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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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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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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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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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오키아 공성전(7)

DUMMY

“폐하. 저는 이 성을 포기하고자합니다.”


셀주크 튀르크의 복식을 한 남자가 야음을 틈타, 접견을 요청했다. 그는 카르부카와 성을 수비할 마음이 없으며, 성전군에게 이 성을 최소한의 피해로 함락시킬 방법을 알려준다고 한다.


“라틴어를 아는가? 이 동쪽 땅에서 그런 사람을 몇 보지 못했네만, 밤의 어둠을 틈타 몰래 온자 치고, 그대의 학식이 내 예상을 뛰어넘는 군. 그대는 누구인가?”


“저는 안티오키아의 총독 야기-시얀이라고 합니다. 제가 방어 계획을 맡고 있습니다만, 토후 중 대부분이 성을 버리는 제 계획에 동조합니다만, 몇몇이 이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동쪽에 모아 뒀습니다. 동쪽에 강한 병력을 보내주시고, 기동력이 강한 병력으로 내성까지 북쪽에서 오신다면 성문을 열겠습니다.”


“이게 함정인지 아닐지 어떻게 아는가?”


“그렇다 한들, 성문이 열리면 그 또한 좋은 일 아닙니까? 그 뒤에 어떤 수작을 부린다 한들, 공성무기로 뚫어낸 후에 함정에 걸리는 것 보다는 성문이 열리고 함정에 걸리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라틴어를 웬만한 귀족들보다도 잘하는 총독을 바라보면서 윌리엄이 생각한다.


‘이 자식, 그냥 정찰하러 온거 아닌가?’


“그대의 말이 일리가 없지는 않지만, 성문이 이중으로 되어있는 안티오키아의 바깥 성문만을 열어주는 것은 의미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와 함께 모든 군대를 철수하겠습니다, 단, 시민들을 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만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원래부터 심각한 약탈을 할 생각이 없었던 황제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이야. 당연한 일 아닌가. 우리의 신앙이 의미 없는 폭력을 조장하지 않는 것은 서로 아는 바일 터.”


잠시 침묵이 오간다. 서로 그런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순진함은 없다.


“율법은 주께서 세웠기에 흠이 없지만, 그 의미를 만드는 것은 인간이기에, 근심이 깊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의 목자시니 나는 근심이 없는데. 개종이라도 해보는 게 어떤가?”


확실히 협상의 우위를 가져오기 위해 여유를 부리는 말을 한 윌리엄이었지만, 항복을 청하는 군주에게는 다르게 들렸다.


“개종을···. 바라십니까? 제 영혼을 더럽혀야만 당신이 저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이미 고개를 숙인 그가 분노로 불타는 눈으로 윌리엄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 분노는 윌리엄을 향하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에 향해있었다. 분노가 무색하게도 황제는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고 곧장 말한다.


“그게 무슨 말인가? 개종을 억지로 한다고 하여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항복의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충분히 있지 않겠는가. 성벽에 있는 모든 공성무기를 무너뜨리고 성문을 열고 자리를 이탈하면 내가 그를 신호로 받아들이고 돌격에 들어가겠네.”


그런다 한들, 몇번이고 선견대를 보내서 확인을 하겠지만, 하는 말을 삼키고 그에게 악수를 건넨다.


“그렇다면 카르부카가 이 성을 탈환하러 오는 것을 완전히 박살 내보도록 하겠네. 어떤가?”


이미 언덕을 따라 모트와 베일리 형식의 성을 두개를 지은 시점에서 안티오크까지 수중에 들어온다면 아무리 많은 병력이 온다 한들 막을 수 있다.


물론 체스터 공작의 병력이 이미 적을 맞을 준비를 전부했다고 하나, 세개의 성채(언덕)에서 적을 맞이하는 것과 야전을 하는 것, 어느 쪽이 더 좋을 지는 자명하다.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남쪽의 병력에 틈을 만들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틈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네. 다만, 자네가 자네의 식솔까지 데리고 간다고하면 그것을 내버려두게 하기는 힘들지. 알겠지만 이건 성전 아닌가? 배치의 구멍을 만들어 도망갈 곳을 내주는 것은 쉽지만, 그대의 군대가 너무 천천히 움직인다면 그것을 내버려두게 하는 것은 힘드네. 내성에 식솔들을 두고 간다면 내가 해를 끼치지 않을 것임을 맹세하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앞으로 성전군의 행사에 방해를 안하도록 하겠습니다.”


‘병력 보전이 아닌, 가족의 구명이 목적이었던가?’


윌리엄은 확인 차 물었다.


“어떤 이유로 지금에 와서 항복을 하고자 하는가?”


“성 내부의 모두가 갈증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물을 몇개를 파도 전부 말라, 모두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습니다. 그리고 전염병까지 벌어지는데, 땔감은 하나도 없어 그들의 옷가지를 태우는 등에 기본적인 조치조차 취할 수 없습니다. 알라께서 우리의 불의를 징치하고자 하니, 따를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주께서 자네의 편에 없다. 그 말인가.”


“이번에는 그렇습니다. 성 안으로 들어오는 정보가 적어 확실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성전군에게 정의가 있는 듯 보입니다. 우리 역시도, 우리의 사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보통의 서쪽의 군대라면 그대들이 했던 대처가 맞을 수도 있네. 온갖 곳을 불태우고 약탈하는 게 당연하니. 하지만, 성전군이기에 최대한 이를 적게 해봤네. 덕분에 내 왕국은 온갖 빚을 지고 있지만. 그 대가로 사람들이 산다면, 언젠가 이를 갚을 수 있지 않겠나?”


뭔가 감명이라도 받은 듯 총독이 입을 벌리고 튀르크 어로 뭐라고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숙인다.


“속세의 황금으로 주의 사랑을 받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법이겠지요.”


“복음서를 읽어본 적이 있던가? 박식하군.”


“서쪽에서 적들이 온다고 들었을 때 구해서 읽어봤습니다. 적을 알아야 상대할 수 있으니 말이지요.”


윌리엄은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생각한다. 그냥 전투에 관해 궁구하던 이가 비슷한 말을 하게 된 것인가? 아니면 원전을 알고 있는 이인가.


“키타이의 전략서에 나온 말 아닌가?”


그 말을 듣고 그야말로 괴상한 표정을 지은 건 총독이었다.


“키타이의 서적이 번역되어 서쪽 끝에까지 닿을 수가 있습니까? 그저 당연한 말이기에 한 말일 뿐입니다만, 원전이 있다면 그거야 말로 신기한 일이로군요. 언제 한번 서적을 구해서 읽어보고 싶으니 제목을 말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 아니네. 내가 착각했던 모양이군.”


혹시나 미래에서 온 이가 더 있는가 싶어 떠봤지만 그다지 확실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차라리 올리버가 더 그럴 듯한 미래인으로 보였다.


손재주를 제외하면 모든 것이 너무 어리숙한 모습에 정말 어린아이인가 싶어 그런 가능성은 접어버린지 오래지만, 아이가 잘 자라면 좋은 일 아니겠나. 벌써 할아버지가 되버렸다는 생각에 잠시 감상에 잠겨 본다.


“폐하?”


“알겠네. 그러면 3일 뒤에 공격하는 것으로 하겠네. 전투 전날에 수도사 한명을 보내지. 항복을 권유하는 내용일 것이야.”


그리고, 그날이 와서 이때 합의했던 것 그대로 모든게 벌어졌다. 적의 공성병기는 동쪽의 벽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사라지고, 베드로 수사는 가장 단단하게 방비된 동쪽으로 배치했다. 최근 들어 그가 검을 들고 싸우는 곳에서 대열이 흐트러지거나 하는 일이 없기에 그렇게 결정했다.


열린 성문으로 경기병 몇을 보내고, 아무런 일도 없기에 기사들을 나눠서 보냈고, 보병을 보내서 관문을 점령하게 했는데 정말로 아무도 없었다.


그대로 내성까지 아무런 전투도 없이 들어갔다.


그리고 동쪽은 예고했던 대로 처절한 전투가 벌어졌지만 그마저도 압도적인 병력차와 공성기계들의 활약으로 대열이 무너지는 데에는 한나절이면 끝났다.


당연하지만, 병력들로 그곳을 감싸 그들을 전부 죽이니, 4000명이 넘는 적의 병력을 죽였다고 한다.


듣기로는 베드로 수사도 전사했다는 말이 있었지만, 갑옷이 좀 부서지고 피가 많이 났을 뿐···.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은 겐가?”


사실상 만신창이에 가까운 그의 몰골을 보니 그런 생각도 달아났다. 견갑은 부서지고, 일견 낡아 보이지만 단단하게 그를 부지했던 흉갑도 금이 갔다.


“발리스타에 맞았습니다. 어깨 견갑이 부서지고, 파편이 박혀서 출혈도 컸습니다. 다만 주께서 저를 도우시니, 죽음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랬는가.”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살아남았다는 건가. 다행이다 싶어 대답하니, 그가 더 말한다.


“죽음의 문턱에서 저는 보았습니다. 주께서는 모든 세상을 덮으십니다. 저는, 저는···.”


“확실히 휴식이 필요하겠군. 전후 처리는 다른 수도사들과 함께 하도록 하겠네.”


그 말을 들은 베드로 수사가 약간 웃으려던 것을 멈추고 그가 말한다.


“그런다 한들, 병사들을 통제해서 약탈을 막으려면 제가 가야합니다. 또한 몇가지 작업도 필요하고···.”


확실히 그가 다녀간 마을에서 개종하는 이들도 많고, 성전군을 칭송하는 움직임이 많다고 한다.


작업이란 것들이 이곳에서 성전군의 이미지를 드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너무 힘을 쏟지 말게. 이곳에서 주의 왕국을 실현시킬 것도 아니고, 우리에게는 잉글랜드와 프랑크 땅의 백성들이 있지 않은가? 성전으로 귀족들의 힘도 많이 빼두었으니. 진정 사람들을 위한 국을 만들 기회가 될테니.”


이곳에서 만든 병력들이야 많이 회수하기는 힘들겠지만 이라는 말은 굳이 말하지 않고, 당장 마치 죽기 직전인 것 같은 내 신하에게 쉬라고 말한다.


“좋은 말입니다만, 제가 쉰다면 몇명의 아녀자가 겁탈당하고, 몇명의 양민들이 칼에 찔려 죽을지 알고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이 도시의 사람이 아무리 많다 한들, 이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당장 많은 동원이 필요합니다. 전염병도 문제이고, 수원도 문제이고, 너무 많은 것이 문제입니다···.”


책임감으로 움직이는 이 수도사의 얼굴이 갑자기 늙어보인다. 도대체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 그는 무엇을 본 것인가. 너무 충격을 크게 받으면 머리가 하얗게 새는 것처럼 그는 세상 풍파를 반나절만에 다 맞은 사람처럼 지쳐보였다.


“폐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처음보는 기사가 나의 말에 동조한다. 누군가?


“그대는 누군가? 처음 보는 기사로군.”


“아, 저는 바야드라고 합니다. 베드로 수사의 종자였고, 런던에 있던 기사에게서도 검술을 배웠습니다.”


이름을 말하려 했다가 뭔가 걸리는 지 말하지 않기에 캐묻지는 않았다.


“종자라! 좀처럼 듣기 힘든 말이군 그래. 대부분 자신의 자식에게 기사위를 물려주지 재능있는 아이에게 물려주는 것은 보기 힘드니. 자네가 아브란체스 쪽에서 살았던가?”


그렇게 고향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자니, 어느새 베드로는 자리에서 살아지고 일을 하러 갔다. 튀르크어, 아랍어를 섞어가면서 공성전에서 있었던 안 좋은 일들에 대해 여러 말을 늘어놓고, 전염병에 걸린 이들을 치료한다.



수도사를 불러모으더니 병자들을 어떻게 처치할지를 말하고, 수도사들 사이에 있던 올리버도 그 작은 몸을 이끌고 여러 사람에게 그가 배웠던 의술을 펼친다. 버드나무 껍질을 달인 물으로 열을 내리는 등 현대인인 내 눈에도 꽤 괜찮은 처리를 했다.


팔을 잃은 병사들에게 기계의수를 못주는 것은 시대의 한계지만, 퇴역 군인이라는 개념이 없어진 내 시대를 생각해보면 그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부디, 내가 만든 미래가 그런 최악으로 치닫지 않기를 바라면서 잠시 기도한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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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후기 +2 24.04.07 54 4 2쪽
75 수도사, 종(完) +2 24.02.04 73 3 11쪽
74 예루살렘 공성전(8) 24.02.03 19 3 12쪽
73 예루살렘 공성전(7) 24.02.02 15 3 11쪽
72 예루살렘 공성전(6) 24.02.01 16 3 12쪽
71 예루살렘 공성전(5) +1 24.01.30 25 2 12쪽
70 예루살렘 공성전(4) 24.01.29 18 3 11쪽
69 예루살렘 공성전(3) 24.01.28 21 3 12쪽
68 예루살렘 공성전(2) 24.01.27 17 2 11쪽
67 예루살렘 공성전(1) +1 24.01.26 19 3 11쪽
66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5) 24.01.25 19 2 11쪽
65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4) 24.01.24 17 3 11쪽
64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3) 24.01.23 20 3 11쪽
63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2) 24.01.22 18 3 11쪽
62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1) +1 24.01.21 24 3 11쪽
61 안티오크 공작 24.01.20 23 3 11쪽
» 안티오키아 공성전(7) 24.01.19 23 3 12쪽
59 안티오키아 공성전(6) 24.01.18 23 3 11쪽
58 안티오키아 공성전(5) 24.01.17 23 3 11쪽
57 안티오키아 공성전(4) 24.01.16 22 2 11쪽
56 안티오키아 공성전 (3) 24.01.15 23 3 12쪽
55 안티오키아 공성전(2) 24.01.14 23 3 12쪽
54 안티오키아 공성전(1) 24.01.13 30 3 11쪽
53 소아시아 행군(3) +1 24.01.12 3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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