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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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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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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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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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공성전(7)

DUMMY

하루가 지나면 목재가 강을 통해 목재가 들어오고, 광산에서 캔 금속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리고 간이로 만든 대장간에서 철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성과 새로 지은 도로와 수레 바퀴가 지나갈 선로를 따라서 물자들이 돈다. 일을하고 품삯을 받는 마을사람들은 자신들에게서 뺏어간 곡식을 돌려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을 한다.


“베드로 수사, 먼 걸음을 하셨습니다.”


강철을 두드리는 소리가 귀를 찌르는 대장간에 다다르니, 내가 들고 간 갑옷을 보고 대장장이들이 눈을 빛낸다.


“전부 강철로 만들었네요? 어떻게 했나요?”


그 중 한명이 용기를 내서 묻는다. 그렇다고 해서 대답해줄 의무는 없지만, 연금술을 연구하는 한명의 학자가 할 만한 대답을 했다.


“비밀이네.”


당연하게도 갑옷을 손질하려고 온 대장간이니, 모두가 내가 어떻게 철을 만지는지 보려고 몰려들었다.


“나가라.”


당연히도 보여줄 생각은 개미 눈곱만큼도 없으니 축객령을 내리니 미련을 보이면서 나간다.


철을 만지는 데에는 큰 요령이 필요하지 않다던지, 연금술로 어떻게 해본다던지, 그런 방법은 없다. 갑옷을 수선하는 데에는 철을 떼워야 한다. 잡철을 사용하면 안되니, 내가 가져온 주괴를 녹인다.


녹인 쇠를 부서진 갑옷을 만드는데 쓴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망치로 두드려서 모양을 만든다.


이미 부서졌던 견갑은 새로 만들어야한다.


망치를 두드리고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린다.


하얗게 빛나는 강철을 등지고 어둠에 고개를 숙이고 기도한다. 달리 정해진 말이 있지는 않다. 축복을 바라는 기도를 한다. 동시에 속죄의 기도를 한다. 주가 축복하신 갑옷을 입고 살인을 하는 죄악에 속죄하는 기도를 올린다.


기도는 바라는 행위가 아니다. 주께서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시지 않는가. 예의이고, 인사를 하는 말이 따로 있음에도 고개를 숙이는 것과 같다.


갑옷이 전부 수리됐다. 안티오키아에서 하지 못했던 모든 수리가 끝나고, 공성 무기들이 만들어진다. 한달이 지나고, 몇번에 작은 공세가 오갔지만 모든 공성전에서 하는 땅굴도, 다른 것도 없이 돌덩이를 계속 날리는 와중에 조금씩 지어지는 탑들을 바라본다.


“적들도 두려워하겠지요. 이 탑들이 전부 움직이면 성벽이 움직이는 것 같지 않겠습니까?”


호위병치고 오래도 살아남은 헨리가 말한다.


“그러겠지. 그것을 바라는 것이기도 하고.”


성벽처럼 움직이는 공성탑 앞에서 적이 뭘 할 수 있겠는가? 이미 성벽을 공격하면서 높이가 정확히 맞는 탑의 크기를 확인했으니, 그 탑에 맞춰서 끊임없이 지으면 된다.


그렇게 끊임없이 지은 공성탑이 잡아먹은 나무의 수는 기록에 다 남기기 조차 힘들 정도로 많았다.


“이렇게 많이 잘라내도 되는가 싶군. 열매가 있으면 다시 심으라고 명해라.”


사라진 숲을 보고 폐하가 명령을 내리고, 사람들이 투덜거리지만, 미신을 잘아는 병사에게 이렇게 하면 숲의 분노를 피할 수 있다고 하니 그에 따랐다.


“나무 열매를 심으면 나무가 다시 자라기야 하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부서진 숲은 다시 숲을 이루지 못합니다.”


내가 폐하께 말하자, 폐하가 웃으면서 말한다.


“맞는 말이지. 그렇다고 해서 한그루도 다시 자라지 않을 건가? 작은 나무 하나가 언제 거목이 될지 모르니 포도를 기르지 않을 것인가? 왜, 죽을 건데 살지도 말지 그러나?”


어떻게 보면 과하게 비아냥 거리는 것 같아 어디로 향하는 논리인지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


“그게 답니까?”


서로 눈을 마주치고 한동안의 침묵을 견딘다. 아랫사람인 이상, 이 침묵을 깰수는 없다. 입이 근질거리지만, 싱글싱글 웃는 폐하에 얼굴에 한마디도 붙이지 못한다.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를 어색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폐하가 말한다.


“더 필요한 말이 있는가? 이제는 성벽에 서 있는 병사들만 보아도 적의 사기는 바닥이고, 우리의 사기는 저 하늘에 있으니 승리는 눈 앞에 있는 것 아닌가?”


위험한 말이다. 저렇게 생각한 지도자가 몇번의 전투를 이겼겠는가?


“폐하.”


한명이나 있으면 다행이다.


“전투는 언제나 신중을 기해야하고, 그 와중에 결단력을 가져야합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런 얕보는 태도는···.”


폐하는 손을 휘휘 저으시면서 말하신다.


“나를 모르나? 걱정하지 마라.”


예루살렘이 앞에 있고, 성묘교회가 앞에 있다. 약속의 땅이 눈 앞에 있고 우리가 집을 떠난 성스러운 의무가 눈 앞에 있는데 마음이 들뜰 수 밖에 없지 않은가.


“폐하. 들뜨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눈 앞에 평생의 목표가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알았겠다고 하지 않았나?”


내가 알기로는 알았다고 말한 적이 없다.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계속 이야기 하는 것이지요. 병사가 잘못을 하면 세명이 죽지만, 지휘를 하는 사람이 잘못을 하면 천명이 죽습니다!”


내가 목소리를 높이고, 폐하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본다. 세개의 동작이 이뤄지고 나는 말을 멈추지 않는다.


“지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 나오십니까! 저는 지금 매번 한명 한명이 죽었음을 확인할 때마다 제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그 기분을 아십니까? 폐하. 제가 선을 넘지는 않겠습니다만, 묻겠습니다. 지금 이 전쟁에서 몇명이 죽었는지 정확히 아십니까?”


“숫자는 정확히 모르네.”


가라앉은 목소리로 폐하가 말하신다.


“하지만, 모든 목숨의 무게는 내 머리 위에 쌓이고 쌓여 내 ‘누구보다도 신성한’ 목은 뻣뻣하다 못해 움직이지 않을 정도지. 이제야 속이 좀 편한가?”


그제야 미소를 짓고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제야 폐하의 눈이 보인다.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는가? 즉위식 때에 환상으로 예루살렘이 보이지 않았더라면 이곳에 오려고도 안했을 거야. 하지만, 어떤가? 내가 기름 부음 받을 때에 모두가 빛에 눌려 아무것도 보지 못했지만, 나는 보았다. 1066년 성탄절부터 32년간을 이곳에 오기만을 준비했다.”


알고 있었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나는 다른 것을 보았다고 말해야할까.


“주의 계시에, 저는 감사드립니다. 성하께서도 같은 것을 보았겠지요.”


아닌 것을 안다.


“배웠던 것과는 다르게, 정치와는 상관없이 성하께서는 실제로 보이는 게 있었던 건가 싶네.”


미래에서도 역사를 배우겠지. 지금 기록이 귀한 것을 생각해보면 폐하가 아는 것처럼 촘촘하게 알고 있는 건 신기하지만, 꽤 정확하게 알고 있음을 생각하면 그 많지도 않은 기록이 얇은 명줄을 이어서 천년 뒤까지 이어졌지 않은가.


“정치적으로 올바른 행위가 주의 이해와 일치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뜻은?”


“말 그대로입니다. 그냥 바라는 것을 했을 뿐이지요.”


침묵이 이어진다. 내가 하는 말에 폐하만이 아니라, 폐하의 기사, 호위병, 모두가 조용해졌다. 그건 충격으로 인한 게 아니라, 놀람에 가까웠다. 그리고 놀람의 정체를 알아 차리자마자 화가 났다.


“제가 성전에 나섰다고 하여 제가 교황의 모든 말을 믿은 것으로 보였습니까?”


“자네가 모든 경건한 말에 따르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지. 그럼 이건 그냥 성지순례의 일환인가?”


“아니지요. 아니지요. 모두 다 알지 않습니까? 제가 지금까지 한게 무엇입니까?”


“전쟁이지.”


폐하의 말에, 모두가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3일 남았다.


===


3일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적이 만들었던 모든 장애물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고, 성벽은 군데군데 무너진 곳이 생겼다. 망루들은 그 형체를 잃었다.


“다 익은 것 같은데?”


어딘가에 무슨 백작인지는 몰라도, 백작이 말한다. 폐하가 말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말을 시작한 것은 둘째치고, 경박하기 그지 없는 말투에 내가 얼굴을 찡그렸지만, 말이 서로 통하지 않아서 인가, 주변에 있는 그의 가신들끼리 이야기한다.


플랑드르, 홀란드 쪽 방언인 듯하지만, 정확히는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지금까지 하나되어서 싸운게 더 말이 안된다. 구호, 소리, 북, 악기, 깃발, 나팔만으로 대형을 갖추고 전투를 이어나갈 수가 있던가?


모든 건 주가 보우하심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꽤 많은 수단이기는 하지만 전쟁의 고함, 신음소리 속에서 이 수단들이 닿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말도 안되는 생각이다.


서로 대화가 통하는 군대라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 생각하다가, 공성탑을 움직이라는 명령을 나팔소리로 받아 움직인다.


성벽의 전부에 무너진 성벽으로는 삽을 든 병사들이 공성탑을 엄폐물 삼아 다가가서 잔해를 치운다.


“기병이 지나갈 길을 만들어라!”


적이 성문을 열고 반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서있는 기병은 단순히 위협용이 아니다. 길을 개척하면 공성전에서도 기병을 사용하기에 충분하다. 성채를 건설하기 위해 만든 건설용으로 만든 도구들로 가장 무너진 쪽의 성벽을 치운다.


뭘 하려는지 본 적들은 당연하게도 반격한다.


화살에 꽂혀 죽은 인부들이 도구를 놓치면, 기다리던 다른 병사가 병장기 대신 들고 부서진 벽을 부순다.


나는 공성탑 위에서 이 모습들을 바라본다. 조금씩 가까워오는 성벽을 바라본다. 내 옆에서 자기 투구를 고쳐쓰는 헨리에게 묻는다.


“준비 됐나?”


호위병을 놓고, 갑옷만 입고 미친놈처럼 싸우고 싶은 욕망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성지를 탈환하는 전투다. 호위병들이 살자고 전투를 안하겠다고 하지는 않는다.


나팔수를 채근한다. 더 빠르게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그런다고 40피트 높이의 공성탑이 빨라지지는 않는다.


밧줄로 붙들고 있던 문이 열리고, 판자가 다리처럼 내려간다. 적의 도끼가 내려 찍히지만, 그 정도로 흠집이 날 판자였다면 진작 박히던 화살에 부숴졌을 거다.


그래서 신경쓰지 않고 달린다. 적의 도끼가 내 판금장화를 찍었지만, 안에 덧댄 솜에 막힌다. 뚫리지는 않았지만, 충격은 가해졌다.


도끼를 찍은 상대에게 그 장화로 발로 걷어차니, 바닥에 쓰러진다. 성벽에 서 있던 이들은 뒤로 조금씩 물러난다. 면갑 사이로 보이는 적들이 병장기를 내게 휘두르지만 닿지 않는다.


“으,으아악!”


뒷걸음치던 병사가 떨어진다.


“무서운가?”


내가 검을 장난처럼 휘적이니 모두 뒤로 도망간다. 이게 뭔가? 적들은 내게 덤비지 않는다. 그래서 도망치는 놈들의 등을 찔러 죽이고만 있자니, 이건 확실히 전투가 아니라 살인이라는 생각이 들어 검을 들고 싶지 않아졌다.


물론, 생각만 들었을 뿐이지, 내가 저들을 죽인다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적이 도망가지 않겠지.


베어야한다. 왜 도망가는 지는 내가 생각할 게 아니다.


도망치는 적들을 몇명이고 베다보니, 눈에 들어오는 게 하나씩 생긴다. 이들은 병사가 아니다.


그냥 무기만 들려놓고 세워놓은 양민들이다. 번쩍거리는 내 갑옷을 보고 도망가는 양들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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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후기 +2 24.04.07 54 4 2쪽
75 수도사, 종(完) +2 24.02.04 73 3 11쪽
74 예루살렘 공성전(8) 24.02.03 19 3 12쪽
» 예루살렘 공성전(7) 24.02.02 16 3 11쪽
72 예루살렘 공성전(6) 24.02.01 16 3 12쪽
71 예루살렘 공성전(5) +1 24.01.30 26 2 12쪽
70 예루살렘 공성전(4) 24.01.29 18 3 11쪽
69 예루살렘 공성전(3) 24.01.28 21 3 12쪽
68 예루살렘 공성전(2) 24.01.27 18 2 11쪽
67 예루살렘 공성전(1) +1 24.01.26 20 3 11쪽
66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5) 24.01.25 19 2 11쪽
65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4) 24.01.24 17 3 11쪽
64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3) 24.01.23 20 3 11쪽
63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2) 24.01.22 18 3 11쪽
62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1) +1 24.01.21 24 3 11쪽
61 안티오크 공작 24.01.20 23 3 11쪽
60 안티오키아 공성전(7) 24.01.19 23 3 12쪽
59 안티오키아 공성전(6) 24.01.18 23 3 11쪽
58 안티오키아 공성전(5) 24.01.17 23 3 11쪽
57 안티오키아 공성전(4) 24.01.16 22 2 11쪽
56 안티오키아 공성전 (3) 24.01.15 23 3 12쪽
55 안티오키아 공성전(2) 24.01.14 24 3 12쪽
54 안티오키아 공성전(1) 24.01.13 31 3 11쪽
53 소아시아 행군(3) +1 24.01.12 3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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