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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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작품등록일 :
2024.01.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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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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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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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일상(1)

DUMMY

게이트 안에서 좋은 각성자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파악하고 인지한 각성자이다.

마물을 상대하기 위한 다양한 직업군과 포지션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자신의 그중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인지하고, 그에 따른 전술을 수행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럼 내 역할은 무엇일까.

단단하게 아군을 지키는 탱커일까. 아니면 잠시 마물들의 눈을 돌리는 미끼일까.


나는 대체 무엇인가.


너무 당하기만 해서일까. 이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진짜 이렇게 처맞기만 하다가는 정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다.

정신 차려야 한다.


‘다음 정수가 중요하겠어.’


조합을 맞추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다른 뱡향성을 모색할 수 있다.


‘호문쿨루스의 정수. 어렵겠지만 그걸 얻는다면···’


단순히 두드려 맞기만 하는 탱커의 삶을 끝낼 수 있을 거다.

나가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지팡이도 나왔군.”


“마정도 확정적으로 나오는게 맞았어.”


마정과 군주급 마물의 전용장비에 빙하 리치가 가지고 있던 아공간 반지까지 얻었다.

반지 안에는 다양한 장비와 도구, 보물들이 담겨 있었다.


“마정은 구찬혁이 지팡이는 김어수 마법사가 갖는다.”


팀원들은 빠르게 물건을 분배했다. 나는 아차원 반지안에 있던 장비 중 냉기 저항을 높여주는 반지를 선택했다.

냉기저항만 180을 올려주는 반지덕에 푸른 얼음 신발의 냉기저항을 더해 총 300의 냉기저항을 얻었다.


‘이 정도면 7등급 이하 빙결 마법은 무시해도 되겠어.’


선택받지 못한 물건들은 모두 게이트 관리국에 제출하기로 했다.

마정이나 지팡이의 가치가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팀원들은 딱히 불만이 없어 보였다.

이럴 경우 다음 탐험에서 우선순위가 다른 팀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합리적인 방식이군. 나한텐 이게 더 낫겠어.’


내게 도움이 될 물건은 그리 많지 않다. 계속 공적 치를 쌓아두다가 한 번에 큰 걸 노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3일 뒤. 우린 게이트의 핵을 건드리지 않고 다시 되돌아 나왔다.

아직 4등급 게이트로 올라가기엔 수련이 부족하다던가.


돌아오는 길은 마물이 없었기에 훨씬 빠르게 돌아 나올 수 있었다.


“모두 수고했다.”


그렇게 내가 속한 화랑탐험대는 게이트를 나와 게이트 관리국에 정식으로 탐험 종료를 보고했다.


게이트 밖에서 대기 중이던 게이트 관리국 직원들은 이독 팀장이 남아 상대하기로 했고, 나머진 모두 집으로 복귀하게 됐다.


“이게 내 연락처야. 우린 보통 휴가 기간 중에 한번 모여서 단합하는 시간을 갖거든. 다 모이는 경우는 없다만. 어쨌든 연락할게. 푹 쉬어.”


“고생했어.”


“쪼렙 주제에 꽤 하네. 다음에 보자.”


“고생했어요!”


“자네 심심하면 마탑에 놀러 오게나. 사실 탑은 아니고 빌딩인데 마법사는 탑이 있어야 한다고 그딴 식으로 부르고 있다네. 멍청한 늙은이들이지.”


나는 팀원들과 차례로 인사를 주고받고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을 향하려 했다.


“김태오님. 잠시만요.”


그때 게이트 관리국 직원 한 명이 말을 걸어왔다.


“김태오님에게 게이트 관리국에서 집을 제공했습니다. 이사는 끝났고, 어머니도 거기 계십니다.”


“이사를 했다고요?”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광화문 근처의 값비싼 아파트에 집을 가진 집주인이 되어 있었다.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보니 이사를 끝낸 게 맞았다.

나는 서둘러 이사했다는 새집으로 향했다.


“아들 몸은 괜찮아? 고생 많았어.”


“괜찮아요. 별로 안 힘들어요.”


나를 안고 토닥이는 어머니를 슬쩍 떼어내며 달라진 집을 살펴봤다.

50평이 넘는 집은 예전 집을 통째로 넣어도 넉넉히 남을 정도로 넓은 거실과 주방, 거기에 3개의 방에다가 화장실이 있는 구조였다.


[전위 탐색]

나는 돌아오는 길에 김어수에게 비싼 돈을 주고 배운 탐색 마법으로 집 안을 살폈다.

하지만 감시 카메라나 어떤 마법도 탐색되지 않았다.

문제는 다른 부분에 있었다.


“게이트 관리국이 코 앞이군. 개자식들.”


인터넷으로 찾아본 게이트 관리국 주소를 보고 내가 얼마나 게이트 관리국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왔는지 알게 됐다.

왜 하필 이렇게 비싼 곳에 집을 구해줬나 했더니만.

이사 온 것 자체가 이미 감시망 안에 들어온 셈이었다.


“후우··· 그래도 팀에 있는 동안은 안전하겠지.”


확신할 순 없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팀원들도 계속 남아있는 거겠지.


이틀정도 학교는 가지 않았다. 육체는 이미 회복한 지 오래였지만 기진맥진한 정신을 되돌리는데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후우··· 트라우마 생기겠어.”


아니, 사실 이미 생겼다.

가만히 있다가도 얼음기둥에 갇혔던 그 순간의 기억이 자꾸 떠올라 움츠려 들게 된다.


나는 죽지 않는다. 정말 웬만해선 말이지.

그렇다 해도 고통은 달라지지 않는다. 맞으면 아프고, 따갑고, 고통스럽다.

그리고 그런 끔찍한 고통을 감내하는 시간들이 내 정신에 커다란 상처를 남겨놓았다.


“그래도 돈은 많이 주네.”


스마트폰 어플로 켜본 은행 어플에 떠있는 숫자.

24억 5천만원.

언제나 마이너스였던 그곳엔 로또라도 맞은 듯한 금액이 새겨져 있었다.

이번 탐험의 대가로 게이트 관리국에서 들어온 돈은 총 21억.

거기에 저번에 금괴를 바꾸고 남은 돈이 합쳐진 금액이었다.


‘벨트에 있는 보물들이 대충 200억이 넘었지.’


남은 보물까지 합치면 대충 250억 정도 되는 돈.

나는 이제 재벌이다.

아, 그 정돈 아니려나.


어쨌든 놀랍다. 얼마나 버는지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다들 이래서 상위 각성자가 되려 하고, 목숨을 걸고 게이트 탐험에 나서는 거였나.

살아가는 질이 완전히 달라지는구나.


“어머니께 드릴 돈만 빼두고, 나머지는 일단 그냥 두자.”


돈을 쓸 곳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내가 원하는 것들은 더 비쌌으니까.


그렇게 하루를 대충 정리하고, 다음날 나는 오랜만에 학교에 갔다.


“안녕하세요.”


“어, 어···아, 그래. 오늘은 왔구나. 수업 잘 듣고 가렴.”


학생들만이 아니라 선생님들까지 데면데면하는 걸 보니 꽤 유명인사가 된 것 같다.


“요, 우리 각성자님. 오셨습니까~.”


“뭐냐.”


오랜만에 만난 이찬수가 깐죽거리며 다가왔다.


“이야, 학교를 2주씩 마음대로 빠지고, 좋겠네 아주.”


“가서 죽을뻔했다. 얌전히 수업만 받는 걸 감사히 여겨라.”


“크으~ 죽을뻔했다니. 꿈과 모험이 막 꿈틀대는구만. 야, 나도 기초수료반 다녀왔다.”


“응? 뭐야 너도 그럼 각성자야?”


“아니. 실패했지. 귀여운 고블린 녀석이 어찌나 애처롭게 바라보던지. 나 같은 박애주의자와는 맞지 않는 길이더군.”


“겁쟁이새끼.”


“······야만인이.”


이찬수가 마음이 약한 걸까. 아니면 나 같은 각성자들이 삐뚜러 진 걸까.

어느게 더 인간적인 것일까에 대한 답은 알 수 없다만.

미래를 알고 있는 나에게 선택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뿐이었다.

끊임없이 강해지는 것. 그것 말고는 길이 없다.


“그나저나 너 이지아 알지?”


“이지아? 알지. 전교 1등이잖아.”


왼손잡이의 딸이기도 하고 말이지.


“그래. 걔 말이야. 요즘 난리도 아니다.”


“왜? 무슨 일인데?”


각석자의 가족을 누가 건드릴 리도 없고. 그나저나 왼손잡이는 잘 지내려나.


“그 태범이 패거리가 왕따 시키고 있나 봐.”


“고태범? 그 양아치 새끼가? 걔 각성자잖아.”


“그래. 각성자라서 직접 뭘 하지는 않고, 주변 애들 이용해서 은근히 괴롭히나 봐.”


대충 그림은 그려진다. 왕따를 당해본적은 없지만 지켜본적은 있으니까.

근데 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 걸까.


“뭐 하러 그런 거래? 이지아 인기 많지 않았어?”


“그러니까 말이야. 예쁘고 성격도 털털하고, 공부도 잘하고. 다들 좋아했는데 말이야······ 사실 소문이 있기는 해.”


“소문?”


이찬수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고태범이 이지아를 좋아했는데 차여서 괴롭히는 게 아닌가 하는 소문이 있어.”


“···멍청한 새끼네.”


“그러니까 말이야.”


진짜일까. 고태범이 각성자인 게 조금 걸리는데.


고민을 잠시 접어두고 한숨 푹 자고 맞이한 점심시간.

오랜만에 찾은 급식실에서 나는 이찬수가 말했던 은근한 괴롭힘의 현장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야, 너 누가 밥 쳐 먹으래?”


까강. 홀로 밥을 먹고 있던 이지아의 식판을 고태범 패거리 중 하나가 다가와 뒤집었다.


“······”


이지아는 뒤집힌 식판을 보고도 아무 말하지 않고, 휴지를 가져와 널브러진 음식물을 정리했다.


“야, 왜 말을 안 해? 벙어리야?”


“······”


옆에서 몇 번 더 깐족거린 놈은 급식을 나눠주는 아주머니들의 눈치를 보며 다시 자리로 가 앉았다.

조용히 수군거리는 아이들 틈에서 쓸쓸히 식판을 정리한 이지아는 천천히 급식실을 빠져나갔다.

나는 그 와중에 처음부터 끝까지 고태범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개인감정은 아닌 거 같은데.’


확신할 순 없다. 하지만 왜인지 그런 기분이 든다.

개인적인 감정으로 그런 게 아니라면. 생각할만한 건 하나뿐이다.


‘확인해 볼까?’


내가 왼손잡이나 이지아를 도울만큼 딱히 친분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도움받은 건 이미 갚았고,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아이들 앞에서 강함을 뽐낼 생각도 없고, 강해졌다고 힘을 휘둘러보고 싶어 진 것도 아니다.


그저 기분이 나빴다. 내가 있는 공간에서 누군가 뿌려놓은 악취 나는 음모가 진행되는 게 꼴 보기 싫었다.

그 악취가 나에게 옮겨 붙기 전에 알아볼 필요는 있었다.


***


“태범아, 그··· 급식 아주머니가 선생님께 이야길 한 거 같더라고.”


“그래서?”


“응? 아니··· 아니야.”


“조금만 더 하면 될 거야. 그 조그만 게 얼마나 더 버티겠어?”


“알았어···”


고태범과 패거리. 사실상 고태범과 그의 부하들이나 다름없는 남자 놈들이 역도부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일단 선생님껜 내가 대충 둘러댈게. 태범이 니 이름이 나오는 거 같더···”


끼익.


한참 대책을 이야기하는 와중에 누군가 부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고태범과 패거리들의 시선이 모두 열리는 문을 향했다.


“··· 넌 뭐야?”


고태범이 눈을 치켜뜨며 으르렁대듯 말했다.

보통의 학생들이라면, 아니 선생님이라도 주눅 들만한 기세였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대상에겐 전혀 통하지 않았다.

느긋하게 걸어 들어온 상대는 의자를 끌고 와 고태범의 앞에 두고 자리에 앉았다.


“야, 너 뭐냐고!”


고태범의 목소리가 커진다. 그때 들어온 남자를 알아본 고태범의 패거리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어? 너 김태오잖아.”


“아는 놈이야?”


“어, 태범이 너랑 같은 각성자야. 기초수료반만 나온 게 아니고, 진짜 게이트 탐험하는 걸로 알고 있어.”


“그래? 근데 왜 온 거냐?”


나는 눈깔을 치켜뜬 고태범을 빤히 쳐다보다가 기습적으로 물었다.


“스카이피플 대표가 시켰어?”


“······?!”


다행히 표정에서 다 드러나는 타입이다. 굳이 캐묻진 않아도 되겠다.


“뭐, 뭔 소리야?”


“됐다. 대답이 됐네. 쉬어라.”


“이 새끼가? 뭔 소리냐고!”


생각보다 격양된 반응을 보이는 고태범이 내 팔목을 움켜쥐었다.

나는 이 멍청이의 눈동자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때리진 않았다. 지금 힘으론 가볍게 쳐도 이 멍청이를 벽 밖으로 날려버릴지 모른다. 조심해야 한다.


꽈악. 팔목을 쥔 손에 힘을 주던 고태범은 곧 안색이 바뀌더니 천천히 손을 놓았다.


“흠··· 뭔가 오해를 하는 거 같은데. 나는···”


“학교에서 너무 나대지 마라. 각성자의 규칙 알잖아?”


<각성자는 비각성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마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각성자가 된다면 지켜야 할 첫 번째 규칙.

사실 나도 크게 신경 쓰진 않았지만.


“나는 마물이 아닌데···”


“하는 짓이 비슷하잖아. 얼굴은 더 비슷하고.”


다시 얼굴이 벌게지는 고태범을 내버려 두고 부실을 빠져나왔다.

아직은 이 상황에 더 끼어들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이 스카이피플이란 곳을 조금 더 알아볼 필요는 있었다.


“요, 뭐 하냐. 점심시간 끝나간다. 매점에서 빨리 빵이나 사오자.”


“응? 뭔 빵이야?”


“요즘 유행하는 빵 있어. 얼른 와!”


갑작스레 튀어나온 이찬수와 함께 매점에서 빵을 사먹고, 적당히 수업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제 공부는 더 이상 재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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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 공략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두 번째 게이트 탐험(1) 24.02.23 139 2 14쪽
24 각성(3) 24.02.22 145 1 15쪽
23 각성(2) 24.02.21 142 2 14쪽
22 각성(1) 24.02.20 149 2 15쪽
21 일상(5) 24.02.19 136 3 14쪽
20 일상(4) 24.02.16 136 4 14쪽
19 일상(3) 24.02.15 141 4 14쪽
18 일상(2) 24.02.14 144 4 15쪽
» 일상(1) 24.02.13 155 3 13쪽
16 빙하 리치 24.02.12 155 3 14쪽
15 서브탱커 24.02.09 165 4 12쪽
14 의심 24.02.08 168 4 13쪽
13 5등급 게이트 탐험 24.02.07 175 4 14쪽
12 탐험의 이유 24.02.06 177 3 13쪽
11 화랑 탐험대 24.02.05 182 3 15쪽
10 납치? 24.02.02 188 3 13쪽
9 살아남다 24.02.01 202 3 14쪽
8 1등급 마정을 얻다 24.01.31 204 3 13쪽
7 황금 고블린의 보물창고 24.01.30 204 4 13쪽
6 고블린의 숲 24.01.29 197 4 14쪽
5 물약 제조 24.01.26 210 4 14쪽
4 F등급 인생 24.01.25 223 4 14쪽
3 기초수료반 24.01.24 240 4 16쪽
2 첫 침식 +2 24.01.23 289 3 15쪽
1 돌아가다 +2 24.01.22 381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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