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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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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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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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모용교

DUMMY

담대한 용운휘도 놀라 입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의 입만이 잉어처럼 뻐끔뻐끔 움직일 뿐이었다.


“왜 그래?”


미녀가 눈웃음 지으며 물었다.


“귀하가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소.”


“음...”


미녀는 귀엽게 미간을 살짝 모으며 고민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신방?”


“...?! 그게 무슨...”


신방이라면 부부들이나 밤을 보내는 곳이 아니던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이. 말 그대로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여자였다. 아무리 미녀라고 한들 그녀에게 처음 본 어떤 친밀감을 느낄 수 있겠는가. 하물며 낭군이라니.


“이런 아무리 혼절해있었다고는 하나, 그렇게 뜨거운 밤을 보냈는데. 흑.”


누군가 여자의 무기는 눈물이라고 했던가? 있을 수 없는 일을 당한 듯한 표정으로 처연히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용운휘는 자연스레 자신의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옷은 갈아입혀진 채였다. 설마하니 자신이? 아니 의식도 없는데 무슨 밤을 보낸다는 말인가?


그렇게 미녀와 자신의 몸을 번갈아 살폈다.


“큭...쿡쿡쿡.”


“...?”


처음의 소리죽여 흘러나오는 소리는 고통의 신음처럼 들렸다. 허나 뒤이어 들려오는 것은 명확한 웃음소리였으니. 용운휘로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용운휘의 표정을 지켜보던 미녀가 마침내 참던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하...거참. 그렇게 용맹하게 싸우던 녀석이 이런 연극에 그 모양이라니. 쿡. 쿡. 아니, 역시 아직은 어린애라서 그런 건가? 쿡.”


미녀는 자신의 눈가를 훔치며 어깨를 떨었다. 웃음이 멈추지 않는 탓이었다.


“당신 누구요.”


용운휘가 살짝 무거워진 어조로 말했다.


“어머. 꼴에 남자라고 목소리 깔기는.”


“누구냐니까!”


미녀의 놀리는 어조에 용운휘가 감정을 드러냈다.


“잘 알아두라고. 낭군님. 내 이름은 모용교라고 한다네.”


여자는 말하던 도중에 남자같은 말투로 바꾸었지만 어색하지 않을뿐더러 기이하게도 오히려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모용교가 뿜어내는 은은한 기세는 용운휘가 잠깐 침을 삼킬 정도였다.


‘누구지? 지금껏 봐왔던 그 누구보다도...아니. 그건 아닌가.’


용운휘는 머릿속에서 낙인처럼 남은 하후악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렇게 잠시 대치하던 둘의 귓가에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어, 일어난 것 같군.”



둘만 있던 방에 들어온 것은 백노경과 곽지성이었다. 곽지성은 그저 약간의 내상과 진기의 고갈이 좀 심각했을 뿐이지, 피육의 상처는 그다지 크지 않아 싸움 후에는 벌써 상처가 나아가고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용운휘 옆에 잠시 누워있다 금세 팔팔해져서 밖을 돌아다닐 정도였다.


용운휘는 모용교의 정체를 백노경에게 전해 듣고 잠시 놀랐으나 곧 상념을 털어내고 담담한 표정으로 모용교에게 시선을 옮겼다. 왠지 모를 무거운 분위기에 곽지성은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지만 그를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시선이 마주치자 방긋 웃었다.


“무슨 생각이오?”


“무슨 생각이냐니?”


그녀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로 대답했다. 마치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우린 적이 아니오?”


“적이라니. 낭군님은 신부에게 손대는 사람인거야?”


“장난칠 마음 없소.”


“흐음...나이가 열여덟이라 들었는데 너무 딱딱하군, 딱딱해. 그거보다는 먼저 할 말이 있지 않아?”


모용교의 말에 용운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무슨 뜻이지?’


“바로 고. 맙. 습. 니. 다. 가 먼저 나와야 되지 않을까? 꼬마?”


“무슨...”


“아니 그 말이 맞아. 사제.”


옆에서 있던 백노경이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사형.”


“사제가 기절한 사 일 동안 치료한 게 누구라고 생각하는 겐가. 저 소저..아니 저 분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빨리 일어났을 수 없었다고. 의원들이 다 두 손 두 발 든 상황이었으니 말이야.”


“무슨 소리요. 나는 잠깐 잠들었던 것뿐인데.”


“너처럼 과도하게 진경이 빠르다면 위험하다는 것도 모르나? 꼬마.”


모용교가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이거야 원. 아무것도 모르는군. 무공이란 육신이란 주머니 속에서 기를 키우는 것. 기를 기른다면 그에 걸맞게 그릇인 육신도 단련시켜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정(精)은 곧 기(氣)를 낳고, 그렇게 태어난 기(氣)가 다시 정(精)을 키우지. 신(神)은 그 둘을 조화시킨다. 그것이 우리 무인의 정기신(精氣神)이다. 허나 지금의 너는 기만이 비대해진 상태라고 볼 수 있어. 그에 비해 너의 육신, 다시 말해 정은 너의 기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보통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는데 말이야...”


“...”


“내 너의 사형에게 듣기론 너는 이미 한 번 삼혼이 상했다지? 아마 그때 이미 신(神)이 깨진 거겠지. 그러니 균형이 깨져 요 근래에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을 테고. 명심해라. 지금의 너는 굉장히 위험한 상태야. 두 번은 없어. 한 번 목숨을 건진 것도 기적이다. 그러니 너는 네스스로를 살펴야 할 꺼다.”


“뭘 어떻게 살피라는 거지?”


“...기본적으로는 내공에 치우친 수련을 육체을 단련하는 외공 수련으로 바꾸는 게 좋겠지.”


‘하.’


용운휘는 속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자신이 지금 그런 것을 가릴 상황인가?


용운휘가 가만히 있자 모용교는 말을 이었다.


“네가 쓰러진 후 너의 기혈은 미친 듯이 들끓어 오르고 있었다. 너의 내기를 담지 못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지. 내 옥소로 자구악장(自灸樂章)을 나흘 동안 연주해 경맥을 풀어놓은 후에야 네가 깨어난 거다.”


“...감사드리오.”


그제야 용운휘는 정중히 모용교에 인사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자신의 은인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어째서요? 나를...하후악이 구하라고 시킨 것이오? 그가 우리가 행하는 일을 알고서도 가만히 있는 것이오?”


용운휘는 샘솟는 의문을 해소하고자 급하게 연달아 질문했다.


“...너희들이 하는 짓은 하후악도 몰라. 마문일세는 의도적으로 공격을 해오는 적에 대해서 인식하고 막 찾고 있는 상황일 뿐이야.”


“...더 더욱 이해할 수 없소. 무엇을 바라고 나를 도와준 거요.”


“우선은 마문일세, 아니 하후악과 나와의 관계를 말하는 게 먼저겠군. 나와 그는 딱히 주종관계는 아니야. 굳이 우리의 관계를 정의하자면 계약관계에 가까웠지. 나는 언제든 마문일세를 떠날 수 있다는 그의 언질 하에 그에게 협조했던 것뿐이야.”


‘계약 관계...?’


잠시 생각에 잠긴 용운휘의 귀에 모용교의 말이 이어졌다.


“둘째. 딱히 바라는 것은 없어. 굳이 이유를 말하자면, 꼬마. 네가 마음에 들었다. 여자로서 말이야. 그것뿐이다.”


“뭐...뭐요?”


용운휘는 놀라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토했다.


“우린 본 적도 없지 않소.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이런. 이런. 곰팡내 나는 사내에게나 어울리는 말은 집어치우라고. 감정에 논리를 따지려 드는 건 남자, 특히나 나이든 남자 놈들에게나 어울리는 거라고. 여자는 자신의 감정에 논리따윈 필요하지 않지. 그리고 젊은 남자에게도 말이야.”


모용교는 뜨거운 눈빛으로 용운휘를 응시했다. 엷은 미소만을 지었는데도 그 뛰어난 미모 탓에 남자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요염함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용운휘는 당황해 구석에 있던 백노경을 쳐다보았다. 이런 일에 전생에서도 경험이 없었던 그가 처음으로 백노경을 사형으로서 의지한 것이다.


허나 처음으로 사형 노릇을 할 수 있었던 기회였지만 백노경은 사제의 시선을 외면함으로써 그 기회를 날려버렸다.


‘이 녀석아. 나도 평생을 거의 산 속에서나 살아온 놈인데 그렇게 쳐다본들 뾰족한 수가 있겠느냐?’


‘빌어먹을.’


용운휘는 그저 모용교의 시선을 피해 자신의 검을 찾는 시늉만을 할 뿐이었다.


“더 끌리는데 그래.”


모용교는 눈으로 용운휘를 쫓으며 중얼거렸다.





용운휘는 허둥지둥 당황한 모습으로 방을 뒤지다 일각이 지나서야 검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검을 말이다.


‘어이.’


용운휘는 속으로 적가린을 불렀다.


[어....아..하아아암. 일어났느냐?]


‘이건...뭐... 매일 잠만 쳐 자는 수룡(睡龍)인가?’


[누가 잠만 자는 수룡(睡龍)이란 말이냐!!]


‘조용히 말해. 골이 울리니까.’


[쯧. 사일 동안 제대로 자지도 못했다. 저 여아가 하루 종일 음공을 펼치니까 잘 수가 있어야지]


적가린의 말에 용운휘는 모용교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용운휘의 머릿속에 적가린의 말이 울렸다.


[하아아아암. 다시 잠들 테니 필요할 때 내공을 주입해서 깨워라.]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난생 처음 겪는 일에 적가린과 얘기라도 하고 싶었던 용운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아.”


“사제.”


“응?”


“이제 어떻게 할 건가?”


“...돌아갑시다. 본파로.”


“더 이상 마문일세에 대한 흔들기는 하지 않고 말인가?”


“어차피 놈들도 이제는 순순히 당해주지는 않을 거요. 자신들의 최정예인 절정고수 중 둘이나 죽었으니까 말이오.”


“흠...그것도 그렇긴 하지.”


“돌아가서 확인할 것도 있고, 다른 문파들도 흔들어야 되지 않겠소.”


“음. 그렇지.”


용운휘는 맞장구를 치는 백노경의 팔을 붙잡더니 귓가에 속삭였다.


“아까의 불균형 이야기는 당분간 비밀로 해주시오.”


“...!! 하지만”


“하지만이고 자시고 간에. 나에게, 아니 본파에 다른 선택지가 있소?”


“...”


“꼭이오!”


“아..아아.”


용운휘는 대답하지 않는 백노경을 닦달해 대답을 얻어냈다.



***


용운휘는 주변을 살피던 진광혼과 곽지성이 객잔으로 돌아오자 벽력일무문으로 돌아갈 채비를 꾸리기 시작했다.


짐을 다 챙긴 일행은 곧 발을 떼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의 뒤를 따라오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모용교였다.


“어딜 가는 거요.”


용운휘가 애써 아까의 일을 무시하며 물었다.


“어디긴. 아내가 남편을 따라가는 것은 당연하잖아요?”


용운휘는 갑자기 두통이라도 난 것처럼 오만상을 찌푸렸다.


“우리와 함께 행동하면 전까지 동료였던 이들과 부딪칠 수도 있소.”


“여필종부(女必從夫)라 하였으니, 남편의 뜻을 따라야지요.”


모용교는 그저 얌전히 내숭을 떨며 대답했다.


“하후악과도 부딪칠 수도 있-”


“후우우우...그런 말을 바꿔볼까?”


모용교가 한번 한숨을 내쉬더니 어투와 어조, 목소리마저 바꾸며 용운휘의 말을 잘랐다.


“내가 다시 마문일세로 돌아갈까?”


“...!!”


“아니...아니오.”


“내가 없어도 마문일세를 이길 수 있을 승산이 높은가?”


“...”


용운휘는 대꾸할 말이 없었다.


“그럼 대답은?”


“...잘 부탁드리오”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낭군님.”


모용교는 재밌다는 듯이 활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후우우우.’


용운휘는 이 결정이 잘한 것인지 아닌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차라리 마문일세를 상대하는 것이 쉬우면 쉬웠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여심은 불가해(不可解)라는 말을 오늘만큼 통감한 적이 없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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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제왕검형(帝王劍形) +2 24.05.18 455 17 11쪽
50 50화 남궁세가 +5 24.05.17 479 14 11쪽
49 49화 팽호 +1 24.05.16 501 16 11쪽
48 48화 황산으로 +1 24.05.13 564 14 13쪽
47 47화 십이사도의 죽음 +1 24.05.11 568 16 11쪽
46 46화 십이사도 +1 24.05.10 563 15 12쪽
45 45화 끽채교의 정체 +1 24.05.09 631 15 11쪽
44 44화 파리 날리는 객잔 +1 24.05.06 759 16 11쪽
43 43화 강호는 넓다 +1 24.05.05 825 17 11쪽
42 42화 소중유도 강찬운(수정) +1 24.05.02 801 18 12쪽
41 41화 칠대악인의 제자 +3 24.05.01 828 20 11쪽
40 40화 곡예단 +1 24.04.29 851 23 11쪽
39 39화 악인촌(수정) +1 24.04.27 913 21 11쪽
38 38화 복수 +1 24.04.26 970 19 11쪽
37 37화 귀검문의 최후 +1 24.04.23 1,041 22 12쪽
36 36화 재회 +1 24.04.22 1,039 18 11쪽
35 35화 살수 +1 24.04.21 1,020 18 11쪽
34 34화 강호인들의 도전 +1 24.04.20 1,048 19 11쪽
33 33화 영육쌍전(靈肉雙全) +1 24.04.17 1,166 18 11쪽
32 32화 다른 풍경이었다. 하지만... +2 24.04.16 1,176 17 11쪽
31 31화 승부의 끝 +4 24.04.15 1,151 23 12쪽
30 30화 의기충천(意氣衝天) +2 24.04.14 1,090 23 12쪽
29 29화 격전 +2 24.04.12 1,106 19 11쪽
28 28화 탈혼악경(奪魂樂經) +2 24.04.11 1,172 21 13쪽
27 27화 습격 +3 24.04.10 1,105 21 12쪽
26 26화 탈각 +2 24.04.09 1,176 20 11쪽
» 25화 모용교 +4 24.04.07 1,203 24 11쪽
24 24화 결착 +4 24.04.07 1,197 24 11쪽
23 23화 재격돌 +3 24.04.05 1,251 24 13쪽
22 22화 투귀 곽지성 +5 24.04.04 1,281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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