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생 이순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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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2.0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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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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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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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DUMMY

“저로서도 좋아보이기는 하나 여기서 바로 결정하기가 어렵군요. 조금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내가 생각한대로 되어서 더없이 흡족했으나 바로 혼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예민한 그가 오히려 의심할 수도 있었다. 여기서는 조금 답답하더라도 좀 더 생각하는 것처럼 꾸며서 일을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큰일인 만큼 바로 결정하시기는 힘들겠죠. 그러나 너무 오래 끌어서도 곤란한 일입니다. 우리도 언제까지 이곳 아즈치 성에 머물 수는 없으니까요.”

“걱정마십시오. 내일 중으로 상의해서 혼다님께 알려드리겠습니다.”


내말에 혼다도 그제서야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면 딱딱한 얘기는 이쯤하시고 즐기시지요. 귀한 일본 술과 요리를 준비해 뒀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본에 와보니 이곳 술은 조선과 달리 독특한 향취가 있더군요.”

“허허, 사신께서도 주도에 조예가 깊으신 듯 합니다. 아마 마음에 드실 겁니다.”


우리는 하하호호 웃으며 거창하게 한 판 술자리를 벌이고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숙취로 고생하던 나와 척금생은 그날은 한적하게 숙소에서 쉬다가 저녁 즈음해서 도라지로를 통해 혼다에게 이에야스와 먼저 만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혼다로부터 점심식사에 초대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아무래도 이에야스와 만날 수 있을 듯했다.


나와 척금생은 다시 말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도쿠가와의 사택으로 향했다.


“그대들이 조선 국에서 온 사신들인가? 만나서 반갑네.”


풍채가 좋은 뚱뚱한 중년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뜨며 우리를 보고 웃었다.


‘이사람이 도쿠가와 이에야스인가···’


겉보기에는 사람좋은 웃음을 띄고 있었지만 왠지 겉과 속이 다를 것 같은 인물이었다. 나도 웃으며 이에야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어쨌든 앞으로 같이 손을 잡고 히데요시와 싸울 수도 있는 인물이었다. 좋은 인상을 줄 필요가 있었다.


“저는 조선에서온 이순신이고 저와 같이 사신으로 온 척금생 입니다.”

“척금생이라 합니다.”


금생도 인사를 했으나 아무래도 왜인에게 고개를 숙이는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좀 뻣뻣한 모습이었다.


같이 온 도라지로가 우리의 말을 번역해서 이에야스에게 전달했다.


“허허, 조선 국에서는 유교와 성리학을 나라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지? 나도 학문에 대해서 관심이 크네. 최근에는 논어를 조금씩 보고 있다네.”

“그러십니까? 학문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요.”


왜인을 그냥 호전적인 야만인을 보듯 하던 척금생이 이에야스의 말에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소국의 영주라기 보다는 돈많은 시골의 부농 같은 인상의 느긋한 사내였다.


“그래? 혼다에게 듣기로는 다시 일본국과 조선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고?”

“그렇습니다. 두 나라는 이전에 교류가 있었지만 근 백년 사이에 일본국에 전란이 끊이지 않아서 서서히 교류가 사라졌다고 알고 있습니다.”


조선에서는 계속 일본에 통신사를 파견했지만 일본의 아시카가 막부가 무너지고 오닌의 난이 일어나서 전국시대에 돌입하자 파견한 사신들이 하나 둘 죽어서 돌아오지 않기 시작했다. 그러자 결국에는 점차 사신을 보내지 않게 되다가 결국에는 100여 년 간 아무 교류도 없게 되어 버렸다. 다시 통신사를 파견하게 된 것은 임진왜란이 끝나고 나서였다.


그러나 전쟁을 막으려는 내 입장에서는 어쨌거나 양 국이 서로 교류하면서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다 보면 히데요시가 생각을 고쳐먹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나도 사실은 조선에 관심이 많았네. 조선에서는 좋은 다기와 도자기를 잘 만들기로 유명하지 않은가. 조선에서 만든 다기들은 우리 일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네. 혹여 우리 가문이 조선의 다기를 전문적으로 사서 팔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다면 좋을텐데 말야.”


이에야스가 느긋하게 웃으며 앞에 놓여진 차를 조금 마셨다.

조선의 다기는 일본에서 부르는게 값인 비싼 사치품이었다. 역시 이에야스라는 자는 그냥 호기심에서 날 만나려 한게 아니라 철저한 이해득실에 따져서 이익을 볼 셈인듯했다.


“그 문제라면 크게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오, 정말인가?”


내가 통 크게 나오자 이에야스 뿐 아니라 옆에 앉은 혼다도 몸을 앞으로 내밀고 내 말을 경청했다.

도자기를 일본에 독점적으로 유통한다면 막대한 이익을 손에 넣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다만 도쿠가와 공께서 조선과 일본 두 나라의 우호관계를 위해서 크게 힘을 써주셔야 할 겁니다.”

“허허. 그거라면 걱정없네. 무슨 일이든지 힘을 아끼지 않겠네.”


‘이보게 순신이. 자네 멋대로 도자기의 판매권을 준다니 그게 되겠는가?”


척금생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귓속말을 했다.


‘걱정 마십시오 형님. 우리도 일본의 특산품을 도쿠가와를 통해서 거래하게 된다면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겁니다.’

‘허, 거참··· 그래도 이리 허풍을 쳐놔도 될 것인지···’


척금생은 걱정했지만 사실 큰 문제는 아니었다. 서로 말도 안통하고 전화도 인터넷도 없는 이 시대에서 양쪽을 속여먹으며 일을 진행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실제로 역사에서도 대마도주 소 가문이 조선과 히데요시 양쪽에 서로의 입맛에 맞는 거짓 장계를 올려서 전쟁을 막아보려고 하지 않았던가.


다만 나는 그것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전쟁을 막아볼 생각이었다.


“조선에도 일본국에서 사고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두 나라가 필요한 것을 교환하여 사고 판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나는 주로 일본에서 조총이나 일본도 같은 선진 무기들을 수입해서 조선 군의 힘을 기를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이문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세력을 기를 생각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조선왕조는 세종대왕 이래로 이리저리 잘못된 길로 빠지다가 일제에 다시 침략 당해서 망한 것 같은 인상이 강했다.

오히려 임진왜란에서 한번 망하고 더 근대적이고 진취적인 국가를 세웠다면 일제 강점기에 수탈당하고 소련과 미국에 의해 나라가 반쪽으로 쪼개지는 참상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내가 졸업논문에서 주로 연구했던 주제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나중의 이야기. 우선은 눈 앞의 임진왜란을 막아내고 가능하다면 선조를 성군으로 만들어서 나라를 바로 세우는게 더 바람직한 일이었다.


어쨌거나 내 제안에 도쿠가와는 크게 흡족한듯 했다. 내가 조선에서 선조의 칙서를 가져온다면 그것을 일본국 천황에게 전달하겠다고 장담했다.

사실 일본 천황에게 선조의 칙서를 전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허수아비로 실권을 가지지 못한 일본의 천황에게 칙서를 전달해서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일본의 이인자 나아가서 지배자가 될 이에야스와 미리 친분을 쌓아놓는 것이었다.


“허허허. 자네 정말 술이 세구먼 좋네 좋아.”

“이에야스 공도 만만치 않으십니다!”


나는 미래에서도 여러가지 술을 좋아해서 자주 마셨는데 그중에서 일본 사케도 매우 좋아했다. 술을 마시면서 이에야스와 혼다와도 어우러져서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결국 밤 늦게 까지 술을 진탕마시고 숙소로 돌아왔다.


“별 일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술에 쩔어서 쓰러진 나와 금생의 앞에 서란이 나타났다.


“음. 아무래도 일본국에 온 것이 큰 수확을 거둔 듯하네. 일본의 유력 다이묘인 도쿠가와와 인연을 맺게 되지 않았는가.”

“앞으로 어찌하실 계획이십니까?”

“도쿠가와를 통해서 일본과 교역을 하며 내부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겠지. 어설프게 간자 몇명을 풀어 놓는 것보다 현지 사람인 도쿠가와가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해 준다면 더 신뢰할 수 있을 걸세.”


내 말에 서란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척금생은 조금 석연찮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저 일본인들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저자들은 그 오다의 부하들 아닌가? 우리를 대놓고 속일수도 있네.”


척금생은 도쿠가와를 아직은 다 믿을 수 없다는 투였다. 사실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오다나 도쿠가와나 다 같은 왜놈 야만족으로 보일 것 이었다.


“일본의 군신관계는 조선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오다와 도쿠가와는 힘에 크게 차이는 있지만 형식상으로는 대등한 군사동맹 관계고요. 도쿠가와도 지금은 힘이 딸려서 오다에 고개를 숙이고는 있지만 내심으로는 오다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를 그리 환대해 준게 아니겠습니까. 서로 이용할 가치가 있으니 도쿠가와가 우리에 해가 될 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흠. 하지만 나는 왜놈 오랑캐들과 교역을 한다는게 영 맘에 들지 않네. 저들이 왜구들과 다를게 뭔가?”


척금생은 아무래도 양반 출신이다보니 평민 출신인 서란과 도라지로 보다도 더 머리가 굳어서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듯했다.


“형님. 왜구들은 물건을 약탈하고 백성을 죽이지만 저들은 돈을내고 물건을 사가고 우리에게 이로운 물건을 팔기도 할 겁니다. 크게 다르지요. 그리고 저 도쿠가와와 사이가 좋아져 나중에 일본 조정과도 사이가 좋아지면 나중에 저들 스스로가 왜구들을 단속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나라에 큰 이득이 되겠지요.”

“아, 그게 그렇게 되는가? 허··· 그렇게만 된다면 더 좋은 일이 있겠는가?”


척금생이 감탄했다는 얼굴로 말했다.


“자네는 길을 잘못 잡은 듯 하이. 그렇게 머리가 잘 돌아가는데 어찌하여 문과가 아닌 무과를 보려 하는가? 이제라도 문과 시험을 준비하지 그러나.”

“아닙니다. 앞으로의 국제 정세를 보면 문약한 선비들로는 나라를 지킬 수가 없습니다. 저는 무과에 들어서 나라를 지키고자 합니다.”


내 말에 척금생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구만 대단해. 자네가 왜 무과에 계속 낙방했는지 모르겠구먼 허허.”


‘이 인간이 돌려 까는건가···?’


과거 장수생으로서 조금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 나였지만 과거에 계속 떨어진건 내가 아닌 진짜 이순신 장군이다. 괜히 수능 삼수한 과거와 겹쳐져서 괜히 울컥해 버렸다.


‘하··· 서울대 병을 버렸어야 했는데···.’


“어찌 되었건 왜국에서의 일은 잘 마무리 된 듯하니 조선으로 돌아가야지요. “

“그렇습니다. 왜국에서 보낸 시간도 벌써 두 달이 넘어가니 서애 어른께서도 걱정을 하고 계실 겁니다.”


현지에서 계속 도쿠가와와 연락을 취하는 건 도라지로가 맡아서 힘을 써 주기로 했다.

그리고 조선 쪽에서는 척금생이 맡아서 일을 보기로 했다.


“나로 되겠는가? 나는 힘을 쓰는 일만 할 줄 알지, 이런 문관같은 일은 영 젬병인데···.’


척금생이 걱정스레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형님. 실무는 도라지로와 상인들이 처리할 겁니다. 그리고 중요한 일이 있으면 저와 상의해서 처리해 주십시오.”


어쨌거나 나는 과거시험도 준비해야하고 따로 할 일도 많았다. 다만 중요한 상황은 이제 호형호제를 하게 된 척금생을 통해서 처리할 생각이었다.


“그래. 아무래도 나보다 자네가 이 일에 적임이지만 자네는 과거 준비에 바쁘니 항시 이 일에 붙어 있을 수는 없겠지. 그래도 아우님이 큰 일이 있으면 도와준다고 하니 내 걱정은 덜하네. 하하하.”


나는 척금생과 두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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