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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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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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6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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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복수

DUMMY

염왕채(閻王債)


오죽하면 염라대왕에게 진 빚이라고 칭할까? 그만큼 고리대금업이 무섭고 그 가혹함으로 인해 한순간에 지옥에 가버릴 수도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일반인들을 쥐어짜는 이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은 적어도 일반적인 무림인들에게 있어 금기시 되는 일이다.


대부분의 무림인들은 스스로가 협객이라고 불리기를 원하는 존재들이며, 최소한의 대의를 가지고 있었기에 어떻게 보면 나라 혹은 일반인들과도 공존해 온 것이다.


물론 드넓은 강호에서 염왕채같은 일에 손을 대는 이들이 없지는 않았으나 그들은 대부분은 좋지 못한 이름으로 불렸다.


바로 사파, 혹은 사마외도로 말이다.


결국 염왕채란 결국 이윤을 보기 위해 누군가를 쥐어짜는 일이니 대의란 존재할 수도 없었고, 사마외도의 낙인이 찍히기 싫은 자로선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것도 모자라 살수를 고용한 사실까지 있으니 귀검문에 대한 강호의 시선이 어떠할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귀검문에 모여 있던 근처의 문주들이 귀검문주의 목이 날아갈 때까지 나서지 못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염왕채에 손은 댄 문파를 비호한다는 것은 자신들 또한 사파임을 자인하는 것과 다름없으니.


모였던 문주들 중 한 명이 주저하며 용운휘에게 다가갔다. 귀검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정의문의 문주였다.


“용 소협.”


용운휘는 말을 해보라는 듯이 고개를 위로 까딱거렸다.


“우리는 그저 귀검문주의 초대로 들렀을 뿐인데 흠흠. 설마하니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아니, 귀검문주가 그런 일을 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네.”


“그렇소?”


용운휘는 무덤덤하게 답했다.


“그...그렇네. 아무래도 귀검문주가 몰래 벌인 일이니 말일세. 자네도 저 귀검문도에게 들어서 알 것 아닌가.”

“그렇긴 하오.”

정의문의 문주는 용운휘의 담담한 그 말이 왠지 모르게 무섭게 느껴졌다.


“그...그럼 우리는 이만.”


그렇게 황급히 떠나가려는 그의 뒤에서 용운휘의 말이 들려왔다.


“헌데 말이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란 말도 있으니 강호의 동도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잘 모르겠구려.”


“그...그게 무슨 말인가. 그 장부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는 일 아닌가.”


“글쎄. 강호의 소문이란 언제든 제멋대로 아니겠소.”


경고였다. 이 자리에 있었던 이들 모두에게 향하는 경고.


‘설마 들은 것인가?...아니 그럴 리가.’


정의문의 문주는 스스로가 떠올린 생각을 바로 부정했다. 하지만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찜찜한 무언가가 사라지지 않았다.


“...용 소협. 오해일세.”


“오해라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구려.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강호의 소문이 그렇다는 것 뿐 이외다.”


경고였다. 결국 이 자리에 있는 이들 또한 자신에게 적대한 귀검문처럼 일을 벌인다면 강호에 어떤 소문이 퍼질지 모른다는 이야기.


“...”


“뭐, 올바르게 행동했다면 걸릴 것이 있겠소? 그저 지나갈 뿐인 것을.”


“며...명심하겠네.”

“우리는 귀검문과는 다르다네. 안 그런가?”

“당연하지. 애초에 어디서 돈을 계속 가져오는 것이 수상쩍다 싶었네.”


그 자리에 있는 문주들은 괜한 소문을 피하기 위해서 전전긍긍이었다. 그렇게 자신들의 무고함을 주장하며 떠나가자 장내에는 장탄구와 살수만이 남았다.


부르르르.


용운휘가 응시하자 장탄구는 왠지 모를 한기에 몸이 떨려왔다.


“요...용 대협. 시키는 대로 다 하지 않았소? 그러니...”


“그러니?”


장탄구는 자신이 생사의 고비에 서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살수를 고용한 원수를 어떻게 보면 내 덕분에 해결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겠소?”


자신의 평생 가장 매끄럽게 혀를 굴렸다고 봐도 좋을 장탄구였다. 하지만 정작 그 말로 인해 용운휘의 기억 속에서는 자신의 죽음이 되살아났다.


우드득!


용운휘의 손에서 뼈 소리가 들렸다. 이어 강한 내력을 방출하자 거세게 일어난 경기가 용운휘가 서있는 바닥을 부수고 장탄구를 삼켜버릴 것처럼 날뛰었다.


“하!”


“요..용-”


장탄구가 혀를 놀리기도 전에 용운휘의 손이 한 번 움직이더니 장탄구의 손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어엌!!!! 왜....왜 이러는-”


“네 말대로 원수는 갚아야 하는 법이지. 그리고 그 때 그러지 않았던가. 자신이 칼 맞는 것이 두려워 몸을 사리는 놈과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고 했을 텐데.”


[거절하지. 적어도 자신이 칼 맞는 것이 두려워 몸을 사리는 놈 밑에선 일하고 싶지 않아서 말이야.]


그 순간 무언가가 장탄구의 뇌리를 뚫고 지나갔다.


“서...설마!!!”


“응. 네가 생각하는 게 맞을 거야. 그럼 잘 가라고. 내가 죽었던 것처럼.”


촤아악!!!!!


‘그런...’


‘그런 말도 안 되는.’


장탄구의 마지막 생각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그의 목가에 실선이 생겨났다.


“으...엌..”


실선을 따라 목이 그대로 떨어졌다. 자신의 마지막 생각도 정리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하....하..하하하하.”


죽어버린 장탄구의 시체 주위에 메마른 웃음이 퍼져나갔다. 적어도 허탈함에 잠겨있지는 않은 용운휘의 모습을 보면 그에겐 적어도 복수란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를 알 수 있었다.



***



귀검문에서의 일을 마무리 짓고 난 후의 용운휘의 모습은 무척이나 기이했다. 간혹 웃음 지을 때도 있었지만 가끔은 애수어린 얼굴로 무언가를 떠올리는 것처럼도 보이기도 했다.

마치 감정의 변화가 극과 극, 양극단 사이를 오가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는 않았다. 삼일 째 되던 날 용운휘는 갑자기 검을 빼들더니 미친 듯이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마주했던 과거와 이별할 결심을 했고, 이는 곧 새로운 시작이었다. 어떻게 보면 복수라는 점에서 목표를 완전히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으나, 새로운 생을 얻은 용운휘로선 과거와의 결별과 새로운 목표를 향해 질주할 일만 남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생애의 정리과 미련, 갈등을 삼일 밤낮의 춤사위에 모두 녹여낸 용운휘는 그대로 쓰러졌다. 다시 일어났을 때 그의 깊은 눈에서는 기광이 머물고 있었다.


방에서 하루를 꼬박 잠든 용운휘가 방을 나서자마자 마주한 것은 그의 사숙 곽맹이었다.


“사숙?”


용운휘가 잠시 놀라 곽맹을 쳐다보았다. 춤사위 때문에 모든 것을 잊어버렸는지 일순간 사숙이 왜 여기에 와 있는가를 잠시 떠올릴 정도였다.


“곧 정리하고 내려간다고 하지 않았더냐. 뭘 그리 놀라?”


“...아. 아닙니다. 잠깐 멍해 있는 탓에.”


“그래, 백노경 그 녀석에게만 말하고 내려와서는 제멋대로 날 뛴 모양이구나.”


“...”


곽맹은 말만 그저 그렇게 할 뿐이지 자신 또한 산에서 내려오고픈 마음은 없었다. 토납법을 익히는데 한창인 그가 내려온 것은 그저 자신의 상재가 그나마 좀 밝다는 이유로 문파의 어른들 중 뽑힌 탓이었다.


“그래, 문파의 뿌리가 뽑히기 전에 기반을 확실히 만들어야 할 텐데, 먼저 와서 생각해두거나 봐둔 것은 있느냐?”


“아니오.”


용운휘를 고개를 내저었다. 그로선 짚이는 구석이 없었기에 그저 답답할 따름이었다.


“흠...하긴 그럴 거야. 그나저나 너에게 살수를 보낸 문파의 문주를 그대로 목숨을 거두었다는 얘기가 들리던데 사실이더냐?”


“예.”


“잘했다.”


“...괜찮은 겁니까?”


용운휘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한 문파를 적대하고 그 문주를 죽였다는 것은 그만큼 큰 일 이었기 때문이다.


“걱정이 많은 홍 령 사매라면 모르겠지만...이런 걸로 너를 탓하고 싶은 이는 본문에서는 거의 없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잘한 일이지.”


그만큼 용운휘의 명성은 벽력일무문에게 있어 중요해진 상황이었다. 용운휘 그 자신이 이미 벽력일무문의 얼굴이 다름없는 상황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그대로 문파의 위신이 추락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물론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자신의 사질을 해하려고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용서할 수가 없는 곽맹이었다.


얼마나 많은 선인들과 제자들이 벽력일무문의 금제 아닌 금제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왔던가. 확실히 성과를 보이는 이는 악령화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강맹하면서도 무거운 검기혼탈무의 내공과 면면부절(綿綿不絕)한 내공이지만 어딘가 강맹한 맛이 떨어지는 서하검기.


어쩌면 조사처럼 두 무공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벽력일무문의 일원들은 모두 하나같이 노력하고 있었다.


“허면 그들의 사업체는 어떠하더냐? 좀 볼만한 것이라도 있더냐?”


용운휘는 곽맹의 말에 귀검문의 장부들을 꺼내었다. 곽맹은 앞서 두 개의 장부를 가볍게 넘기더니 이내 세 번째 장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장부를 살피던 곽맹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벽력일무문의 재정을 어느 정도 담당해왔던 그로선 이 장부가 심상치 않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이...이건...염왕채가 아니더냐?”


용운휘가 고개를 끄덕이자 곽맹이 바로 말을 이었다.


“허참...이런 정신 나간 짓을 하는 놈들이 있다니, 설마 하니 이따위 짓거리에 관이 개입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곽맹은 연신 수염을 쓰다듬으며 귀검문을 욕했다.


정수불범하수(井水不犯河水)


우물물은 시냇물을 침범하지 않는다곤 하지만 그것도 우물물이 제대로 흐를 때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강호란 우물물이 제멋대로 날뛴다면 시냇물을 관장하는 관이나 황실쪽에서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기에 곽맹은 귀검문주의 어리석음을 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칫했으면 산서의 무림 자체가 수만 수십만의 병력 아래 짓밟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나마 강호의 손으로 정리를 해둔 것이 다행이...긴 한데...이걸 어쩐다?”


“왜 그러십니까?”


“장부를 살펴보면 이 막대한 돈의 절반 이상이 그대로 썩고 있구나. 일반인들의 생활고가 심해진다면 관에서 바로 나설지도 모르고. 또 한편으로는 욕심도 나는구나. 어차피 장부가 우리에게 있는 이상 돈의 행방은 모르는 일이나 다름없다.”


곽맹의 말에 용운휘가 입을 열었다.



***



사숙과 사질, 둘의 대화가 끝났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자 귀검문 주변의 뭇 사람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귀검문주를 처리한 벽력일무문이, 용운휘가 염왕채의 돈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주인들에게 돌려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귀검문의 온갖 협잡질에 당했던 그들에게 돈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하늘의 도우심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들로서는 환호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고, 그들의 환호는 곧 소문으로 바뀌어 강호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산서에 있는 이들은 물론 강호 전역에서 산서를, 벽력일무문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용운휘가 한 일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관심을 끄는 일이었고, 이 주목이 어떤 일들을 불러오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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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제왕검형(帝王劍形) +2 24.05.18 455 17 11쪽
50 50화 남궁세가 +5 24.05.17 479 14 11쪽
49 49화 팽호 +1 24.05.16 501 16 11쪽
48 48화 황산으로 +1 24.05.13 564 14 13쪽
47 47화 십이사도의 죽음 +1 24.05.11 568 16 11쪽
46 46화 십이사도 +1 24.05.10 563 15 12쪽
45 45화 끽채교의 정체 +1 24.05.09 631 15 11쪽
44 44화 파리 날리는 객잔 +1 24.05.06 759 16 11쪽
43 43화 강호는 넓다 +1 24.05.05 825 17 11쪽
42 42화 소중유도 강찬운(수정) +1 24.05.02 801 18 12쪽
41 41화 칠대악인의 제자 +3 24.05.01 828 20 11쪽
40 40화 곡예단 +1 24.04.29 851 23 11쪽
39 39화 악인촌(수정) +1 24.04.27 913 21 11쪽
» 38화 복수 +1 24.04.26 971 19 11쪽
37 37화 귀검문의 최후 +1 24.04.23 1,041 22 12쪽
36 36화 재회 +1 24.04.22 1,039 18 11쪽
35 35화 살수 +1 24.04.21 1,020 18 11쪽
34 34화 강호인들의 도전 +1 24.04.20 1,048 19 11쪽
33 33화 영육쌍전(靈肉雙全) +1 24.04.17 1,166 18 11쪽
32 32화 다른 풍경이었다. 하지만... +2 24.04.16 1,176 17 11쪽
31 31화 승부의 끝 +4 24.04.15 1,151 23 12쪽
30 30화 의기충천(意氣衝天) +2 24.04.14 1,090 23 12쪽
29 29화 격전 +2 24.04.12 1,106 19 11쪽
28 28화 탈혼악경(奪魂樂經) +2 24.04.11 1,172 21 13쪽
27 27화 습격 +3 24.04.10 1,105 21 12쪽
26 26화 탈각 +2 24.04.09 1,176 20 11쪽
25 25화 모용교 +4 24.04.07 1,203 24 11쪽
24 24화 결착 +4 24.04.07 1,197 24 11쪽
23 23화 재격돌 +3 24.04.05 1,251 24 13쪽
22 22화 투귀 곽지성 +5 24.04.04 1,281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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