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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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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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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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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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공성전(4)

DUMMY

밤인데도, 어두운 밤인데도 남쪽의 방향을 제대로 잡고 움직인다. 병력들은 어디로 향하는지 몰라 불안해 하지만, 내가 이끄는 곳으로 제대로 향한다.


횃불을 꺼트리지 않는다. 우리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적들이 도망치거나, 우리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아군이 지원군이 오는 것을 알아야하니.


다만 피아식별이 힘들 것같아 여러가지로 고민이 됐다.


원래는 밤에 야습을 할 때에는 규칙을 정해 서로간의 피아를 식별하게끔 했는데, 이렇게 어두운 밤에는 오로지 십자가 문양을 한 서코트 외에는 피아를 식별할 방법이 없다.


온갖 옷감들을 써서 하나로 통일 시킨 십자가 문양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성호를 긋는다.


적들이 만약에 우리의 서코트를 쓴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다. 자신의 신앙까지 버려가면서 우리를 죽이고자 한다면 그는 어쩔 수 없는 일아닌가.


그리고 다섯시간 간의 미칠 듯한 행군이 끝나고 20마일이 넘는 거리를 넘어 예루살렘 앞에 왔다. 해가 뜨기 시작한다. 적과 우리 군이 싸우는 모습이 보인다.


아니, 이미 쓰러진 병력들이 보인다. 이들을 수습하고 있는 모두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피해가 생각한 것보다 막심한 것 같다.


우리의 깃발을 보고 시체를 수습하던 아군이 온다.


“헝가리 쪽의 군대입니까. 낮에 포위당했다던 소식을 들었습니다만, 보시다시피···.”


시체들을 가리킨다. 룸의 술탄의 군대의 복식을 하고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적의 시체가 많지만, 우리 편의 시체도 생각한 것보다 많다. 몇몇 양민이 뛰어와서 갑옷을 훔쳐가려고 했지만, 말을 타고 시체를 지키는 기사들 앞에서 그러지는 못했다.


“갈까마귀 같은 놈들···.”


병사가 혐오를 담아 말한다. 유럽에 있을 적에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텐데, 이교도가 하니 마치 한번도 당하지 않아본 것 같은 죄악으로 생각하는가?


“부상자를 빠르게 수습합시다. 살아있는 자들을 확인하고, 그게 적이라 한들, 일단은 조치를 해주는 것을 목표로 하지요.”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러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지만 무시한다.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적의 병력조차도 우리것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저 동쪽에서 또다른 기마병이 온다면 이들도 중요한 전력이 될 것 아닌가?


내가 봤던 미래에서는 악마의 군대나 다름없는 군대가 저 동쪽의 땅을 휩쓰는 미래도 있었다. 그들이 이곳까지 올지는 모르지만 그들로 인해 밀려나는 인간들이 어디로 쏠리겠는가? 시리아 땅의 비옥함과, 이 땅에서나는 과실로 우리가 데려온 인간들이 인구를 늘려 자리를 잡기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없다.


있을 수도 있지만. 전부 죽이는 것보다 교화하는 것이 더 쉬운 일.


“주의 시선아래 저 이교도들이 만약 주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이들이었다면 어찌 기쁜 일이 아니겠나? 너의 임의적인 판단으로 저들을 처단하고 심판하지 말라. 너희가 주의 명령을 받은 심판관이더냐?”


사실 다른 수도사들은 염병하지 말고 죽이라고 하겠지만, 당장은 이 논리에 반박할 말이 없는지, 죽은자와 산자를 구분해서 몸뚱이를 정리하는 일에 접어든다.


“그럼 믿겠네.”


헨리에게 감시를 맡긴다. 녀석은 갑자기 병력을 지휘하라는 말에 당황한 듯 보였지만, 나는 이미 할일이 너무도 많다. 기껏해야 시체 수습이지 않은가.


폐하를 확인해야한다.


올리버, 바야드, 존 모두 확인해야 하지만, 당장은 성전의 행방이 어떻게 될지를 확인해야만 한다.


“폐하. 적이 포위를 풀었음을 알자마자 움직였습니다만···.”


나를 보고 놀란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폐하가 천막에서 일어난다.


“허, 저런 집념의 남자가 있을 줄 누가 알았는가. 분명 저들의 식솔도 잡았다가 풀어주고, 협상을 하면서 맹세까지 받아냈는데. 자신이 지옥에 가면 그만이라면서 백성을 지키러 왔다는군.”


그리고 폐하가 손가락질한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킬리지 아르슬란이 그 눈을 부릅뜨고 나를 바라본다.


“강철 악마.”


라틴어를 배우기라도 했는지, 굳이 번역까지 해서 내게 그들이 부르는 이름으로 나를 부른다.


“베드로 수사라고 합니다. 악마도, 천사도, 재앙도 아니고, 단지 제가 제련한 강철로 갑옷을 만들어 입고 다니는 수도사일 뿐이지요. 황제 폐하의 조언자이기도 합니다.”


그에게 튀르크어로 말하자, 잠시 놀란 눈으로 바라보더니 조금은 서툰 그리스어로 말한다.


“우리 말을 쓴다고 하여 놀랄 것 같더냐. 알라의 지혜를 훔친 악마야.”


놀랍도록 내가 해온 인생의 궤도를 꿰뚫는 말을 하기에 잠시 말문을 잃었다. 과연 주께서 이 지혜를, 지식을 나눠주신 것일까? 아니면 내가 인간의 자유의지를 남용하여 얻어서는 안될 지식을 얻은 것일까.


“말이 심하군. 지금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가?”


“흥. 알라의 검은 그 어느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모든 알라의 백성은 알라만을 두려워한다.”


“좋은 말입니다. 그렇게 산다고 하면 주의 뜻만을 따라 살 수 있겠지요. 다만 민초를 죽이고, 그 물자를 빼앗아, 그것으로 자신이 만든 모래성을, 영광을 지키기 위해 주의 이름을 이용하는 것은 아닙니까?”


룸의 술탄의 눈을 바라보고, 그가 제대로 알아들을 튀르크어로 말한다. 나는 언어의 숙련도라는 개념이 없을 정도로 자유자재로 구사하니까.


폐하는 빠르게 쏟아지는 튀르크 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리에 앉아서 눈을 굴리신다.


“그런 말은 내게 의미 없다. 어찌 이교도가 나의 뜻을 이해하겠는가? 나는 검이고, 검은 휘둘러질 뿐.”


“하지만 당신은 술탄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당신의 뜻은 중요합니다. 우리의 파디샤, 황제이신 폐하는 항상 주의 뜻에 옳은 일을 하고 있는지 고뇌하십니다.”


그리고 술탄이 냉소적으로 웃는다.


“하! 그렇다면 이 전쟁을 옳은 일으로 생각하고 움직인 것인가? 이 전쟁 역시도 모래성과 같은 저들의 ‘로마’를 지키기 위한 시도 아닌가? 과연 저들이 살아남을 것 같은가? 이번에 이렇게 적들을 죽였다 하여?


이집트에도, 저 메카에도, 인도에도, 그리고 저 드넓은 평야에도! 알라의 종은 남아있다. 그리고 언제나···.”


그가 크게 숨을 몰아 쉰다. 그리고 호흡이 진정되지 않는지 계속해서 숨을 몰아쉰다. 걱정스러운지 폐하가 묻는다.


“베드로, 정말 입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럴리가 있습니까. 심장에 무리가 간 듯 합니다. 두려움일까, 책임감일지. 어느 쪽의 감정인지는 모르지만, 불같은 기운이 심해져, 무리가 온 것이겠지요.”


항상 로브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여러 약품들을 섞어서 물에 타서 먹인다. 숨을 제대로 못쉬던 그가 약품을 삼키고 나서 진정했는지 숨을 편하게 쉰다.


“고,고맙. 끙.”


고맙다는 말을 뱉으려던 그가 입을 닫는다. 그의 눈에는 아직도 올곧은 의지가 깃들어 있고, 절대 꺾이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성지를 지키고자 하셨습니까? 우리들의 손에서? 왜입니까?”


폐하도 어느 정도 튀르크어를 배운 듯하니 천천히 말을 해서 서로 알아들을 수 있게끔 말하니, 폐하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만약 성지를 점령한다면 그대들은 이 땅을 정화한다면서 그곳에 사는 모두를 학살할 것이지 않은가?”


원래라면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성전군이 지금까지 얼마나 열심히 새로운 인상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던가? 그것을 이제와서 전부 포기하고 학살을 벌이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들 중에 열성적인 자가 분명히 있지. 하지만 죽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네. 우리의 예수님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가?”


“선지자인 것만을 알고, 잘 모르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자는 몇없다. 확실히 경계할만한 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죽여야하는가?


“만약 전쟁이 길이었다면 복음에서 주께서 천사의 군대를 몰아, 정의롭지 못한 이들을 전부 솎아내지 않았겠는가? 죽음은 절대로 길이 아니고, 배척 역시 길이 아니네. 죽인 다음, 하나님께 그 심판을 맡기는 것도 상관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말을 잠시 멈춘다. 어렸을 적에는 어찌나 편한 일인가 생각을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얼마나 오만한 일인가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해야할 일을 주께 떠넘기는 것은 어떠한 불경이겠나?”


어느새 나는 그에게 다른 기사에게 말하듯이 말하고 있었다. 왜일까? 하지만 그렇게 예의를 버리고 말했지만, 그는 어떤 것을 느끼는 듯 잠시 눈을 감는다.


“그렇다고 하여 심판관을 자처해서 사람의 죄와 벌을 정하는 것 역시 불경하지 않은가. 우리 모두 원죄를 지고 태어났으니. 누가 누구를 심판하겠나?”


그렇게 말을 하고나서야 킬리지 아르슬란은 눈을 뜬다.


“확실히 심판할 권리따위는 없겠지. 누군가를 고통줄 이유도 없을 것이고. 하지만 나는 나의 국가를 지키기 위해 움직였을 따름이네. 그리고 단지 그뿐이지. 알라의 왕국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네.”


어떻게 될지 모르는 대화가 갑자기 고해성사처럼 변했다.


“그렇기에, 이 예루살렘을 큰 문제 없이 점령하는 게 주요하네. 자네를 풀어줄테니, 예루살렘의 시민들에게 우리가 학살이나, 그런 것을 할 생각이 없음을 전해주겠나?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만.”


폐하가 끼어들어 말하신다. 킬리지 아르슬란은 그를 받아들일까 고민하는 눈치다.


“당신의 포로와 부상자 역시 우리가 잘 대해줄 것을 약속하네. 그리고 실제로 2년간 포로 생활을 하고 쌩쌩하게 살고 있는 포로도 있지. 언젠가 전쟁이 끝나면 알맞은 가격에 풀어주거나, 개종한다면 그대로 풀어줄 수도 있지.”


물자가 엄청나게 소모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라고 아무일도 안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사람이 있는 것이 더 큰 이득이라는 나의 설득에 그들을 처형하는 일을 막았다.


만약에 그들을 처형했다면 사기야 조금 올랐겠지만,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차피 상황에 따라, 연설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사기 아니겠는가?


이 모든 요소를 십분 활용하시는 폐하에게는 그런 편법따위 필요하지 않으시다.


“그렇게는 못하겠네···.”


아무리 그래도 종교적 신념을 버리기에는 너무 큰, 부탁이었기에 거절했다. 거짓을 말하고 그러지 않았어도 될텐데, 거절한 것 자체가 오히려 그를 신뢰가 가는 인물로 생각하게 한다.


“그렇습니까?”


다시 예의를 찾은 말투로 되물으니 그가 힘없이 고개를 떨군다.


“괜찮습니다. 부상자들은 우리 병사들이 받는 것과 같은 조치를 받고, 살릴 수 있는 이들은 살릴 것입니다.”


얼마나 살지는 모르겠지만.


올리버가 정말 힘들겠다 싶었다. 눈대중으로 봐도 살아있는 데 시체인 척하는 부상자도 수백이 넘었다.


이미 옮겼을 부상자도 몇명이 되겠는가.


녀석이 어린 나이에 너무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잠시 한숨을 푹 쉬니. 폐하가 의문을 담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제 양딸이 걱정되어 그렇습니다.”


“녀석은 무리하기에 가둬놨네.”


“예?”


이게 무슨말인가 싶어 고개를 드니 어깨를 으쓱이신다. 저건 무슨 뜻인가.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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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후기 +2 24.04.07 54 4 2쪽
75 수도사, 종(完) +2 24.02.04 73 3 11쪽
74 예루살렘 공성전(8) 24.02.03 19 3 12쪽
73 예루살렘 공성전(7) 24.02.02 16 3 11쪽
72 예루살렘 공성전(6) 24.02.01 16 3 12쪽
71 예루살렘 공성전(5) +1 24.01.30 26 2 12쪽
» 예루살렘 공성전(4) 24.01.29 19 3 11쪽
69 예루살렘 공성전(3) 24.01.28 21 3 12쪽
68 예루살렘 공성전(2) 24.01.27 18 2 11쪽
67 예루살렘 공성전(1) +1 24.01.26 20 3 11쪽
66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5) 24.01.25 19 2 11쪽
65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4) 24.01.24 17 3 11쪽
64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3) 24.01.23 20 3 11쪽
63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2) 24.01.22 18 3 11쪽
62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1) +1 24.01.21 24 3 11쪽
61 안티오크 공작 24.01.20 23 3 11쪽
60 안티오키아 공성전(7) 24.01.19 23 3 12쪽
59 안티오키아 공성전(6) 24.01.18 23 3 11쪽
58 안티오키아 공성전(5) 24.01.17 23 3 11쪽
57 안티오키아 공성전(4) 24.01.16 22 2 11쪽
56 안티오키아 공성전 (3) 24.01.15 23 3 12쪽
55 안티오키아 공성전(2) 24.01.14 24 3 12쪽
54 안티오키아 공성전(1) 24.01.13 31 3 11쪽
53 소아시아 행군(3) +1 24.01.12 3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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