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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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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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귀검문의 최후

DUMMY

누가 그랬던가?


복수란 너무나 극단적인 행동이기에 그 끝에는 허무와 종말뿐이라고. 허나 그 말이 유일무이한 진실이라면 어째서 강호에서는 피를 피로 씻는 복수의 굴레가 끝나지 않는 것일까?


복수에는 허무와 종말만이 존재한다면 어째서 원수를 갚은 자들을 협객으로 보고 추앙하는 것일까?


복수의 끝에는 공허함만이 자리한다면 강호는 물론 세상에 복수란 것이 계속해서 만연한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지금 용운휘가 깨닫고 있었다.


뜨거웠다. 머리가, 심장이 뜨거웠다. 마치 지금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마치 종용하듯이 머리와 심장이 울렸다.


“커억!”


검도 꺼내지 않는 장법을 얻어맞은 장탄구가 맥을 추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형(形)도 식(式)도 없는 그저 감정에만 맡긴 초식이었지만 무인으로서 기본적인 능력 차이에 장탄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있다면 그저 이 고통이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맞는 것뿐이다.


기억의 실타래의 똬리를 풀기도 전에 닥친 일방적인 폭력은 장탄구에게서 사고를 앗아가 버렸다.


그가 본능적으로 몸을 새우처럼 웅크리고 그저 버티었다.


퍽퍽.퍼퍼퍼퍽퍼퍼퍽!!


수십 수백 번 손과 발의 타격이 퍼부어졌다. 이미 용운휘의 손발에는 내기 한줌 없어 순수한 육체의 타격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환골탈태한 육신에서 내뿜어지는 무거운 일격은 조금씩 조금씩 장탄구의 몸에 둔탁한 통증을

쌓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그 순간이 찾아왔다.


“컥!!!!!!!!”


자라처럼 웅크리고 있는 목을 빼내기 위해 용운휘가 그의 등 정중앙에 있는 신도혈(神道穴)을 내공을 담아 찔렀다. 그러자 외마디 비명과 함께 장탄구가 머리를 빼들었다. 그의 눈과 입은 더 이상 벌어질 수 없을 만큼 벌어진 채, 몸에 닥쳐오는 격통을 견디고 있었다.


용운휘는 장탄구의 목을 그대로 붙잡아 객잔의 창밖으로 던졌다.


“크으으읔!”


용운휘는 그대로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다시 시작해볼까?”


“어..으으으으..어어어...왜 이러는 거요. 소협. 아니 대협은 대체 누구신데 이러는 거요.”


고통으로 바닥에서 꿈틀대던 장탄구가 간신히 입을 열였다. 이대로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발휘한 힘이었다.


“내 이름은 용운휘라고 하지.”


“...!!”


용운휘가 말을 마치고는 장탄구에게 다가갔다.


“말하겠소. 다 말하겠소. 그러니 제발.”


장탄구는 그렇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



귀검문주 진용은 근처 문파들의 문주들을 불러 모았다. 비록 그 자신의 무공도 일류 정도인데다 다스리는 문파는 삼류였지만 그에겐 그 위치에 어울리지 않는 금력과 인맥이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었지만 그의 사업체 중 하나는 염왕채(閻王債), 즉 고리대금업이었다. 정파는 물론 정사중간의 문파라 하더라도 경원시 받는 고리대금업을 크게 벌이고 있는 진용은 종종 주변의 문파나 문주들에게 후원을 할 때가 많았고 그 까닭에 주변의 문주들과도 사이가 좋은 편이었다.


“오늘은 또 무슨 좋은 일이 있어 이렇게 불러 모은 거요 진 문주.”


“하하. 오늘은 괜찮은 옥호춘(玉壺春)이 들어왔으니 이렇게 모셨소이다.”


“크하하하하. 언제나 신세만 지는구려.”


“별 말씀을. 사해가 동도나 다름없으니 서로 도울 때는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고마우이. 암 그렇고말고. 우린 모두 같은 편이지. 곤란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만 하시구려.”


“하하하하.”


진용은 언제나처럼 문주들을 띄워주며 분위기를 띄웠다. 꽤나 술이 들어가고 어느 정도 무르익었다고 여긴 진용이 운을 떼었다.


“요즘은 다들 어떠신지요? 금방이라도 이쪽까지 올 것 같았던 마문일세도 없어졌는데 말이지요.”


진용의 질문에 각 문주들이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으음...뭐 사업체에는 별 다른 이상은 없소만? 그도 그럴 것이 좋아졌으면 좋아졌지. 나빠질 일은 없으니...”


“설마 산에 쳐 박혀 있는 벽력일무문이 그런 대업을 해낼 줄이라니, 누가 알았겠소.”


“아아. 그나마도 벽력일무문 혼자서 이룬 것 아니고 세 개의 문파가 연합한 것이지 않소? 죽을 힘을 다해 하후악을 소모시켰는데 운 좋게 젊은 무인이 마무리한 것이겠지만...그마저도 놀라운 일이긴 하군.”


“뭐. 운이란 그래서 언제나 무서운 거지요. 그런 구석의 문파가 언제든 명성을 떨칠 수 있음이니.”


소문이란 이렇듯 받아들이는 이의 주관으로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것이다. 현실을 모르는 이들을 눈앞에 둔 진용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입을 열었다.


“헌데...좀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위험?”


“무슨 말이오? 진문주.”


“혹시나 제 이의 마문일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군요.”

“에이 설마...”


“하후악과 그 산골짜기 문파가 어떻게 똑같은 일을 행한단 말이오?”


“아니, 애초에 그 놈이 우리들과 싸우기는 해보긴 했소? 어쩌면 소문의 주인공은 벽력일무문이 아니라 여기에 있는 우리들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지 않겠소.”


“암. 옳은 말씀이오.”


마문일세가 근처까지 들이닥칠 때만 해도 전전긍긍하던 이들이 태도를 백팔십도 바꾸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합니다만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더군요.”


진용의 진지한 어조에 한 문주가 연이어 물었다.


“허어...어떤 점이 말이오?”


“하후악을 끝장낸 젊은이가 자신에게 도전한 이를 짓누르며 군중들에게 위압감을 주었다고 하더군요. 마치 그 모습이 예전의 하후악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들까지 들려올 정도입니다.”


“...”


진용의 말에 여덟 명의 문주가 모두 표정이 굳은 채 침묵을 지켰다. 모두 하나같이 그릇이 작은 이들이라 진용의 말에 바로 심각해진 것이다.


하후악이 산서의 북쪽이 아니라 이 근처에 있었다면 자신들의 신세가 전혀 달랐을 것이라는 것을 모를 이는 없었다. 허나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 인정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설마 하니 벽력일무문이나 그 젊은 애송이가 그럴 수 있다고는 보진 않지만...주시해야 할 필요는 있겠소.”


“암. 괜한 하후악같은 사례를 또 만들 수는 없지.”


“허면 진 문주가 말씀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오?”


한 문주의 질문에 진용이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일단 저희가 은밀하게 뭉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혹시라도 벽력일무문이 명성에 취해 제멋대로 나설지도 모르니 말이지요.”


“음.”


진용이 부추긴 공포심 탓에 모두의 뜻은 금방 하나로 모였다. 그만큼 하후악이란 존재가 산서에 남긴 공포란 컸다.


그 순간이었다. 자리에 모인 문주들의 귀를 찌르는 굉음이 들려나온 것은.


콰와와앙!


“무...무슨 일이냐?”


자리에 모인 이들의 시선이 소리의 진원지로 한데 모였다.


떨어져 나간 문짝 사이에서 걸어 나온 것은 한 젊은 사내와 그의 손아귀에 대롱대롱 매달린 한 사내였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본 귀검문이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느냐?”


“...”


진용은 모인 문주들도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얼굴에 먹칠한 사내를 보며 핏대를 올렸다. 다른 문주들 또한 내심 어이가 없고 젊은 사내에게 한 수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들이 나설 자리도 아니고 해서 잠자코 듣고 있었다.


“누구냐. 감히. 천둥벌거숭이마냥 날뛰는 네놈은.”


“벽력일무문의 용운휘.”


“뭐?”


진용은 화들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문주들과 말하던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용운휘가 아니던가.


‘아니. 아니다. 기회야.’


잠시 당황한 진용이었으나 다시 생각해보니 이것은 오히려 기회라고 여겨졌다. 진용이 모인 문주들을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보셨소? 벽력일무문이, 저 애송이가 강호를 아주 우습게 보는구려. 강호란 넓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오는데, 여기 모이신 문주들께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진용의 웅변에 문주들의 반응은 금세 이어졌다.


“제 놈이 뭐라고, 다른 문파에 와 저리 행패란 말인가!”


“네 이 놈. 당장 무릎을 꿇고 사죄하지 못할까? 여기 모인 이들의 배분이 어떠한데 그리 뻣뻣하게 고개를 세우고 있는 것이냐.”


“허어...벽력일무문은 도대체 제자를 어떻게 키우는건지. 진실로 마문일세처럼 되려함인가!!”


문주들의 성토에 용운휘는 짤막하게 답했다.


“시끄럽군. 돼지들인가?”


“...”


그들이 언제 이런 모욕을 면전에서 들어봤겠는가. 아홉 명이 표정이 못 볼 것을 보았다는 듯이 한순간 멍해졌다 분노로 새빨개졌다.


“네놈이 감히!!”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진용이 이를 갈았다.


“귀검문주가 누구냐?”


문주들의 시선이 진용에게로 향했다.


“너인가?”


“오냐 이놈. 뭐하고 있느냐. 본 문의 제자들은!!”


귀검문의 제자들을 부르려는 진용은 그때 어디선가 옥소소리가 들려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소리는?’


“지금부터 귀검문과 벽력일무문의 일에 끼어드는 자가 있다면 사마외도라고 간주한다. 이는 스스로가 도전한 비무에서 패배한 일로 살수를 부리고, 고리대금업을 하는 귀검문과 같은 무리라는 것을 증명함이니.”


문주들의 눈이 커졌다. 잠시 옆에 있던 이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던 문주들의 시선이 진용에게로 돌아갔다.


“지...진 문주. 저게 다 무슨 소리요.”


“서...설마하니 여태껏 그 돈으로...”


진용은 자신에게 꽂히는 의혹의 시선들을 물리치려는 듯이 격노한 음성으로 외쳤다.


“미쳤구나 네놈이. 감히 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진용의 반발에 용운휘가 손에 쥐고 있던 사내를 들어 올려 던졌다.


“커흑.”


“그 자의 이름은 장탄구. 귀검문의 당주다. 살수조직들과 접선하고 있던 중에 나에게 잡힌 이지.”


장탄구는 자신의 앞에서 이글이글 거리는 진용의 눈동자를 피하기라도 하듯 고개를 돌렸다.


[사실대로 말해라.]


장탄구는 머릿속에서 울리는 용운휘의 전음에 몸을 한번 부르르 떨더니 입을 열었다.


“사...사실이오. 나는 귀검문에 속한 이로서 살수 조직 추혼원과 만남을 가졌소. 이는 모두 귀검문주 진용의 명에 의한 것이오.”


장탄구는 눈앞의 진용을 차마 볼 수 없다는 듯이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진용은 이를 뿌드득 갈고는 외쳤다.


“웃기지 마라. 어디 본 문도를 잡아 협박이라도 하려나 본데-”


용운휘가 주위에 있던 모용교 있는 자리를 쳐다보자 그 곳에서 한 인영이 날아들었다. 용운휘를 습격했던 살수였다.


“크으으으윽!”


용운휘의 바로 앞에 떨어진 살수가 신음했다.


“말해.”


용운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살수는 언제 아팠냐는 듯이 말을 늘어놓았다.


“추혼원 소속의 주 모요. 용 소협의 말은 모두 사실이니 더 이상 왈가왈부할 일은 필요 없다고 생각되오. 우리 추혼원마저 모두 용 소협과 일행에게 무너진 참이니 이 의뢰는 실패이고 더 이상 진행할 여력도 생각도 없음을 진 문주에게 알리오.”


살수는 품속에서 선금을 꺼내 진용에게 던졌다.


“허.”


그 상황을 보고 있던 진용은 기가 차서 헛웃음이 나왔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분명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되어가고 있었을 진데...


“아직도 부족한가? 부족하다면 귀검문의 장부를 필사해 강호에 뿌려주지.”


용운휘가 말을 마치고는 품속에서 장부 하나를 꺼내 흔들었다. 진용은 그 장부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보았던 장부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이...이 역신(疫神)같은 놈.”


채앵!


용운휘가 허리춤의 검을 뽑아 한 번 휘두르자 한 사내의 목이 둥실 떠올랐다. 그 머리는 무엇이 그리도 원통한지 눈을 감지도 못한 채였다. 누군가에게는 일문의 문주일지도 모르겠으나 산서의 일반인들에게 있어선 자신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했던 자의 최후이자 자신들의 해방이기도 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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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제왕검형(帝王劍形) +2 24.05.18 455 17 11쪽
50 50화 남궁세가 +5 24.05.17 478 14 11쪽
49 49화 팽호 +1 24.05.16 501 16 11쪽
48 48화 황산으로 +1 24.05.13 564 14 13쪽
47 47화 십이사도의 죽음 +1 24.05.11 568 16 11쪽
46 46화 십이사도 +1 24.05.10 563 15 12쪽
45 45화 끽채교의 정체 +1 24.05.09 631 15 11쪽
44 44화 파리 날리는 객잔 +1 24.05.06 758 16 11쪽
43 43화 강호는 넓다 +1 24.05.05 824 17 11쪽
42 42화 소중유도 강찬운(수정) +1 24.05.02 801 18 12쪽
41 41화 칠대악인의 제자 +3 24.05.01 828 20 11쪽
40 40화 곡예단 +1 24.04.29 851 23 11쪽
39 39화 악인촌(수정) +1 24.04.27 913 21 11쪽
38 38화 복수 +1 24.04.26 970 19 11쪽
» 37화 귀검문의 최후 +1 24.04.23 1,041 22 12쪽
36 36화 재회 +1 24.04.22 1,039 18 11쪽
35 35화 살수 +1 24.04.21 1,020 18 11쪽
34 34화 강호인들의 도전 +1 24.04.20 1,048 19 11쪽
33 33화 영육쌍전(靈肉雙全) +1 24.04.17 1,165 18 11쪽
32 32화 다른 풍경이었다. 하지만... +2 24.04.16 1,175 17 11쪽
31 31화 승부의 끝 +4 24.04.15 1,151 23 12쪽
30 30화 의기충천(意氣衝天) +2 24.04.14 1,090 23 12쪽
29 29화 격전 +2 24.04.12 1,106 19 11쪽
28 28화 탈혼악경(奪魂樂經) +2 24.04.11 1,171 21 13쪽
27 27화 습격 +3 24.04.10 1,105 21 12쪽
26 26화 탈각 +2 24.04.09 1,176 20 11쪽
25 25화 모용교 +4 24.04.07 1,202 24 11쪽
24 24화 결착 +4 24.04.07 1,197 24 11쪽
23 23화 재격돌 +3 24.04.05 1,251 24 13쪽
22 22화 투귀 곽지성 +5 24.04.04 1,281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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