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생 이순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2.07 13:04
최근연재일 :
2023.12.21 22:05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646
추천수 :
8
글자수 :
80,534

작성
23.12.18 22:00
조회
28
추천
0
글자
12쪽

12화

DUMMY

다들 놀러 갔지만 나는 혼자 남아서 글공부에 전념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천자문을 외고 소학을 공부하면서 이제는 어느정도 혼자서 한문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노력으로 채우는 수밖에 없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무과에 필요한 무술을 준비할 생각이었다. 척금생의 백부님이 무예 쪽으로 일타 강사라는 말이었다. 학문만 통과할 정도로 배워 오라고 했다.

무예에 관해서는 무신 척준경의 후손인 그가 믿음직했다.


나는 다시 논어를 펼쳤다.

그렇게 한 시진 동안 책을 읽으니 눈이 침침해지고 몸도 찌뿌둥해졌다.


“벌써 어두워졌군.”


저녁 11시 쯤 된 듯 했다.

벌써 조선시대에 온지 1년 넘게 지났는데도 나는 아직 24시간으로 하루를 재고 있었다.

축시니 묘시니 하는 게 머릿속에 확 꽂히지 않는 것이었다.


“휴··· 평생 현대로는 돌아가지 못하는 것일까.”


혼자 있다보니 혼잣말만 늘었다.


‘그래도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이 없으니 놀거리가 없어서 공부하기는 한결 수월하군.’


아마 현대에 있었으면 내가 이처럼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현대에서도 술은 좋아했지만 유흥은 별로 즐기지 않았으니 조선에서는 내가 놀 것이 더욱 없었다.

천흥식 등은 가끔 스승님들 몰래 기루에 나가 여자를 끼고 노는 듯 했지만 나는 그런것도 하지 않았다.

어떻든 지금은 처자식이 있는 몸이 되어 버렸는데 여자와 노는 것은 마음에 걸렸다.


결국 할 건 공부와 운동 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내 성취는 남들보다 빨라서 스승의 칭찬도 많이 받고 있었다.


‘하. 현대에서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 갔을지도?’


그런 생각을 하다 고개를 저었다. 현대의 서울대도 절대 아무나 들어가는 곳이 아니었다. 조선의 과거시험보다 떨어지지 않는 난이도다.


나는 잡생각을 떨치고 나와서 스쿼트와 레그레이즈등 운동을 시작했다. 그래도 헬스장에 꽤 다닌 경험이 있어서 맨몸 운동 뿐이지만 혼자서 단련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땀을 흘리고 찬물로 몸을 씻었다.


“으아 차가워!”


조선시대가 현대보다 불편한 점이 한 두 개가 아니지만 그중 손에 꼽는게 겨울에 찬물로 씻어야 한다는 거였다.

찬물 목욕을 군생활 이후 다시 할 줄은 몰랐는데. 나는 여름에도 데운 물로 목욕하는 사람이었다.


우물가에서 대충 몸을 닦고 나는 다시 공부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공부방에 와서 논어를 보는데 아무도 없을 서당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술자리에서 누가 먼저 돌아왔나?’


나는 신경 안쓰고 공부에 집중하려 했지만 묘한 살기가 느껴져서 집중이 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기 누구 계시오?”


나는 큰소리로 불렀다.

그러자 어둠속에서 어디나 있을 법한 농민이 나타났다.


‘아랫 마을 사람인가?’


나는 그자를 향해 다가가다 흠칫 멈춰섰다. 남자에게서 미미하게 피냄새가 풍겼기 때문이다.


“그대가 이순신이오?”


남자의 말투는 어색했다. 마치 외국인이 배운지 얼마 안되는 한국말을 쓰는 듯했다.


미묘하게 굳어지는 내 얼굴을 보고 남자는 갑자기 품에서 단도룰 꺼내더니 다짜고자 날 향해서 찔러들어왔다.


“크윽!”


그래도 그 동안 무예를 갈고 닦은 보람이 있어서 나는 몸을 틀며 놈의 공격을 받아 낼수 있었다.


그러나 놈의 공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몸을 틀어서 다시 나를 찔러왔던 것이다.


“으악!”


놈의 단도가 내 왼 팔뚝을 깊숙이 찔렀다.

나는 눈앞이 새 빨개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도망가야한다···!’


놈은 살인의 전문가였다. 이대로 있다가는 놈에게 죽는 길 밖에 없었다.

나는 놈을 밀쳐내고 밖으로 내달렸다.


우당탕!


놈은 나를 쫒으려다 어디 걸린 듯했다. 나에게는 운이 좋았다. 나는 짚신을 신을 세도 없이 버선발로 바깥으로 튀어 나갔다.

다행히 길은 거의 흙바닥이어서 뛰는데는 별로 문제가 없었다.

어두운 밤이었지만 밤에도 꾸준히 나와 무술 수련을 하던 나에게는 낮이나 별 다를 것이 없었다.


산등성이 구석에 있는 작은 동굴까지 닥쳐서야 나는 간신히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자객···?!’


설마 영화 속에서나 보던 암살 시도를 내가 직접 당할 줄이야···

물론 나도 노부나가를 암살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으니 남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일개 백면 서생에 불과한 나를 누군가가 죽이려고 하다니.

아직까지도 가슴이 뛰고 진정이 안 되었다.

공포감이 심장을 움켜쥐는 듯했다.


‘그 놈이 여기까지는 못 쫓아 오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작은 동굴에 숨어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 귀를 기울였다.


얼마 쯤 시간이 지났을까.

날 쫓아오는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한숨 돌리려는 무렵.


뚜벅뚜벅.


발소리가 들려왔다.


‘누, 누구지?!’


발소리는 정확하게 내가 숨어있는 동굴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뚜벅 뚜벅.


뒷덜미가 얼어붙었다.

얼마 안 있어서 동굴 입구에 한 사람의 인영이 나타났다.

나를 죽이려 한 그 암살자였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암살자의 단도가 달빛을 반사해서 번뜩였다.

단도가 번쩍 치켜올라가더니 나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다음 순간.


“끄아아악!”


비명이 울려퍼졌다.


쿠당탕.


바닥에 쓰러져서 피를 흘리며 신음하는 것은 내가 아니었다.

그 암살자였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한동안 사태 파악을 못 했다.


암살자의 뒤에서 다른 인영이 튀어나오더니 암살자를 쓰러뜨리고 그의 목을 벤 것이다.


“서, 서란?!”


놀랍게도 나를 구해준 것은 서란이었다.


“늦게 와서 송구합니다 어르신.”


서란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네가 어떻게 여기 있는 것이냐?”


나는 반쯤 힘이 빠지고 놀랍기도 한 마음으로 물었다.


“사실은···”


서란은 자신이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를 설명했다.

자객의 습격을 받은 척금생은 자신이 습격당한 이유가 도쿠가와 가문과의 무역 때문이라고 보고 류성룡에게 보고했다.

척금생은 자신을 습격한게 인천부두의 토착 상인들이라고 의심했지만 어찌되었든 자신만 노리지 않고 다른 찰왜부의 사람들을 노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에 류성룡은 혹시 몰라 나를 지키기 위해 서란을 파견해서 몰래 지키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암살자들은 나를 감시하는 서란의 존재를 알고 둘이 찢어져서 한명은 서란을 습격하고 한 명은 나를 습격했던 것이었다.


서란은 자신을 습격한 닌자와 싸워서 결국 이겼지만 나는 이미 닌자의 습격을 받고 어디론가 도망간 후였다. 서란은 급하게 두 사람을 쫓아서 결국 나를 구하게 된 것이었다.


“서란아, 정말 고맙구나. 네 덕분에 살았다.”


나는 서란의 손을 잡고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다.


서란은 부끄러워하며 손을 뺐다.


“당치도 않습니다. 당연히 해야할 일인걸요.”

“그래도 나를 보고 있었다면 말이라도 한 자락 걸어주지 그랬었냐?”

“어르신께서 공부에 집중하기도 하셨고 남의 눈에 띈다면 호위하기가 더 어려워 지니까 그랬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용서라니 당치도 않다. 네가 아니었다면 이 이순신이는 오늘이 제삿날이었을 것이다.”


정말이지 십년 감수했다.

그렇게 신변의 안전을 느끼자 암살자들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대체 어떤 자들이 내 목숨을 노린 것일까?”


내 말에 서란도 곰곰히 생각하는 눈치였다.


“이들의 몸놀림이 왜국 닌자들의 것과 흡사했습니다. 혹여나 왜인들이 사주한 자들이 아닐지···”

“왜국에서 보낸 자들이라고?!”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나도 짐작가는 바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암살자 녀석의 어투가 어딘지 어눌하고 어색했다. 십중팔구 서란 네 말이 맞는 듯 싶구나.”

“왜인들이 어째서 어른을 노린 걸까요?”


첫 번째로 의심이 가는 것은 왜국에서 도쿠가와 가문과 반목하는 상인 집단이나 가문에서 보낸 공작원이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도쿠가와 가문이 조선과 독점적으로 무역을 하는 것에 반감을 가지고 나를 습격한 것이 아닐까?


“이미 척금생 어른 뿐 아니라 이 어르신까지 습격 당하신 상태니 제대로 조사해야 겠습니다.”


서란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호위 인수를 늘려서 어르신을 보호할 생각입니다. 어르신께서는 공부에만 전념하십시오.”

“서란 고맙다.”


서란은 나를 아래 서당까지 배웅해 준뒤 어디론가 사라졌다.


‘대단하군. 여인의 몸으로 무술실력이 저리 높다니···’


다음날.

술을 마시고 온 학우들이 놀라지 않도록 최대한 어질러진 서당을 정리한 까닭에 큰 소란은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나는 자주 가르침을 받는 무과 부 훈장을 찾아가 어젯밤 내가 자객에 습격받은 상황을 전했다.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냐?!”


부훈장은 깜짝 놀라며 내 걱정을 해주었다.


“이런 일도 있고 하니 계속 서당에서 기거하며 공부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다른 학우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 그도 그렇구나. 하지만 네 학문이 아직 완성되지 못 했는데 공부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않느냐.”

“서당에서 괜찮다면 근처에 집을 세들어서 살고 서당에 통학하며 공부했으면 합니다. 저야 조금 번거롭겠지만 서당에는 위협이 줄어들 것입니다.”


내 말에 부 훈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학업을 중도에 포기할 수는 없으니 그렇게라도 해야지 않겠느냐. 백 선생님이 오시면 내가 전달하마.”


나는 그날로 짐을 싸서 아랫마을 한적한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방 두개를 나누어 서란과 다른 한명의 호위가 오면 기거하도록 했다.


“저희들에게 방까지 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서란은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너는 이미 내 누이나 다름없는데 그정도로 마음쓰지 말아라. 그리고 앞으로는 어르신이라 부르지 말고 오라비라 부르거라.”


서란은 마지못한듯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내 눈에는 조금 기뻐 보였다.


개인적인 준비로는 마을 대장간으로 향해서 날카로운 단검을 하나 벼리게 해서 자객의 공격을 대비해서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


자객의 습격에 신경쓰자 집중이 안되고 잘되던 공부도 맥이 끊겼다.

절로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서란이 잘 활약해 준 덕인지 그 이후에는 자객에게 직접적으로 노려지는 일은 없었다.


점차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된 나는 밤낮으로 글에 매달렸다.

그러하길 네 달이 지나고 1574년도 이제 반절 넘게 지나 가을이 무르익고 있었다.


이 즈음에는 내 학문도 크게 성장해서 스승 백인걸 선생에게도 인정받고 있었다.


“순신아 네가 노력한 만큼 학문도 일취월장했구나.”

“감사합니다 스승님.”

“네가 목표로 하는 무과 급제에는 이제 큰 문제 없을 터이니 이제 병법과 무예를 중점적으로 가르쳐 줄 곳으로 가보는게 좋겠다.”


서당에 입문한지 1년이 좀 안 되었지만 나는 하산을 명 받은 것이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스승님.”


나는 백인걸에게 인사하고 서당을 졸업했다.

그길로 나는 척금생을 찾아 인천으로 갔다. 본격적으로 무예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순신이 왔느냐?”

“형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우리 두 사람은 반갑게 인사했다.


“그래, 공부는 잘 마쳤느냐?”

“아직 부족한 부분도 많습니다만 무과를 준비하는데 언제까지 글만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스승님께서도 기초적인 부분은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내말에 척금생도 기뻐했다.


“그래 그간 공부하느라 고생많았다.”

“이제 무예를 배워야겠는데 일전에 형님이 찾아오라 하신 말이 생각나 염치 불구하고 왔습니다.”

“날 가르쳐 주신 스승님은 내 둘째 큰아버지로 이름을 척 자 후인 자를 쓰신다. 그분에게 남은 시간을 배운다면 무과 합격은 따논 당상 일거다.”


척금생이 믿음직스럽게 껄껄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장수생 이순신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16화(1부 완결) 23.12.21 32 1 5쪽
15 15화 23.12.21 23 0 12쪽
14 14화 23.12.20 25 0 12쪽
13 13화 23.12.19 26 0 12쪽
» 12화 23.12.18 29 0 12쪽
11 11화 23.12.17 36 0 12쪽
10 10화 23.12.16 36 0 12쪽
9 9화 23.12.15 33 0 12쪽
8 8화 23.12.14 30 0 12쪽
7 7화 23.12.13 34 0 12쪽
6 6화 23.12.12 44 0 12쪽
5 5화 23.12.11 42 0 12쪽
4 4화 23.12.10 52 0 12쪽
3 3화 23.12.09 54 1 12쪽
2 2화 23.12.08 62 2 12쪽
1 1화 23.12.07 89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