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독종이 게이트로 복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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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지셋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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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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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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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에테르 속성(2)

DUMMY

대전의 한 낡은 빌딩.

5층으로 된 건물이지만 모든 층이 비워졌다.

마치 공사 중인 거처럼 바닥과 벽은 시멘트 그대로였고, 중간에 소파 몇 개와 테이블이 놓였다.


“시발, 웃기지도 않는군.”


그중 3층에 두런두런 모인 사내들이 보였다.

그들은 바로 아스레도 대전 산하 길드 에논의 길드원들이었다.


“푸, 푸하하핫! 시발! 이 새끼들 이미지 메이킹은 최고라니까?”


그때, 한 사내가 핸드폰을 보며 큰 소리로 비웃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물에 젖은 장발.

그리고 쏙 들어간 볼살. 그런 사내의 입엔 담배가 물려있었다.

그는 바로 에논 길드의 길드장, 최종수였다.

종수는 역겨울 정도로 포장된 아스레도 기사 내용에 박장대소했다.


「결식아동 후원금 최다 경신, 대체 아스레도의 선행인 어디까지인가?」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길드 1위 달성.」

「요즘 학생들의 꿈··· 아스레도 길드에 입성하는 게 최고의 선망.」


온통 아스레도 길드에 관한 칭찬 일색이었다.

하지만 최종수는 그런 기사의 내용을 읽으며 콧방귀를 꼈다.


“이거 봤냐 두식아?”

“그럼요. 인터넷에만 들어가면 온통 본대 얘기뿐이잖습니까?”

“대단하긴 대단해. 이것들은 선행만 1등이 아니라, 나쁜 짓도 1등이잖아? 우리한테 한 거처럼 안 들어오면 죽여버린다고 협박한 기사들은 왜 다 쏙 들어간 거냐? 응? 그뿐이냐? 죄다 나쁜 짓거리는 우리 시켜놓고 발각되면 아주 도마뱀처럼 꼬리를 자르잖냐?”

“그, 그건···.”


길드원 두식은 대꾸하질 못했다.

아스레도 선행 기사는 최종수의 발작 버튼 중 하나였으니까.


언젠가 한 사내가 에논 길드를 찾아온 적이 있다.

말끔한 머리에 깔끔한 정장 차림. 그리고 각이 잡힌 안경. 바로 에스라도 길드 본대 영입 팀원, 최수현이었다.


「저희는 에논 길드를 영입하기로 했습니다.」

「뭐? 그래서 어쩌라고?」

「기회를 먼저 드리는 겁니다. 숙이고 들어오실지, 아니면 이 자리에서 길드를 해체하실지 고를 기회요.」

「······.」


최종수는 아직도 그때의 일이 잊히지 않는다.

통보 아닌 통보. 말로는 기회라고 표현했지만, 이건 누가 봐도 협박이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거절할 수도 없었다.

실제로 거절했다가 사라진 길드도 한 두 군데도 아녔으니.


하지만 이런 내용의 기사는 일절 없었다.

아스레도 길드의 이미지는 선행 그 자체였으니까.


“그래. 힘없고 돈 없는 게 죄지, 시발.”

“이럴 거면 그냥 저희끼리 활동하는 게 낫지 않나요?”


그때, 새로 들어온 신입이 근본적인 의문 해소용 질문을 했다.

돈도 못 벌고, 본대에 대한 불만도 많고.

그럼 그냥 개별 활동하면 되는 게 아닌가?


“······.”


그 질문에 종수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야, 신입. 너 길드 활동한 지 얼마나 됐지?”

“5개월 됐습니다!”

“그래, 5개월. 내가 어디 가서도 못 배울 팁 아닌 팁을 하나 줄게. 귓구멍에 잘 넣어라. 무슨 일이 있어도 아스레도는 건들지 마라, 개기지도 마라.”

“예?”

“걔들은 사람들한테 있어서 천사이고, 아이돌이야. 너 팬덤 많은 아이돌 건드는 순간 어떻게 되냐?”

“음, 팬들한테 욕먹겠죠?”

“지금 가장 많은 팬덤을 보유한 게 어디인 줄 아냐?”

“비, 비티에···.”

“아스레도야 이 새끼야. 지금 얘네 이미지가 그 정도라고. 그런데 힘도 있다. 이런 애들 상대로 뭘 해보라고? 네가 길드장해 새끼야!”


휘익!

탁!


종수는 소파에 있던 쿠션을 내던지며 마무리했다.

그때, 분위기를 바꾸고자 한 길드원이 업무 관련 얘기를 시작했다.


“저··· 안 그래도 본대에서 또 연락이 왔습니다요. 그때 본대를 엿 먹였던 새끼 어떻게 됐냐면서···.”

“뭐, 게이트 핵 대신 부수고 간 새끼?”

“예, 예에···.”

“안 그래도 따로 일 시켜놨다. 기다려봐.”

“아 그리고 말입니다.”


또 뭔가 있을 거 같은 말끝 흐림에 종수가 인상을 구겼다.


“또 뭔데? 그 새끼들이 뭘 더 시켰어?”

“아, 별건 아닌데요. 지난번에 보낸 비밀 공문 내용도 꼭 숙지하라고 하더라구요? 그게 대체 뭡니까?”


길드원의 ‘비밀 공문’이라는 말에 종수의 표정이 일순간 일그러졌다.

그리곤 소파에 깊게 기대며 마지막 담배를 불태웠다.


“알려고 하지 마라. 너 다친다. 아무래도 우리 대전에도 그 물약이 퍼질 거 같다.”


종수는 말을 아꼈다.

그리곤 곧바로 도한을 찾도록 지시를 내린 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리링.


종수는 물에 젖은 장발 머리를 쓸어 넘긴 채 핸드폰을 귀에 갖다 댔다.


-예! 여보세요!

“어, 나다. 지금 어디냐?”

-마, 말씀하신 대로 김도한 그 새끼 찾고 있습니다!

“아 그러니까 어디냐고 지금.”

-여기 금산이란 곳인데, 읍내 쪽 찾아보다가 좀 깊숙이 들어와 봤습니다! 호, 혹시 몰라서 말이죠! 지금 산 넘고 있으니 여기 확인해 보고 복귀하겠습니다!

“어, 그래. 갔다 와서 바로 우리 쪽으로 와서 보고해라. 아, 그리고···.”


전화를 끊으려던 종수가 말끝을 흐렸다.

무언가 따로 지시할 게 있어 보였다.


“올 때 담배 한 보루 좀 사 와라. 네 돈으로.”

-예?

“담배 떨어졌다.”


또다시 담배를 삥뜯었다.


*


게이트에 일꾼이 늘었다.

어느새 다섯 마리까지 늘어난 고블린들.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어보자.’


햄스터의 지휘하에 텃밭이 점점 커지고 있다.

부족한 땅은 햄스터의 또잉삽으로 퍼냈고, 그렇게 퍼낸 자리에 고블린들이 씨앗을 심었다.


‘햄스터. 이 자식 진짜 대단한 녀석이야.’


이런 고블린의 농부화에는 햄스터가 큰 일조를 했다.

햄스터는 전용 회초리까지 만들었다.

자신이 지시한 대로 하지 않으면 한 대씩 치며 고블린들을 교육했고, 어느새 녀석들은 구덩이만 파내도 스스로 심을 정도로 성장했다.


덕분에 작업 속도는 몇 배나 빨라졌다.

이에 도한은 작물의 종류를 더 늘리기로 했고, 이번엔 최대한 많은 종류의 씨앗을 사 올 생각이었다.


달달달.


차를 끌고 마을을 빠져나가는 길목에 경운기 한 대가 다가왔다.

마을 이장 할아버지였다.


“어이, 자네!”


그렇게 경운기를 피해 나가려던 찰나.

이장 할아버지가 종수를 불러 세웠다.


“자네 잠깐 시간 좀 되나?”

“예, 말씀하세요.”


이장은 여기서 꽤 오랜 기간 이장 생활을 한 사람이었다.

마을 소식은 물론, 윗마을 아랫마을 소식까지 섭렵하고 있었고, 동네의 정보통이나 다름없었다.


“나가 요즘 여기저기서 들리는 말이 있는디.”


이장은 경운기 시동을 끈 채 대화를 이었다.

아무래도 꽤 중요한 말을 하려는 거 같았다.


“요즘 외지인들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거 같더구먼?”

“외지인이 말입니까?”

“그려. 내 나이가 되믄 말이여. 촉이란 게 있어. 그 촉은 자네에게로 향했고잉. 크흠.”


외지인 그리고 도한.

이장은 눈을 흘겨보곤 다시 말을 이었다.


“자네, 밖에서 뭔 일 하다 온겨?”

“뭐··· 이것저것 하다 왔습니다.”

“이것저것? 그려, 젊은 총각이 이런 시골에 오는 경우는 드물지. 나가 그건 굳이 캐물을 생각은 읎어. 오해는 말고, 자네 부모에게 신세를 진 게 있어서 알려주는 것이여.”


경계하지 말라는 뜻인 거 같았다.

도한 역시 이장에 관한 얘기는 익히 들었기에 그런 생각은 없었고.


“혹시 어떻게 생겼다고들 합니까?”

“글씨, 뭐라더라? 어디서 그놈의 길드인지 뭐시기인지 활동하는 사람들 같다 하고, 말로는 대전서 왔다는구먼?”

“대전이요.”


아무래도 자신을 찾는 게 맞는 거 같았다.


“아아! 그것도 있네. 그놈들 땜방이 생겨서 꿰맨 자국이 훤히 보인댜.”

“아···.”


대전에서 왔고 길드 활동에다 대가리도 깨졌고.


‘그 새끼들이구나.’


도한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자신이 이곳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방 먹여줬던 녀석들.

그놈들이 자신을 찾고 있다.


‘또 에스라도 산하 길드의 입김인가?’


자신을 방해하던 모든 곳엔 산하 길드의 입김이 들어갔다.

심지어 자신을 떼로 몰려와 공격할 때도 역시 그랬고. 자신이 아는 놈들이라면 굳이 이렇게까지 자기를 찾아 나설 놈들이 아니다.


‘애초에 그럴만한 깜냥도 안되는 놈들이고.’


그런데도 여기까지 쫓아와 찾고 있다.

이건 분명 누군가의 지시라고 생각했다.


‘아스레도 이 새끼들은···.’


마치 자신이 가해자가 된 기분이다.

게이트 핵을 파괴하지 않았더라면 되려 자신이 죽었어야 할 상황이었다.

자기가 찾아 나서면 모를까, 되려 그놈들이 자기를 못 찾아 안달이 났다.


‘어이가 없네.’


도한은 헛웃음을 지곤 이장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최근은 어디에 나타났다고 하던가요?”

“글씨··· 내가 마지막으로 들은 건 건너 마을 쪽인디···.”


어쨌든 점점 자신을 찾아오고 있는 거 같다.

그렇다면···.


‘꼬리를 끊어놔야겠네.’


이대로 두면 정말로 여기까지 올지도 모른다.

지금 자신의 집 마당엔 게이트가 숨겨진 상황이고, 오기 전에 끊어내야 한다.


“한 가지 부탁을 좀 드려도 될까요?”

“잉, 말만 햐.”

“아시는 분들께 그놈들이 와서 또 물으면, 금산 읍내에서 본 적이 있다고 해주세요.”

“정말 그래도 댜?”

“예. 부탁할게요.”


일단 유인부터 할 생각이었다.


*


도한은 농약 가게 세 군데를 모두 돌았다.

그렇게 꽤 많은 종류의 씨앗을 모았다.

이제 차례대로 하나씩 확인해 보며 마나 관련 능력을 찾아볼 생각이다.


‘오후 2시.’


일단 오늘은 바로 돌아갈 생각이다.

오늘 이장에게 자신에 대한 소문을 퍼트려달라고 부탁했기에 낚시는 내일부터 해볼 생각이다.


「우리나라를 위해 애써주는 아스레도. 그들은 오늘도 몬스터를 상대하며 희생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몰리는 지역에 있는 빌딩 전광판에 광고가 나온다. 공익광고다.

내용은 아스레도 길드원들의 ‘희생정신’.

길드원들이 피 칠이 된 채 몬스터와 싸우다 숨지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뒤, 그런 숭고한 희생으로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장면이 나왔고.


‘이 정도면 거의 가스 라이팅이네.’


사람들은 전광판의 모습을 보며 감동스런 눈빛을 하고 있다.

그 모습에 도한은 실소를 터트렸다.

시민들을 위해 희생? 그런 놈들이 자신에게 어떤 짓을 하려 했는가.

어딜 가든 아스레도의 선한 이미지가 퍼져있다.

웃기지도 않았다.


“기다려라. 내가 갈 테니까.”


도한은 전광판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엄마 저 아저씨 이상해···.”

“이리 와! 얼른!”


그러거나 말거나.

평소 남들 시선 따윈 신경 쓰지 않았기에 도한은 개의치 않았다.

그런 도한은 전광판의 녀석들을 보며 다짐했다.


‘난 날 건든 새끼들은 꼭 배로 갚아준다. 그런 나를 네놈들의 이익을 위해 죽이려고까지 했고.’


한 대치면 대가리를 찍는 게 김도한이다.

그런 도한을 죽이려고 했다.

이걸 몇 배로 갚아줘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아스레도. 너희들을 무너뜨려 줄게.’


혼자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길드.

그런데도 자신은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있었다.


자신에겐 그 누구도 가지지 못 했던 게이트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새로 얻은 기묘한 힘까지.


‘우선은 마법을 본격적으로 배워보자.’


도한은 집에 들어가기 전,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곳은 일반적인 도서관이 아니었다.

온갖 마법에 관한 서적들이 모인 지역 마법 도서관이었다.


한번 물면 안 놓는 미친개.

신체 단련으로 A급을 받아낸 독종.

그런 도한이 마법을 배우는데 꽂혔다.


그것도 그 누구도 부릴 수 없는 새로운 마법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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