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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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작품등록일 :
2024.01.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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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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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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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의 이유

DUMMY

“이걸로 여길 찌르면 돼요.”


“아, 알겠어요.”


내 지금 나이보다 3살 어린 이주원은 확실히 야무진 구석이 있었다.

조그마한 몸으로 거대한 가방을 들고 다니며 필요한 물건들을 꺼내주는데, 공간확장마법이 한계까지 걸린 배낭에선 정말 온갖 것들이 끝도 없이 나왔다.

거기다 전투가 끝날 때마다 능숙한 솜씨로 마물들을 해체하고, 마석까지 수거하는 전천후 인재였다.


“이걸 이렇게 하고···”


“네. 결을 따라 가면 쉽게 잘려요.”


나는 이주원에게 받은 도축칼로 리케맨의 가죽을 벗겨내는 중이었다.

전투가 끝날 때마다 거대한 마물의 시체를 가방에 쑥쑥 넣어두더니만.

커다란 동굴에 도착해 좀 쉬나 했더니 마물들을 꺼내 도축을 시작했다.


“하나 끝났어요.”


리케맨의 손목과 알킬레스건을 자르고 결을 따라 가죽을 벗겨냈다. 처음이라 구멍이 좀 났지만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처음치고 잘하시네요. 이대로 계속해주세요.”


마물의 시체는 마석을 제거하는 순간 재가 되어 사라진다. 반대로 마물을 죽이더라도 마석이 남아있으면 시체는 온전히 보전되었다.

필요한 게 있다면 마석 제거 전에 이런 식으로 작업해야 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드네.’


기초수료반이나 레벨업대행 때는 자세히 보지 못했었는데, 생각보다 귀찮은 작업이었다.


‘이래서 고블린을 잡는데 그렇게 시간이 걸렸나 보군.’


그때도 고블린 시체들을 다 수거하던데. 시간이 오래걸릴만했다.


"다 끝났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작업은 끝이났다. 도축이 끝난 마물에게서 마석을 빼내자 곧 형체를 잃고 몸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출발한다.”


도축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않아 이독 팀장의 명령에 우린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희한하게 눈이 더 안 쌓이네.’


눈이 끊임없이 내리고 있었지만, 무릎이 빠질 정도에서 더 위로 눈이 쌓이지는 않았다.

이상한 일이다. 눈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는 걸까. 뭐, 이게 아니었다면 움직이기도 힘들었겠지만.


눈발을 헤치며 얼마쯤 걸었을까. 눈길을 헤치느라 지쳤는지 조요히 있던 김어수가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팀장. 근처에 보물이 있는 것 같다네. 보아하니 5등급 장비가 몇 개 있을 것 같은데 회수할 생각이 있다면 가보는 게 어떻겠나?”


마법으로 무언가를 감지한 김어수의 말에 팀원들이 눈이 반짝였다.

게이트를 탐험하면서 얻을 수 있는 건 마물의 시체와 마석과 마정만이 아니었다.


“드디어 진짜 탐험이 시작되겠네.”


“오랜만에 만나는 보물이네요! 좋은 장비가 있으면 좋겠어요.”


구찬혁과 이주원은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거리고 있었다.


‘이상하게 보물과 인연이 많네.’


극악의 확률을 뚫고 황금 고블린의 보물창고도 다녀왔는데. 바로 다음 게이트 탐험에서 보물이 나오다니.

6등급 게이트에서 랜덤 하게 보물이 발생하는 확률은 1프로 정도였는데 운이 좋았다.


"좋네. 이래서 탐험을 하는거지."


그런가. 탐험을 하는데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분명 게이트를 뒤지며 보물을 찾아 나서던 낭만있던 시절도 있었으니까.


우린 김어수의 지시에 따라 방향을 잡고 길을 나아갔다.

눈 덮인 평야와 드문드문 자리한 설산뿐인 이곳에서 마법으로 길을 찾는 능력은 정말 중요한 것이었다.


“저 앞이라네. 불길한 마력이 출렁이고 있는데, 그 안에 여리고 부드러운 기운도 함께 하고 있다네. 내 생각으로는···”


“모두 전투태세로 다가간다.”


이독 팀장이 김어수의 말을 끊으며 설산 사이에 자리한 골짜기로 우릴 이끌었다.

차태백이 방패를 치켜세웠고, 이독 팀장과 구찬혁은 무기를 움켜쥐었다. 이주원과 김어수, 그리고 팀의 유일한 여성이자 힐러인 20살의 이윤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골짜기 사이엔 생각보다 넓은 분지가 있었다. 이상하게도 눈이 쌓이지 않는 땅 위로는 하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아지랑이 너머에 쌓여있는 보물더미가 고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잠시만.”


김어수는 팔로 일행들을 제지하고는 분지의 입구 가까운 곳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에 지팡이를 빙자한 길쭉한 봉을 갖다 댔다.


하얀 아지랑이는 봉을 휘감으며 타고 올라와 곧 김어수의 손가락에 닿았다.


[화염 길들이기]. 김어수의 손이 붉게 달아오르며 다가오던 아지랑이가 뒤로 밀려났다.

지팡이를 치켜든 김어수가 말했다.


“위험하구나. 위험해. 냉기가 의지를 가진 것처럼 움직이고 있구나. 이런이런···”


“김어수 마법사. 방법이 있나?”


“30분이네. 나와 주원군이 저 냉기가 몸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는 시간은 딱 그 정도일 걸세. 그 안에 마물을 잡고 보물을 챙겨 나와야 한다네.”


“알았다. 모두 준비해라. 9분 30초. 그 안에 정리가 안된다면 긴급탈출하겠다.”


“넵!”


“알겠습니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만 사실 저 아지랑이처럼 뿜어나오는 냉기는 훨씬 간단한 방법으로 막을 수 있었다.

그냥 넓은 분지 위로 물을 뿌려주면 됐다. 마법사들이 있으니 비라도 한번 내리면 모든 구멍이 막히면서 냉기가 더는 새어나오지 않을테지만.


꾹. 임시로 받아 든 방패를 움켜쥔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지시에 따랐다.

아직 내 지식을 어디까지 꺼내도 될지 정하지 못했다. 당분간 이곳 분위기를 보면서 나한테 도움 될만한 것들을 챙길 필요가 있었다.


저벅. 저벅. 고요한 공간에 발소리를 밟아 넣으면서.

이주원과 김어수의 마법으로 붉게 달아오른 우린 아지랑이를 헤치며 천천히 보물에 다가갔다.


“······없나?”


차태백이 멍청한 소리를 지껄인 순간.


끼리릭. 끼릭. 골짜기 위에서 이빨을 가는 것 같은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대한 하얀 곰에 올라탄 나무와 인간을 적당히 합성한 기괴한 외형의 마물.


[타락한 식물학자 잔도르]

[Lv 35]

[신체능력 : 740~815]

[정신능력 : 1280~1380]

[특수능력 : 중첩되는 눈꽃. 얼음독.]

*얼어붙은 식물을 이용한 속박 및 냉기 중첩공격.

*식물의 독과 얼음을 결합한 공격은 회피하기 어려움

*하얀 곰을 데리고 다니며···


‘······까다로운 놈이 나왔군.’


공략집만 봐도 머리가 아파오지만 열심히 머리를 굴려 패턴을 미리 봐두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직접 보고 있는 것처럼 선명히 떠오르는 패턴들을 곱씹으면서 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는 잔도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차태백이 곰을 맡는다. 김어수와 이주원은 마법방어에 집중해라.”


아무래도 마물의 정체를 모르는 눈치다. 저 잔도르란 놈은 식물학자라는 명칭답게 마법사 스타일의 마물은 맞지만. 그렇다고 탱커를 빼두고 곁에 다가갈 수 있는 녀석이 아니었다.


“여기로 와라!”


달려드는 하얀 곰을 전신을 가리는 거대한 방패로 가로막은 차태백이 곰과 우리 사이에 벽을 세웠다. 동시에 이독 팀장과 구찬혁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흡!”


이독 팀장의 거대한 대검이 공간을 찢어발겼다. 동시에 구찬혁의 창이 날카롭게 찔러 들어갔다.


콰드득! 동시에 수백가닥의 식물줄기가 얼음바닥을 뚫고 나왔다.


콰앙! 쿵! 어느새 대검과 창이 식물줄기와 부딪혔다.

움직임이 눈에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레벨업하면서 늘어난 신체능력이 얼마인데. 동체시력이 아예 따라가질 못했다.


“물러난다.”


“넵.”


길고 단단한 식물줄기 수백가닥이 주변을 감싸자 무엇이든 벨 것 같았던 이독의 대검이 수십 가닥의 줄기를 베어내고는 멈춰 섰다. 구찬혁의 창도 마찬가지였다. 뻗어 나온 줄기들을 절반도 뚫어내지 못하고는 멈춰 섰다.

뒤로 물러난 이독 팀장의 대검을 타고 식물의 수액이 흘러내렸다.


‘저거 다 독인데.’


강력한 마비독을 품은 수액이 잔도르와 우리 사이에 흩뿌려졌다.

피부에 닿으면 바로 마비가 오는 맹독이기에 지금부턴 바닥에 깔린 수액들도 조심해야 했다.


“아무래도 독이 있는 것 같구나. 마법을 사용할 테니 물러들 나시게나.”


마력을 모으고 있던 김어수는 방어마법이 아닌 대단위 공격마법을 준비했고, 동시에 잔도르가 공격을 시작했다.


[얼음덩굴 속박]. 수백 개의 줄기들 사이에서 얼어붙은 투명한 줄기들이 길게 뻗어 나와 팀원 전체를 공격해 왔다.


“몸에 닿지 않게 해라.”


이독 팀장은 자신과 차태백에게 오는 줄기들을 쳐냈고, 나와 김어수는 이주원이 앞에 나서서 결계를 만들어 보호해 주었다.


“[거대한 화염]. 타오르게나.”


콰직. 콱. 결계를 두드리는 줄기들을 뚫고, 김어수의 마법이 날아갔다.


쿠우우웅!


분지 전체를 한순간 대낮으로 만든 거대한 불꽃이 휩쓸고 지난 간 자리엔 여전히 견고하게 자리 잡은 식물줄기들이 보였다. 하지만.


“얇아졌군. 뚫어내겠다.”


견고했던 식물의 벽은 아까보다 훨씬 얇아져 있었다.

이독 팀장은 대검에 마력을 집중하고는 일순간 힘을 집중하였다.


[중력강화] [무게중첩] [속보]

3가지 기술을 동시에 사용한 이독 팀장의 대검은 눈 깜짝할 사이에 식물줄기들을 베어내고 있었다.


꽈드득. 꽈득. 질긴 식물줄기를 파고들어 떨어지는 수액을 아랑곳하지 않고 베어나간 이독 팀장은 단 일격으로 눈앞을 가로막은 모든 식물줄기를 베어냈다.


“구찬혁!”


“갑니다!”


[여의봉술] [늘어나라]

구찬혁의 창이 길게 뻗어나갔다. 서있는 자리에서 수십 미터를 뻗어나간 창날이 이독 팀장이 만든 균열로 파고들어 잔도르의 몸통을 파고들었다.


“끼아아아!”


잔도르가 비명을 내지르자 하얀 곰이 더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쾅! 쾅!


“존만한 새끼. 더 해봐라!”


하지만 차태백의 방패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잠시 자리 비울게요. 조심하세요!”


이주원은 나를 두고 잔도르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공격이 적중했을 때 몰아쳐서 끝내버리기 위함이었다.


“다들 가시게나!”


동시에 김어수의 마법이 다른 세명에게 스며들며 쥐고 있던 무기들에 화염속성이 부여되었다.

이독 팀장은 마비되는 몸으로도 멈추지 않고, 식물줄기를 잘라나갔고, 구찬혁은 빈틈으로 계속 잔도르를 찔러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잔도르의 뒤를 점유한 이주원이 단검으로 목덜미를 찔렀다.


“끄아아악!”


고통을 느낀것일까. 아니면 생명에 대한 위협을 느낀 것일까.

죽음이 닥쳐온 순간 잔도르는 마지막 발악을 시작했다.


[휘날리는 눈꽃]. 잔도르의 몸에서 하얀 눈송이들이 뿜어져 나왔다.

폭포수처럼 뿜어지는 눈송이들은 순식간에 분지 전체를 뒤덮어 버렸다.


“눈송이를 피해라!”


“눈을 맞으면 안 되네! 모두 모이게나!”


눈송이를 맞은 사람들의 움직임이 급격하게 느려졌다.

눈송이 하나하나에 담긴 냉기가 중첩되면서 점점 몸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근접했던 인원들이 몸을 떨며 김어수의 곁으로 간신히 모여들었다.


“이런 시발! 나···는 못 간다고!”


차태백이 소리쳤다. 이대로 하얀 곰을 달고 돌아가면 전멸이었다.

김어수는 마법결계로 눈송이를 막으며 차태백의 등을 바라보고는 이를 악물었다.

당장은 방법이 없었다.


“시발!”


차태백은 굳건히 방패를 들고는 미련을 버린 채 하얀 곰을 바라보았다.

눈송이가 끝날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한다.

하지만 몸이 점점 말을 듣지 않았다. 깨질 것처럼 차갑게 굳은 손가락부터 조금씩. 감각이 사라지며 움직임이 굼떠졌다.


“흐으···이대로는···”


얼어붙은 폐에서 내뿜는 하얀 입김이 눈앞을 가렸다.


콰앙! 다시 하얀 곰의 앞발이 방패를 내려쳤다. 단단했던 육체에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었다.


“저를··· 보내주세요.”


이윤의 치료마법으로 어느 정도 냉기를 몰아낸 이주원이 말했다.


“제가 가서 보호막을 쓸게요.”


“저기까지 가기 전에 몸이 얼어붙을 거다.”


“그래도···”


이독 팀장은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잔도르의 코앞에서 눈송이를 맞은 이독 팀장과 구찬혁, 이주원은 사실상 전투불능 상태였다.

이윤의 마법으로 냉기를 빼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제가 갈게요.”


모두의 시선에 나를 향했다. 나는 이주원에게 다가가며 다시 말했다.


“제가 데리고 갈게요. 저기까지 달려가는 건 가능할 거에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김태오가 이주원을 안고 차태백에게 간다.”


이독 팀장은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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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두 번째 게이트 탐험(1) 24.02.23 139 2 14쪽
24 각성(3) 24.02.22 145 1 15쪽
23 각성(2) 24.02.21 142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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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일상(3) 24.02.15 141 4 14쪽
18 일상(2) 24.02.14 144 4 15쪽
17 일상(1) 24.02.13 155 3 13쪽
16 빙하 리치 24.02.12 155 3 14쪽
15 서브탱커 24.02.09 165 4 12쪽
14 의심 24.02.08 168 4 13쪽
13 5등급 게이트 탐험 24.02.07 175 4 14쪽
» 탐험의 이유 24.02.06 178 3 13쪽
11 화랑 탐험대 24.02.05 182 3 15쪽
10 납치? 24.02.02 188 3 13쪽
9 살아남다 24.02.01 202 3 14쪽
8 1등급 마정을 얻다 24.01.31 204 3 13쪽
7 황금 고블린의 보물창고 24.01.30 204 4 13쪽
6 고블린의 숲 24.01.29 197 4 14쪽
5 물약 제조 24.01.26 210 4 14쪽
4 F등급 인생 24.01.25 223 4 14쪽
3 기초수료반 24.01.24 240 4 16쪽
2 첫 침식 +2 24.01.23 289 3 15쪽
1 돌아가다 +2 24.01.22 381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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