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죽이기 (Kill the 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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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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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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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2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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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산맥의 오아시스 (3)

DUMMY

“그, 그나저나 이 마을에 잠깐 있어보니 영주님에 대해서도 칭찬이 참 많더라구요. 여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죠. 이 영지는 대대로 저희 폰더레이 가문이 다스리고 있습니다. 이 산맥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쉬고 정비할 수 있는 공간을 지키는 것이 저희 가문의 사명이자 저의 사명입니다.”

“굉장하네요. 드래고니아 산맥이라 쉽지 않을 텐데요.”

“쉬운 일이라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특히나 오멜님께서도 저보다 더 잘 아시겠지만, 최근에는 몬스터 카니발 때문에 더욱 곤란하죠. 몬스터들이 자기의 영역을 떠나서 무리 지어서 몰려오는 경우가 잦아져서요.”


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자신의 짙은 갈색 머리카락을 슥, 뒤로 쓸어 넘겼다.

확실히 멋진 사람이었다. 마을에서 폰더레이 영주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아무리 한 마을의 영주라고는 해도 이런 산맥 중턱에서는 귀족으로서 부귀영화를 누리기는 쉽지 않다. 가문의 사명감으로 그는 이 영지를 다스리고 있다는 거다.


“그러고 보니 백작님께서 최근에 유명한 보석을 사셨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하하, 소문이 참 빠르네요. 그렇죠.”

“실례되는 질문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잠깐 저택을 보니 그렇게 보석을 모으는 취미가 있으신 것 같지는 않으신데요···”

“아무리 아름답다고들 하지만 제 눈에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보석들이 워낙 비싸기도 하니까요. 영주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여유로운 형편도 아니어서요.”

“그러면 그 보석은···”


오멜의 말대로, 그다지 사치품에 관심이 없는 나라도 알 수 있었다. 폰더레이 영주는 그다지 사치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저택에서 접견실로 이어지는 복도나, 접견실 안을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검소한 사람으로 보였다.


“저희 가문에 대해서 말씀 드렸었죠. 이 드래고니아 산맥 가운데에서 영지를 지키는 것을 사명으로 삼아왔습니다. 돌아가신 제 할아버님께서도 평생을 똑같이 일해 오셨죠. 드래고니아 산맥에서 평생을 살아오셨습니다.”


그는 무엇을 생각했는지 잠시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할아버님께서는 폰더레이의 영주이면서 동시에 젊으셨을 적에는 모험가로 꽤나 이름을 날리셨습니다. 주로 이 드래고니아 산맥에서 활동하셨고 여러 성과도 남기셨죠. 어린 저에게 자신의 모험에 대해 이야기를 하실 때마다 꼭 함께 하시는 말이 있었는데, 당신께서 죽을 뻔했던 경험이었습니다.”

“몬스터인가요?”

“그렇죠. 특히나 이 산맥에서 모험하는 모험가들은 대부분 몬스터와의 전투를 반드시 겪게 되니까요. 많은 모험가들이 몬스터에게 죽기도 하고요. 할아버님께서도 그 위기를 겪으셨습니다. 모든 걸 포기하고 몬스터의 마지막 공격을 바라보던 그 순간, 어떤 여성이 나타나 몬스터를 처치했습니다.”


그는 계속 말했다.


“생명의 은인인 그 여성에게 할아버님께서는 이름을 물어보셨고 그녀는 ‘올리비아’라는 이름만을 남긴 후 사라졌다고 합니다.”

“올리비아··· 말인가요.”

“네. 바로 말씀하신 그 보석의 이름과 똑같지요.”


올리비아라는 여성과 그 이름을 가진 보석. 우리는 잠자코 그의 다음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사실 알고 있습니다. 할아버님의 젊었을 적 이야기니 몇십 년 전이나 지났겠죠. 그 올리비아라는 여성 분도 이미 돌아가셨거나 할머니가 되셨을 거고요. 그래도 할아버님은 평생을 그 여성을 찾으려 하셨습니다. 결국 찾지 못하셨지만, 어느 날 저에게 문득 올리비아라고 불리는 보석 이야기가 들리더군요. 거기에 그 보석은 신기하게도 이 드래고니아 산맥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우연치고는 신기한 일이네요.”

“아하하··· 오멜님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저도 똑같았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그 올리비아라는 여성은 정령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정령···이요?”


뜻밖의 이야기에 오멜이 확인하듯 되물었다.


“근거 없는 저의 망상이지만요. 하지만 그저 망상이라기에는 너무나 절묘하다고 생각하시지 않으시나요? 올리비아라는 여성과 그 이름과 똑같은 아름다운 보석이라니. 저도 여기저기 알아보니 강한 마나를 담고 있는 보석에는 정령이 깃든다는 전설도 있더군요. 그렇게까지 생각하니까 어떻게든 그 보석을 이 마을에 두고 싶었습니다. 제 가문을 지켜주는, 이 산맥 가운데의 작은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령처럼 여기고 싶은 저의 욕심입니다.”


할아버님께서 그렇게 평생에 걸쳐서 찾으시기도 하셨으니까요, 라고 그는 혼잣말로 덧붙였다.


이야기 속의 올리비아라는 여성이 내가 찾고 있는 자매와 같은 인물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폰더레이 영주의 추측대로 그녀가 정령이라면, 그리고 그 정령이 보석에 깃들어 있다면 우리는 여태껏 찾은 모든 실마리를 잃고 원점으로 돌아오게 된다.

내가 뒤에서 조바심을 내는 것을 눈치챈 것인지, 아니면 내 마음을 읽은 것인지, 오멜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말 좋은 이야기네요. 마을에서 영주님에 대한 칭찬이 자자한 이유를 알겠습니다.”

“천만의 말씀이십니다.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혹시··· 그 보석을 구경이라도 할 수 있을까요? 아름답다는 소문을 듣기도 했고, 백작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더욱 궁금해지네요.”

“물론입니다만··· 잠시. 들어오게.”


그때, 누군가 접견실의 문을 똑똑, 두드렸다. 들어오라는 폰더레이 영주의 말에 메이드 한 명이 조심스레 문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백작님, 마을의 모험가가 백작님을 급히 뵙기를 청합니다.”

“모험가가 나를 직접? 급한 일이라고 하는가?”

“네. 용건을 여러 번 물었지만 몬스터의 건이라고만 말했고 자세한 것은 백작님께 직접 말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몬스터 무리라도 발견한 것일까··· 알겠네, 내려가지. 너는 이 분들을 내 전시실로 안내해 드리게.”


자리에서 서둘러 일어난 그는 멀뚱히 앉아 있는 오멜에게 미안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라고 하여 잠깐 내려간 후에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전시실은 편하신 대로 구경하셔도 됩니다. 저희 가문에 내려오는 흥미로운 것들이 여럿 있어서요. 저희 메이드가 안내해 드릴 겁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저희야 감사할 따름입니다.”


폰더레이 영주가 방 밖으로 나간 후, 우리는 문 앞에 서있던 메이드의 안내를 따라 저택의 이 층의 한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크기는 오멜의 도서관 정도. 보통의 방처럼 작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엄청나게 넓지도 않았다.

영주가 ‘전시실’이라고 말한 것처럼 정말로 여러 물건들이 전시장에 놓여 방 전체에 여유롭게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눈에 들어오는 위치에 바로 그 보석이 놓여 있었다.


“올리비아···”


정말로 소문만큼 아름다운 보석이었다.

정밀하게 세공된 투명한 표면 위로 아름다운 녹색빛이 시선을 옮길 때마다 여러 색으로 산란했다. 아주 투명하면서 어떻게 보면 암흑같이 어두운 녹색이 되기도 했다.

단언컨대 내가 본 녹색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녹색이었다.


우리를 안내해 준 메이드 때문에 마음 놓고 오멜과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지만, 오멜도 이 보석의 아름다움에 놀랐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거기에 보석에 가까이 다가가자 강한 마나를 느낄 수 있었다. 이건 보석이면서 동시에 마법석이었다. 그것도 아주 높은 마나 레벨의 마법석.


-


“어땠어?”


전시실을 마음껏 구경한 후 우리는 메이드를 따라 다시 접견실로 내려왔다.

그리고 메이드가 빠져나가자 이 저택에 들어온 후 처음으로 우리는 단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줄곧 오멜의 전속을 연기하느라 한 마디도 할 수 없어서 입이 근질거리던 참이었다.


“글쎄. 소문대로 아주 아름다운 보석이었어. 아주 강한 마나도 품고 있었고. 그렇지만··· 그러네···”

“정령의 이야기 말이지.”

“응. 정령의 기척이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았어. 저건 그저 아름다운 보석, 또는 마법석. 그 정도일까. 우리에게는 잘된 일이지만.”

“폰더레이 영주에게도 그저 소망이었을 거야. 본인도 정말로 이 보석에 정령이 깃들어 있고, 그 정령을 할아버님께서 만났던 거라고 진심으로 믿지는 않았겠지.”

“그럴까···”


솔직히 말해서 폰더레이 영주가 그걸 믿었냐, 믿지 않았느냐는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다만 본인도 그 사실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거라고는 생각한다. 설령 보석에 정령이 없다는 것을 알더라도 조금 아쉬울 뿐일 거다.

중요한 건 그의 이 영지에 대한 애정이다. 할아버님의 목숨을 구했다는 그 여성의 이름과 같은 보석을 저택에 둘 정도로 이 영지의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올리비아라는 여자 말인데, 우리가 찾고 있는 네 자매라는 가능성은 있을까?”

“없지는 않겠지. 정령이 아닌 게 확실해진 이상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단서야. 폰더레이 영주도 삼 대에 걸쳐서 그녀를 찾았지만 끝까지 못 찾았다고 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드래곤일 가능성이 있겠어.”

“아직도 올리비아에 대한 기억은 돌아오지 않은 거지?”

“응, 전혀. 얼굴도, 목소리도 몰라.”


또다시 일부분 회복된 기억의 파편을 되돌아 보았지만 올리비아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이야기 속의 올리비아가 평범한 사람이라서 이미 할머니가 되었거나 죽었을 수도 있지만. 올리비아라는 이름은 그렇게 드문 이름도 아니니까. 우연히 과거의 인물과 이름이 겹치는 일도 없지는 않지.”

“그렇게 생각하면 막막한 기분밖에 안 드네···”


오멜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은 폰더레이 가문에 전승되는 올리비아라는 여자가 우리가 찾는 올리비아와 같다고 가정하자. 가설이야. 거기에 꽤나 확률 높은 가설이라고 생각해.”

“어째서?”

“이 산맥은 지금도 모험가들이 돈을 벌 수 있을 정도로 미개척 지역이야. 당연하지만 몬스터들도 꽤나 많이 나온단 말이지. 폰더레이 영주의 할아버님의 이야기에서도 죽을 뻔한 순간에 그녀가 몬스터를 처치했다고 했잖아. 몬스터를 순식간에 해치울 정도로 꽤나 강하다는 말이야. 올리비아의 이름을 가지면서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진 여자가 흔하지는 않겠지.”

“듣고 보니···”


내 말을 듣고 오멜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으로, 그저 우연의 일치로 이름이 겹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인물이라는 가정하에 단서를 따라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그나저나 루비, 폰더레이 백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잘생긴 사람이었지. 키도 크고 말이야.”

“그, 그런 말이 아니라 내 거짓말을 믿었을까라는 말이야.”

“아하.”


내 말에 오멜이 묘하게 발끈했다.


“흐응···”

“...왜.”

“질투?”

“그런 거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는 것 치고는 ‘어차피 난 키도 별로 안 크고 잘생기지도 않았으니까’ 라며 오멜은 혼잣말로 투덜거린다.


“그래도 네가 더 나아 오멜. 잘생긴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그것참 고맙네요.”


진심으로 한 말이었지만 내 진심이 닿지 않았는지 여전히 입술을 삐죽거릴 뿐이었다.


“네 거짓말 말이지··· 설령 그 말을 여전히 조금 의심하고 있다 하더라도 문제는 없어. 우리에게 자신의 가문의 보물을 구경시켜 줄 정도로 우리를 믿고 있는 건 분명하니까.”

“드래곤 나이트의 마법사, 심지어 젠탈리온의 아크인 나를 의심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이렇게 말하니 엄청 나쁜 짓을 하는 것 같네.”

“나쁜 짓 맞잖아.”


어차피 이 폰더레이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이 영주의 저택을 끝으로 다 얻었다. 이제는 이 마을을 벗어나서 국경을 넘고, 엘 메이아로 가면 한숨 돌리게 된다. 그곳에서 정비한 후 올리비아에 대한 다음 조사를 하면 된다.

그 와중에 폰더레이 영주가 우리의 거짓말을 믿어서 추적을 조금이라도 더 늦춰준다면 고마울 따름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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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08. 게일포트 (3) 24.05.09 7 0 11쪽
35 #08. 게일포트 (2) 24.05.06 5 0 12쪽
34 #08. 게일포트 (1) 24.05.02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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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07. 산맥의 오아시스 (4) 24.04.25 7 0 11쪽
» #07. 산맥의 오아시스 (3) 24.04.22 8 0 12쪽
30 #07. 산맥의 오아시스 (2) 24.04.18 5 0 14쪽
29 #07. 산맥의 오아시스 (1) 24.04.15 9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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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06. 죽음의 꼬리를 삼키다 (4) 24.04.08 7 0 11쪽
26 #06. 죽음의 꼬리를 삼키다 (3) 24.04.04 6 0 13쪽
25 #06. 죽음의 꼬리를 삼키다 (2) 24.04.01 7 0 11쪽
24 #06. 죽음의 꼬리를 삼키다 (1) 24.03.28 6 0 13쪽
23 #05. 날개 (5) 24.03.25 8 0 14쪽
22 #05. 날개 (4) 24.03.21 7 0 11쪽
21 #05. 날개 (3) 24.03.18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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