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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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최근연재일 :
2024.04.0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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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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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공성전(2)

DUMMY

조금씩 나아가고, 이제는 그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지만, 쉬지 않고 행군했다. 이 상태로 싸운다면 제대로 싸우는 것조차 불가능할지 모르나, 적의 수는 우리의 절반조차 되지 않는다. 움직여서 다다른다면, 보병들이 휴식을 조금씩 취하면서 가까이 다가간다면, 우리 기사들이 다시 한번 적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틈이 생길 수 있다.


아무래도 말을 타고 움직인 사람들과 거의 달리다시피 걸어온 이들의 체력을 생각해서 최대한 기병 위주로 움직이게 했다.


측면을 지키던 기사들이 우회해서 움직인다. 점점 전투의 소리가 가까워온다.


룸의 술탄이 룸을 버리고 이곳까지 오다니. 소아시아가 아무리 비잔틴 제국과 우리에게 소아시아를 뺐겼다고 한들, 이렇게까지 원한이 쌓였던가?


분명 도릴라이움에서도, 니카이아에서도 사로잡은 식솔들을 돌려주지 않았나?


“나아가라! 이는 지하드다! 이제 우리의 손해와 이익은 상관 없다. 오직 알라의 뜻을 따르라!”


지하드인가. 알라의 길을 따른 올바른 분투가 이 전쟁이라고 생각했던 것인가. 카르부카를 죽였음에도 이 가나안 땅까지 말을 몰아 달려온 그의 생각을 되짚어 본다.


그리고 창 한자루를 꼬나쥐고, 돌격한다.


“으아아아악!”


옆에서 꿰뚫린 적의 기마병들이 소리를 지른다. 말들이 쓰러지면서 구슬픈 소리를 내고 다리를 뻣뻣이 하고 뒤집힌다. 생각보다 빠르게 와서일까. 적들이 쓰러진다. 공격받던 우리 병력들은 한곳에 뭉쳐서 버티던 상황에서 벗어나 사납게 몰아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기마병에 맞서서 버티는 것 역시 체력소모가 컸는지 그렇게 밀리지는 않는다. 적 역시도 이상하리만치 사기가 높아 바로 도망치지 않는다. 처음에 도망갔던 것치고 정돈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처음부터 의도 된 후퇴였던 건가?


“익숙한 전략이군.”


우리가 사용하던 전략에 가깝다. 질서정연한 후퇴와, 거기서 쫓아오던 병력의 빈틈을 본다. 그걸 속도가 빠른 기병으로 수행하니 너무도 까다롭다.


이들을 쫓아내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다. 아마 성벽 내부로 들어간 병력을 공격하러 들지는 않겠지···.


“성?”


빈틈을 보아야한다. 적들도 빈틈을 봤을테니까. 분명 킬리지 아르슬란은 이곳에 있다. 그와 지금도 눈을 맞추고 있지 않은가?


측면을 방어할 때 나눠서 보냈던 기사 전력을 빠르게 반전시켜서 성쪽으로 보낸다. 여기서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 전략도 무엇도 없다. 잘 싸워야만 한다.


검을 들어올려 앞에서 소리를 지르는 이교도의 투구 아래로 드러난 목을 찌른다. 피가 분수처럼 솟아오르고 한놈이 쓰러진다.


그대로 검을 돌려 뽑으며 으스러지는 살을 느낀다.


그리고 말이 주인이 죽었음을 느끼고 날뛰는 것을 검으로 내리쳐 조용히 시킨다. 그런 내 손속을 보고 겁에 질린 적의 전사가 떨리는 검끝으로 내게 내려친다. 말 위에서의 전투는 단순한 검술의 싸움이 아니고, 말에게 의존하는 바도 있다.


말이 머리를 틀며 움직이고, 그에 따라 내가 들고 있던 검으로 적의 갑옷을 두드린다.


갑옷을 두드린다는 감각으로 휘둘렀지만, 사슬갑옷을 만든 철의 질이 좋지 않은지 그대로 찢겨나간다.


“악마 놈! 죽어라!”


놈의 검을 튕겨내고, 검이 튕겨나고 흐트러진 자세에 검 끝을 그대로 찔러 죽인다. 계속해서 주변을 살피면서 한번 검을 휘두를 때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아무렇게나 휘두르다가는 죽는다. 그래서 아무리 비싼 갑옷을 입는다한들 처음 커다란 전장에 나간 기사는 죽기 마련이다.


갑옷 틈을 노리는 공격을 몸을 움직여 갑옷의 단단한 부분으로 튕겨내고, 검으로 막을 수 있는 공격은 튕겨내고 적의 자세가 흐트러지게 한다.


힘의 차이가 있다는 확실한 확신 없이는 할 수 없는 검술이다. 하지만 그런 것도 믿지 못한다면 어찌 50년이 넘는 삶동안 오직 주만을 바라보면서 살아올 수 있었겠는가?


적을 하나 더 죽이고, 또 죽이고, 그들이 너무도 어리다는 것을 알고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적이 죽인 우리의 병사도 너무도 어리다는 것을 알고 눈물을 흘린다.


기도를 하고 싶지만 그런 틈은 없다. 어찌 이리도 어린 나이에 이 전장에서 싸우게 됐는고. 물론 이 모든 게 주의 영광을 위함이고, 성지의 항구적인 평화를 만들기 위한 주의 안배임을 알짐나, 교황은 그것을 알지도 못한채, 단지 평의회에 온 바실레우스의 특사의 말을 듣고 이를 요청했을 뿐이다.


거짓된 교황의 명령을 저주한다.


적의 피를 뒤집어쓰고, 옆에 서있던 전우의 피가 내게 튄다. 쓸데 없이 너무도 많은 인생이 스러진다. 이 모든게 주의 이름 아래에서 행해진다는 사실에 토가 나온다. 수도 없이 많은 전투에서 검을 들고 싸웠고, 처음으로 사람을 죽인 순간에도 담담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화가 난다.


저 예루살렘만 점령했다면 이런 쓸모없는 희생은 없었을 텐데.


그리고 적이 더 이상 대열을 이루지 못할 만큼, 보병들이 다가왔을 때, 킬리지 아르슬란은 다시 후퇴 명령을 내린다. 쏜살같이 모든 방향으로 흩어지는 그들을 가만히 바라본다. 마갑, 그리고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저들을 따라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도망쳤군.”


평탄한 어조로 말하려고 노력했지만, 내가 들은 목소리는 꽤 분노에 차있었다. 이 상태로 예루살렘으로 다가간다면 만약에 전투가 있어서 늦지 않게 지원할 수 있는 시간에 다다른다고 한들, 모두들 너무 크게 지쳤기에, 움직이지 않는다.


“야영하고 간다.”


성으로 보낸 병력은 아니나 다를까, 최소한의 병력만을 남긴 성을 점령하기 위해 나눠서 보낸 킬리지 아르슬란의 군대를 견제하는 데에 성공했고, 성을 다시 되찾는 데에 어려움이 없었다.


전령을 보내서 하루가 늦어진다는 내용의 편지를 적어서 보내고, 잠에든다. 너무도 긴 하루였다. 내일은 반드시, 성지를 포위하고 공성전을 시작할 수 있겠지.


아침이 된 날, 적들이 성 앞을 포위하고 있었다.


“악마를 죽이기 위해 이 곳에 모였다! 온몸에 검에 쓰이는 것 과 같은 철을 두르고 우리들을 죽인 악마를 내놓아라.”


킬리지 아르슬란이 알라의 검이라는 킬리지의 이름에 맞게, 빠르고, 정확하고, 날카롭게 우리의 성에 포위를 걸었다. 전령은 보내놓았으니, 오늘 내로 포위전에 다다르기를 기다리고 있겠으나.


이렇게 되면 계획이 꼬인다. 단순히 전령을 보내기도 문제고, 공세에 나서기도 힘들다. 이렇게 자리를 잡은 병력에 성벽 밖으로 나가면서 공격을 하면 성벽이 오히려 우리를 막는 벽이 된다.


물론 비밀 통로에 가까운 숨겨진 벽들이 여러 곳 있고, 적의 감시가 허술한 곳에서 빠르게 나가서 회전을 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지만, 보병은 어디서 뽑아왔는지 감조차 안 잡히지만, 기병들의 수가 이렇게도 많은 병력이 준비하기 전에 미리 대열을 갖추고, 성벽을 등지고 싸운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지금 보이는 병력만 보아도 2만이 넘으니, 이들을 붙잡고 있는게 더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


“적이 포위하고 있다.”


전령에게 말한다. 녀석은 비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 알 것 같다는 표정을 짓는다.


“지랄 말고 봉화를 올리라고 해라.”


“앗. 그렇군요.”


녀석은 그 생각을 못했다면서 실실 쪼개고 사라진다. 올리버, 바야드가 갔을 폐하측의 병력이 어떻게 됐을지 알고 싶지만,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 헝가리인 들의 성을 지켜야한다.


병사들이 이렇게 많으니, 함락은 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 성벽 내에 있는 3만명 이상의 병력을 2만명 남짓의 병력으로 막아내고 있는 이 상황 자체가 좋지 않다.


서쪽에 우리의 봉화를 바라본다. 포위당했음을 알리는 봉화를 봤는지, 우리가 올린 봉화의 수에 하나 모자른 연기 기둥을 보여준다.


“좋다. 적들이 우리가 이런 식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지는 모르겠지. 이런 식의 불균형이 전투를 가르고 전쟁을 가른다. 알겠나?”


올리버에게 말하듯이 명령을 전달하고 온 전령에게 설명하니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보길래 굳이 더 말하지 않았다.


이 진영에는 수도사도 많지 않아서 이런 이야기를 할만한 사람이 없다보니 근 한달동안 병사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했지만, 언제나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어릴 적에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은 영원히 배우지 못하는 것인가 싶었다.


아니면 혈통의 문제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고개를 들었지만, 그렇게 치면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는 나 역시도 문제 아니겠는가? 그럼 사생아인 폐하도 멍청해야하는 것 아니겠는가.


단지 좋은 집안의 식솔들이 교육을 받을 일이 더 많은 일인 것뿐이라고 생각을 한다.


성벽에 몇개인가 만들어둔 발리스타를 끊임없이 쏘게하니, 기병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병력들이 공성병기라고는 공성추를 조립하고 있던 이들이 나무 말뚝에 바닥에 꽂혀버리니 혼비백산한다.


어느날 갑자기 후다닥 지어버린 성에 이런 식의 무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겠지.


물자도 얼마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급조한 사다리를 들고 오는 이들에게 쏟아지는 화살비를 보고 적들은 해보려던 공세를 포기하고 포위망을 굳히는 선택을 한다. 멀리서 통나무를 잘라오는 적들이 보인다.


“저들이 방비를 굳히면 더 더욱 포위를 풀고 밖으로 나서기 힘들어집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들은 만들 수 있는 공성무기가 급조한 수준 밖에 없다. 그에 반해 우리는 어떤가?”


내성에서 옮겨오고 있는 망고넬과, 성벽에 설치된 발리스타, 그리고 내부에 있는 엄청난 양의 화살들.


“확실한 방비를 갖췄습니다.”


“아쉬운 건 바깥에 만들었던 수도원이 약탈당할 것이 아쉬운 일이지.”


확실히 그들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나가서 공격하고 싶지만, 최소한 밤이 깊어진 다음에 제대로된 대열을 갖추고 싸우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다.


“이 성에 원래 주둔하는 병력들로 최대한 방어를 하고, 나머지 병력들은 낮에 휴식을 취하도록 해라. 오늘 밤에 나선다.”


어차피 적들이 제대로 된 방비를 갖추기에는 하루로는 안된다. 그렇다면 오늘 밤이 가장 알맞은 시간이겠지.


“방비를 갖춰라. 어차피 저들도 공성의 첫날이니 모든 것을 건 공세는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성벽 위에서 크게 숨을 들이쉰다. 한번 기름칠해서 닦은 갑옷이지만 이제는 피냄새가 가시지를 않는다.


하지만 그 피냄새를 피하고자 하지도 않는다. 내 죄 아닌가. 내가 죽인 생명 아닌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앞으로도 받아들여야한다.


“성벽 내에 있는 주민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라.”


그리고 꼭 지켜줄 것이니 선택을 후회하지 말라는 말 역시도 전해라. 전령은 어딘가 벅차오르는 듯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달려갔다. 녀석, 웃음이 많은 것이 경박하구나.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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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후기 +2 24.04.07 54 4 2쪽
75 수도사, 종(完) +2 24.02.04 73 3 11쪽
74 예루살렘 공성전(8) 24.02.03 19 3 12쪽
73 예루살렘 공성전(7) 24.02.02 15 3 11쪽
72 예루살렘 공성전(6) 24.02.01 16 3 12쪽
71 예루살렘 공성전(5) +1 24.01.30 26 2 12쪽
70 예루살렘 공성전(4) 24.01.29 18 3 11쪽
69 예루살렘 공성전(3) 24.01.28 21 3 12쪽
» 예루살렘 공성전(2) 24.01.27 18 2 11쪽
67 예루살렘 공성전(1) +1 24.01.26 20 3 11쪽
66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5) 24.01.25 19 2 11쪽
65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4) 24.01.24 17 3 11쪽
64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3) 24.01.23 20 3 11쪽
63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2) 24.01.22 18 3 11쪽
62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1) +1 24.01.21 24 3 11쪽
61 안티오크 공작 24.01.20 23 3 11쪽
60 안티오키아 공성전(7) 24.01.19 23 3 12쪽
59 안티오키아 공성전(6) 24.01.18 23 3 11쪽
58 안티오키아 공성전(5) 24.01.17 23 3 11쪽
57 안티오키아 공성전(4) 24.01.16 22 2 11쪽
56 안티오키아 공성전 (3) 24.01.15 23 3 12쪽
55 안티오키아 공성전(2) 24.01.14 24 3 12쪽
54 안티오키아 공성전(1) 24.01.13 30 3 11쪽
53 소아시아 행군(3) +1 24.01.12 3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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