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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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작품등록일 :
2024.01.15 10:31
최근연재일 :
2024.04.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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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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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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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3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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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황금 고블린의 보물창고

DUMMY

“뒤, 뒤로! 돌아가!”


“도망쳐!!”


어두컴컴한 숲 속 깊은 곳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세어 나왔다.

그 다급한 외침들을 잡아먹듯 거대한 굉음이 급히 뒤따랐다.


쿵! 쿠웅!


“뭐, 뭐야?”


“무슨 일이야?”


‘뒤? 아니 옆으로.’


주춤거리는 사람들, 엉거주춤 일어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소리가 다가오는 방향을 피해 몸을 움직였다.


옆으로 조용히 빠져나가 커다란 나무뒤에 몸을 숨기고 돌아보니 반환점을 탐색 중이던 팀장과 왼손잡이를 비롯한 스카이피플의 직원들이 미친 듯이 달려 나오고 있었다.


“살려줘!”


“나도 같이···!”


“으아아!”


쿵! 쿠웅!


그리고 그 뒤로 무언가 거대한 게 뒤따라와 발이 느린 직원들을 짓밟고 있었다.

비명마저 빠져나오지 못한 채 사라지는 사람들. 나는 입을 틀어막은 채 그 학살의 현장을 바라보았다.


“으아악!!”


“어···? 저게 뭐야? 으악···!”


성인 남성보다 더 거대한 발바닥은 손쉽게 직원들을 깔아뭉갰다.

손쓸새 없이 터져나가는 직원들과 멍하니 바라보다 죽어가는 사람들.


나 또한 멍하니 그 마물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2등급 마물이자 군주급 마물, 그리고 고블린들의 왕인 ‘황금 고블린’을.


[황금고블린]

[군주}

[Lv 45+]

[신체능력 : 11750+]

[정신능력 : 4500+]

[특수능력 : 황금주머니. 황금물결. 황금발바닥. 황금각인.]

*도망칠 수 없음. 일정반경 안에 들어서면 무조건 새겨지는 황금각인으로 은신 불가.

*황금 고블린이 나온 방향을 향하면 황금항아리가 있음. 그 안에 들어가면···


마물의 정수를 한계까지 채운 레벨 45 이상의 인원들이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가정할 때 공략법을 알아도 30명 이상 있어야 사냥이 가능한 무지막지한 마물.

평균 레벨이 20대인 대행회사 직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나는···”


콰직. 또 하나의 사람이 짓뭉개지고, 황금고블린은 많은 사람들이 달려간 방향으로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움··· 움직여야 돼.’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 나 대신 황금고블린의 시선을 잡아두고 있을 때 최대한 빨리 생존을 향해 움직여야 한다.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황금 고블린의 정보를 되새기며 숲 한가운데를 향했다.


“헉··· 헉···”


얼마나 달렸을까.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다.

황금 고블린이 언제 다른 이들을 다 죽이고 돌아올지 모른다. 최선을 다해 달려야 한다.


원래 반환점이라고 불리는 경계선이 있어야 할 곳을 지난 지 한참이지만 그런 걸 따질 새도 없이 더 깊은 숲을 향했다.

바닥에 큼직하게 나있는 발자국과 부서진 나무들을 따라가면 됐기에 길을 잃을 일은 없었다.


‘나무들이 이상해졌어. 빛도 거의 들어오지 않는군.’


경계를 넘어선 숲 안쪽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점점 거대해지는 나무들과 구불구불 이상한 형태로 뻗은 가지들. 축축해지는 바닥과 햇빛이 점점 부족해지는 음습한 공간으로.

나는 멈추지 않고 달렸다.


‘저거다!’


다행히 발자국 근처로 다가오는 마물은 없었기에 나는 곧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숲 속 넓은 공터. 그 한가운데 자리한 거대한 황금항아리가 눈에 들어왔다.


***


“민아야!”


“후··· 왜요?”


민아라 불린 ‘왼손잡이’는 바쁘게 발을 놀리는 와중 숨을 고르며 팀장에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엔 본명을 꺼내 부를 정도의 다급함이 느껴졌다.


“갈라지자. 이대론 다 죽는다.”


“여기서 어디로 가라고요?”


“저쪽 방향으로 달려라. 난 이쪽으로 갈게.”


왼손잡이는 팀장이 가리킨 방향을 보고는 속에서 튀어나오는 깊은 빡침을 담아 답했다.


“무슨 미친 소리에요? 게이트에서 멀어지면 죽는 일 밖에 없어요.”


게이트에서 멀어지는 길. 저 길엔 죽음밖엔 존재하지 않는다.

황금고블린은 근접한 모든 생명체에 각인을 찍고, 가까운 것부터 쫒는 경향이 있다.

벗어나는 방법은 게이트를 빠져나가거나 황금 고블린을 죽이는 것뿐.


물론 왼손잡이가 저 마물이 뭔지 알고 행동하는 건 아니었지만.

위급상황에서 무조건 게이트 입구를 향해야 한다는 건 게이트 탐험의 기본 상식과도 같은 것이었다.


“애들 생각해야지. 퇴직금··· 후··· 필요하지 않아?”


“··· 미친놈이.”


뒤에선 끔찍한 비명이 들려온다. 하나씩 하나씩 짓밟히는 사람들이 내지르는 단말마였다.

그런 사람들을 뒤로하며 자신을 대신해 희생할 사람을 찾는 팀장이란 인간.


신물이 난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 세상에선 저게 가장 인간적인 것일지도 모르겠지.


“삼촌이 대표라고! 후우··· 내가 죽으면···후우··· 너 가만 안 둘걸.”


“개소리하네.”


발바닥에 힘을 주고 바닥을 강하게 밀어낸다.

팀장은 탱커 포지션이다. 애초에 발이 빠르지 않고, 이미 호흡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야! 거기 안서! 이··· 후··· 미친년이!”


멀어지는 왼손잡이의 뒷모습을 보며 욕지거릴 내뱉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젠 더 이상 비명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도 남지 않은 것이다.

지축을 울리며 다가오는 황금 고블린의 걸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왔다.


“이런! 시발! 내가 이런 데서!”


쿵! 쿵!


“안 죽어! 나느···!”


쿵! 콰직.


팀장이 죽었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왼손잡이는 비명이 잦아든 시점부터 전신의 모든 마력을 끌어올려 다리에 집중시켰다.


뒤를 생각하지 않았다. 앞으로 이 일을 하지 못해도 좋았다.

살아남기만 한다면, 빠져나갈 수만 있다면. 그래서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닿을 수만 있다면.


“젠장!”


과부하가 걸린다.

과도한 출력으로 몸의 곳곳에 균열이 생기는 것 같다. 피부와 근육이 찢기고 온몸이 조각나는 것 같은 끔찍한 기분을 느끼며 힘겹게 발을 놀렸다.


“끼아아아악!”


쿵!


등뒤에서 들려오는 기괴한 울음소리에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날렸다.

방금까지 왼손잡이가 있던 자리에 서있는 거대한 황금고블린이 보였다.

허탕을 친 황금 고블린은 사나운 눈으로 바닥을 구르는 왼손잡이의 눈을 노려보았다.


“헉··· 허억···!”


이제 한계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다.

왼손잡이는 그렇게 드러누워 다가오는 죽음을 바라보았다.


쿵. 쿵.


한 발자국. 다시 한 발자국.

샛노란 황금 고블린의 눈동자가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끼익?!”


황금 고블린의 움직임이 멈췄다.

두 눈을 부릅뜨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던 황금 고블린은 갑자기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당황한 왼손잡이의 눈동자에 멀어지는 황금 고블린의 뒤뚱거리는 뒷모습이 비추었다.


***


“들어가 보자.”


사람 서넛은 쉽게 들어갈 정도로 커다란 황금색 항아리.

하지만 황금 고블린이 들어가기엔 턱도 없이 작아 보이는 항아리를 기어올라 몸을 밀어 넣자 곧 황금빛 물결이 이는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런 미친··· 이게 다 얼마야?”


황금이 쌓인 동산. 어디를 둘러봐도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거대한 공간이었다.

황금 고블린의 집이자 보물창고. 게이트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보물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위잉. 밝게 빛나는 문이 닫히고, 황금으로 쌓은 산이 황홀하게 눈을 자극했다.

거대한 방은 황금 고블린의 크기에 맞추어 높게 쌓인 보물들이 방 이곳저곳에 벽을 만들고 있었다.


“이, 일단 찾아보자. 휴우···”


나는 미로처럼 얽힌 보물 사이로 파고들었다.

눈이 돌아갈 만큼 반짝이며 화려한 보물들을 무시하고 나는 한 가지 물건을 찾았다.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

황금 고블린이 돌아오기 전까지 그걸 찾지 못한다면 죽은 목숨이었다.


“후우··· 침착하자. 종류별로 모아 놨을 테니깐··· 여기에 반짝이는 걸 모아놨고, 덜 반짝이는 애들은···”


심호흡을 하며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리고 보물 사이로 난 길을 달리며 종류별로 모여진 보석의 산을 지나쳤다.


“여기군.”


나는 칼과 활, 방패 같은 장비들과 온갖 물건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곳에 멈춰 서서 물건을 뒤지기 시작했다.


위잉.


“으악!”


그때 방의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튕겨지듯 빨려 들어왔다.


“뭐야 여긴···. 어? 어!”


황금더미 위에서 몸을 일으킨 사내. 박철중이 이내 탄성을 내뱉었다.

잠시 벙찐 눈으로 방을 둘러본 박철중의 눈동자와 입가에 함박웃음이 지어졌다.


“이게 뭐야! 미친! 대박이야. 대박이라고!”


박철중은 미친 듯 소리 지르며 주머니에 황금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아니, 더 큰 게 있어야겠어.”


박철중은 더 들어가지 않는 주머니를 바라보며 배낭으로 쓸만한 걸 찾아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저 사람이 왜···’


나를 따라온 건가.

저대로 두면 죽을 테지만 그렇다고 살려줄 방도도 없다.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뿐이었고, 딱 한 명뿐이었으니까.


‘저긴가···!’


거대한 탁자 및 구석진 곳에 투박한 회색 반지 하나가 보였다.

원래라면 5년쯤 뒤에 황금 고블린 토벌이 성공하면서 세상에 나타나게 될 유일급 장비.


[가로스의 반지]

[민첩+300. 회피+200. 감각+150. 은신+980(스킬 발동 시).]

[절대적 은신 획득]


머릿속 공략집이 반지의 정보를 떠올린다.

유연성, 순간가속등의 상위개념인 민첩에 특수 스탯인 은신까지.

괜히 유일급으로 불리는 장비가 아니었다.


‘공략집 정보가 맞아야 할 텐데.’


황금 고블린의 황금각인보다 절대적 은신이 더 상위의 개념이라는 내용이 맞아야 할 테지만. 당장은 확인해 볼 방법이 없었다.


“윽···”


장비들 틈새로 손을 뻗어 간신히 닿은 반지를 낑낑거리며 꺼냈다.

찬찬히 먼지를 털어내고 살피니 특별한 문양 없이 뭉특하게 각진 모양이 보였다.

나는 왼쪽 검지 손가락에 반지를 끼웠다.


“··· 된 건가?”


“어! 뭐야. 태오씨! 들어가는 거 봤다고. 덕분에 이런 데를 다 와보네. 태오씨도 얼른 담아!”


“··· 아닌가 보군.”


어느새 가까운 곳까지 다가온 박철중이 보였다.

나는 박철중을 무시하며 반지에 대한 정보를 차분히 검색하며 사용법을 찾았다.


“이렇게 하는 건가?”


온몸에 새겨진 마력회로에 집중했다.

방법을 배운 적은 없지만, 레벨 5에 다다르는 동안 활성화된 전신의 마력회로가 내 의지에 따라 조금씩 가동하기 시작했다.


곧 무언가 뜨거우면서 다시 차가워지는 기묘한 감각이 전신을 뒤덮었다.

나는 그 기운들을 모아 천천히 반지로 인도했다.


“된 건가?”


“어이! 태오씨. 혹시 가방 같은 거···응? 어디 갔어?”


성공이다. 생각보다 소모되는 마력량이 많지 않다.


‘이 정도면 황금 고블린을 피해 가는 건 문제 없겠어.’


이대로 바로 나가는 게 가장 안전하겠지만 나는 발걸음을 옮겨 아까 보아둔 다른 장소를 향했다.

그곳엔 완벽한 원형의 커다란 구슬들이 가득 담겨진 상자들이 수십 개 쌓여있었다.


다양한 색의 문양들을 품고 있는 구슬들 앞에 선 나는 차분히 구슬들의 정보를 검색했다.


[차카라의 정수]

[힘+200. 골강도+150. 피부 강도+120. 원소저항+150. 운동신경+110]

[천공 가르기. 하늘 걷기. 샘솟는 활력.]


근력 계통 모든 능력치를 한 번에 올려주는 힘스탯이 붙은 근접 딜러 포지션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2등급 마물의 정수.


[크라크의 정수]

[마력회로+240. 마력량+200. 회로시냅스+150. 논리연산+100. 마법저항+150.]

[4대 원소. 플라이. 크라크의 결계. 마력의 샘.]


마법 계통으로 랭커를 노린다면 무조건 노려야 한다는 2등급 마물 크라크의 정수.

거기에 3등급, 4등급 마물의 정수들이 길거리에 널린 돌멩이처럼 바닥을 뒹굴고 있다.

마음 같아선 전부 들고 가고 싶지만. 어차피 내게 허락된 건 한 가지뿐이다.

앞으로의 내 성장 방향을 결저할 정수이기에 그 어느때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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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일상(5) 24.02.19 136 3 14쪽
20 일상(4) 24.02.16 136 4 14쪽
19 일상(3) 24.02.15 141 4 14쪽
18 일상(2) 24.02.14 144 4 15쪽
17 일상(1) 24.02.13 154 3 13쪽
16 빙하 리치 24.02.12 155 3 14쪽
15 서브탱커 24.02.09 165 4 12쪽
14 의심 24.02.08 168 4 13쪽
13 5등급 게이트 탐험 24.02.07 175 4 14쪽
12 탐험의 이유 24.02.06 177 3 13쪽
11 화랑 탐험대 24.02.05 182 3 15쪽
10 납치? 24.02.02 188 3 13쪽
9 살아남다 24.02.01 202 3 14쪽
8 1등급 마정을 얻다 24.01.31 203 3 13쪽
» 황금 고블린의 보물창고 24.01.30 204 4 13쪽
6 고블린의 숲 24.01.29 197 4 14쪽
5 물약 제조 24.01.26 210 4 14쪽
4 F등급 인생 24.01.25 223 4 14쪽
3 기초수료반 24.01.24 240 4 16쪽
2 첫 침식 +2 24.01.23 288 3 15쪽
1 돌아가다 +2 24.01.22 381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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