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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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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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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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공성전(1)

DUMMY

예루살렘을 기준으로 동서남북으로 20마일 정도 떨어진 땅에 성을 지었다. 도로 공사 역시 함께 수반됐고, 얼마나 오래 이 도로가 갈지는 의문이지만, 수레를 활용한 운송에 탄력을 받은 건 사실이다. 원래도 존재했던 도로들을 보수하고, 봉화까지 만든다.


“이렇게까지 해야합니까?”


이제는 헝가리인들의 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석성을 석달만에 만들고, 주변의 마을들에 수도원까지 지었다. 2만명에 가까운 일꾼들이 동원되고, 당연하게도 모든 병사들이 삽을 들어야했다.


그러다보니 모두의 불만이 조금 올랐다.


“진정 부를 얻고, 영원히 이어질 왕국을 세우기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한 일이라네. 나 역시도 노동을 쉬지 않지 않았던가?”


펜대를 놀리는 것 뿐이 아니라 돌을 깨고, 접착제를 바르는 등의 일을 계속해서 했다. 연금을 하기 위해서는 혼자서 여러가지 재료를 수급해야할 때가 있는데, 그때의 경험이 도움이 됐다.


“석공들의 일을 대신할 정도로 잘하시는 건 처음 봤습니다. 그리고 석공들은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더군요? 마치 모든 석공들 사이에 모종의 연결점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꾸며내기 좋아하는 수도사가 중얼대길래 머리를 쥐어박았다.


“어찌 수도사가 호사가처럼 근거없는 말을 하는가? 성 베네딕트의 법규를 기억하라.”


그리스의 이교도 철학자조차 아는 일이다. 침묵은 금이고, 웅변은 은이지 않은가. 수십년 뒤에 석공들의 비밀조직에 대한 소문이 돌 때에는 제대로 말이라도 해줄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


아마 어깨와 거칠게 변한 손을 보고 알아차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석공일을 통해 변한 손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납득할만한 이유 아닌가.


“그리고 공성병기를 이용해서 빠르게 성을 올리는 것은 확실히 처음 해보는 일입니다.”


사다리를 성벽 위까지 들어올리는 목적으로 만든 수레를 개조해서 도르래로 성벽을 만들기 위한 석재를 올리는 데에 사용했다.


그래서 볼만한 석성이 빠르게 지어졌다.


“이곳에 수천명의 병력만 있으면 만이 훌쩍 넘는 병력이 공성을 시도한들 떨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망루나, 함정, 이중의 성문 같은 것은 없지만, 기본에 충실한 성이다. 성벽 위에 사람이 서있기만 한다면, 돌파하기 힘든 튼튼한 성이다.


“그러기 위해 만든 성이니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이제 다시 대열을 갖추고 예루살렘으로 행군해야한다. 이 부분이 제일 위험하다. 전령들이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아 같은 시간에 진격하기로 했지만, 한시간만으로도 전장에서는 승패가 갈린다. 중간에 계획이 바뀌어, 다섯 갈래로 나뉘었던 병력이 다시 세갈래로 모인 후지만, 여전히 위험하다.


적이 성 내의 모든 병력을 몰아···?


성 벽 밖을 나서, 10마일 정도 전진했을 때에, 봉화가 지펴지고 모래먼지가 크게 인다. 북쪽을 맡은 우리에게 달려오는 저 병력은 처음 본다.


아니 1년 반 전에 본적 있다.


모래바람으로 가득찬 세상에 한 사람이 나와 눈을 마주친다. 수천명의 기마병들 앞에서 운명인 것처럼 서로를 바라본다.


“킬리지 아르슬란?”


분명 그의 병력은 궤멸하지 않았던가? 빛나는 검을 들고 달려오는 그가 검집에 검을 담고 활을 들어올린다.


나팔을 울리게끔 나팔수에게 명령을 내리는 도중 빛나는 화살의 끝이 나를 정확히 겨눈 것을 본다.


나를 본 건가? 아직 면갑을 내리지 않은 상황, 100야드가 넘는 거리. 한손에 검을 들고 있고, 방패는 등에 메여있다. 100야드도 넘는 거리에서 어째서 나는 킬리지 아르슬란을 알아봤고, 그는 어떻게 내눈을 똑바로 쳐다봤는가?


메긴 화살이 그의 손을 떠난다. 심장이 한 박동을 하기도 전에 검을 들어올려 날아오는 화살을 향해 검이 올라간다. 한 손으로 든 검이 화살과 부딪힌다.


검이 화살에 담긴 힘을 버티지 못하고 튕겨나간다.


그래도 충분히 힘을 줄인 화살은 흉갑에 맞고 튕겨나간다. 그런데 다시 한번 쐈는지, 그 뒤로 날아온 화살이 투구에 맞고 다시한번 튕긴다.


간담이 서늘해진다. 저 먼 전장에 말에 타고 서있는 그를 본다. 그의 화살에 따라 온 병사들의 화살에 주변에 서있던 이들이 몇명 죽었다. 나팔수는 병사임에도 불구하고 단단한 갑주를 입혀놓았는 데도, 화살에 너무 많이 맞아서일까, 아무말도 못하고 죽었다.


내가 직접 해야한다. 일자진을 갖추라는 나팔신호를 보낸다.


어쩔 수 없이 면갑을 내리고 나팔을 불어올린다. 화살이 나팔에 맞아 튀어나갔지만, 멈추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 멈추면 다른 명령이 되어버리지 않는가.


내 나팔신호에 맞춰 모두가 나팔을 불어올린다.


“대열을 갖춰라!”


적들은 빠른 기마병이다. 완전히 기습당한 우리가 맞서서 제대로 된 대열을 갖추고 움직일 수 있을리가 없다. 나팔을 들고 기사들을 내게 모은다. 대열을 갖추는 보병들을 갑주를 갖춘 우리가 호위해야한다.


“기사들아. 모여라! 모여!”


말로 직접 전하는 명령은 혼선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기사들이 내게 모이는 게 더 중요하다.


쐐기진을 어떻게 든 갖춘 우리가 적을 바라본다, 우익에 화살을 쏘고 돌격하고자 한다.


검을 앞으로 들고, 깃발을 창에 단 이들이 깃발을 흔든다. 돌격 신호다. 헝가리의 기사들이 나와 함께한다.


“Deus vult!”


내가 부르짖지도 않았는데 기사들이 흥분하여 소리 친다. 나도 도끼를 던지면서 말의 배를 찬다. 말의 머리를 맞추고 낙마한 적을 기사검으로 찔러 죽인다. 북이 터지는 소리가 나면서 양옆에 기사들이 나와 함께 적의 대열을 돌파한다.


하지만 이 이상으로 싸우면 적이 정신을 차리고 뒤로 화살을 쏘면서 도망가면 계속해서 피해가 누적될 것이다.


행군 중에 벌어진 전투라 원래는 말에 타지 않고 보병들을 지휘하던 기사들도 모이라는 말에 곧장 모인 것 때문에 지휘 체계에 구멍이 생겼다. 적은 보병의 수가 많지 않아서 다행이다. 하지만 지휘를 받지 못하는 병사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


“움직여라! 몰두하지 마라!”


적을 어느 정도 깎아 냈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도망갔다. 도망치는 이들을 쫓다가는 더 큰 피해가 생긴다. 원래라면 함께 다니던 기마병이 나팔을 불었겠지만 내가 해야만한다.


나팔을 불고서야 기사들이 돌아온다. 갑주를 갖춰 입었다보니 많은 이들이 피해를 입지는 않있지만, 사슬 갑옷 위로 화살이 박힌 이들이 보였다.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우리는 다시 지휘체계를 회복하기 위해 흩어졌다.


그때를 노려 적이 들어왔더라면 큰 피해를 봤겠지만 돌격 후 다시 후퇴를 하려던 순간에 대열을 노려진 적도 피해를 추슬러야 했다.


“대열을 갖춰라.”


대신할 나팔수들을 모집하여 새로운 호위단을 꾸린 내가 다시 명령을 내린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는 이곳에 묶이고, 서쪽과, 남동쪽의 병력이 빠르게 합류해야 예루살렘에서 오는 병력을 막을 수 있다.


당연하게도 새로이 축조한 성에 병력을 넣었을 테니 더 약체화 됐을 병력이다. 물론 항구를 손에 넣은 방면군은 배를 타고 들어온 지원군이 추가 됐겠지만···.


“전령을 보내라, 빠르게 움직여라.”


귀중한 파발마를 태워서 전령을 보낸다. 수도원도 지어져 있으니 말을 갈아타면서 이야기를 전달하라고 보냈다.


“늦을 것이 분명하지 않습니까?”


직선으로 가도 서쪽의 병력과는 28마일 차이. 말이 전력으로 달린다 한들, 남쪽의 병력이 공격을 받았다면 늦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남쪽에는 폐하가 있다. 최소한 서쪽의 병력에는 미리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해야겠지.”


미래를 생각하다가 현재가 파괴되는 일은 좋지 않다. 그래봐야 거점마다 성을 지어 적을 가둔 형세니 대패를 한다고 한들 이 타지 땅에서 다시 병력을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 버티지 않고, 진영을 갖추고 천천히 남쪽으로 움직인다.”


방패를 들어올린 채로 천천히 남쪽으로 움직인다. 이래봐야 시간에 맞추지 못하는 건 안다. 하지만, 적이 초조해지기를 바라야한다. 성에 있던 이들의 봉화를 보면, 뒤에서 성에 주둔시켰던 병력도 움직일 가능성이 있으니 빠르게 피해를 누적 시키고 도망치고 싶을 터.


“우리는 먼저 칠 이유가 없다. 단단하게 버텨라.”


시간은 많다. 원래도 북쪽의 병력이 남쪽의 병력과 합류하기에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니, 우리는 단단하게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시간을 주니까 적이 이렇게 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작업 없이는 단순히 군대로 짓밟은 땅 하나를 가지게 되는 것 뿐이지 않나. 진정한 영토를 손에 넣는 것은 우리를 두려워하는 사람을 얻는게 아니라 진정 자신의 집을 지키고자 목숨을 바칠 사람들에게 우리가 정당한 지배자라는 것을 알려주는 게지.”


굳이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성으로 둘러쌓는 것이 적에게 있어 상당한 압박이고, 물자를 얻으려고 성에서 기어나와 약탈하고자 하는 셀주크 튀르크의 병력에게서 도와주기까지 한다면 얼마나 좋은가?


오히려 성전군이 침략자라는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이니 좋은 일이다.


“성에서 병력이 천천히 오고 있을 것이다. 아마 한시간 내로 후퇴하지 않으면 우리가 이기겠지.”


적도 이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벌써 10마일 이내까지 온 예루살렘 앞에서 전투를 하면 예루살렘에서 적의 지원군이 올 수 있는 건 사실이다.


“예비대의 기마병을 예루살렘 방면으로 정찰을 위해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자네가 해주겠나?”


다른 전령 한명에게 명령을 전달하게하고, 전장을 바라본다. 가운데에서 아직도 굳건하게 서있는 킬리지 아르슬란을 본다. 죽은 줄 알았던, 아니 더 이상 따라붙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를 예루살렘에서까지 보게 된 것에 이 악연이 어디까지 붙을까 생각한다.


죽여야하는가? 죽일 수는 있는가?


하지만 적들도 우리의 병력이 성쪽에서 오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반전한다. 그 모습을 잠시 보고 있던 내가 정신을 차린다.


“잠깐···!”


적이 그대로 반전해서 성벽에서 나온 우리 지원 병력을 공격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전진해라 대열을 흩뜨리지 말고!”


적을 끝까지 압박해야만한다. 그래야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나온 병력을 구할수 있다. 하지만 기마병과 보병의 속도차는 어쩔 수 없으니, 어느 정도 버텨줘야만한다.


이미 점으로 보이기 시작한 적의 기마병을 닭쫓던 개처럼 바라보기만 하는 것은 아니고,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천천히 전진한다. 그러다가 대열의 옆을 공격당하면 크게 병력을 잃을 수 있으니, 이제는 기사들까지 동원해서 측면을 방어하게 했다.


역시 측면을 노리는 시도가 몇번 있었지만, 그 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


“오늘은 예루살렘에 다다르지 못할 것 같군.”


길어지는 전투에 중얼거리니, 내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성에서 우리를 구하기 위해 나왔을 동포들을 구하러 가야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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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후기 +2 24.04.07 56 4 2쪽
75 수도사, 종(完) +2 24.02.04 75 3 11쪽
74 예루살렘 공성전(8) 24.02.03 19 3 12쪽
73 예루살렘 공성전(7) 24.02.02 17 3 11쪽
72 예루살렘 공성전(6) 24.02.01 16 3 12쪽
71 예루살렘 공성전(5) +1 24.01.30 27 2 12쪽
70 예루살렘 공성전(4) 24.01.29 20 3 11쪽
69 예루살렘 공성전(3) 24.01.28 21 3 12쪽
68 예루살렘 공성전(2) 24.01.27 18 2 11쪽
» 예루살렘 공성전(1) +1 24.01.26 21 3 11쪽
66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5) 24.01.25 19 2 11쪽
65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4) 24.01.24 19 3 11쪽
64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3) 24.01.23 20 3 11쪽
63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2) 24.01.22 18 3 11쪽
62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1) +1 24.01.21 25 3 11쪽
61 안티오크 공작 24.01.20 23 3 11쪽
60 안티오키아 공성전(7) 24.01.19 2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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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안티오키아 공성전(5) 24.01.17 23 3 11쪽
57 안티오키아 공성전(4) 24.01.16 22 2 11쪽
56 안티오키아 공성전 (3) 24.01.15 24 3 12쪽
55 안티오키아 공성전(2) 24.01.14 24 3 12쪽
54 안티오키아 공성전(1) 24.01.13 32 3 11쪽
53 소아시아 행군(3) +1 24.01.12 3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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