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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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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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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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시아 행군(3)

DUMMY

최대한 많은 물자를 바다로 받으면서도 부족하 마을을 구하기 위해 마을을 몇번이고 약탈했다. 그렇게 좋은 기분은 아니지만, 최대한 기독교인들이 사는 마을의 물자를 뺏는 일은 줄였다.


하지만 실리시안 관문에 다다르고 소아시아에서의 행군을 끝낼 즈음에는 크고 작은 공성전이 이어지는 와중에 유실된 물자도 많고, 힘들어하는 병사들이 많았다.


주께서 우리가 저지른 죄악을 용서해주실지는 모르겠다.


“지금까지 우리가 저지른 짓에 대한 성사를 하는 게 좋겠군.”


실리시안 관문에서 멈춰서 바다를 바라보시던 폐하가 굳게 다문 입을 열고 말씀하신다.


“물론입니다. 이 근처에 정교회의 주교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오도 주교님께 주관하게 하시겠습니까?”


잠시 고민하던 폐하가 옆에서 말을 타고 따라 오시던 오도 주교께 성사를 진행하게 하신다. 십만명이 넘는 병사가 도열해서 속죄의 기도를 올린다. 얼마 전에 우스터의 수도원에서 했던 그 기도와 같은 기도다.


그 기도가 끝나고 정복을 입은 주교가 어느새 쇠약해진 몸을 움직여 단상 위에서 성수를 뿌리고 주께 정해지지 않은 속죄의 기도를 올린다.


“세상을 주관하시고, 별의 운행을 정하신 주여. 저희는 오늘 우리에게 약속받은 땅인 예루살렘을 탈환 하기 위해 신앙의 형제들의 부름을 받아 잘못된 믿음 아래에서 신음하는 주께서 약속하신 땅으로 왔나이다. 모세가 그러했듯, 이 땅에 다다르기까지 고난을 지나기 위해 다른 이들을 해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볼드윈이 자신은 이곳에서 후방을 정리하고 싶다는 의견을 우리에게 내비친다.


“폐하. 저는 이곳에서 아르메니아인들을 규합해서 보급선을 더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돌려서 말했지만, 만명 남짓한 그의 병력을 빼내고 싶다는 말은 한가지만을 의미한다.


“에데사 지방을 너의 봉토로 삼고 싶다는 말인가?”


“예. 새로운 봉토로 삼아 저에게도 독립적인 나라를 세우고 싶습니다. 이교도의 땅을 빼앗아서 하는 것은 괜찮지 않겠습니까?”


그는 노르망디 근처의 문화권을 공유하는 귀족이다. 지중해의 동쪽 해변을 최대한 같은 문화권으로 묶고 싶은 계획을 가진 내게는 괜찮은 일이지만, 이로 인해 떨어질 모든 군대에 대한 통제는 오롯이 폐하께서 해결해야하는 문제다.


몇달간 이어진 행군에서 생겨난 모든 불만과 함께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했던 성사일텐데, 이렇게 분열의 단초를 준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어차피 나의 군대만으로도 예루살렘을 함락 시킬 수 있다. 에데사를 자네가 정리해준다면 우리에게는 좋은 일 아닌가. 다만 분배받은 물자의 일부를 놓고 가야하는 것은 이해할 것이라고 믿네.”


아무리 적은 양의 물자라 한들 10만명의 군세를 먹여살리기 위해 분배한 물자는 대부분 폐하의 은화가 들어간 물건임을 알고 있으니 그도 수긍한다.


“물론 항구를 사용할 수 있을 문서를 적어주도록 하겠네. 베네치아 상인들에게 요청도 보내주도록하겠네. 물론 대금은 자네가 해야겠지.”


“물론입니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공성전으로 거점을 쌓아 올렸기 때문에 만명 정도의 보급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십만명이 넘는 군대가 그곳을 쪽쪽 빨아 먹은게 문제다.



그러니 본래는 일만명의 정예병을 지탱할만한 지역이 이제는 아니다. 그렇기에 한발짝을 더 나가야만 이를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볼드윈 각하. 에데사 지방을 평정하시고자 하신다면 부디 전령을 보내서 그루지아에도 그 소식을 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루지아의 귀족들 역시도 에데사에서 분쟁이 있음을 알고 있다면 북쪽에서도 교란을 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를 위해 귀족을 포함한 전령단을 꾸려서 지원을 요청하는 것 역시도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분명 그럴 여력은 없다는 말을 생각하고 한 말이었는데 그렇게 하겠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렇게 먼거리로 보내는 전령은 많은 양의 재물이 드는 만큼 확실한 효과를 보기 힘든 일을 위해서 전령을 보낸다는 결심을 하기 힘들다. 특히 이렇게 물자를 많이 잃은 군대는 더더욱.


“어떤 은과 말으로 그렇게 제대로 된 전령을 만들어서 보낼 생각인가?”


그리고 이에 대한 의문을 가진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고, 베이유의 주교 오도가 볼드윈에게 물어보고 이를 들은 그가 대답한다.


“그야, 이렇게 올 때에 준비한 재물들을 지금 아니면 언제 사용하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인가.


“잠시, 귀족끼리의 말에 끼어들어 죄송합니다만, 폐하의 거마관이자, 모든 보급을 책임지는 사람이다보니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혹시 저희가 보급을 분배 할때에 그에 맞는 가격을 다시 회수하게끔 시켰던 수도사들에게 단순하게 장부만 주고 아직 그 빚을 갚지 않은 귀족들이.”


설마 자신들이 쓰기 위해서 안내고 지금 당장은 이자를 받지도 않으니 나중에 내겠다는 생각으로 재물을 손에 쥐고서 그리하고 있던 이들이 있었나?


“당신도 그렇습니다. 이미 장부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급에 허덕인 이유도 이 장부에 묶인 은화가 너무 많아서 입니다. 은화와 금이 충분히 있었다면 약탈을 하지 않아도 됐을 기독교인들의 집이 수백 채가 넘습니다. 지금 당장 모든···.”


폐하가 내게 손짓한다.


“알고 있었네. 자네도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네만은, 도릴라이움 전투에서 부터 성전군이 하나로 뭉쳤을 때 이후로 자네는 약간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을 하는 군. 볼드윈 경, 자네가 그 돈으로 전령을 보낸다고 하면 이 역시도 어느 의미로는 성전을 위해 은화를 쓰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


알고 있었다고? 그렇다면 더 많은 은을 약속해서 더 많은 상인들을 불러온 다음에 물자를 더 풍족하게 쓸 수 있지 않았나?


항의하는 눈빛으로 폐하를 보고 있자니, 대부분의 귀족들이 하는 생각을 알 것 같다.


‘나의 은을 소모해서 굳이 의미도 없는 누군가의 목숨을 살릴 이유가 있던가?’


속죄해라. 속죄하라! 귀족들이 주교를 부르고 수도사를 불러서 라틴어 그리스어를 배우고 성전을 배우는 이유는 도대체 뭔가?


“굶어 죽던 병사들에게도 그렇게 말씀해보십시오. 조금씩 줄어들던 배급을 버티지 못하고 서로의 것을 뺏어서 약한 이들이 조금씩 죽어가던 나날에 그 말을 해보지 그러시지 그랬습니까? 3개월간의 이가 갈릴 정도의 아픈 행군은 무엇을 위해서였습니까?”


잠시 침묵이 흐른다. 볼드윈 경은 에데사를 점령하러 나갈 그 전설적인 여정을 시작하지 못하고 눈치만 본다.


“자네, 어쩔 수 없는 일임은 알지 않는가?”


확실히 성전군이 지금 같은 일체감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었던 건 윌리엄 페하가 제공하는 모든 물자에 의지하는 군대의 구조 덕분이다.


덕분에 제대로된 지휘체계를 만들고 행군하는 와중에도 훈련을 이어나갈 수 있는 단초가 되었다.


“맞습니다. 알고 있음에도 저는 폐하가 이를 벗어나기 위해 방법을 찾는 사람으로 생각했습니다.”


“내가 그러지 않았는가? 그 와중에 저울질을 해야하는 것은 내가 이끄는 모두의 목숨과, 이교도의 목숨이네. 이렇게 하나 된 군대를 이끎으로 상대할 필요 없었던 기습, 그리고 적의 도전은 모두 구해낸 목숨으로 이어지는 게야.”


“그 말에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부정하지 않습니다만···.”


이미 여러가지 일을 보아온 입장에서는 이렇게 사람들을 유린하면서 움직인 것이 원한으로 이어지고, 원한을 가진 인간들은 한 문화로 융화되지 않는다.


“더 큰 그림을 보셔야합니다. 이 성전군이 만들어내는 봉토와 영주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곳에서 군림할 수 있겠습니까? 이곳의 사는 사람들의 종교와 문화를 바꿀 수 있을 만큼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윌리엄 폐하가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묻는다.


“자네, 이 성전에 다른 계획이 있는 것인가?”


내가 직접 뭔가를 이루기 위해 움직이는 것을 라인란트에서 유대인들이 죽는 것을 막기 위해 움직인 것을 제외하고 처음 보는 폐하가 그 때처럼 내게 묻는다.


“제게는 신성한 계획이 있습니다. 주의 신성한 창을 보고서야 떠오른 계획이지요. 이 땅은 앞으로 계속해서 분쟁이 생겨날 곳입니다. 신성한 성지라서 이기도 하고, 동쪽과 서쪽을 잇는 가교가 되는 지역이기 떄문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만약 성전군의 예루살렘의 왕이 제대로된 국가를 만들어 내는 것을 성공한다면 이를 막을 수 있겠지요.”


그것만으로는 막을 수 없지만, 이곳에 건국 되는 제대로된 국가와, 하나된 문화는 첫걸음이다.


“샤를마뉴 대제께서 했던 것처럼 이 땅에서 저 이교도들을 전부 밀어내는 것을 원하던가? 자네는 롤랑이 되고 싶은가?”


바바리아의 공작좌를 얻어내고 바닷길을 통해 실리시안 관문에 도착한 웰프 공이 끼어들어 말한다.


“저는 기사가 아니고 수도사에 불과합니다. 그런 아름다운 서사시는 기사에게 있는 것입니다. 그런 아름다운 영광을 바라고 모두들 성전에 합류하신 것 아닙니까? 앞으로 나아갈 길에서 현지의 주민들에게 더 미움을 산다면 단순한 압제자가 될 뿐입니다.”


셀주크 투르크의 저들과 우리가 뭐가 다르냐고 열변을 토하자 그제야 귀족들이 조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장부를 청산할 수 있는 귀족분들께 부탁드립니다. 당신들이야 말로 성스러운 기사가 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사실 전혀 의미 없다. 지금까지 말한 내용은 전부 사실이고 바라는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 이 귀족들 앞에서 이렇게 말할 이유는 없다.


이미 폐하께는 이야기도 됐다. 사실 놀라는 척도 전부 연기다. 연기를 하기 위해서 실제로 놀랄법한 부분을 생각하면서 그야말로 나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연기를 한 결과 실제로 장부를 청산하기 위해 내게 다가오는 이들이 온다.


사실 지금까지는 벗어나겠다고 하는 귀족들이 없어서 이 계획을 써먹지 못했지만 지금이야 말로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해서 곧장 주욱 달렸다.


폐하는 이 상황에 맞춰서 내 목적을 묻기까지 했다. 효율을 처음부터 끝까지 중시하는 폐하답게 귓속말로 말하신다.


“자네 말대로, 영광을 준다는 식으로 말하면 아무리 다른 주머니를 차고 있다 한들 결국 주머니를 열게 되어있군.”


오도 주교께도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던 것인지, 주교님도 지금을 틈타 헌금까지 받아낸다.


“볼드윈 경, 주민들에게 최대한 인도적인 방향으로 움직여주기 바라네. 지금부터 이곳에서 저 아래 가나안 땅의 남부와 시나이 반도, 그리고 나일강까지 이어질 성전군의 제국을 세울 예정이네. 새로운 제국이네. 자네가 열심히 한다면 자네가 그 아래에서 백작의 작위를 넘어 공왕의 자리 혹은 저 신성로마제국처럼 선제후의 지위를 얻을 수도 있겠지.”


폐하가 말한다.


“그러니, 잘해보시게. 나는 5만명의 군대만으로 제국을 세웠네. 자네도 만명의 병사와 500명의 기사로 공작좌를 얻어낼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네.”


예루살렘의 왕또한 할 수 있겠지···. 폐하는 그렇게 중얼거린다. 과연 볼드윈 경은 그럴 수 있는 사람일까.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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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수도사, 종(完) +2 24.02.04 7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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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예루살렘 공성전(7) 24.02.02 17 3 11쪽
72 예루살렘 공성전(6) 24.02.01 16 3 12쪽
71 예루살렘 공성전(5) +1 24.01.30 27 2 12쪽
70 예루살렘 공성전(4) 24.01.29 2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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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예루살렘 공성전(2) 24.01.27 1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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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2) 24.01.22 18 3 11쪽
62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1) +1 24.01.21 2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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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안티오키아 공성전(7) 24.01.19 2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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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안티오키아 공성전(5) 24.01.17 23 3 11쪽
57 안티오키아 공성전(4) 24.01.16 22 2 11쪽
56 안티오키아 공성전 (3) 24.01.15 23 3 12쪽
55 안티오키아 공성전(2) 24.01.14 24 3 12쪽
54 안티오키아 공성전(1) 24.01.13 32 3 11쪽
» 소아시아 행군(3) +1 24.01.12 3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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