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생 이순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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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2.0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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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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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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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DUMMY

무과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인천으로 척금생을 찾아간 나는 그의 둘째 큰아버지인 척후인에게 무술을 배우기로 하였다.


“그 분은 백두산에서 은거하며 무술을 연마하고 계시다네.”

“백두산에서요?”

“자네나 나나 돈 걱정할 집안은 아니지 않나. 백부님께서는 처자식도 일찍 세상을 떠나서 세상에 한 명 뿐이 되셨다네. 그 후에 젊은 나이에 산에 은거하게 되신거지.”


척금생이 조금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분께서는 나를 친아들 처럼 대해주셨다네. 돌아가신 친척형이랑 내가 나이가 가까웠으니까 그랬던 거 같아. 하여간 무술 실력은 조선에서 따라갈 사람이 없는 분이니 한 번 가보자고.”

“그런데 형님이 인천을 비워도 됩니까?”

“밑의 상인들이 일을 잘 하니 보름 쯤 비워도 문제없네. 같이 가세나.”


인천에서 간단하게 짐을 싸고 백두산으로 향했다.

지금은 북한이 되어서 갈 수 없는 땅을 밟자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현대에선 중국을 통하지 않으면 백두산을 갈수가 없는데···’


며칠 간의 여정끝에 나와 척금생은 백두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백부님은 천지 쪽에 계실 것이네. 한 번 올라가 보세.”

“예.”


보통 사람이라면 진저리 칠 험준한 산길이었으나 그동안 꾸준히 무술을 연습한 덕에 잔근육이 발달해서인지 나는 그리 어렵지 않게 산을 오를 수 있었다.


얼마간 힘겹게 산에 올라 가까스로 천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허억···헉···”


가쁜 숨을 몰아쉬며 천지를 둘러보니 평평한 지대 구석에 초가집이 보였다.


“이런 곳에 집이 있다니···”

“백부님 집이네.”


척금생이 앞장섰다. 과연 척금생은 단련이 되어서 그런지 나와 달리 그리 호흡이 흩어지지 않았다.


“백부님 계십니까? 금생이 왔습니다. ”


척금생이 초가 쪽으로 들어서며 크게 인사했다.


“이놈아. 아직 귀 안 먹었다.”


초가 안 쪽에서 60세 쯤 되었을 법한 장년의 남성이 나타났다. 주름진 얼굴에서 나이가 느껴졌지만 체구가 다부지고 몸에서 기운이 뻗쳐 나오는 듯했다.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척금생이 방에 올라 큰절을 했다.


“그래 이게 몇년 만이냐. 일전에 편지로 나한테 무술을 가르쳤으면 하는 녀석이 있다고 했었지. 그게 저녀석이냐? ”


척후인이 나를 보며 말했다.


“예. 이순신이라고 하는데 제 동생같은 친굽니다.”


척금생이 날 소개했다. 나도 앞으로 나아가 척후인에게 큰절을 올렸다.


“이순신이라 합니다. 어르신 말씀은 금생 형님께 많이 들었습니다.”


척후인은 나를 천천히 훑어본 후에 입을 뗐다.


“네놈은 왜 무술을 배우려는 것이냐?”

“예?”

“너도 다른 놈들 처럼 문과 시험보다 무과 시험이 좀 쉬워보여 무과를 치르려는 것 아니냐?”


척후인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엄히 물었다.

나는 할 말이 막혔다.


“...그건 아닙니다.”

“그럼 무엇 때문에 무인이 되려 하느냐? 듣자하니 원래 무인 집안도 아니었다고 하던데.”

“그것은···”


여기서 앞으로 20년 후에 임진왜란이 일어나서 조선 백성의 3분의 1이 죽는다고 말해봤자 미치광이 취급을 당할 터였다.


“왜 말이 없더냐. 역시나 편한 길을 쫒아서 무과를 보려 하는 것이더냐?”

“그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이더냐.”


나는 조금 생각한 후 입을 열었다. 여기서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척후인의 날카로운 눈빛은 모든 걸 꿰뚫어 볼 것만 같았다.


‘진실만을 말할 수밖에.’


척후인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내 진실을 말하기로 했다.


“평화로운 세상에서는 글로써 세상을 구할 수 있지만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무로서만 구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너는 지금이 어지러운 세상이라고 말하는 것이냐?”

“위쪽으로는 만주족이 발호하고 있고 아래로는 왜인들이 세력을 통일해서 조선 땅을 넘보고 있습니다. 지금 조선 땅에 필요한 것은 문약한 글보다는 힘으로써 나라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말을 잠자코 듣던 척후인은 흐허허 하고 웃었다.


“말로는 무슨 말인들 못하겠느냐. 네 말이 그럴듯 하다만 진짜로 네 말이 진심인지 내가 시험해 보도록 하겠다.”

“시험이요···?”


척후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따라오라고 했다.

그를 따라가니 창고에서 도검 한 자루와 등에 맬 수 있는 커다란 자루를 하나 주었다.


“그 안에는 말린 노루 고기가 들었다. 며칠 간은 그 안의 음식으로 연명할 수 있을 것이다. ”


내가 주머니와 도검을 받아들고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있자니 척후인이 말을 이었다.


“이 백두산에는 호랑이들이 많이 있다. 네가 정말 무에 뜻을 두고 있다면 한 마리를 잡아와 보거라. 이것은 시험이다.”


척후인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


“호랑이를 잡아오라고요?”


척금생도 만류했다.


“백부님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시련 아닙니까? 갑자기 호랑이를 잡아 오라니요. 좀 더 무술을 배운 이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시끄럽다! 건방지게도 조선 땅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했으니 이 정도 시련은 당연히 이겨내야 할 것이다. 만약 호랑이를 잡아온다면 내가 책임지고 네놈을 과거에 합격시키겠다.”


척후인이 엄하게 말했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호랑이를 잡아오라니. 호랑이라고는 동물원에서 본게 전부인데 어떻게 사람한테 호랑이를 잡아오라고 시킬 수가 있지?


‘하지만.’


나는 척후인이 준 주머니를 등에 매고 도검을 허리춤에 찼다.


“순신이, 자네 정말로 호랑이를 잡아 올 셈인가?”


척금생이 놀라서 물었다.


“제가 말씀드린 건 입에서만 나온 말은 아닙니다. 호랑이를 잡는 것은 물론 위험한 일이지만 전장에서 장수로 지휘하다 보면 이보다 더 위험한 일들이 많지 않겠습니까? 여기서 위험하다고 도망친다면 전장에서 병사들을 어떻게 지휘하겠습니까. 선생님께서 제게 말하고 싶은 것이 이런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초연하게 말하자 척후인이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빛냈다.

나는 이를 꽉 깨물었다.

어차피 조선시대로 떨어진 나는 한번 죽은 목숨이나 다름 없었다. 여기서 현충사에서 들은 장군님의 명에 어긋나게 살아봤자 잘 모르는 조선에서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다 죽을 운명일 것이다.

장군님은 나를 보고 전란을 막아낼 힘이 숨겨져 있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그 말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 보고 싶었다.


“반드시 호랑이의 수급을 가져오겠습니다.”


밖으로 나가려는 나를 척금생이 잡아세웠다.


“순신이, 과거는 다음 번 시험에만 있는 게 아니고 또 중간중간에 특별 시험이 치러지기도 하니 너무 무리해서는 안 되네. 용기와 만용을 구분해서 몸을 보존하게.”


척금생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형님···”


척금생이 나를 생각해 주는 마음이 전해져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걱정 마십시오. 무리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아무쪼록 몸 조심하게.”


나는 천지에서 내려왔다.


‘호랑이라···’


내가 호랑이를 잡을 수 있을까?

도검이 있다고는 하지만 호랑이는 쉽게 잡을 수 없는 맹수였다.

그리고 이 넓은 백두산에서 과연 어디서부터 호랑이를 찾아야 할지 막막했다. 다행히 날씨는 아직 따뜻해서 야영하는게 그닥 어렵지 않다는게 다행이었다.


‘우선은 이 도검에 익숙해져야겠다.’


나는 척후인에게 받은 도검을 꺼내들었다.

도검에서 푸른 빛이 번쩍였다.

대충 창고에서 꺼내준 것과 다르게 도검은 상당히 명검인 듯했다.


‘참호도?’


나는 도신에 새겨진 한자를 읽었다.


‘이게 이 검의 이름인가?’


호랑이를 베는 도검. 퍽이나 용도에 맞는 이름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도검이 날카로운 것을 봤으니 호랑이 사냥이 한층 현실성을 띄는 것 같았다.


나는 호랑이를 찾아서 무작정 백두산을 돌아다녔다. 갑작스럽게 놈과 마주하면 어쩌지 하고 처음에는 도검을 손에 쥐고 잔뜩 긴장해서 걸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것이 괜한 걱정이라는 걸 알았다.


호랑이는 커녕 노루 한 마리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호랑아! 어딨냐! 좀 나와!”


탐색이 세시간이 넘어갈 즈음에서는 두려움은 사라지고 큰 소리로 호랑이를 부를 정도가 되었다.


‘허··· 이거 참. 호랑이를 봐야 잡던가 말던가 할 것 아닌가.’


나는 기운이 빠져서 아무데나 털썩 주저 앉았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벌써 해가 지고 있군.’


야영이라지만 아무데서나 자는 건 조금 불안했다. 나는 안전하게 잘 수 있을 법한 곳이 없나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얼마쯤 가자 안전해 보이는 작은 굴이 나타났다.


‘여기를 거점으로 수색해 보는게 났겠군.’


주머니에서 육포를 씹으며 허기를 달랜 뒤 나는 잠이 들었다.


하루종일 걸어서 힘이 들었던지 금방 잠에 들었다. 얼마간 졸다가 정신을 차리니 주변은 아직 어둑했다. 그러나 느낌상 해가 곧 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얼마간 뭉기적 거리던 나는 일어나서 다시 호랑이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전날과 달리 노루나 다람쥐등 몇몇 동물을 찾아내었지만 여전히 호랑이는 찾을 수 없었다.


‘허··· 이를 어찌해야 하나···’


내가 망연하게 백두산을 뒤지고 있을 때 앞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거기 누구 있소?”


대여섯 명의 사람들인 듯했다.


“사람입니다.”


내가 다가가자 그 사람들도 긴장을 풀었는지 활을 내려놨다.

그 대여섯 사람들의 복장을 보아하니 사냥꾼들 같아 보였다.


“어쩐 일로 이런 곳에 있습니까?”


사냥꾼들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나는 대략적으로 내 처지를 말해주었다.


“호랑이를 잡겠다고요? 그만 두십시오. 너무 위험합니다.”

“그렇습니다. 백두산 호랑이는 흉폭해서 근처 사냥꾼들도 건드리지 않는 놈들입니다. ”


사냥꾼들이 나를 만류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위험한 건 알겠으나 나는 포기할 수가 없소. 기필코 호랑이를 잡아야 겠소.”


그래도 사냥꾼들은 내 마음을 돌리려 했지만 내가 끄떡없자 포기하고 말았다.


“혹시 호랑이를 만날 방법은 없겠소? 내 마음을 독하게 먹었지만 정작 호랑이를 발견할 수가 없구려.”


내가 품안에 엽전을 되는대로 쥐어주며 사냥꾼 들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어르신의 생각이 이리 확고하시니 어쩔 수 없군요 간단하게나마 저희들의 사냥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일행 중 우두머리 격으로 보이는 사냥꾼이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어떤 사냥이든지 우선은 동물의 흔적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놈들은 냄새도 잘 맞고 발도 빠르니 인간은 그저 그놈들의 발자국을 쫒거나 분변을 찾는 등 흔적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사냥꾼은 한동안 호랑이의 흔적을 찾았다. 그렇게 40분 쯤 지났을까. 사냥꾼이 드디어 호랑이의 흔적을 발견한 듯 싶었다.


“어르신 이것을 보십시오. 호랑이의 똥입니다.”


사냥꾼이 가르킨 곳에 과연 건조된 동물의 분변이 있었다.

사냥꾼은 냄새를 확인하고 맛까지 본 후에 나한테 건조된 똥을 넘겼다.


‘또···똥을 받으라고···?!’


내가 주저하며 머뭇거리자 사냥꾼이 책망하는 눈길을 보냈다.


“한 번 냄새를 확인해 보시지요. 호랑이를 찾으려면 우선 호랑이 똥부터 구분할 줄 알아야 하는 법입니다.”


사냥꾼의 말에 나는 결국 호랑이 똥을 손에 쥐고 냄새를 맞게 되었다.


‘크헉···.’


다행히 건조되어서 역한 냄새가 좀 덜했다.


“어떠합니까? 이 냄새를 잘 기억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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