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 공략집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바쿡
작품등록일 :
2024.01.15 10:31
최근연재일 :
2024.04.08 18:2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6,677
추천수 :
94
글자수 :
337,668

작성
24.01.25 18:00
조회
223
추천
4
글자
14쪽

F등급 인생

DUMMY

신체능력과 정신능력이 골고루 올랐다. 근력 및 마력 상승폭도 생각보다 크다. 거기다 새로 체화특성이란 것도 생겼다. 아직 뭔진 모르겠다만.


‘화가 좀비의 경험치가 550이니까··· 경험치를 2천 넘게 올려서 겨우 레벨업이라니···’


레벨 0에서 1까지 필요한 경험치는 80이었다. 80이 2000으로 불어났다는 말이다.


‘대충 25배 정도 늘었군.’


이런 방식이면 레벨 5부터는 레벨업이 불가능했다.

5 레벨에서 6 레벨이 되는데 필요한 경험치가 11만인데. 25배가 높아진다면···


‘저주를 풀어야 된다. ’


머릿속 공략집에 따르면 저주를 푸는 건 가능했다.

다만 거기에 필요한 재료가 문제다.


‘칼락사르의 뿔? 이런 미친. 3등급 마물의 재료가 몇 개 들어가는 거야?’


3등급뿐만이 아니다. 2등급 게이트에 들어가야 구할 수 있는 재료도 있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3등급 게이트를 통과한 탐험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앞으로 성장이 빠르게 가속화될 테니 한 5,6년 정도 뒤에는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너무 느려. 세계가 다 부서지고 나서 강해지는 건 의미가 없지.’


막다른 길에 몰린 기분이다.

레벨업을 하지 못하면 상위 게이트로 올라갈 수 없고, 반대로 상위 게이트에 오르지 못하면 레벨업을 할 가능성이 없다.


‘어쩔수 없지. 당장 할 수 있는 걸 하자.’


삶에서 그냥 주어지는 건 없다. 극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결국 움직이지 않는 한 변하는 건 없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게이트를 탐험하는 상위권 각성자들의 세계. 그곳에 닿아야 한다.


“자, 다시 검출기로 측정하겠습니다.”


“1번. 앞으로 오세요.”


어느새 밖으로 나온 우리는 다시 검출기 앞에 섰다.

남성이 양손을 둥글고 넓적한 기계에 넣고 잠시 기다리자 금세 측정이 끝났다.


-삐빅. 결과입니다. 근력 B등급, 근지구력 C등급, 피부 강도 C등급, 골강도 D등급···


처음 수치와 비교하여 변화가 있는 수치들을 비교해 성장등급을 매기는 검출기는 남성에게 종합 신체능력 C, 정신능력 D 등급을 매겼다.

양손을 넣고 있던 남성의 얼굴이 환희로 가득 찼다.


“근력 B등급! 아자! 그럴 줄 알았지!”


주요 핵심 등급으로 분류되는 근력이 B등급이면 사실상 로또를 맞은 것이나 다름없다.

사람들은 부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남성을 바라보았다.


“축하드립니다. 게이트 탐험 더 하고 싶다고 하셨죠? 일단 옆에서 대기 부탁드립니다.”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친근한 말투.

어떻게든 꼬셔서 길드에 넣어보려는 거겠지.


“자, 2번분. 나오세요.”


‘후우···’


긴장된다. 하지만 걱정하진 않았다.

검출기보다 빠르게 이미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삐빅. 결과입니다.


주요 수치들을 나열한 검출기가 내린 결론은


-신체능력 C등급, 정신능력 B등급입니다.


“B? 마력회로가 B라고?”


“우와. 미쳤다. 근력 B에 마력회로 B라니?”


“저기 선생님. 잠시만.”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이수길 조장의 요청을 적당히 무시했다.

그리고 결과지에 서명하고는 바로 무리를 벗어나 집을 향했다.


“선생님. 연락드리겠습니다.”


귀찮게 구는 이수길 조장을 무시하며 빠른 걸음으로 가까운 지하철 역을 향했다.


‘하··· 시발.’


머리가 복잡했다.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에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독했던 지난 삶이 떠오르며 머릿속을 헤집었기 때문이다.


‘F등급 인생. 딱 그거였는데. 그게 이름도 거지 같은 저주 때문이었다는 거군.’


거북이걸음. 딱 그런 삶이었다. 느릿하게 천천히. 절망을 향해 다가가던 인생이었으니까.

모든 수치가 F등급인 삶.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진 삶.


누굴까. 누가 내게 저주를 걸었을까. 누가 내 삶을 F등급으로 고정시킨 걸까. 그 지독한 악의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대체 왜 나한테···’


저주는 등가교환이다. 이렇게 강력한 저주를 걸기 위해선 그만큼의 준비가 필요하다.

2등급 게이트에서 구해야 할 재료가 3개. 3등급 게이트가 4개. 4등급 군주급 마물에게서 얻을 수 있는 재료가 1개.

저주를 풀기 위한 재료가 이 정도다.


그럼 저주를 걸기 위해 무엇을 필요로 했을까. 그 정도의 노력을 들여 내게 저주를 걸어야 했던 이유는 또 무엇일까.


‘상식이 형은 아니겠지···’


지독했던 삶에도 나름의 추억은 있다.

낡아빠진 동네에서 서로를 위로하며 그나마 작은 위안과 소소한 행복을 나눌 수 있었던 사람.


하지만··· 나는 바보가 아니다.

지난 삶의 마지막 순간 보았던 그 모습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김상식이 어떤 인간인지 알아봐야겠어.’


복잡한 머리를 비우며 어느새 도착한 집에선 어머니가 나를 반겨왔다.


“아들. 고생했어. 다친덴 없는 거지?”


“네. 어렵지 않더라고요. 근데 잘 안 나왔어요.”


“괜찮아. 다치지 않았으면 돼. 얼른 와서 밥 먹어.”


나는 어머니께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시청엔 오는 길에 연락해 정보 비공개 요청을 해뒀다.


‘저주를 왜 걸어뒀는지 알아낼 때까진 비밀로 하자.’


누군가 저주를 걸었다. 내가 레벨업을 한걸 알게 된다면 그 누군가가 찾아올지 모른다.

아직은 힘이 없다. 여러 생각들이 떠오르지만 당장 빠르게 상황을 바꿀만한 건 없었다.

조금만 참자. 조금만.


***


상처 회복 물약. 짧게는 포션이라고도 불리는 물약.

가장 범용성이 높고, 가격 및 선호도가 높은 물약이다.


이 회복포션의 생산 및 판매를 독점하다시피 하며 전 세계 제약회사 1위로 오른 회사가 있다.

그리고 나는 그 회사 ‘리바티스’에서 앞으로 10년에 걸쳐 선보일 신제품들의 제작 레시피를 몇 개 알고 있다.


게이트 인벤토리에서는 자격을 갖춘 사람이 큰 비용을 지불하고서야 접근할 수 있었던 정보였지만 지금의 나에겐 모든 것이 전체공개상태였다.


“판매처는 역시 신림 쪽이 좋겠고, 재료 수급이 합법적으로 가능한 걸로 시작해야겠지. 문제는 작업장인데···”


의약품 판매절차는 까다롭다. 허가 및 등록 과정만 몇 년이고, 신제품이라면 임상실험까지 진행되는 동안 어마어마한 돈과 시간이 갈려나간다.


물론 게이트와 관련된 것들은 일반 의약품에 비해 훨씬 간단하다.

그럼에도 내가 시도하기엔 시간도 돈도 모두 부족했다.

이용할 수 있는 건 비합법적으로 굴러가는 암시장뿐.

역시나 게이트와 관련된 것들은 암시장이 활발했다.


‘정부에서도 어느 정도 묵인하는 사업이니 적당한 루트만 찾으면 판매하는 건 문제없겠지.’


그럼 지금 내게 필요한건 하나다. 첫 물약을 만들 때 사용될 장비와 재료들.


‘일단 돈이 필요한데···’


총 자금 -386,547,254. 평균 연이자율 12.5%. 매월 상환액 5,658,131.

현재 우리 집의 자금상황이다. 여러 곳에서 빌린 돈들을 종합하자면 대충 저런 상황이다.

어머니 혼자 벌어서 갚을 수 있는 빚이 아니다.


‘내가 알았을 땐 이미 너무 늦었지.’


내가 고3인 이 시절에는 아무리 일을 해도 빚이 더 늘어나는 상황이었지만 그땐 알지 못했다.

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어떻게든 살 수 있는 줄 알았으니까.


‘빚 갚는 건 당분간 멈춘다. 어차피 바뀌는 건 없어.’


매월 돈을 내겠다고 끌려다니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내 지난 삶이 그랬다. 하루하루 짓눌려 살면 다른 생각을 하기 힘들어진다.

더불어 아무런 변화도 찾아오지 않는다.

무엇이 되었든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래. 고생 많았어. 고3인데 이제 공부해야지. 퇴직금 겸 조금 더 챙겼어. 가끔 오면 공짜밥 줄 테니까 어머니랑 간간이 와라. 힘내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사장님께 꾸벅 인사하고, 퇴직금 및 이번달 월급을 받아 나왔다.

봉투 안엔 5만원권 180장이 들어있었다.


“너무 많은데···”


굳이 쓸 필요 없는 새벽알바로 고용해 주고 일까지 알려주신 건데.


‘곧 벌어서 갚을 수 있겠지.’


그렇게 주말알바까지 일하던 모든 곳을 정리하고 모은 돈이 총 1100만 원.

나는 이 돈을 들고 신림동을 찾아갔다.

이곳에 머릿속 공략집이 추천하는 거래처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림역에서 술집들을 지나 도림천 근처로 가면 각성자들을 위한 장비 및 재료들을 파는 상가단지가 나온다.

이곳에 있는 가게들은 합법적으로 영업 중인 가게들이지만 합법적인 제품만 들여놓지는 않았다.


나는 그 상가 한가운데에서 원하던 가게를 찾았다.


[호원정비]. 장비 수리 및 정비가 가능한 판매점으로 웬만한 건 다 다룰 줄 아는 사장 덕분에 이름이 알려진 곳이었다.


딸랑.


“어서 오세요. 젊으신데 각성자신가 봐요?”


틀린 말은 아니다. 기초수료반을 수료하면 공식적으로 각성자로 등록되었으니.

나는 상황이 다르긴 하다만.

후덕한 인상의 사내는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어려 보인다고 무시하지 않는 눈빛과 말투.

그의 인상은 내가 공략집에 나온 이야기들을 보며 상상한 것과는 많이 달랐다.


‘10년 뒤엔 이 근방에서 가장 유명한 대행업체를 운영한다지.’


일종의 흥신소처럼 잡다한 일을 처리해 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의뢰를 연결해 주고, 장비 및 도구들을 정비 및 판매하는 커다란 복합사무소를 만들어 이 근방의 모든 조직을 밑에 둔다고 하던데.


일단 첫인상은 털털하고 순박하다.

하지만 저 모습에 속으면 안 되는 거겠지.


“뿔초잎이랑 트롤의 피 다섯 방울이 필요합니다.”


“아, 예비 제조장인이셨군요. 근데 5방울이면 굉장히 저배율이겠어요.”


사장은 알만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이며 물건을 뒤적거렸다.

물약 제조로 인생 역전해 보겠다는 약물러들 중 하나로 보인 모양이다.


나는 가게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백 종의 물건들을 둘러봤다.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물건들의 정보를 정리하며 이곳에서 나오는 재료들로 뭘 만들 수 있는지 정리해 보았다.


‘회복 물약, 저항 물약 종류별로 다 가능하겠고, 강화 물약도 20종 넘게 만들 수 있겠군. 저주 해제는··· 부족하네.’


내 거북이걸음을 치료해줄 재료는 한 개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이런 곳에 있을리는 없다.

있어도 못 사겠지만. 워낙에 비싼 놈이라.

물론 눈에 보이는 물건이 전부는 아닐 거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 더 좋은 것들이 있겠지.


“자, 여기 있습니다. 확인해 보시죠. 다른 재료들은 준비 됐나요? 저희가 공용 회복포션 일반 레시피에 들어가는 재료는 전부 가지고 있습니다.”


“아, 다른 건 준비됐습니다. 괜찮습니다.”


“이번이 처음이신가 보죠? 제조에 필요한 장비들은 다 있으신가요?”


“사실 그것들도 사야 하긴 하는데···”


“마침 얼마 전에 제조 장인분 하나가 일을 그만두셔서요. 제작 도구들 전부 세트로 들어온 게 있는데, 필요하시다면 중고가로 싸게 드리죠.”


나는 사장이 꺼내주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폈다.

다양한 모양의 플라스크, 비커, 막자사발에 분액 깔대기, 모세관이나 스포이드, 가열로까지.

제조장인이라고 했지만, 한탕 노리고 약물제조를 해보았다가 실패한 초짜의 장비가 분명해 보였다.


나는 화학실험에 사용될법한 그 초짜의 장비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다.


“감사합니다. 좋은 물약이 나온다면 한번 가져와보시겠어요? 저렴한 수수료로 모시겠습니다.”


꾸벅 인사하는 사장에게 마주 인사하고, 가게를 나왔다.


“후우... 물약 만들어 팔 때가 걱정이군.”


그때도 마냥 친절한 사람이려나.

나는 이어서 주변 가게를 돌며 필요한 다른 재료들을 조달했다.

어디에 사용되는지 알기 힘들도록 하나씩 따로 다른 가게에서 구매하고는 동네로 돌아왔다.


‘일단 폐가를 몰래 이용해야지.’


이 동네엔 폐가가 많다. 애초에 등록되지 않은 집들이 많기에, 살던 사람이 떠나던가 죽던가 하면 그 이후로 처리가 안 되는 것이다.


나는 그중에서도 으슥진 곳에 있는, 내 기억이 맞다면 10년 뒤까지 여전히 폐가로 남아있을 집을 찾아갔다.

조그마한 마당도 딸린 오래된 집에 들어서서 일단 방을 정비했다.


“콜록··· 컥···”


먼지가 심각하다. 벽지는 곰팡이에 절어 원래의 색을 떠올리기 힘들었다.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신문지와 박스들로 모든 공간을 촘촘히 막았다.


그리고 방 내부에 천막을 치고 그 안에 제작공간을 만들었다.

환기가 안 되겠지만 애초에 그걸 목적으로 만들기도 했다.

냄새가 고약해서 밖으로 흘러나가면 문제가 될 테니.


재료를 사는데 들어간 돈이 1072만원.

예산에 맞춰서 돈을 다 쏟아부었다.


괜찮다.

만약 성공만 한다면 몇 배로 불리는 건 일도 아닐 테니.


‘무조건 한 번에 성공해야 한다.’


여러 번 시도하며 재료를 소진할 생각은 없다.

성공한다면 시중에 유통되는 공식 회복물약의 80% 정도 성능의 물약 15개가 나온다.


공식포션 하나의 가격은 대략 600만원.

자신의 목숨줄이라 생각하는 각성자들이 있기에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고 있었다.


‘개당 300씩만 받아도 4500만 원인가.’


처음부터 생각처럼 되진 않겠지만 해보자. 시도하지 않으면 바뀌는 건 없다.

이전 삶에선 지독한 사랑이 끝나고서야 정신을 차렸었다.

20대를 다 날려버리고서야 삶을 직시할 수 있었다. 그땐 끔찍할 정도로 늦었었지만. 이젠 다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머릿속 공략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두 번째 게이트 탐험(1) 24.02.23 139 2 14쪽
24 각성(3) 24.02.22 145 1 15쪽
23 각성(2) 24.02.21 142 2 14쪽
22 각성(1) 24.02.20 149 2 15쪽
21 일상(5) 24.02.19 136 3 14쪽
20 일상(4) 24.02.16 136 4 14쪽
19 일상(3) 24.02.15 141 4 14쪽
18 일상(2) 24.02.14 144 4 15쪽
17 일상(1) 24.02.13 155 3 13쪽
16 빙하 리치 24.02.12 155 3 14쪽
15 서브탱커 24.02.09 165 4 12쪽
14 의심 24.02.08 168 4 13쪽
13 5등급 게이트 탐험 24.02.07 175 4 14쪽
12 탐험의 이유 24.02.06 178 3 13쪽
11 화랑 탐험대 24.02.05 182 3 15쪽
10 납치? 24.02.02 188 3 13쪽
9 살아남다 24.02.01 202 3 14쪽
8 1등급 마정을 얻다 24.01.31 204 3 13쪽
7 황금 고블린의 보물창고 24.01.30 204 4 13쪽
6 고블린의 숲 24.01.29 197 4 14쪽
5 물약 제조 24.01.26 210 4 14쪽
» F등급 인생 24.01.25 224 4 14쪽
3 기초수료반 24.01.24 240 4 16쪽
2 첫 침식 +2 24.01.23 289 3 15쪽
1 돌아가다 +2 24.01.22 381 5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