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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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최근연재일 :
2024.04.0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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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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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오키아 공성전(2)

DUMMY

“정보가 있다고 했나.”


병사들이 무릎 꿇린 촌장을 일어나게끔 하고 의자를 주면서 물으니 그가 그제야 나를 바라보면서 말한다.


“그, 그렇습니다. 튀르크 어가 능통하시군요.”


그러고는 당연히 자신과 비슷한 족속의 통역가를 찾았지만 내가 말하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란다.


“그렇지. 아랍어로도 가능하지. 어느 쪽이 편한지는 직접 정하는게 좋을 듯 싶네.”


나이는 나랑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뭔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모습에서 뭔가 충격적인 일을 겪은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그렇다면, 아랍어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쪽이 더 편하니.”


“그런가?”


“저는 저희 마을에 이맘이었으니 아랍어가 편합니다.”


마을 교회의 신부와 같은 위치였던가. 그래도 정보를 주러 온 이이니, 한번 입바린 소리를 했다.


“저 역시 수도사였습니다. 수도원장과 같은 지위로군요. 같은 믿음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당신의 신실함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 정도의 지위는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믿음에도 경의를 표하는 모습이 쿠란의 율법을 어느 정도 따르는 것을 보아하니, 모든 믿음이 결국 하나된 하나님을 믿는 것이니 우리의 분쟁이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성호를 그으면서 미소를 짓자 그가 말을 잇는다.


“하지만 같은 믿음의 동포들을 약탈하고, 불태우는 저들의 작태를 보아, 저는 저들에게 알라의 정의가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당신들 마저도 은을 주고 식량을 사서 가는데, 저들은 신앙의 수호를 들먹이면서 강탈해갔습니다. 덕분에 제 손자가 굶어 죽었습니다.”


죽은 아이.


“그렇습니까.”


이제는 먼 과거의 이야기처럼 생각되는 눈이 붉게 충혈 되어 있던 그리피스의 아들이 생각난다. 그 아이를 죽였던 존은 아직까지 멀쩡히 살아서 성전에서 속죄의 길을 이어가고 있다. 적에게도 속죄의 길을 이어갈 기회는 필요한가?


생각이 길어져 침묵이 이어질 때, 촌장이 그 침묵을 깬다.


“그래서 적들의 숫자와 저 안에 들어간 토후들이 어디의 토후인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또한 장군 중 한명이 몇명 정도의 군대를 모아서 이곳으로 어느 경로로 올지 알고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고 있습니까?”


말문이 막힌 이맘이 잠시 고민하다가 말한다.


“사실, 독선적인 카르부카의 명령을 받던 저의 에미르께서 공성전에 참여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의 군사계획을 전해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런 와중의 저의 아들이 사는 마을을 가보니 그 자식 때문에 제 손자까지 죽었지요. 덕분에 고민이나 고뇌는 없어서 다행이었습니다만. 그럴 필요도 없으니 아이를 살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가족을 잃은 남자 앞에서 그게 우리에게는 행운이었다고 말할만큼 정신 없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조용히 말한다.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그렇지요. 카르부카는 지금 에데사를 공격할 생각입니다.”


에데사는 지금 볼드윈 경이 요새화를 마친 성에서 천천히 기독교를 퍼뜨리고 있다. 이미 요새화를 마친 성에서 만명, 거기에 이탈리아에서 온 병력까지 합쳐서 몇명일지는 모르나, 15,000명 정도의 병력이 있을 텐데.


북쪽에 병력을 보내야하는가?


“아마도 에데사를 공격하기 위해 4만명의 병력을 모아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 성 내부에 있는 토후들은 에미르 7명 있습니다. 병력의 수는 25000명 정도 있습니다. 긴 시간 없이 최대한 많은 병력을 모았다보니 그정도 병력 밖에 없지요.”


여전히 많다. 공성전을 하는 데에 수비하는 쪽이 그 정도의 병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얼마나 많은 병력을 갈아내야 이 성을 떨어뜨릴 수 있을까.


최소한 카르부카라는 적의 수괴가 누구에게도 신임을 받지 못하고, 인망이 없는 것이 좋은 돌파구다.


“에데사에서 적을 격파하면 카르부카가 어떻게 행동할 것 같은가?”


“많은 수의 에미르들이 도망가겠지요.”


그것으로는 공성전을 이겨낼 수 없다. 당장 적들이 저 안에서 오랫동안 농성할 수 있는 것은 성의 문제지 병력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에데사에서 어느 정도의 피해를 누적당하고, 안티오크로 공격하러 올 때에, 보급품만 잃고 성 내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면 어떨 것 같소?”


“굉장히 세부적인 요소까지 고려한 가정이기는 합니다만, 제가 아는 카르부카에 대한 평판이라면 보급품까지 없다하면 성문이 돌파되기가 무섭게 저들은 무너지겠다 싶습니다. 물론 물자를 잃은 상태로 어떻게 군사들만 무사히 성에 진입하는 일이 가능할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그렇지요.”


그렇게 말하고 아직도 막사 어딘가에서 버티고 있는 킬리지 아르슬란의 부하들과 함께 있게끔 했다. 좋은 방법이 생겼다. 그래봐야 저 두꺼운 성문이 세겹이 넘으니 만큼, 거대한 공성기게들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몇달이 걸리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외부에서 오는 기습들을 확인했으니.


한번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다.


“페하. 에데사로 향하는 적의 군대가 있다는 첩보를 받았습니다.”


“그런가, 전령들을 보내도록하지. 척후를 더 퍼뜨려서 그 정보의 진위를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고.”


“일단 그런 첩보가 있다는 사실을 전령으로 보내야겠군요.”


고드프리가 한마디 얹고 내가 받는다.


“그리고 적들이 아마도 지원군을 보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에데사에서 적들이 움직이는 건 아마도 우리의 보급선을 끊어놓기 위해서겠지요.”


잠시 생각하던 폐하가 묻는다.


“그 수가 몇명쯤 되는 지는 알고 있나?”


“4만명쯤 된다고 하니 아마도 척후를 보낸다면 금방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이 사실에 대해서 우리가 이제서야 알게 됐는지 아는가?”


4만명의 군대가 움직인다면 모를 수가 없는 일이다. 폐하는 분명 경로가 겹쳤을 텐데 안티오키아에서 며칠간의 공성을 한 다음에야 이 사실을 현지의 정보원에게 얻게 되는 것이 말이 되는가 하는 의문을 표하셨다.


맞는 말이다.


도대체 왜 아무도 4만명이 지나가는 것을 몰랐던 건가?


“아마도 크게 우회해서 에데사로 간 것 아니겠습니까.”


척후를 게을리 한 적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야영할 때 정찰을 게을리 한것도 아니다. 모든 군대의 상황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보니 거마관의 역할에 맞춰서 대답하니 페하가 한숨을 내쉬면서 혼잣말을 하신다.


“역시 그렇겠지···.”


정확히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말씀하시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당장 모든 것을 알아챌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앞으로 해야할 일이 더욱 중요하다.


“바다로 이어진 우리의 보급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에데사보다는 항구의 수비가 더 알맞겠지만, 당장 적들이 항구를 공격해올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적의 수괴는 지금 인망이 없는 상태로 눈에 보이는 전공을 필요로 할 것 같으니, 볼드윈 경이 만든 성에 아마 공격을 하겠지요.”


몇명을 죽였는가, 얼마나 많은 재물을 약탈 했느냐가 더 중요할 테니, 그렇게 병력을 모아서 에데사로 간다면 소아시아의 셀주크 튀리크 병력은 북쪽을 더욱 신경쓰지 못할 것이고, 그루지아에서 남하하기 더욱 쉬워질 것이다.


“그러니 전령이 그루지아에 다다랐기를 바라야지요.”


“적을 양쪽에서 끝장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내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또 한번 말한다.


“제게 좋은 안이 생겼습니다. 이런 정보가 있으면 또 한번 니카이아에서 처럼 서커스를 해보는 데에 불가능 할 것은 없지요.”


“그런가? 이번에도 지원군이 온척을···.”


“그럴 수는 없습니다 .높은 언덕 위에 지어진 상대의 성은 이미 내성에서 우리를 훤히 내려다보고 있을 겁니다. 대신 적을 저 성으로 몰아 넣어서 보급품에 소모를 가속화 시키는 것이 방법이지요.”


“힘들어보이는군.”


적의 병력이 생각한 것보다 많은 것이 문제다. 니카이아에서는 우리의 병력이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가지고 있었다보니 양면으로 적이 오는 것을 상정하고 전투를 했음에도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전투를 최소한으로 하고 적을 성으로 밀어 넣는 것을 목표로 잡았는데 사실 적들이 승기를 잡으면 그런 것도 없지 않은가.


“어느 쪽이 됐던, 적이 우리가 등지고 있는 강으로 도하해 올것은 확실하니, 이 강을 우리의 벽 삼아서 움직이는 게 어떻소?”


체스터 공작 휴그가 괜찮은 안을 냈다.


“지금 부터 병력을 반으로, 아니 많은 부분을 강 너머의 북쪽 전선으로 집중해놓는 것이오.”


딱히 뭔가를 그리지는 않고, 천막 밖으로 나와 지형을 손짓하면서 설명한다.


“물론 강을 등지고 싸우면 후퇴할 길이 없어지니 만큼 이는 힘든 일이오, 하지만 여기서 사선진을 만들어 강과 평행하게 후퇴선을 만들 수 있다면 우리 병사들의 사기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면서 전투를 벌일 수 있겠지요.”


“사선진을 둘로 해서 강의 동쪽과 서쪽에 펼쳐 두면 괜찮을까 싶네. 물론, 적의 군대중에 기병 비율이 높다면 오히려 돌출된 쪽을 집중공격 받았다가 도망치는 식의 산병전이 벌어지면 그것도 힘들어지겠지만.”


고드프리 공작이 그 말에 부연하고 폐하가 허하고 첨언한다.


“그렇게 하지. 물론 빠르게 배로 에데사에 지원군을 보내는 것 역시 잊지 말고 하는 게 좋을 듯 싶네. 아무리 우리의 보급이 해로에 더 중요한면이 강하다한들, 육상 보급로가 완전히 끊긴다면 이 역시도 문제 아니겠는가.”


“맞습니다.”


모든 귀족들이 답하고, 회의가 매끄럽게 마무리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선을 마친 폐하가 내게 남으라고 하신다. 뭔가 달리 하실 말씀이 있는 것일까?


“자네, 고드프리가 뭔가 숨기고 있는 건 알고 있는가?”


그러고보니 이걸 보고하는 것을 깜빡했다.


“예. 고드프리 공작이 소아시아에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성체를 찔렀던 성스러운 창을 찾았다고 합니다.”


“겨우 그런거였나···.”


폐하는 뭔가 다른 것을 생각했는지 여러모로 안도하는 목소리를 낸다.


“저 자가 갑자기 어떤 확신을 가지고 의견을 내기 시작했네. 높은 귀족으로써 당연한 게지. 하지만 푸아티에에서 내게 내려진 주의 기적을 보고 굳이 내가 내리는 명령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네만, 지금은 약간···.”


다른 분위기네. 하고 말을 마친 폐하가 내게 의견을 구하듯 바라보신다.


“폐하. 하부 로레인의 공작은 지금까지 그 성스러운 의무를 잘해왔고, 그 공이 있으니 만큼 자신의 몫을 요구할만한 이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를 위해 자신과 동의하는 다른 귀족을 몰아서 폐하를 압박할만한 위인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아십니까?”


폐하는 굳이 대답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신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기 때문에 대답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그 대답을 예전처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폐하가 종국에는 맞는 판단을 내리실 거라는 것을, 제가 믿듯이 그도 믿는 것입니다. 다만, 성창을 가지고 있기에 자신에게도 옳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조금씩 하는 것이지요.”


그게 위험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 단순히 생각을 품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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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후기 +2 24.04.07 56 4 2쪽
75 수도사, 종(完) +2 24.02.04 75 3 11쪽
74 예루살렘 공성전(8) 24.02.03 19 3 12쪽
73 예루살렘 공성전(7) 24.02.02 17 3 11쪽
72 예루살렘 공성전(6) 24.02.01 16 3 12쪽
71 예루살렘 공성전(5) +1 24.01.30 27 2 12쪽
70 예루살렘 공성전(4) 24.01.29 20 3 11쪽
69 예루살렘 공성전(3) 24.01.28 21 3 12쪽
68 예루살렘 공성전(2) 24.01.27 18 2 11쪽
67 예루살렘 공성전(1) +1 24.01.26 21 3 11쪽
66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5) 24.01.25 19 2 11쪽
65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4) 24.01.24 19 3 11쪽
64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3) 24.01.23 20 3 11쪽
63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2) 24.01.22 18 3 11쪽
62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1) +1 24.01.21 2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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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안티오키아 공성전(5) 24.01.17 23 3 11쪽
57 안티오키아 공성전(4) 24.01.16 22 2 11쪽
56 안티오키아 공성전 (3) 24.01.15 24 3 12쪽
» 안티오키아 공성전(2) 24.01.14 25 3 12쪽
54 안티오키아 공성전(1) 24.01.13 32 3 11쪽
53 소아시아 행군(3) +1 24.01.12 3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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