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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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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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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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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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오키아 공성전 (3)

DUMMY

폐하가 만약에 생각을 품는 것만으로도 의심을 피어내, 공작을 죽이거나 견제할 방법을 찾아내라고 하신다면, 신실하게 지금까지 희생해온 그가 그런 푸대접을 받는다는 것을 느낀다면, 성전군이 예루살렘에 닿기도 전에 뿔뿔히 흩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폐하의 명령을 들은 척할 수도 없으니. 의견을 내지 않고 기다린다. 그리고 폐하가 나이가 들면서 어떤 식으로 바뀌었는지 알아볼 좋은 기회다.


“알겠네. 성창에 관한 건 나는 모르는 것으로 하지. 자네도 비밀로 하게끔 이야기가 된 것 아닌가?”


완전히 안심한 듯한 표정은 아니지만, 그 이상으로 문제삼지 않는다. 폐하는 아직 현명함을 잃지 않으신 듯하다.


“그런 약속까지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내 체면을 살려주는 것과 동시에 굳이 의심받는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아직 이성적인 판단을 하시는 것 같다.


잠시나마 폐하를 의심했던 것에 사죄하면서 성호를 그으니 왜 이러냐는 듯 손사래를 치며 말린다.


“공성전이 길어지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네. 그러니 앞으로 벌어질 공성전에서 더 고생해주게.”


그리고 척후를 보내는 것을 내게 맡기셨다. 이곳 저곳에 봉화를 만들고 척후로 사용할 수 있는 노획한 말들을 이용해서 주변 10마일 내에 다가오는 모든 군사들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꽤 많은 은화와 물자를 사용했지만, 이렇게 만든 작은 역참들로 적을 막을 수 있다면 좋은 일 아니겠나.


식량이 부족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보니, 그물을 짜게 시켰다. 소아시아를 행군할 때는 말도 안되는 개소리에 가까웠지만, 진짜로 물자가 바닥을 보이려는 상황에서는 그런 건 상관 없다.


나무를 먹을 수는 없으니 나무로 조각배를 만들어 서쪽 해안에서 조업까지 한다.


그리고 폐하가 말씀하신 대로 조개나, 새우, 전복 같은 온갖 어패류도 모아서 조리하고 먹게끔한다. 그리고 너무 많은 양을 잡지 않고 일정한 크기를 유지해서 바다에서 나중에 다시 잡으라고 하셨다.


거기에 바닷가에 얕게 바닷물이 들어오는 곳을 만들어 염전을 만들게 하셨는데, 그 효용은 모르겠다. 비가 많이 오지 않고 건조해서 꽤 많은 소금이 나오기는 하지만 계속 널빤지로 뒤집어 엎어야 나오는 소금에 비해 소금의 맛이 씁쓸해서 식량을 보존하는 용도로 밖에 사용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소금은 소금이다 보니 모아서 어딘가 교역품으로 쓸만하겠다 싶어 남는 소금을 모으게 했다.


염전, 광부, 어부. 병사들이 싸우지는 못하고 음식을 모으는 데에 최대한 집중하다 보니 근처의 야생동물들을 최대한 많이 죽이고 그로 인한 폐기물이 너무 많이 나온다.


“썩은 물건은 항아리에 넣었다가 투석기로 던지도록.”


누가 봐도 상해서 악취를 풍기는 물건을 한 곳에 모아뒀다가 근처에서 모은 점토로 급조한 항아리에 담아서 투석기로 던져버린다. 투석기를 만지는 인간들은 힘들어했지만. 나도 함께 투석기를 운용하니 큰 문제는 없었다.


올리버가 말한 대로 그렇게 오물들을 만진 이들에게 제대로 손을 씻게 시키니 병에 걸리는 이들이 나오지는 않았다.


땅을 파서 땅굴을 만들던 이들은 강의 밑을 파던 도중 지반이 무너져 수십명이 죽었다.


“흐, 흐. 흐···”


그리고 살아남은 건 열명 남짓. 다들 정신이라도 나간 것처럼 바닥을 보고 있다. 대처하지 못하는 흐름에 쓸려버리는 경험이라는 건 공포스럽고 마음이 꺾이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지 계속 물, 물,물. 하던 녀석들은 어느 순간 실실 웃고만 있다.


“강물이 들이쳤다는 말인가? 그래서 충분히 깊게 파고 기둥으로로 제대로 지지할 수 있게 파라고 하지 않았던가?”


“ 파던 도중, 강이 갑자기 깊어지는 부분을 인지하지 못하고 뚫은 한 구멍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 물살에 한놈은 그대로 목이 꿰뚫렸다고 하지요.”


“물에 말인가? 확실히 공포스럽기는 한 광경이었겠군···.”


물이 아무리 부드럽다고 한들, 그 속도가 빨라지면 단단해지는 건가. 확실히 말에 타고 달릴 적에도 공기가 물처럼 느껴질 때가 있듯이, 물이 빨라지면 쇠처럼 단단해지는 것 역시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런 현상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보니 물어보고 싶은 것이 여러가지 있었지만 그랬다간 공포에 삼켜져버리겠지.


“그러게 말입니다. 뭔가 징조가 아닌지.”


헛소문을 퍼뜨릴 것 같은 병사에게 빠르게 말을 해줘야겠다 싶어 입을 연다.


“물이 얼면 단단해지듯이 물이 빠르게 움직일 때에 단단해질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 가죽부대에 물을 넣어봤느냐?”


“예?”


“가죽부대에 구멍이 뚫리면 그 가죽부대에서 물이 빠르게 흘러나가지 않던가. 그러면 강물을 전부 거대한 가죽부대에 넣었다고 생각을 해보게나. ”


병사가 곰곰히 생각만하기에 징조니 뭐니 헛소리만 하는 책만 읽은 건가 싶어 바로 정답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위에 있는 강물에 해당하는 엄청난 무게가 그 구멍 한곳으로 눌리겠지. 그럼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르겠나.”


“아하··· 화살처럼 물이 쏘아져 나간 것이로군요? 이해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징조니 뭐니···.”


“침묵은 금이지. 언제나 기억하도록.”


땅굴을 파기 전에 강이 어느 정도 깊이인지를 먼저 측량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에 수도사들을 호출해서 강의 깊이를 측량하게끔 했다. 광부들이 잘 확인하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내 잘못이다.


천천히 땅굴에 있는 시체들을 전부 퍼올려다가 매장을 해주고 성사까지 해주니 광부들도 다시 작업으로 돌아간다.


“그대들이 성전에서 목숨을 잃고, 어떤 방식으로 목숨을 잃는다 한들 교황께서 그대들의 사면을 보증하셨음을 기억해라. 물론 우리가 그대들의 유해를 버리지도 않을테니. 고성소에 닿지 못할 영혼을 걱정하지 말거라.”


그래도 이제는 확실한 계획이 있으니 광부들도 그에 맞춰서 움직인다면 목숨을 잃을 일은 적을 것이지만 땅속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이런 보장은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하든, 천상이든,땅의 끝이든 모든 것은 주의 눈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땅 속에서 죽는다고 하여 천국으로 가지 못한다는 생각은 틀렸다. 하니 열심히 일해라!”


사실 이번 사고도 숙련되지 않은 광부인 병사를 광부로 사용했다가 벌어진 불상사지만, 이제는 숙련된 광부의 상당수가 죽었으니 그나마도 따라할 수 없다.


한달간의 작업량이 전부 처음으로 돌아갔으니, 다른 것에 더 집중해야 될 때가 온 것 같다.


“이 거대한 공성추는 어떻게 옮길 생각인가?”


한 면을 20년은 자란 듯한 거대한 통나무들로 채우고, 주변에서 잡은 야생동물들의 가죽을 무두질한 것을 몇겹으로 덧대고, 근처에서 발견한 거대한 아름드리 나무를 깎아서 추를 만든다. 이를 견딜 수 있게 두꺼운 밧줄을 몇개고 만들어서 추를 들어올리는데 60명이 동원된다.


“한번에 올려라! 한번에! 못을 박을 때까지 버텨야한다!”


그리고 축바퀴를 돌려서 밧줄을 한계까지 당겨낸 힘을 저장했다가, 반대쪽의 추를 뒤집어 날리게끔 하는 새로운 공성 기계를 몇번씩 쏘아올려본다.


“밧줄이 버틸 수 있는 힘이 얼마 안되서 그런가 그렇게 멀리 쏘지 못하는 군요. 하지만 이 지렛대 자체는 어마어마한 힘을 한번에 쏘아 보낼 수 있을 듯 싶습니다. 대마(Hemp)를 쪄서 질기게 만든 밧줄을 사용하고, 그 위에 타르를 발라 더 질기게끔 하면 더 멀리 날아갈 듯 싶군요.”


유다가 여러가지 방법을 말하는데 그 모두가 알맞은 방법이기에 역시 연금술은 세상의 모든 것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알맞은 것인가 싶다.


“동포 포로들에게 들었습니다. 베드로님께서 제대로 대우해주시는 일과, 약탈을 최소한으로 하시는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공성에 힘을 보태기로 했군? 잘 생각했네. 오래가면 오래갈 수록 약탈을 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이 주변을 초토화 시킬 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공성을 빠르게 끝내야겠지.”


그리고 그냥 돌을 쏘면 성벽에 축적되는 균열정도야 더 높아지겠지만 성벽에 맞추지 못하고 안으로 들어가면 그 돌을 쪼개다가 성벽을 보수하는 데에 쓰는 것을 몇번이고 본 결과 당장은 오물과 잘 부서지는 돌을 최대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잘 부서지는 돌을 성벽 수리에 사용했다 무너지는 등 재미도 여러 번 봤다.


이따금 튀어나와서 반격을 하는 이교도들의 시체도 썩어가기 시작하면 망고넬에 매달아 돌려준다. 상대가 누군지 확실히 알게끔 옷도 제대로 입혀서 보내준다. 하지만 하늘에서 떨어지는 시체가 제대로된 상태로 떨어질 리가 없지 않은가.


멀리 남쪽의 언덕 위에서 그렇게 쏘아진 망고넬의 흔적을 보면 도시 곳곳에 붉은 물감이 터지기라도 한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많다. 병사들이 치우려고 치웠지만 수백개의 시체를 나눠서 쏘아보내다보니 적들은 전부 치우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는지 그대로 있다.


그것을 보고 있으니 보헤몽 공이 내게 말한다.


“조금 잔인한 것도 같소만. 이교도들이니 상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네.”


“주께서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저들 중에서 자격이 있는 이들은 직접 데려가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니 죽여서 주의 심판대로 보내고 난 다음에 어떤 일을 하든 상관이 없는 것이지요. 시체를 살리거나 먹을 것도 아닌데. 적들에게 돌려보내는 것쯤이야 상관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 확실히 먹는 것보다는 낫겠지.”


이곳 저곳의 숲에서 먹을 것을 구하러 흩어져 있는 병사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자신에게 말하듯이 반복한다.


“그래. 먹는 것보다야 낫겠지···.”


“어획량이 괜찮은 편인지라.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것 같습니다. 특히 시체를 먹어야하는 가 고민할 정도는 절대로 아니지요.”


“내가 언제 그런 불경한 생각을 했다고 그러는가! 베드로 수사는 말을 조심하시오!”


“그렇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만약 물자가 부족하거나 식량이 없으면 너무 위험해지기 전에 빠르게 전령을 보내서 소식을 전해주시면 제가 폐하께 받은 권한으로 물자를 분배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니 얼굴을 붉히던 보헤몽 공은 화를 가라 앉히고 다시 미소를 짓는다.


“하하. 그런 의도였다면 내 사과하겠소. 아무튼 우리 성채에서 가지고 있는 공성기계를 사용해서도 저쪽에 오물들을 쏘아보내겠네.”


그렇게 똥을 던진다는 소리나 하고 있다가 내가 이 성채에 왔던 이유를 떠올리고 말한다.


“아, 그리고 셀주크 튀르크의 군대가 더 모일 수도 있으니 남쪽 방향에도 북쪽에 구축한 것과 비슷한 역참 체계를 만들어 두는 것이 이를 예방할 좋은 방법이 될 거라는 조언을 드리고자 왔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들어갈 은화와 말, 그리고 병력이 흩어지는 것을 생각하는 듯 잠시 고민하던 보헤몽 공이 그래야겠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는 것이 좋겠군. 그렇게 하겠다.”


이제 안티오크의 10마일 반경으로 모든 곳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지기 시작한다. 언덕이 많은 주변 지형의 특성상 힘든 과정이 있었지만, 어느정도 매끄럽게 흘러갔다. 안티오키아를 굶어 죽게 하는 와중에 우리 역시도 굶어죽지만 않으면 모든 게 해결 될 것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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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후기 +2 24.04.07 56 4 2쪽
75 수도사, 종(完) +2 24.02.04 75 3 11쪽
74 예루살렘 공성전(8) 24.02.03 19 3 12쪽
73 예루살렘 공성전(7) 24.02.02 17 3 11쪽
72 예루살렘 공성전(6) 24.02.01 16 3 12쪽
71 예루살렘 공성전(5) +1 24.01.30 27 2 12쪽
70 예루살렘 공성전(4) 24.01.29 20 3 11쪽
69 예루살렘 공성전(3) 24.01.28 21 3 12쪽
68 예루살렘 공성전(2) 24.01.27 18 2 11쪽
67 예루살렘 공성전(1) +1 24.01.26 20 3 11쪽
66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5) 24.01.25 19 2 11쪽
65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4) 24.01.24 19 3 11쪽
64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3) 24.01.23 20 3 11쪽
63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2) 24.01.22 18 3 11쪽
62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1) +1 24.01.21 25 3 11쪽
61 안티오크 공작 24.01.20 23 3 11쪽
60 안티오키아 공성전(7) 24.01.19 23 3 12쪽
59 안티오키아 공성전(6) 24.01.18 24 3 11쪽
58 안티오키아 공성전(5) 24.01.17 23 3 11쪽
57 안티오키아 공성전(4) 24.01.16 22 2 11쪽
» 안티오키아 공성전 (3) 24.01.15 24 3 12쪽
55 안티오키아 공성전(2) 24.01.14 24 3 12쪽
54 안티오키아 공성전(1) 24.01.13 32 3 11쪽
53 소아시아 행군(3) +1 24.01.12 3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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