


“그 공간조작은, 스펙트럼이 어디까지 입니까?”

“글쎄요? 공간조작이라는 게, 현실공간을 시스템화 하는 거라, 어디까지 가능한지 시험해 본 적은 없습니다.”

“그럼, 이제 노트를 건드려도 됩니까?”

“상관없을 것 같네요.”


뚜벅.

내가 조심스레 손을 뻗었을 때였다.

더 이상 어떤 트랩도 발동하지 않았다.


휘리릭.

노트를 짚어 넘기자, 예상대로 연구일지에 관해 적혀 있었다.


【20xx년 8월. 지능이 없는 메뚜기 괴물과 인간의 첫 경기. 평범한 괴물이 인간을 이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 진행중】


지금으로부터 약 3,4년전이었다.

지하세계 경기를 통해 괴물실험이 시작됐던 시기 말이다.


【다양한 괴물과 인간의 경기를 진행한 결과. 현재까지, 인간 0승 100패】

【인간의 첫 1승은, 체태 컴퍼니 독충 헌터 소속의 S랭크로─3번 참가자. 최종 5라운드인 결승까지 진출】


“···아직, 인간의 승리가 단 한 번도 없다고 들었는데?”


아이요트가 내 말에 반응했다.

그리고 함께 노트에 적힌 내용을 읽었다.


“구각수라는 분일 겁니다. 과거, 체태 컴퍼니에서 활약했고 서울지사 소속이라고 들었습니다.”

“···구각수요? 그 분을 알고 있습니까?”

“자세히는 모릅니다. 다만, 여러 임무에 투입되고 있던 걸로 압니다. 아마도 구각수라는 헌터 때문에, 지하세계 경기에 독충 헌터 소속 S랭크 이상은 참가하지 못하게 룰이 바뀌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거기에 적혀 있던 구각수 헌터의 경기 이력도 지워진 겁니다. 이쪽 체태 컴퍼니도 대응하기 위해 ‘헌터 요원’을 따로 관리해 특S로 묶어 두었던 거고요.”

“흠. 그래서 한 번도 없다고 거짓말을 했구만.”


내가 이 회사에 입사하기 훨씬 전.

다양한 헌터들의 활동 흔적이 남아있었다.


【결승경기는 치러지지 않았다】


마지막.

이유는 적혀 있지 않았지만, 구각수 헌터의 결승전 경기는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


“이것에 대해서도 이유를 알고 있습니까?”

“떠도는 말일 뿐입니다만. 임무보단 ‘거래’를 선택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거래요?”

“구각수라는 그 분. 절대 임무를 위한 임무를 했던 사람은 아닙니다. 오로지 본인의 욕망을 위해서 헌터 일을 해왔습니다.”

“그런 사람이 남극기지에 발령되다니···”

“글쎄요? 체태 컴퍼니가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게, 정부와의 협약으로 맺어진 ‘독충 박멸’이 전부일까요?”

“뭐가 더 있어요?”

“그건 나중에요. 어차피 천천히 알게 될 텐데, 일단 지하세계 최상위 관리자에 대한 것만 집중해주시면 좋겠네요.”

“···”


추측할 수 있던 것 하나.

‘괴물 실험’에 일조하고 있던 게, 체태 컴퍼니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정부와 협약을 맺어 독충을 박멸하는 회사인 것처럼 보이게 하고─실질적으로 벌레를 통해 괴물실험에 가담하고 있다는 거지.


그쪽이 훨씬 물질적으로 득이 됐을 테니 말이다.

몇몇 헌터들은 이 사실을 알게 됐고, 헌터와 회사가 서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있었다.

굳이 아이요트에게 사실을 듣지 않아도 말이다.


“중요한 건, 이거네요.”

“···?”


아이요트가 노트를 몇 번 넘겨보더니, 무언가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촬영지 ‘부산’

3박 4일동안 연락은 불가능.

연락가능시간은, 점심시간.

오후 12시 30분부터 약 30분동안만.

긴급연락이 필요할 시, 미리 메시지를 보낼 것.】


【3월 28일 마지막 촬영】


“3월 28일이면···”

“오늘입니다.”

“오늘?!”


촬영으로 인해 연락이 불가능하다 적혀 있으니, 현재상황이 아직까지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겠구나.

최소한 ‘점심시간’까지 말이다.


“서둘러 부산으로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어떻게 생각합니까, 백야씨?”

“당장 부산으로 가서 뭘 어쩌게요? 실명도 모르고 증거도 없는데. 고작 하위 관리자 말 하나 믿고, 연예인을 무슨 수로 텁니까?”

“신백야씨.”

“···?”


아이요트가 조용히 무언가를 가리켰다.

그곳에 작은 CCTV들이 보였다.

마치 벌집 같은 모양새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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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인간과 괴물 사이 (1) 24.01.23 19 3 12쪽
55 박쥐괴물 24.01.20 15 3 12쪽
54 신인 아이돌 프리스카 (2) 24.01.18 17 3 11쪽
53 신인 아이돌 프리스카 (1) 24.01.16 24 3 10쪽
52 어둠 24.01.13 29 3 10쪽
51 마야의 신 카마소츠 24.01.12 26 2 12쪽
50 연예기획사 24.01.11 24 3 12쪽
49 정식 임명 24.01.08 27 3 12쪽
48 충돌 24.01.06 24 3 12쪽
47 최상위 관리자의 정체 (2) 24.01.05 23 3 12쪽
46 최상위 관리자의 정체 (1) 24.01.04 26 3 12쪽
45 촬영지는 부산 24.01.01 28 3 12쪽
» 연구 노트 23.12.30 31 3 11쪽
43 최상위 관리자를 찾아라 23.12.29 36 3 12쪽
42 최종 결과 23.12.28 29 3 11쪽
41 비구조화 집단 발타즈 23.12.27 26 3 12쪽
40 결승전 23.12.26 29 3 12쪽
39 전쟁선포 23.12.25 30 3 12쪽
38 위협 23.12.23 28 3 12쪽
37 부당거래 (2) 23.12.22 25 3 12쪽
36 부당거래 (1) 23.12.21 28 3 12쪽
35 도마뱀 인간 23.12.20 32 3 12쪽
34 트릭스터(Trickster) 23.12.19 34 3 12쪽
33 VS 자신(自身) 23.12.18 36 3 12쪽
32 헌터요원 23.12.17 35 3 12쪽
31 비밀 임무 23.12.16 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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