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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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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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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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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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영육쌍전(靈肉雙全)

DUMMY

용운휘를 불러세운 것은 곽지성과 진광혼이었다. 싸움 이후 벽력일무문의 빈객으로 대우받고 있는 그들이었기에 벽력일무문에서 대부분의 곳들은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이 백노경에게 말을 남기고 떠나가는 용운휘를 발견하고 따라온 것이다.


“...볼일이라도?”


“재미없는 녀석이군. 내가 여기에 왜 남은 건지는 너도 알 수 있는 일이잖아.”


“...”


‘골치 아프군.’


용운휘는 마문일세와의 싸움이 끝났음에도 왠지 모르게 싸움이 끝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나 진광혼까지 붙어있는 것이 좋게 끝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나마 마문일세와의 싸움까지는 얌전했던 진광혼이었으나 곽지성과 함께 이렇게 따라붙은 것을 보면 그 또한 자신과 싸우고자 하는 것이 뻔했다.


“...휴우. 할 일이 있다.”


“그래.”


말과 동시에 뻗어 나온 곽지성의 주먹이었다.


“무슨 짓이야!”


용운휘는 도검천을 사용해 바로 곽지성의 공격권에서 벗어나며 말했다.


“헤에...”


곽지성은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명확히 저번과는 다른 반응. 용운휘가 어디까지 나아갔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알아버린 곽지성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타오르는 것이 그의 천성.


“내 공격권에서 바로 벗어났군. 거기까지라는 것이 보이나?”


곽지성은 의아함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

용운휘도 딱히 명확하게 이유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단지 거기가 안전권이라는 직감에 몸을 맡겼을 뿐.


“이런 기분. 강호에 나와서 처음이야. 아니. 두 번째인가? 첫 번째는 제대로 맛도 보지 못하고 기절해버렸는데 말이야. 첫 번째보다는 기대되는군.”


“그만둬. 여기서는 곤란해.”


용운휘는 지척에 바로 벽력일무문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기척을 느끼고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만류했다.


“이렇게 달아올랐는데 주먹을 어떻게 거두지? 간다! 자세 잡아!!”


곽지성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리고 웃음과 동시에 달려들었다.


‘아아. 정말이지.’


용운휘는 거칠게 달려드는 곽지성의 권을 그대로 흘리며 곽지성의 몸을 뒤집었다. 힘의 흐름에 거스르지 않고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이화접목(梨花接木)이었다.


곽지성은 그 흐름을 의식도 하지 못한 채로 그대로 몸이 뒤집히며 바닥에 뒹굴었다.


콰당!


“컥!!”


그저 주먹을 휘두른 직후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밝게 빛나기 시작하는 새벽의 하늘이었다.


“크. 하..크..하하하하하하”

“지금은 여기까지만 하자고.”


용운휘의 말이 들렸는지 의문일 정도로 곽지성은 그저 크게 웃을뿐이었다.


“좋아. 지금은 여기까지만 하지. 당분간은 심심하지 않겠어.”


“...”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진광혼은 침을 꿀꺽 삼켰다.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자신이 저런 식으로 반격당한다면 과연 곽지성처럼 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것만이 지금 그의 관심사였다.


“영육쌍전(靈肉雙全)인가...”


흠칫!


옆에서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진광혼이 화들짝 놀랐다. 그만큼 용운휘의 한 수가 충격적이었기에 주위의 상황에 전혀 신경 쓰지 않은 탓이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술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모용교였다.


“왔소?”


“아아. 좀 전에 도착했어요. 그나저나 무섭군요.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저 둘의 실력차는 사실 없는 것이 다름없었는데. 무(武)의 신은 정말 무섭도록 공평하면서도 공평하지 않기도 해야 할까. 불완전한 영육과 육신이 한순간에 완전해지다니...”


“...”


진광혼도 동의하는 바였다. 무의 신이란 게 있다면 어찌 이렇게 불공평할 수 있다는 말인가.


“분명 기와 정이 따로 놀고 있었는데...의기충천에 이르렀기 때문일까요? 의념이란...신(神)이란 정말 모르겠군.”


“의기충천이라...의념을 말하는 거군.”


“예에. 하후악 그 녀석은 그렇게도 말하더군요. 의와 기가 충만해져 의념이 세워지고, 다시 그 의념으로 하늘을 철처히 부정한다 라고.”


둘의 대화에 용운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역시나. 그 자가 의기충천에 이르지 못한 이유도 알 것 같군.”


“...”

“이유라고?”


진광혼은 용운휘가 말하는 바를 그저 가만히 듣고 있었다. 하지만 모용교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리고 바닥에 누워있는 곽지성 또한 용운휘의 입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었다.


“하늘을 부정한다고 하는데 잘 보시구려. 내가 바라노니 하늘은 갈라질지어다.”


용운휘가 고풍스러운 말투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 어투와 달리 내용은 허황된 것이 어딘가 우스꽝스럽게 보일정도였다.


“봤소? 아무리 내가 바란다고 한들 하늘을 부정할 수가 있소?”


“...”


“물론 의기충천의 시작이 바람임을 부정하지는 않소. 하지만 바란다고 뭐든지 이뤄주는 만능이란 것은 아니란 소리요. 바꿔 말하면 본디 이룰 수 있는 곳, 혹은 그 앞까지만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의기충천이란 소리요. 아니 사실 이것은 하후악도 알고 있었을 거요. 단지 그자의 집착이, 망집이 그의 길을 막았을 거요.”


“망집...집착이라...”


모용교가 하후악의 과거를 떠올렸다. 확실히 그랬다. 그는 집착의 망자였으며 망집의 화신이었다. 하늘을 부정하고 싶었던 것은 결국 맹을 부셔버리겠다는 그의 복수심에서 나왔던 과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모용교가 한숨을 내쉬었다.


“요컨대 있어야 할 곳에 있게 만들어주는 힘이란 소리로군.”


진광혼의 말에 용운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용운휘의 모습을 보고 있던 진광혼이 허리춤에 있던 도를 천천히 빼들었다.


“좋아. 자네는 내가 넘기 위한 산으로서의 자격이 충분해.”


진광혼이나 곽지성의 무에 대한 갈망은 지독했다. 마치 그 모습은 지옥의 아귀나 다름없었다. 설사 자신의 몸이 떨어져 나간다 한들, 그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무인이란 결국 어쩔 수 없는 존재.


“그래도 지금 하겠다는 거요?”


“이긴다, 진다 그런 건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해. 앞에서 덤볐던 저녀석도 그럴 테지. 결국 이게 우리들 무인이다. 눈앞에 누군가 강한 자가 있다. 그렇다면 싸우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지. 자네도 마찬가지야.”


진광혼의 말에 용운휘도 자신의 지난 모습을 떠올렸다. 곽지성과 미칠 듯이 싸웠던 그 기억을.


“후우...어쩔 수 없지. 오시구려.”


용운휘의 말과 동시에 진광혼이 달려들었다.



***


“이쯤 이던가?‘


용운휘가 개방으로 향하는 길을 보며 중얼거렸다.


“어이, 무거워. 난 이 뻗어버린 양반. 요 앞에서 눕히고 있을 테니 알아서 그쪽으로 오라고.‘


뒤에서 진광혼을 업고 있던 곽지성이 투덜거리듯 말했다.


“아아.”


용운휘의 대답을 들은 곽지성이 푸념을 늘어놓았다.


“에이..이 양반도 참. 기세 좋게 달려드는 건 좋은데 뒤치다꺼리는 내가 해야 된다니...”


용운휘와 모용교가 그렇게 떠나는 곽지성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잠시 후 모용교가 입을 열었다.


“좀 살살하지 그랬느냐?‘


“...아직은 조절이 어려워서. 그러는 그쪽은 어디까지 따라올 셈이지?”


“그야...가가께서 가시는 길의 끝까지?”


“후우.”


한숨을 내쉰 용운휘가 눈앞에 개방 건물로 들어섰다.


얼핏 보기에는 폐가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보이는 개방도들의 면면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하나같이 안광이 번쩍이는 것이 고수들이라 할 만한 이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용운휘가 들어서자마자 안색이 싹 변했다.


“야야.”


아주 미약한 목소리. 하지만 내공이 이미 상당한 경지에 있는 용운휘와 모용교에겐 훤히 들릴 정도였다.


“검광경천이다.”


“정말 세간의 이야기대로 약관 장도로밖에 안 보이는데?”


“그 신편사심 하후악이 저런 젊은이에게?”


온갖 목소리가 사방에서 날아왔다. 일견 감춘다고 목소리를 줄였지만 용운휘와 일행이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생각을 하고 말하는 것일까?


‘검광경천??’


용운휘는 일순간 놀랐다. 평생 별호라고는 한 번도 없던 이혁망이 별호를 얻은 것이다. 삼류무사였기에 더욱 감개가 무량한 용운휘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용운휘가 한 거지에게 다가가자 거지들의 속삭임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후개와 만나러 왔소만.”


“음음. 우리 후개와 말이오?? 허허. 그 한량의 말이 진짜일줄은..”


중년의 거지가 중얼거리는 모습에 용운휘가 잠시 바라보고 있자 중년의 거지가 실수했다는 듯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이크 귀한 손님을 두고 실례했군. 후개는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요. 소협.”


용운휘와 모용교가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모용교는 장난스럽게 한번 씩 웃고는 용운휘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좋겠어? 소협 나으리?”


“...장난칠 거면 객잔으로 가 있으시지?”


“네네. 소협 나으리.”


“쯧.”


용운휘가 혀를 차고 발걸음을 옮겼지만 정말로 싫은 기색은 아니었다. 그라고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분명 혼자였다면 검을 빼들고 검무라도 췄을 것이다.


복도를 지나 방안으로 들어서자 후개가 방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소?”


후개의 모습은 전에 몇 번 만났던 때와는 전혀 달랐다. 옷차림도 단정하고 떡이 졌던 머리카락은 감기라도 했는지 기름기가 보이지 않았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준비한 것일까? 용운휘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후개는 탁자 앞에 있는 의지로 정중히 손짓했다.


용운휘가 자리에 앉고 이어 모용교가, 이어 후개도 자리에 앉았다.


“경천일검께서 본 방에 들러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오.”


용운휘는 이게 소위 명문의 접대라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다.


“답지 않군 그래.”


“하..하하하. 아무리 그래도 방에서 손님으로 정식으로 맞이한 것인데 일개 후개인 제가 소홀히 할 수 있겠소?”


“뭐. 잔금을 치르려고 온 것 뿐인데. 너무 거창하군.”


용운휘는 품속에서 후개의 신물을 꺼내 탁자 앞으로 튕겼다.


“그럼 우리의 거래는 무사히 종료된 것이지?”


“...고맙소이다. 헌데...”


“왜. 뭐.”


용운휘는 후개의 부름에 되물었다.


“아무래도 저도 사람인만큼 경천일검께서 순순히 돌려주지는 않을까 내심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흔쾌히 내어줄 주는 몰랐소.”


“...거래는 깨끗해야지. 가능하면 공평한 조건에서 행해야 하는 것이고.”


후개가 자신들을 이용하려고 했던 것을 지적하는 용운휘였다. 그것을 알아들은 후개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명심하겠소. 그러면 본방에 볼일은 따로 없는 것이오?”


“...볼일이 있으면 들러도 된다는 얘기인가?”


“물론이오. 벽력일무문의 정도를 걷는다면 우리는 곧 강호의 동지나 다름없소.”


“흠...뭐 일이 생긴다면 들르지.”


용운휘가 말을 마치고는 방을 나서려고 하자 후개가 뒤에서 말을 던져왔다.


“산서가 조금 시끄럽소. 아무래도 산서를 쥐고 흔들던 마문일세가 사라지고 난후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조심하시오. 곳곳이 심상치 않소. 흑도는 물론이고 각종 사업체들까지 들썩이는 판이니.”


“...이거는 공짜인가?”


용운휘가 돌아서며 묻자 후개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앞으로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성의 정도로 생각해주면 좋겠소.”


후개의 말을 뒤로하고 용운휘와 모용교가 개방의 건물에서 걸어 나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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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제왕검형(帝王劍形) +2 24.05.18 455 17 11쪽
50 50화 남궁세가 +5 24.05.17 479 14 11쪽
49 49화 팽호 +1 24.05.16 501 16 11쪽
48 48화 황산으로 +1 24.05.13 564 14 13쪽
47 47화 십이사도의 죽음 +1 24.05.11 568 16 11쪽
46 46화 십이사도 +1 24.05.10 563 15 12쪽
45 45화 끽채교의 정체 +1 24.05.09 631 15 11쪽
44 44화 파리 날리는 객잔 +1 24.05.06 758 16 11쪽
43 43화 강호는 넓다 +1 24.05.05 825 17 11쪽
42 42화 소중유도 강찬운(수정) +1 24.05.02 801 18 12쪽
41 41화 칠대악인의 제자 +3 24.05.01 828 20 11쪽
40 40화 곡예단 +1 24.04.29 851 23 11쪽
39 39화 악인촌(수정) +1 24.04.27 913 21 11쪽
38 38화 복수 +1 24.04.26 970 19 11쪽
37 37화 귀검문의 최후 +1 24.04.23 1,041 22 12쪽
36 36화 재회 +1 24.04.22 1,039 18 11쪽
35 35화 살수 +1 24.04.21 1,020 18 11쪽
34 34화 강호인들의 도전 +1 24.04.20 1,048 19 11쪽
» 33화 영육쌍전(靈肉雙全) +1 24.04.17 1,166 18 11쪽
32 32화 다른 풍경이었다. 하지만... +2 24.04.16 1,175 17 11쪽
31 31화 승부의 끝 +4 24.04.15 1,151 23 12쪽
30 30화 의기충천(意氣衝天) +2 24.04.14 1,090 23 12쪽
29 29화 격전 +2 24.04.12 1,106 19 11쪽
28 28화 탈혼악경(奪魂樂經) +2 24.04.11 1,171 21 13쪽
27 27화 습격 +3 24.04.10 1,105 21 12쪽
26 26화 탈각 +2 24.04.09 1,176 20 11쪽
25 25화 모용교 +4 24.04.07 1,202 24 11쪽
24 24화 결착 +4 24.04.07 1,197 24 11쪽
23 23화 재격돌 +3 24.04.05 1,251 24 13쪽
22 22화 투귀 곽지성 +5 24.04.04 1,281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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