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완결

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최근연재일 :
2024.04.07 18:50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6,243
추천수 :
315
글자수 :
416,508

작성
24.01.21 18:00
조회
24
추천
3
글자
11쪽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1)

DUMMY

“제가 이런 작위를 받아도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한가지는 알겠습니다.”


로베르 공왕이 안티오키아의 공작좌를 받으면서 연설한다.


“제가 충분한 공을 세운 것은 확실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분!”


모두가 환호성을 터뜨리면서 그의 말에 동의하고 안티오키아의 시민들은 새로운 공작의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고 꽃가루를 뿌리면서 환호한다. 저들이 어제까지만 해도 돌덩이를 던지면서 죽어라고 싸우던 이들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입장과 시간이라는 것은 어떤 강직한 사람이라 한들 태도를 바꾸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제가 앞으로 안티오키아와 이러저러 한 영지를 다스리게 될텐데, 부디 모든 시민들이 이를 받아들이고 저의 영도를 따라왔으면 합니다. 노르망디의 작은 땅에서 프랑크와 잉글랜드를 전부 점령한 프랑크 제국의 노르만 황제인 아버지에게서 배운 방법이니, 믿고 따른다면 셀주크의 마수에서도 벗어나고 오롯한 왕국의 신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폐하의 방법을 이 중동에서 적용하기에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분명 공왕 전하라면 그 방법을 잘 찾아서 해내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카르부카와 같은 독재자는 잊으시고, 이제 이 로베르의 영도 아래에서 자유로운 삶을 지내기를, 성모께 간곡히 빌겠습니다. 이제 예루살렘으로 떠납니다. 저의 부관만을 이곳에 두고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만, 그의 영도에 따라주시기를 바랍니다. 그 역시 제가 잘 교육한 이입니다.”


베이유 주교 오도께서도 이 자리를 빛내면서 말했다.


“주께서 자질 있는 귀족에게 걸맞는 자리를 주니, 그야말로 주의 섭리가 이 땅에서도 이루어짐이라. 이 땅에도 주의 빛이 함께하니, 아무리 잘못된 믿음을 가진 이들이 이리도 넘친다 한들 앞으로 차차 변해나갈 시민들에 기대할 따름이라.”


그리고 간단한 연회를 가지고, 2만명의 군대를 주둔 시키고, 움직이려 하니, 적들이 쳐들어왔다. 아직 체스터 공작 휴고의 군세는 사선진을 유지한 상태로 적이 들어오니, 임자 만났다는 듯이 공격을 시작한다.


카르부카의 군세를 공격하기 위해 동쪽에 지었던 다리를 통해 상태가 괜찮은 기마병들이 움직였고, 양 옆에서 공격당한 적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쐐기처럼 박힌 기마병들을 본 적들은 후퇴 명령을 내렸는데, 이 후퇴명령을 들은 모든 지휘관들이 후퇴명령을 내리면서 나팔 소리가 울려퍼져, 모두 무질서하게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기마병이 그 도망치는 대열을 잘 물고 파고들어, 노르만 기사 특유의 추격전이 시작됐다.


원래 약탈자로 시작한 민족의 기마병이라 그럴까, 치고 물어뜯는 대형을 깔끔하게 수행한다. 2만명이 넘는 상대의 군대는 어느새 1만명도 되지 않고, 적들은 흩어져 지리멸렬한 도주를 수행했다.


원래도 카르부카의 지휘에 마음에 들지 않아하던 토후들은 기회가 됐다는 듯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고, 그렇게 짧게나마 적의 역습이 오는 것인가 싶었던 성전군은 곧장 예루살렘으로의 행군을 시작했다.


“그래도 역시 적습을 대비해 5000의 병력을 주둔군으로 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폐하에게 로베르 공왕이 물었지만 폐하는 말없이 자신의 병력을 안티오키아에 주둔 시키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폐하. 저는 이렇게 저를 밀어주시는 이유를···.”


잠시 생각하던 로베르 공왕이 자신이 직접 깨달은 듯 말을 흐린다. 그리고 뭔가 결심하기라도 한듯 그가 가슴에 손을 올리고 말한다.


“가문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겠습니다.”


눈물까지 흘리기에 고개를 돌린다. 남자의 눈물은 어떤 경우에도 추한 법.


“그렇게 하라.”


뭔가 감동적인 장면이 벌어지는 것은 귀로 알 수 있지만, 흑흑 거리는 공왕의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 말머리를 돌리니, 내가 뭔가 하려나보다 하고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오랜만에 올리버를 찾아서 부족한 성서 공부를 시켜주니, 올리버는 안 그래도 바빠서 미쳐버릴 것 같았는데 이게 무슨 짓이냐면서 볼멘소리를 했지만, 그래도 고분고분 수업에 들었다.


“네가 무엇을 바라는 가는 천국과 지옥의 영향아래에서 무엇을 선택하는가는 너에게 있다.”


“네···? 어디서 그런 말을 하나요?”


성서에 나오지 않는 내용의 말을 하자, 올리버가 되묻는다.


“진실이 그렇지.”


그렇게 말하니 괴상한 표정을 지은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인다. 약간 내가 죽을 뻔했다가 미친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는 건가도 싶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 보았던 진실들은 잔재가 되어 머릿속에 남아있다.


“듣거라. 진실은 그렇게 먼 곳에 있지 않으니. 주께서 천지만물을 포함하시고, 우리도 결국 주에게 돌아가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그러니 책임을 가져라.”


“알겠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여전히 모르는 듯했지만 대답은 잘하기에 넘어가고, 존과 바야드, 그리고 우리 군영을 확인했다.


“존, 여기까지 살아있군 그래. 예루살렘까지 다다를 수 있을 것 같나?”


“여기까지 온 것도 전부 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루살렘에 다다르는 것도 오로지 주의 도움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주께서 저의 행보를 이어나가기 바라신다면 Deus vult, 주의 뜻대로 이뤄질 것입니다.”


갑작스런 경건한 말에 나는 잠시 숙연해져서 존을 바라본다. 수도사라도 된 것처럼 하늘을 바라보면서 눈을 감는 이 아이를 보고 있자니, 영아를 죽이던 첩자가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께서 잃은 양을 보고 돌아오라 하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폼잡지 말거라. 그러다가 잘못하면 겸손을 잃는다. 알겠나?”


“아,알겠습니다. 하하···. 그냥 뭔가 깨달은 바를 말하다보니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죄인이 어찌 우쭐대면서 살아가겠습니까. 주의 사랑에 기대어 단지 자비를 구할 뿐입니다···.”


“그렇게 너가 우쭐댄다는 말은 아니라···. 알겠다. 열심히 해보거라.”


그래도 어느 정도 살아가는 법을 찾은 것 같은 존을 내버려두고 얼마 전에 봤을 때에는 재치넘치는 젊은이의 모습을 되찾은 바야드에게 갔다. 이제는 완전히 기사의 모습을 가진 아이는 이제 아이라 부르기 힘든 모습을 갖췄다.


런던에 있을 적만해도 녀석은 검을 다루는 솜씨를 제외하고는 흔들리는 점이 많은 녀석이었는데, 녀석과 결혼한 파티마라는 아가씨가 사람을 고쳐놓은 듯 하다. 이교도였다 한들 지혜는 피해가지 않는다.


참으로 자비로우신 주님 아닌가.


바야드, 존, 올리버 모두가 성전에 끝자락까지 이렇게 무사히 왔다. 주의 보우하심에 감사를 드리면서 내가 이끌고 온 헝가리 기사들과 병력들을 바라본다.


이들은 이해관계를 제쳐두고 순전히 주에게 봉사하기 위해 온 이들이다. 비잔틴 제국에 원한이 많을 이들이 결국 이들을 도울 일을 하며 아무런 불만이 없는 것은 전부 믿음 때문이겠지.


“앞으로 나아가자! 이제 우리의 목적지가 앞에 다가왔다. 약속받은 땅이 우리 앞에 있다. 우리가 이곳을 얻어내는 기록은 영원을 넘어 수천년, 수만년 뒤에도 이어질 것이다. 저 별들 조차도 우리의 이야기를 기억할테니, 주께 바칠 이보다 거룩한 영광이 어디있겠는가!”


인간이 할 수 있는, 이란 말을 이어붙이고, 말을 잇는다.


“주께 기도드리자. 우리가 이 여정을 그에게 바치는 영광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피로 얼룩진 죄악의 길이 아닌, 진정 영원한 평화를 위해 세워질 주의 왕국을 그리면서 말한다.


“진정한 주님의 왕국을 이 땅에서 실현 시켜보자!”


기사들이 소리치고, 병사들이 발을 구른다. 말이 놀라 투레질을 하지만, 훈련된 군마는 절제된 반응만을 보인다.


아직 갈길은 멀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전투들을 생각하면 병사들은 행복하기만하다. 마지막, 최후의 공성전만이 남아있다.


물론 가는 길에 만나는 마을, 성, 토후들을 천천히 정리하면서 움직여야겠지만···.


내가 알기로 안티오키아처럼 거대한 성은 없다. 우리가 앞으로 맞닥뜨릴 자들 중 8만의 군세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싸울자는 많지 않다. 거대한 예루살렘의 성채에 도사리고 있을 적들은 너무도 많지만, 그 전에 우리를 요격하고자 하는 이는 없다.


다만···.


“우리는 우리의 신앙을 짓밟기 위해 온 군대를 위해 물자를 내줄 수 없소!”


마을에 이맘들은 이렇게 꼬장꼬장한 경우가 있다. 모두가 죽을 수 있다고 한들, 자신의 신념을 놓을 수 없는 부류.


이럴 때에 병사들은 즐거워한다. 모든 물자를 가져가고 한 몫 챙길 수도 있고, 여자도 골라잡을 수 있고···. 온갖 죄악을 저지를 수 있는 기회지만, 악마의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힘든 것 아닌가.


그래서 억지로 물자를 빼앗고, 값을 치르는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있는가하면, 그런 것도 안 먹히고 한마음 한뜻으로 아무것도 주지 못한다면서 드러눕는 곳도 있었다.


그런 곳은 철저하게 불태우고 아무도 살려두지 않았다. 노예를 만들기도 했고, 그랬지만, 어차피 마을과 마을간에 교류가 아무리 많다 한들, 생각할 만큼 서로를 열심히 생각할 리도 없다.


상식적으로 그렇다.


가까운 마을이라 한들, 보통 사람은 그 마을에서 나고 자라서, 그곳에서 죽는다. 그게 올바른 사람의 삶의 모습 아닌가.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면 새로운 유혹, 새로운 죄악에 마주치게 되는데, 이를 버틸 수 있는 자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곳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어떻게 보면 죄를 짓지 않기에는 더 좋은 환경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이 이교도들도 서로간의 교류가 많지 않다보니 한 마을이 지워진다 한들 두려워할뿐 우리를 원수로 생각하거나 짐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마을에 들어갈때마다 최대한 신사적으로 행동하기를 몇번, 성전군의 평판은 어느새 무슬림 방어군들보다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불탄 마을의 생존자들은 행복하기야 힘들겠지만, 그들은 극소수이지 않은가.


안티오키아에서 했던 성전군의 품위 유지는 계속 됐고, 병사들의 불만이 올라가기는 할지언정, 몇번씩 저항하는 마을에서 그 불만을 풀어주면 본인들도 칭송받는 것을 더 좋아한다.


사악하다고, 어떻다고 말하는 것을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그 분위기는 병사들도 알아차릴 수 있다. 누군들 악마라고 불리우는 걸 즐기겠는가.


모두의 심리상태를 신경쓰면서 앞으로 나아가다보니, 시간당 2마일, 6시간을 움직여 12마일을 움직였다. 마을마다 멈춰서다보니 생긴 아주 느린 행군 속도다.


“이 상태로는 며칠이 지나서 예루살렘에 도착할지 모릅니다. 좀 더 빠르게 가는 게 어떻습니까?”


헝가리의 선임기사가 초조함을 견디지 못하고 말한다.


불만도 어느 정도 생겼다. 병사들의 불만은 없었지만, 귀족들은 최대한 빠르게 성전을 마무리짓고, 남쪽으로 뻗어나가, 자신만의 영지를 세우고 싶었으니까.



작가의말

매일 오후 6시 연재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중세 만능 수도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월 31일 오늘은 휴재입니다. 24.01.31 8 0 -
공지 제목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23.12.17 67 0 -
공지 성전 서약자 목록 23.12.16 49 0 -
공지 웨일스, 잉글랜드를 샤이어와 공국 단위로 나눈 지도입니다.(지명 추가) +1 23.12.14 193 0 -
공지 자료 출처(23.12.12.수정) 23.12.11 49 0 -
공지 매일 오후 6시 연재입니다. 23.11.30 50 0 -
76 후기 +2 24.04.07 55 4 2쪽
75 수도사, 종(完) +2 24.02.04 74 3 11쪽
74 예루살렘 공성전(8) 24.02.03 19 3 12쪽
73 예루살렘 공성전(7) 24.02.02 17 3 11쪽
72 예루살렘 공성전(6) 24.02.01 16 3 12쪽
71 예루살렘 공성전(5) +1 24.01.30 27 2 12쪽
70 예루살렘 공성전(4) 24.01.29 20 3 11쪽
69 예루살렘 공성전(3) 24.01.28 21 3 12쪽
68 예루살렘 공성전(2) 24.01.27 18 2 11쪽
67 예루살렘 공성전(1) +1 24.01.26 20 3 11쪽
66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5) 24.01.25 19 2 11쪽
65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4) 24.01.24 19 3 11쪽
64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3) 24.01.23 20 3 11쪽
63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2) 24.01.22 18 3 11쪽
»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1) +1 24.01.21 25 3 11쪽
61 안티오크 공작 24.01.20 23 3 11쪽
60 안티오키아 공성전(7) 24.01.19 23 3 12쪽
59 안티오키아 공성전(6) 24.01.18 24 3 11쪽
58 안티오키아 공성전(5) 24.01.17 23 3 11쪽
57 안티오키아 공성전(4) 24.01.16 22 2 11쪽
56 안티오키아 공성전 (3) 24.01.15 23 3 12쪽
55 안티오키아 공성전(2) 24.01.14 24 3 12쪽
54 안티오키아 공성전(1) 24.01.13 32 3 11쪽
53 소아시아 행군(3) +1 24.01.12 32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